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한 운전을 하는 일부 배달 라이더들 때문에 배달 라이더 전체에 대한 편견이 생겨났고, 이는 라이더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도록 ‘연대’하는 것에 있어 큰 장애물이 되어왔다.
일부의 일탈로 집단 전체를 판단하게 된다면, 그건 폭력적 차별과 다름없다.
이에 본지는 배달 라이더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그들의 삶을 조망해 색안경을 벗고 그들을 바라볼 수 있길 희망하고자 본 코너를 진행해왔다.
이번 호는 1년 여간 이어진 ‘나는 배달라이더다’의 마지막 기착지다. 본 코너와 별개로, 본지는 배달 라이더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전할 계획이다.(편집자 주)
11월 10일, 라이더보호법 제정을 위한 행진 행사에선 전성배 라이더유니온 서울지부장
코로나19 이후 배달라이더 업계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노동 환경뿐 아니라 다양한 사건·사고도끊임없이 벌어졌다. 언택트 시대가 가속화되어 배달앱을 통한 음식 배달 문화는 확산·정착됐다. 도심지를중심으로 이륜차를 이용한 음식 배달 수요 때문에 이륜차 등록대수 또한 급격히증가했다. 현재 그 규모를 예측하자면 16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1년 국방예산의 1/3이 넘는 금액이다.
황금알을 낳는 블루오션 사업이다 보니 각종 플랫폼사가 뛰어들었고 연계사업 또한 활발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처럼 그려지는 장밋빛 미래 말고도 여전히 어두운 현실이 존재한다. 당장 배달라이더에 대한 안전 보장과 인식개선이 시급하다.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구조를 바꿔 나가야만 건강한산업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다.
비하 혹은 혐오
배달 시장 산업 규모
배달 라이더의 사고가 나면 ‘본래 위험한 일’이라고 한다.
‘교통 법규나 잘 지켜라’라고 한다. ‘타인에게 피해주지 말라고, 범법행위를 했으니 당연한 죽음’이라고도 한다. 그런 여론을 볼 때면 나와 내 동료의노동이 ‘가치 없이 타인에게 오직 피해만을 주는 건가?’라는, ‘지금껏 우리는 어떤 노동을 하고 있나?’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당장에 제대로 된 이륜차의 세분화된 면허체계와교육도 없는 것이현실인데도 말이다.
여론은 항상 사고를 라이더의 개인 책임으로 문제를 돌린다. 도로 위의 무법자라고 신호나 잘 지키라고 말이다. 이런 사고들이과연 배달 라이더만의 문제일까? 구조에 대한 문제는 없는 것인가?
산업 기술의발전은 정말 빠르다. 특히나 노동력을 착취하는 형태로 발전한다면 더욱더 빠르다. 배달 플랫폼은 한 달에 몇 번 씩, 짧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도 근무조건을 변경한다. 배달 라이더로 지난 일 년간 겪은 변화는 너무 변화무쌍해서 이게 과연 내가같은 노동을 하나싶기도 하다. 앞으로 미래를 생각해 봐도 암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일자리의 질은 점점 나빠지고 있고 너무 불안정하다.
기술의 발전과 노동 존중은 동시에 발전해야
이 코너의 시작을 맡은 조봉규 라이더
자동차가 발명되어 인간은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위험해졌다. 그에 따라 교통법규가 만들어지고 신호등이 생김으로서인간의 안전을 최우선시 하고 있다. 산업의 발전보다는 사람을 항상 우선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배달 산업의 발전 속도는 눈부신데, 이를 제어할신호등이 없는 형국이다. 사람이 다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A.I 시스템이 사람을 지배하는 현실. 우리는 법의 보호와 산업의 규제가필요하다.
라이더를 위한 법이 대안이다
8월 18일 라이더유니온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서 이에 대한 법적대안을 내놓았다.
‘생활 물류 서비스발전법’을 개정한 ‘라이더 보호법’이다. 배달사업자 등록제, A.I 알고리즘 협약권, 안전 배달료 등 배달 노동자 보호법으로 최소한의 배달 노동자의 보호와 권리를 지켜야 한다. 배달 사업자 등록제의 경우 현행 아무런 규제 없는 방식에서 종사자의 운전면허 및 자격을 확인하고 산재보험 의무가입 표준계약서 작성 등을 담고 있다.
A.I 알고리즘 협약권은 사용자가 종사자에 대해 정보기술을 활용한 배차 방식, 배송, 시간제한, 배달요금 및 평점제도의 기준을 성실하게 설명하고 노동자가 공정하지 않다고 이견을 제시하면 조정 협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안전 배달료 도입은 사업자가 마음대로 배송료를 정하는 방식이 아닌 협의를 통해 공정한 요금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되묻고 싶다
전성배 라이더는 라이더 안전 강사단 활동도 하고 있다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한정된 기간에 단속하는 것보다 산업과 법 제도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획기적으로 사고를 줄일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더많은 사람이 다쳐야 하는 것일까? 구조의 문제가 바뀌지 않은 한 이런 사고는끊임없이 일어날 거라는 걸 잘 알기에 더 비참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고귀한 노동, 천한 노동 없이모든 노동 가치는공평하다고 배운다. 목숨 또한 마찬가지로귀한 목숨 천한 목숨이 없다 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현실은 직업과 목숨에도 귀천이 있다. 배달일이 천한일, 천한 목숨이란 사실을 선릉역 사망사고를 통해 또 한 번 뼈저리게 느낀다.
