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솔, 나는 레이서다_‘레이스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트랙을 경험해 본 후에

2021-09-23

트랙 입문, 실제로 해보자


지금까지 연재를 통해서 저배기량부터 1,000cc 클래스까지, 스프린트 레이스와 내구 레이스까지 다양한 모터사이클 레이스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 해왔다. 이번에는 만약 누군가 레이스를 실제로 시작하기를 원한다면, 과연 무엇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분위기는 어떠한지, 유의할 점은 무엇인지 안내해 보고자 한다.


마침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참가 가능한 이벤트도 많고 모든 레이싱 팀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소규모 시장이지만 나름대로 상업화 단계에 있고 라이딩 스쿨 등, 관련 항목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이 존재하여 진입 과정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그런 것 보다 오히려 모터사이클을 제대로 다루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초기 경험을 통해 레이스에 뛰어들 것인지, 취미 개념의 트랙데이 라이더로서 즐길 것인지 선택하면 되니, 일단은 가 보자, 트랙에.


사전 준비는 철저히


모터사이클 라이딩이 가능한 트랙은 전라남도 영암에 위치한 국제자동차경주장(Korea International Circuit)의 영암 F1 상설 트랙, 그리고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인제 스피디움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영암 F1 상설 트랙은 주로 KMG 프로모터가, 인제 스피디움은 주로 모토쿼드 프로모터가 사전에 트랙데이를 기획해 공지 및 홍보한다. 자동차의 경우처럼 어느 때나 상시 방문해 스포츠 주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모터사이클 전문 프로모터가 주최하는 트랙데이에만 주행할 수 있다. 그래도 3월부터 12월 초까지 각각 연간 15일 이상 운영하므로 한 달에 2 ~ 3일 이상은 기회가 있는 셈이다.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서 일정 확인 및 접수해 참가할 수 있으며, 비용은 보통 25만 원 선이다.


트랙을 최초로 방문해 주행하는 라이더라면 해당 트랙을 주행할 수 있는 면허, 즉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프로모터와 무관하게 트랙 자체에서 발급하며 이론 교육 및 실기 주행 시험을 모두 통과하면 1년간 인정되는 라이선스가 발급된다. 최초 취득 및 이후 갱신 비용은 10만 원 선이다.


라이딩 기어는 레이스 규정대로 D링 체결 타입 풀 페이스 헬멧, 헬멧 리무버, 레이싱 글러브, 레이싱 부츠, 원 피스 가죽 슈트, 척추 보호대, 가슴 보호대를 마련해야한다. 물론 일반 트랙데이는 투 피스 가죽 슈트를 허용하는 등 보다 완화된 규정으로 운영하지만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는 스스로 최대한 엄격하게 노력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


바이크와 관련해서는 준비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라이딩 기어는 오직 나의 안전에 대한 부분이지만 바이크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 문제는 나의 안전과 남의 안전을 동시에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평소보다 가혹한 환경으로 바이크를 몰아붙여야 하므로 소모품과 일반 컨디션을 완벽히 해두자. 엔진오일, 브레이크 액, 브레이크 패드, 타이어 상태, 체인 유격과 윤활 상태를 신차에 준하게 해두는 것이 기본이다. 엔진오일 필터 및 드레인 볼트의 풀림을 방지하기 위해 와이어락 하는 것도 좋다. 


트랙에서는 주행에 불필요한 사이드 미러, 사이드 스탠드, 등화 류 및 번호판의 탈거가 기본이지만, 각각의 프로모터, 트랙데이마다 허용되는 범위의 차이가 있다. 그래도 최소한 시트 밑의 순정 공구는 미리 제거하고, 등화 류가 깨져 흩어짐을 방지하기 위한 테이핑 처리, 사이드 미러 탈거 정도는 해두어야 한다.


