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 레이스는 출전 클래스 특성상 머신의 출력이 약하고, 타이어조차 순정품을 사용하는 원메이크 레이스로, 유지 및 운용비가 매우 적어… 넘어져도 파손이 덜하거나 부품 금액이 저렴하고 라이더가 다치는 일도 드물어
2006년 KSRC, 첫 시작
나는 언제나 클래식 바이크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내가 20살에 구입한 첫 125cc 모터사이클 또한 레이서 레플리카 스타일이 아닌 아메리칸 크루저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 빠른 속도에 대한 열망도 늘 존재했으므로, 레이서 레플리카를 타고 슈트를 차려입은 동호회 그룹을 볼 때면 선망과 박탈감이 동시에 치솟곤 했다.
지금은 없어진 문막 카트 경기장
이미 카레이스 입문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시절,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에 위치한 레이싱 카트 시설을 찾아 2박 3일 캠프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도저히 평범한 가정의 경제 규모로는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더 이상 이어가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스무 살 무렵, 주위에 함께 타는 라이더 한 명 없이 혼자서 크루저 스타일 125cc 모터사이클을 탈 때에, 우연히 월간지에서 본 대림자동차 스쿠터 레이스(KSRC)에 마음이 끌렸다. 이것이라면 비록 고배기량 레이서 레플리카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오히려 더욱 ‘진짜’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비용도 나름대로 현실적일 것 같았다.
그러던 차에 굉장한 우연으로, 어느 날 평소 다니지 않은 길을 가다가 우연히 월간지에서 본 KSRC 스쿠터 머신들이 줄줄이 늘어선 한 바이크 숍을 지나친 것이다. 후일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지난번에 봤던 바이크 숍을 찾느라고 한참을 해맨 끝에 드디어 그 숍을 찾았고,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가 ‘제자로 받아주시라’며 사사를 부탁했다.
스무 살의 호기란 그런 것이었고, 2005년의 경기도 소도시는 가끔 그럴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당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곧바로 시작하지 못했고, 1년 후인 2006년부터 KSRC에 참가하며 비로소 모터사이클 레이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KSRC 경기 모습
슬라롬을 통해 선회 기초를 배우다
대회 준비를 위해 지역의 공설 운동장 주차장을 활용해 밤 11에서 새벽 1시까지 매일 연습했다.
당시 우리 팀(Kixx PAO-FOR RACE/단장 조영식)은 KSRC 모든 클래스에서 입상을 노리는 주력 팀 중 하나였기 때문에 팀원 모두들 그렇게 했다. 이론 교육의 언어나 커리큘럼이 세련되지는 않았으나, 빠른 라이더의 말 속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진리가 있었다.
주로 ‘8자 돌기’라고 하는 슬라럼을 반복 연습했고, 그것을 통해 ‘진입-선회-재 가속’ 개념을 자연스레 익혔다. 특히 내가 참가하는 클래스는 50cc 스쿠터 클래스로 일상적인 커뮤터로 설계된 50cc 스쿠터를 타고서 스포츠 라이딩을 위한 라이딩 폼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쉽지 않았다는 것은 지금에 와서 하는 회상이며, 애초에 스포츠 바이크 혹은 스포츠 라이딩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원래 그런 것인지 알고 그저 열심히 따라 했다. 도무지 정상적인 범주에 속하지 않은 불안정한 머신으로 기초를 닦은 노력은 그 이후 오랫동안 내 장점으로 남게 되었다. 차체의 홀딩 능력, 재 가속 타이밍 선정, 선회 속도 유지의 중요성, 추월 포인트 설계 등 많은 것을 이 때에 배웠다.
출전 클래스 특성상 머신의 출력이 약하고 타이어조차 순정품을 사용하는 원메이크 레이스였기 때문에 유지 및 운용비가 매우 적었다. 넘어져도 파손이 덜하거나 부품 금액이 저렴하고 라이더가 다치는 일도 드물었다.
첫 대회의 결승 레이스에서 아마도 8번을 넘어진 후 꼴찌에서 2등 정도를 기록한 것으로 기억한다. 팀의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시상대에서 샴페인을 터뜨렸고, 나는 ‘언젠가 내 샴페인을 마시고 말겠다’라며 분을 삭였다.