배달 전성시대라고 한다. 배달 플랫폼 등록 인원만 50만 명에 육박한다. 배달 노동자도 평범한 사람이고 평범한 직업일 뿐이다. 누군가의 가족이자 친구, 이웃, 동료일 뿐인데 어쩌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배달 노동을 하면서 생긴 개인적인 바람은 사고사가 아닌 자연사하고 싶다는 거다. 배달 노동을 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안전할 수 있도록 라이더 보호법의 지지와 배달 노동자의 처우를다시 한 번 생각해주길 부탁한다.
‘나는 배달라이더다’를 마치며
한국은 배달 선진국이다. 전국 팔도 어디에서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TV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배달 문화를 체험하고 놀라는 일을 보는 건 이제 식상할 정도다.
배달 산업이 급성장한 코로나19 시대 이전부터 음지에서 항상 배달 노동자들은 묵묵히 일해 왔고, 비하와 차별을 당해왔었다.(짱깨, 까돌이, 딸배 등의 멸칭으로) 이러한 현실에서 반짝하는 이슈가 있을 때 말고도이렇게 정기적으로 배달 라이더와 노동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한국이륜차신문이 있어 힘이 되었다. 그간 한국이륜차신문에서 다뤘던 배달문화, 노동환경, 라이더 물품, 대담 등 꾸준하게 진행해준많은 지면들에 배달 라이더를 대표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글·사진/전성배 라이더
전성배 라이더
전성배 라이더는 국내최초로‘배달 라이더 노동단체’로 인정받은 ‘라이더유니온’의 조합원이다. 배달 라이더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는 라이더유니온은 현재 전국적으로 약 900여 명의 조합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라이더유니온 #배달라이더
한국이륜차신문 392호 / 2021.12.1~12.15
Copyright ⓒ 한국이륜차신문 www.kmnews.net 무단복제 및 전재 – 재배포금지
난폭한 운전을 하는 일부 배달 라이더들 때문에 배달 라이더 전체에 대한 편견이 생겨났고, 이는 라이더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도록 ‘연대’하는 것에 있어 큰 장애물이 되어왔다.
일부의 일탈로 집단 전체를 판단하게 된다면, 그건 폭력적 차별과 다름없다.
이에 본지는 배달 라이더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그들의 삶을 조망해 색안경을 벗고 그들을 바라볼 수 있길 희망하고자 본 코너를 진행해왔다.
이번 호는 1년 여간 이어진 ‘나는 배달라이더다’의 마지막 기착지다. 본 코너와 별개로, 본지는 배달 라이더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전할 계획이다.(편집자 주)
11월 10일, 라이더보호법 제정을 위한 행진 행사에선 전성배 라이더유니온 서울지부장
코로나19 이후 배달라이더 업계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노동 환경뿐 아니라 다양한 사건·사고도끊임없이 벌어졌다. 언택트 시대가 가속화되어 배달앱을 통한 음식 배달 문화는 확산·정착됐다. 도심지를중심으로 이륜차를 이용한 음식 배달 수요 때문에 이륜차 등록대수 또한 급격히증가했다. 현재 그 규모를 예측하자면 16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1년 국방예산의 1/3이 넘는 금액이다.
황금알을 낳는 블루오션 사업이다 보니 각종 플랫폼사가 뛰어들었고 연계사업 또한 활발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처럼 그려지는 장밋빛 미래 말고도 여전히 어두운 현실이 존재한다. 당장 배달라이더에 대한 안전 보장과 인식개선이 시급하다.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구조를 바꿔 나가야만 건강한산업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다.
비하 혹은 혐오
배달 시장 산업 규모
배달 라이더의 사고가 나면 ‘본래 위험한 일’이라고 한다.
‘교통 법규나 잘 지켜라’라고 한다. ‘타인에게 피해주지 말라고, 범법행위를 했으니 당연한 죽음’이라고도 한다. 그런 여론을 볼 때면 나와 내 동료의노동이 ‘가치 없이 타인에게 오직 피해만을 주는 건가?’라는, ‘지금껏 우리는 어떤 노동을 하고 있나?’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당장에 제대로 된 이륜차의 세분화된 면허체계와교육도 없는 것이현실인데도 말이다.
