배달라이더 스토리②, 배달일, 결코 녹록치 않다

2021-06-08

최근 몇 년간 성장을 지속해온 배달시장은 코로나19 사태에도 그 성장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음식 배달 시장규모는 약 20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17%증가할 전망이다. 배달업 종사자는 본지 추산 약 20만 명으로 파악된다. 본지는 하루에도 도로와 골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배달라이더들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연재한다.

배달 도중 간간히 바다를 보며 힘을 낸다. 사진은 광안대교 앞이다


법의 사각, 배달대행


나는 맥도날드에서의 배달이 그나마 양반이었다는 것을 배달대행업체인 B업체에서 일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정말 온실 속 화초로 지내다 온실 밖으로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맥도날드는 최저시급, 법정수당 등을 받고 4대 보험도 들어주고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직고용 형태의 근로자다. 근로자이기 때문에 회사로부터 바이크 및 각종 장비들을 제공 받으며 사고가 나도 회사가 다 처리해 준다. 


하지만 B업체는 소위 말하는 ‘배달대행’이다. 배달대행은 위탁 계약 형태의 사업자다.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바이크 및 각종 장비에 대한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하고 최저시급에 대한 보장도 없고 아무런 복지 혜택도 없으며 근로기준법과 같은 보호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에게 음식을 전해주는 배달통


B업체에 소속된 나는 개인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바이크를 직접 사서 연간 수백만 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내던지 바이크가 없다면 월 60~70만 원씩 리스비를 내고 바이크를 빌려야 한다. 또 각종 장비 및 기름값 등의 유지비도 스스로 부담하고 회사로부터는 배달을 수행한 건수만큼만 돈을 지급받는데 그마저도 일정한 수수료를 제하고 받는다. 이렇게 고정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배달을 하지 않으면 최저시급을 받기 힘들 때도 있다. 


결국 많은 배달을 하기 위한 속도 전쟁은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배달지연으로 주문이 취소가 되면 내가 그 음식값은 물어야 한다는 점도 속도 전쟁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내가 3만 원짜리 낙지볶음을 물어주고 씁쓸해하자 옆에 있던 동생 하나가 가소롭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

 

“형, 저는 얼마 전에 회 값 물어줬어요… 8만 원짜리….”

 

슬픈 호황기, 코로나19 시대


코로나19는 배달원들에게 참으로 슬픈 호황기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배달 수요를 증가시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경제가 어려워져서 배달로 뛰어드는 사람도 역시 늘어났다.

 

배달 라이더들은 아파트의 숲 속에서 바쁘게 살아간다


‘배달 라이더 연봉 1억 원’이라는 미디어의 보도, 누구나 부담 없이 뛰어들 수 있는 쉬운 일처럼 홍보하고 있는 배달 플랫폼 기업들의 광고까지 터져 나오면서 배달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배달을 10년 가까이 해온 나도 아직까지 배달하는 매일이 조심스러운 데 그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뛰어들면 문제는 없을까?

 

이제 막 배달을 시작한 지인의 이야기다. 평소 자주 식사하러 갔던 식당에 음식을 픽업하러 갔다가 2~3분 늦었다는 이유로 모욕적인 말들을 듣고, 자존감이 많이 상했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고, 경기 침체도 길어지다 보니 좋은 직장 다니던 분들은 물론, 대학 교수님들마저도 배달에 뛰어드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나는 배달 일을 오래하면서 욕이나 반말 등 예의 없는 언사를 듣는 것도 익숙했지만, 이쪽에 막 들어온 분들은 상당히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많은 계단이 있는 곳에서는 바이크에서 내려야 한다


포장 상의 문제로 배달 도중 음식 국물이 새어 나와, 고객이 ‘주문취소’를 하거나, 배달 시간 지연으로 ‘주문취소’를 신청해 그날 번 돈의 ‘절반 혹은 전부’를 배상하는 경우도 있다. 최악의 경우 배달 도중 접촉사고가 나서 고통을 참고, 스쿠터의 잔해로 어지러운 도로의 한편에 앉아 보험사와 119에 전화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그 이후로 도로에서 배달하는 사람들을 볼 때 평소와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아무나 혹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이다.

 

사고가 나면 배달(배차)을 다른 라이더에게 넘겨야 되기 때문에 고객센터나 관제사무실에 연락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제일 먼저 듣게 되는 말은 십중팔구 ‘음식은 괜찮냐’다. 서글프지만 사실이다. 사고로 음식이 훼손되었을 경우 업소에 빠르게 연락해서 재 조리 및 재배달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인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다쳤는데 사람보다 ‘음식의 안위를 먼저 물어본다’는 사실은 배달일의 업무 환경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글/조봉규(배달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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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371호 / 2021.1.16~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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