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카페의 정비숍 이야기 ③, ‘자가 정비를 꿈꾸는 이들에게’ 上

2021-09-02

자가 정비에 대하여



자가 정비 족이 늘어나고 있다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라이더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바이크는 기계장치이기 때문에 점검, 수리가 필요한 시기를 반드시 만나게 된다. 일정한 거리를 주행하고 나면 주기적으로 교환해줘야만 하는 소모품들이 있고, 라이더가 예상할 수 없는 돌발 상황에 발생하는 고장 상황도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마다 마음 편하게 이용하는 정비숍이 있다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이 곧바로 S.O.S를 요청하거나 방문하여 바로 조치를 받으면 되겠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많은 라이더들이 언제라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쉽게 말해 믿을 수 있는 단골 정비숍이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양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라이더가 방문했었던 정비숍에서 제공받은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 정비 비용이 라이더의 예상보다 컸기 때문에 발생했던 부정적인 마음들이 축적되어 생긴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렴한 비용에 좋은 서비스까지 제공받으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소비자들이 예상하고 지불한 비용에 비해 제공받은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경험이 ‘믿음직한 단골 정비숍’을 희귀하게 하는 요인인 경우가 많다.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에 대해 고객과 사장이 서로 다른 관점과 가치평가가 존재하는, 그야말로 동상이몽 순간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저런 불편한 감정소모비를 줄이고 비용도 절약하는 차원에서 본인 소유의 바이크를 직접 정비하며 예방적인 점검과 문제해결에 나서는 D.I.Y(소비자가 직접 완성하는 것, Do it yourself)족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인터넷 정보를 맹신하면 안 된다


그리스 용기 후면에 표기된 사용주의 문구


자가 정비, 즉 본인의 바이크를 직접 분해 조립 하면서 간단한 소모품 교환과 튜닝 등의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온라인이다. 하지만 인터넷 상에서 검색을 통해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기도 하겠지만 부정확한 정보가 사실인양 그럴듯한 생김새로 포장되어 유포되는 공간이 또한 온라인이기 때문에 자가 정비 시 필요한 정보들의 정확성을 잘 가려서 받아 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포스팅에 자가 정비로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하는 게시물에서 작업 과정 도중에 윤활 처리를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그리스(윤활유, grease)를 도포하면 안 되는 부분인 캘리퍼 내부 피스톤에 면봉으로 꼼꼼히 그리스를 발라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때 사용된 그리스 제품 후면부의 주의사항에는 이렇게 표기되어 있다. ‘이 그리스는 캘리퍼 내부 피스톤에 사용하면 안된다’고. 결국, 업로드 된 자가 정비 작업기 영상에서 ‘하면 안 되는 작업’을 온라인에 소개한 것이다.

 

상기와 같이 바이크 정비를 할 때 부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무리 간단한 작업이라 할지라도 가능하다면 서비스 매뉴얼을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모든 바이크들에 고유한 파츠 리스트(부품목록)가 있듯이 동일하게 각 차량마다 서비스 매뉴얼이 존재한다. 바이크 제조 판매사들이 제작 판매하는 각각의 바이크들에 대한 정비, 조립에 지침이 되는 서비스 매뉴얼이 있다면 가장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와 지식은 확보하게 된 셈이다. 


매뉴얼에는 각종 볼트들의 조임 토크부터 시작해, 분해 조립의 순서, 특정한 고장 상황 시 점검에 필요한 절차 등 다양한 내용들이 들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 바이크 정비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정비사들도 항상 기본 지침서로 사용하는 것이 각각의 바이크들에 대한 서비스 매뉴얼이다. 


물론 서비스 매뉴얼에도 모든 과정이 세밀하고 친절하게 적혀있진 않기에 실제 정비에는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자가 정비에 필요한 수준 이상의 정보들은 충분히 들어 있어서, 스스로 본인 바이크를 분해 조립 해보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 분들에게는 서비스 매뉴얼을 지참한 상태로 자가 정비를 시작하시길 권장한다.

 

덕중덕은 양덕


손질이 필요한 브레이크 캘리퍼


속된말로 ‘덕(마니아)중의 덕은 양덕이다’라는 말이 있다. 해외의 유튜버들 가운데 차고 같은 작은 공간에서 본인의 바이크를 정비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다.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부터 결과물까지 모두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유튜브에 업로드 하는데, 당사자들이 전문적인 정비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전문성이 상당하다. 심지어 작업환경도 열악하지만 모든 작업을 정석대로 진행하고, 또 완벽에 가까운 깔끔한 정비 과정과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아마 그들도 처음에는 ‘너무 비싼 인건비’ 혹은 ‘센터까지 물리적인 거리가 너무 멀어서’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시작된 자가 정비였겠지만 서비스 매뉴얼의 도움과 온라인을 통해 부족한 정보나 추가적인 지식을 쌓으면서 그렇게 발전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우리가 추구하는 자가 정비는 상황이 그들과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개인차고 같은 여유 있는 작업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대부분 아파트 주차장이나, 빌라 주차장 같은 공간에서 잠시 그 공간을 빌려 쓰는 느낌으로 제한된 시간 안에 간단한 정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은 하기 어렵다. 


또 물리적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센터들이 많이 있다 보니 굳이 스스로 고생해서 작업하기보다 가까운 센터에서 비용을 주고 해결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도 센터를 방문하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자가 정비 노하우소개


그래서 앞으로 우리 상황과 환경에 맞는 자가 정비들을 비교적 간단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작업과 지식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가급적 몇 시간 안에 끝낼 수 있거나 작업에 필요한 공구나 준비물이 많지 않은 것들부터 간단한 바이크 관련 지식으로 사전에 문제를 예방하고 점검할 수 있는 것들로 이야기를 채워 보도록 하려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스스로 가치를 생성해내는, 조금 더 전문성 있는 취미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글/지재혁 


지재혁(카페바이크 대표)


20대에 퀵서비스·배달 분야에 다년 간 종사 후 평범한 직장인의 생활을 이어가다, 어릴 적부터 즐겨했던 바이크 정비를 업으로 삼아, 2014년 부터 현재까지 서울 성북구에서 카페바이크 (멀티숍)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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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372호 / 2021.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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