이후, 말 그대로 코피를 쏟으며 매일 오전에는 아르바이트를, 낮에는 학업을, 저녁에는 스쿠터 연습을 했다. 열심히 한 만큼 성적이 금방 올라서 연말에는 5위권 안쪽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라떼는? 2006년, 우리들의 스쿠터 레이스 KSRC
최근의 레저용 모터사이클은 90% 이상 해외 유명 제조사 기종에 편중되어 있으나, 당시만 해도 국산 모터사이클이 한 축을 담당했다. 물론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은 한정적이었지만, 적어도 50cc ~ 250cc까지의 소형, 준중형 배기량까지는 그랬다. ‘코멧 라이더’, ‘트로이 세상’, ‘타켄'과 같은 기종 별 동호회 모임 또한 활발했다.
제조사로서는 효성기계공업이 250cc, 650cc 등 대배기량 매뉴얼 모터사이클 개발 및 해외 수출에 집중했고, 반대로 대림자동차는 125cc 미만 기반을 단단히 굳히며 KSRC와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곤 했다.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이어온 대림 스쿠터레이스의 흥행은 이 때도 상당했고, 서울 도심의 트랙에서 열리는 까닭에 주말 한강을 산책하는 일반 관람객의 호응도 많았다.(물론 소음 민원도 많이 발생했다) 이 시기에 KSRC를 통해 레이스를 시작한 인구가 작지 않다. 이 때 레이스를 시작해 현재 수퍼바이크 레이서, 카 레이서로 활동 중인 선수들도 있다.
요즘의 기준에서 보면 전문성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지만, 대단히 작은 비용으로 레이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장점은 명확했다. 가끔 KSRC와 같은 엔트리 레이스가 다시 부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것의 쇠퇴는 단지 주최 관계자나 업계의 부진으로 인함이 아니라 이것에 열광하는 새로운 세대의 부재로 인한 것임을 알기에 더욱 씁쓸해지곤 한다.
김솔의 수상 경력
2011 제 1회 KMRC 내구레이스 우승(미니 통합)
2013 제 3회 KMRC 내구레이스 우승(ST250)
2015 RC 390 Korea CUP 시리즈 챔피언
KSRC 5시간 내구레이스 우승
2016 SUPER ROOKIE CHALLENGE 시리즈 준우승
2017 KSEF 6시간 내구레이스 우승
2018 대한민국 쿼터 클래스 그랜드 슬램
2019 KSEF 123 내구레이스(1,000cc) 우승
前 KTM 코리아 인스트럭터
現 DUCATI 코리아 인스트럭터
글/김솔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나는레이서다
한국이륜차신문 370호 / 2021.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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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 레이스는 출전 클래스 특성상 머신의 출력이 약하고, 타이어조차 순정품을 사용하는 원메이크 레이스로, 유지 및 운용비가 매우 적어… 넘어져도 파손이 덜하거나 부품 금액이 저렴하고 라이더가 다치는 일도 드물어
2006년 KSRC, 첫 시작
나는 언제나 클래식 바이크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내가 20살에 구입한 첫 125cc 모터사이클 또한 레이서 레플리카 스타일이 아닌 아메리칸 크루저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 빠른 속도에 대한 열망도 늘 존재했으므로, 레이서 레플리카를 타고 슈트를 차려입은 동호회 그룹을 볼 때면 선망과 박탈감이 동시에 치솟곤 했다.
지금은 없어진 문막 카트 경기장
이미 카레이스 입문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시절,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에 위치한 레이싱 카트 시설을 찾아 2박 3일 캠프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도저히 평범한 가정의 경제 규모로는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더 이상 이어가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스무 살 무렵, 주위에 함께 타는 라이더 한 명 없이 혼자서 크루저 스타일 125cc 모터사이클을 탈 때에, 우연히 월간지에서 본 대림자동차 스쿠터 레이스(KSRC)에 마음이 끌렸다. 이것이라면 비록 고배기량 레이서 레플리카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오히려 더욱 ‘진짜’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비용도 나름대로 현실적일 것 같았다.
그러던 차에 굉장한 우연으로, 어느 날 평소 다니지 않은 길을 가다가 우연히 월간지에서 본 KSRC 스쿠터 머신들이 줄줄이 늘어선 한 바이크 숍을 지나친 것이다. 후일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지난번에 봤던 바이크 숍을 찾느라고 한참을 해맨 끝에 드디어 그 숍을 찾았고,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가 ‘제자로 받아주시라’며 사사를 부탁했다.
스무 살의 호기란 그런 것이었고, 2005년의 경기도 소도시는 가끔 그럴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당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곧바로 시작하지 못했고, 1년 후인 2006년부터 KSRC에 참가하며 비로소 모터사이클 레이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KSRC 경기 모습
슬라롬을 통해 선회 기초를 배우다
대회 준비를 위해 지역의 공설 운동장 주차장을 활용해 밤 11에서 새벽 1시까지 매일 연습했다.
