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 스토리③,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2021-08-26

최근 몇 년간 성장을 지속해온 배달시장은 코로나 사태에도 그 성장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온라인, 모바일 쇼핑의 음식서비스(배달)의 거래액은 약 26조 원으로 추산되며, 배달업 종사자는 약 11만 명(2020년 고용노동부 한국노동연구원 발표)으로 추산되고 있다. 본지는 하루에도 도로와 골목에서 쉽게볼 수 있는 배달라이더들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연재할 계획이다.

라이더유니온의 조봉규 라이더


배달라이더 연봉 1억 정말 가능할까?


작년에 보도됐던 기사 중 ‘연봉 1억 배달 라이더’에 대한 내용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누군가는 ‘그 만큼 버는데, 다소 불편한 사항이 많아도 감수해야 하지 않나’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안타깝지만 그 기사는 실제와는 많이 다르다. 배달비는 기상 조건과 배달이 집중되는 시간 때에 따라 ‘프로모션’이라는 이름으로 더 오르기도 하는데 이는 배민이나 쿠팡과 같은 대기업 플랫폼에 한정된 얘기고 특히 수도권 지역에 한정된 얘기이며 그 중에서도 연봉 1억은 상위 1%(0.01%도 안 될 것이다)도 달성하지 못할 금액이다.

 

어릴 적 세뱃돈을 많이 받아 하루에 30만 원을 벌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소년의 한 달(30일 기준) 수입은 900만 원인가? 작년의 기록적인 폭우, 엄청났던 프로모션 이런 것들을 뚫고 고 수익을 올린 누군가가 운 좋게 하루 돈을 벌었을 뿐이다. 


하루 15시간 이상 주 6~7일씩 신호위반과 인도주행을 밥 먹듯이 해가며 자기 자신을 부지런히 갈아 넣는다면 1억은 아니지만 많이 벌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만큼 높아지는 사고의 위험, 바이크 리스비, 건당수수료, 기름값, 소득세, 보험금, 정비 비용, 약값 등의 업무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사실 여러 배달대행사들을 비교해 보면 프로모션이 안 붙은 기본 배달단가는 평균적으로 3,000원 수준이다. 지방으로 가면 2,000원대로 떨어지기도 한다. 만약 3,000원씩 40개를 25일동안 배달하면 대략 월 300만 원 수준의 금액을 버는 셈이 된다. 그러나 여기서 업무비용으로 거의 100만 원 가까이 빠지게 되고 실제 가져가는 금액은 200만 원 남짓. 그마저도 하루 최소 10시간은 이상 달린 라이더가 받는 금액이다.

 

배달라이더, 관심의 사각지대


아파트 출입구에 서 있는 오토바이 진입금지 표지판


‘배달을 왜 해?’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볼 수도 있고, 다른 거 하면 안 되냐는 말을 돌려서 그렇게 묻기도 한다. 어찌됐던 그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배달에 대한 편견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배달 문화가 월등히 발달한 나라 중 하나다. 배달 시장은 이미 20조 원을 넘었고, 스마트폰을 통해 터치 몇 번이면 배달 주문이 손쉽게 완료되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 생활에 가깝게 자리잡은 배달 문화지만, 배달원 특히, 이륜차 배달원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오랜 편견과 제도적 지원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배달대행사는 성장하고 있고 그에 대한 비난은 오로지 배달원들에게만 날아와 꽂히고 있다.

 

배달원들이 무법운전을 한다고 단속을 강화하라고 떠들지만 비 오는 날 구멍 난 지붕으로 물이 새는데 바닥만 닦고 있는다고 물기가 없어지겠는가? 왜 뚫린 구멍을 막을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가? 


배달비를 후려치고 속도전쟁을 부추기는 회사에 대한 규제법은 존재하지도 않고, 바이크 유상운송 보험이 1,000만 원을 넘어가도 아무런 대책이 없으며, 사고가 나서 매년 사망자가 늘고 있어도 산업안전보건법은 늘 제자리걸음에,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복지는커녕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해 높은 노동 강도에 노출돼도 제도적 장치하나 없는 등, 구멍 나 있는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닌데 사회는 계속 바닥만 닦으면서 물기가 없어지길 바라고 있다.

 

여담이지만 이번 달 말에 28만 원이었던 내 NMAX125의 가정용 보험이 만기가 된다. 나는 연비와 가속이 좋아 배달용으로 인기가 많은 이 NMAX125를 유상운송 보험으로 갱신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과연 몇 백 만원이나 나올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밤마다 위험을 무릅쓰로 달리는 배달라이더들


배달을 하면서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손님들은 웃으면서 반겨준다. 가끔 어린 아이들이 음식을 받고 천진난만하게 웃어줄 때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고객에게 배달이라도 가게 되면, 누군가에게 음식을 전해준 것에 조그만 자부심도 느낀다. 사람들은 겉으론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 말하지만 직접 배달을 하겠냐고 물으면 대부분 손사래를 친다. 그런 면에서 최소한 나는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인 삶을 살진 않는다’는 긍지가 생긴다.

 

배민라이더로 한창 일하던 중 ‘라이더유니온’이라는 노동조합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배달노동자 조합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언론 활동과 단체 행동을 통해 배달산업의 많은 문제를 알리고 개선해 온 단체이다. 


근태관리 및 강제배차의 부당함, 산재보험의 부실, 이륜차 보험료 문제, 배달 알고리즘의 맹점 등 그간 라이더유니온이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가져왔다. 여전히 많은 숙제가 존재하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는 단계’라는 희망이 오늘도 웃으면서 배달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언젠가 TV뉴스를 보는데 어린 아이들의 장래희망을 묻는 내용이 나왔다. 요즘 아이들은 가수, 연예인, 유튜버 등을 장래희망으로 꼽았다.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직업은 늘 변화해왔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에 어린 아이들이 장래희망으로 배달원을 꼽는 날이 올까? 물론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서는 같은 답변이 나올 것이다. 대답대신 인상을 찌푸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 세대의 어린이들은 어떨까?

 

라이더유니온의 목표도 배달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넘어 앞으로 배달원이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직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에 있다. 나부터도 안전운전과 준법운전을 통해 배달이라는 직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 아이들의 입에서 배달원이 되고 싶다는 대답이 나올 그 날을 꿈꾸며.(끝)

 

조봉규 라이더


국내최초로 ‘배달라이더 노동단체’로 인정받은 ‘라이더유니온’의 부산 지부장이다. 배달 라이더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는 라이더 유니온은 현재 전국적으로 약 350여 명의 조합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조봉규 라이더는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직고용 라이더로 약 4년. 배달대행 라이더로 약 4년간 근무했으며 현재도 배달대행 라이더로 근무하고 있다.


글/조봉규(배달라이더)


조봉규 라이더의 글은  이번호로 마칩니다. 다음 번에는 다른 배달라이더가 생생한 현실의 소식을 전해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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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373호 / 2021.2.16~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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