여론은 항상 사고를 라이더의 개인 책임으로 문제를 돌린다. 도로 위의 무법자라고 신호나 잘 지키라고 말이다. 이런 사고들이과연 배달 라이더만의 문제일까? 구조에 대한 문제는 없는 것인가?
산업 기술의발전은 정말 빠르다. 특히나 노동력을 착취하는 형태로 발전한다면 더욱더 빠르다. 배달 플랫폼은 한 달에 몇 번 씩, 짧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도 근무조건을 변경한다. 배달 라이더로 지난 일 년간 겪은 변화는 너무 변화무쌍해서 이게 과연 내가같은 노동을 하나싶기도 하다. 앞으로 미래를 생각해 봐도 암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일자리의 질은 점점 나빠지고 있고 너무 불안정하다.
기술의 발전과 노동 존중은 동시에 발전해야
이 코너의 시작을 맡은 조봉규 라이더
자동차가 발명되어 인간은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위험해졌다. 그에 따라 교통법규가 만들어지고 신호등이 생김으로서인간의 안전을 최우선시 하고 있다. 산업의 발전보다는 사람을 항상 우선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배달 산업의 발전 속도는 눈부신데, 이를 제어할신호등이 없는 형국이다. 사람이 다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A.I 시스템이 사람을 지배하는 현실. 우리는 법의 보호와 산업의 규제가필요하다.
라이더를 위한 법이 대안이다
8월 18일 라이더유니온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서 이에 대한 법적대안을 내놓았다.
‘생활 물류 서비스발전법’을 개정한 ‘라이더 보호법’이다. 배달사업자 등록제, A.I 알고리즘 협약권, 안전 배달료 등 배달 노동자 보호법으로 최소한의 배달 노동자의 보호와 권리를 지켜야 한다. 배달 사업자 등록제의 경우 현행 아무런 규제 없는 방식에서 종사자의 운전면허 및 자격을 확인하고 산재보험 의무가입 표준계약서 작성 등을 담고 있다.
A.I 알고리즘 협약권은 사용자가 종사자에 대해 정보기술을 활용한 배차 방식, 배송, 시간제한, 배달요금 및 평점제도의 기준을 성실하게 설명하고 노동자가 공정하지 않다고 이견을 제시하면 조정 협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안전 배달료 도입은 사업자가 마음대로 배송료를 정하는 방식이 아닌 협의를 통해 공정한 요금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되묻고 싶다
전성배 라이더는 라이더 안전 강사단 활동도 하고 있다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한정된 기간에 단속하는 것보다 산업과 법 제도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획기적으로 사고를 줄일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더많은 사람이 다쳐야 하는 것일까? 구조의 문제가 바뀌지 않은 한 이런 사고는끊임없이 일어날 거라는 걸 잘 알기에 더 비참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고귀한 노동, 천한 노동 없이모든 노동 가치는공평하다고 배운다. 목숨 또한 마찬가지로귀한 목숨 천한 목숨이 없다 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현실은 직업과 목숨에도 귀천이 있다. 배달일이 천한일, 천한 목숨이란 사실을 선릉역 사망사고를 통해 또 한 번 뼈저리게 느낀다.
배달 전성시대라고 한다. 배달 플랫폼 등록 인원만 50만 명에 육박한다. 배달 노동자도 평범한 사람이고 평범한 직업일 뿐이다. 누군가의 가족이자 친구, 이웃, 동료일 뿐인데 어쩌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배달 노동을 하면서 생긴 개인적인 바람은 사고사가 아닌 자연사하고 싶다는 거다. 배달 노동을 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안전할 수 있도록 라이더 보호법의 지지와 배달 노동자의 처우를다시 한 번 생각해주길 부탁한다.
‘나는 배달라이더다’를 마치며
한국은 배달 선진국이다. 전국 팔도 어디에서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TV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배달 문화를 체험하고 놀라는 일을 보는 건 이제 식상할 정도다.
배달 산업이 급성장한 코로나19 시대 이전부터 음지에서 항상 배달 노동자들은 묵묵히 일해 왔고, 비하와 차별을 당해왔었다.(짱깨, 까돌이, 딸배 등의 멸칭으로) 이러한 현실에서 반짝하는 이슈가 있을 때 말고도이렇게 정기적으로 배달 라이더와 노동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한국이륜차신문이 있어 힘이 되었다. 그간 한국이륜차신문에서 다뤘던 배달문화, 노동환경, 라이더 물품, 대담 등 꾸준하게 진행해준많은 지면들에 배달 라이더를 대표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글·사진/전성배 라이더
전성배 라이더
전성배 라이더는 국내최초로‘배달 라이더 노동단체’로 인정받은 ‘라이더유니온’의 조합원이다. 배달 라이더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는 라이더유니온은 현재 전국적으로 약 900여 명의 조합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라이더유니온 #배달라이더
한국이륜차신문 392호 / 2021.12.1~12.15
Copyright ⓒ 한국이륜차신문 www.kmnews.net 무단복제 및 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