당시 우리 팀(Kixx PAO-FOR RACE/단장 조영식)은 KSRC 모든 클래스에서 입상을 노리는 주력 팀 중 하나였기 때문에 팀원 모두들 그렇게 했다. 이론 교육의 언어나 커리큘럼이 세련되지는 않았으나, 빠른 라이더의 말 속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진리가 있었다.
주로 ‘8자 돌기’라고 하는 슬라럼을 반복 연습했고, 그것을 통해 ‘진입-선회-재 가속’ 개념을 자연스레 익혔다. 특히 내가 참가하는 클래스는 50cc 스쿠터 클래스로 일상적인 커뮤터로 설계된 50cc 스쿠터를 타고서 스포츠 라이딩을 위한 라이딩 폼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쉽지 않았다는 것은 지금에 와서 하는 회상이며, 애초에 스포츠 바이크 혹은 스포츠 라이딩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원래 그런 것인지 알고 그저 열심히 따라 했다. 도무지 정상적인 범주에 속하지 않은 불안정한 머신으로 기초를 닦은 노력은 그 이후 오랫동안 내 장점으로 남게 되었다. 차체의 홀딩 능력, 재 가속 타이밍 선정, 선회 속도 유지의 중요성, 추월 포인트 설계 등 많은 것을 이 때에 배웠다.
출전 클래스 특성상 머신의 출력이 약하고 타이어조차 순정품을 사용하는 원메이크 레이스였기 때문에 유지 및 운용비가 매우 적었다. 넘어져도 파손이 덜하거나 부품 금액이 저렴하고 라이더가 다치는 일도 드물었다.
첫 대회의 결승 레이스에서 아마도 8번을 넘어진 후 꼴찌에서 2등 정도를 기록한 것으로 기억한다. 팀의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시상대에서 샴페인을 터뜨렸고, 나는 ‘언젠가 내 샴페인을 마시고 말겠다’라며 분을 삭였다.
이후, 말 그대로 코피를 쏟으며 매일 오전에는 아르바이트를, 낮에는 학업을, 저녁에는 스쿠터 연습을 했다. 열심히 한 만큼 성적이 금방 올라서 연말에는 5위권 안쪽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라떼는? 2006년, 우리들의 스쿠터 레이스 KSRC
최근의 레저용 모터사이클은 90% 이상 해외 유명 제조사 기종에 편중되어 있으나, 당시만 해도 국산 모터사이클이 한 축을 담당했다. 물론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은 한정적이었지만, 적어도 50cc ~ 250cc까지의 소형, 준중형 배기량까지는 그랬다. ‘코멧 라이더’, ‘트로이 세상’, ‘타켄'과 같은 기종 별 동호회 모임 또한 활발했다.
제조사로서는 효성기계공업이 250cc, 650cc 등 대배기량 매뉴얼 모터사이클 개발 및 해외 수출에 집중했고, 반대로 대림자동차는 125cc 미만 기반을 단단히 굳히며 KSRC와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곤 했다.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이어온 대림 스쿠터레이스의 흥행은 이 때도 상당했고, 서울 도심의 트랙에서 열리는 까닭에 주말 한강을 산책하는 일반 관람객의 호응도 많았다.(물론 소음 민원도 많이 발생했다) 이 시기에 KSRC를 통해 레이스를 시작한 인구가 작지 않다. 이 때 레이스를 시작해 현재 수퍼바이크 레이서, 카 레이서로 활동 중인 선수들도 있다.
요즘의 기준에서 보면 전문성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지만, 대단히 작은 비용으로 레이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장점은 명확했다. 가끔 KSRC와 같은 엔트리 레이스가 다시 부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것의 쇠퇴는 단지 주최 관계자나 업계의 부진으로 인함이 아니라 이것에 열광하는 새로운 세대의 부재로 인한 것임을 알기에 더욱 씁쓸해지곤 한다.
김솔의 수상 경력
2011 제 1회 KMRC 내구레이스 우승(미니 통합)
2013 제 3회 KMRC 내구레이스 우승(ST250)
2015 RC 390 Korea CUP 시리즈 챔피언
KSRC 5시간 내구레이스 우승
2016 SUPER ROOKIE CHALLENGE 시리즈 준우승
2017 KSEF 6시간 내구레이스 우승
2018 대한민국 쿼터 클래스 그랜드 슬램
2019 KSEF 123 내구레이스(1,000cc) 우승
前 KTM 코리아 인스트럭터
現 DUCATI 코리아 인스트럭터
글/김솔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나는레이서다
한국이륜차신문 370호 / 2021.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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