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은 인류의 ‘연결’을 뜻하는 가

2022-01-20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만든 게임 ‘데스 스트랜딩’

‘태초에 폭발이 있었다’로 시작되는 인트로. 게임개발자를 넘어 문화적 아이콘이 된 전설적인 인물,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만든 게임 ‘데스 스트랜딩’은 이렇게 시작된다.


게임의 시놉시스는 ‘우주가 시작됐다는 빅뱅이론(137억 9900만 년 전의 대폭발이 우주의 팽창을 야기했다는 이론)처럼, 인트로에서 표현하는 폭발은 미래의 인류에게 또 다른 세상이 열리게 된 시점이 됐으며, 이 폭발은 전 세계를 멸망직전까지 몰고 간다. 


인류가 발견한 새로운 자원인 <카이랄 원소>는 기존에 발견했던 그 어떤 자원보다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해 이전에는 불가능할 정도의 영역이었던 일들을 가능케 하는 <기술적 특이점>을 몰고 온다. 다만, 아직도 카이랄 원소에 대한 파악이 완료되지 않은 채로 무분별하게 해당 자원을 사용하다 보니, 상기했던 대폭발들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게 된 것이다. 멸절 직전의 인류들은 일부가 남았으며 남은 그룹들의 물자를 배송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이다.


복잡하고 길었지만, 요약한다면 멸망한 인류에게 물자의 흐름을 담당하는 것이 게이머가 할 일이다. 게임 내에는 물자이동을 방해하는 다양한 요소가 있다. 목숨을 잃은 인간이 죽지 못하고(죽음이 좌초되는 것, 데스 스트랜딩의 뜻) 유령처럼 각지에 흩어져 게이머를 위협하거나(이들이 상기한 대폭발을 야기한다), 살아남은 인간들 중 위험한 생각을 품은 사람들도 상존하며, 노출되면 급격한 노화를 진행하는 비(게임에서는 타임 폴로 지칭), 험준한 산맥, 헤엄치기 힘든 강 등 자연환경도 위협적이다.


게이머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의뢰인의 물자를 배송지로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게임이 표현하는 요소들은 보면 마치 원자력을 발견한 과거의 역사(잘 쓰면 유용, 오용하면 큰 위협)나, SNS로 상호 연결된 현재의 모습이 연상(게임 속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것이 중요한 가치)된다.


새롭게 발견한 자원의 피상적인 장점을 남용한 결과로 맞이한 ‘멸망 직전의 세계’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배송’을 구원의 메시지로 표현해내는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은 까닭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의 일상화’로 변화된 시대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코지마 히데오는 이런 배경에 거대한 서사를 담아냈고, 게이머는 도보로 혹은 바이크로 혹은 트럭으로 누군가에게는 생명과 직결되는 ‘물자의 이동’을 해야 한다. 천재적인 연출력과 유명 배우들이 참여해 특별한 작품을 만들어 낸 것도 사실이지만, 게임 중 등장하는 바이크(리버스 트라이크, 크루저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오프로드 주파가 가능하며 충전식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 바이크)를 조작하다 보면, 우리가 마주치는 배달 노동자의 모습이 포개어진다.


메탈기어 솔리드에서 호접몽(胡蝶夢, 장자에 나오는 ‘내가 나비 꿈을 꾸는 건지, 나비인 내가 사람 꿈을 꾸는 건지’)에 대해 은유적으로 표현한 그의 이력을 생각해보면, 그가 데스 스트랜딩을 통해 전달하는 심오하며, 철학적인 메시지를 해석하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


데스 스트랜딩은 PS4·PS5·Steam (2022년 상반기 예정)에서 플레이 가능하다.


글/박순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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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395호 / 2022.1.16~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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