혼자 시작하는 것은 비합리적


막상 트랙데이에 참가하면 하루 스케줄이 정신없이 흘러간다. 최소한의 준비물이 무엇인지, 조금 더 유용한 아이템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어깨 너머로 배우려면 모터사이클 숍이나 레이싱 팀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고 함께 참가하는 것이 좋다.


혼자 힘으로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은 시간과 비용 면에서 합리적이지 않다. 만약 슬립이나 사고를 겪는다면 더욱 곤란한 일이다. 물론 트랙 라이딩은 공공도로에 비할 수 없이 안전하지만, 어쨌든 스포츠 모터사이클을 전속력으로 달려보겠다는 행위이니만큼 정형외과 내원 정도는 마음 한 켠에 준비해두는 것이 마땅하다. 사고를 겪었을 때 병원에 동행할 보호자도 필요하고 바이크를 수습할 일행이 있어야 한다.


전국에 트랙데이 및 레이스에 참가하는 숍 기반의 팀이 많이 있으니 미리 검색하고 접촉해보자. 또한 완성차 브랜드에서 자사 고객 대상으로 트랙데이 행사를 주최하곤 하는데, 매우 좋은 기회이니 놓치지 말고 참가하는 것이 좋다. 금액이 저렴하거나 강사를 배정해 교육을 제공하는 등 혜택이 많으며, 고객을 살뜰히 챙기며 진행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편리하다.


몇 번 트랙데이에 참가하고 레이스를 참관하다보면 내 마음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가슴이 웅장하게 뛰는지, 혹은 평범한 소시민 정도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레이스에 입문하고 시즌을 보내겠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비용과 노력이 드는 만큼 소속 팀과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마음가짐에 대해


트랙을 달릴 때에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지 온도를 가늠하지 못 하는 라이더들이 있다. 무리하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달리면 되는지, 혹은 반대로 앞 차를 추월하며 마음껏 달려도 되는 것인지, 말하자면 어느 정도로 진지하게 달릴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레이싱 트랙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안전벨트와 에어백 없이 가죽 슈트와 헬멧에 의지해 250 km/h 이상으로 달리는 공간이다. 너무 풀어진 마음가짐으로 임하기보다는 집중해 스스로를 책임지고 돌보아야 한다.


온도가 덜 오른 아침 첫 세션은 꼭 슬립 사고가 일어나니 특히 주의하자. 또한 레이싱 트랙은 전속력으로 달릴 것을 기본적인 전제로 하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 나름대로의 전력을 다해 달리지 않는 행위 모두는 위험한 돌발 행동이 된다. 


코너 탈출 시에 스로틀을 열지 않고 되돌려서 감속한다던가, 레코드 라인대로 주행하지 않고 이유 없이 진로를 변경하는 행위로 인해 추돌 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나 뿐 아니라 남을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머신 트러블 등의 문제가 아닌 이상 천천히 달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추월이나 양보도 그렇다. 서로 다른 두 차량 사이에 속도 차이(스킬 차이)가 있을 때에, 기본적으로 상급자는 초급자를 원활히 추월해갈 수 있다. 따라서 초급자 입장에서 뒤에서 접근하는 상급자를 확인하고 의도적으로 라인을 변경해 비켜주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 반대로 나보다 느린 차량이나 교육 중인 팀을 마주해 추월할 때에도 가급적 직선 주로를 활용하여 배려하는 것이 아름답다.


일반적으로 600cc 이상의 바이크를 기준으로 트랙데이 하루에 참가비, 소모품 비용 등 10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 참가자 모두가 어렵게 시간을 내고 열정과 비용을 들여 달리는 특별한 하루인 것이다. 또한 마주치는 라이더 모두는 대한민국에서 수백 명이 채 되지 않는, 나와 가장 닮은 이들이다. 서로 아끼고 배려해서 나쁠 이유가 없으니 안일하게 하지 말고 집중해서 즐기는 것이 좋다.

 

KMG : 031-796-8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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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쿼드 : 02-790-1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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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KIC F-1 서킷 : 061-288-4207

https://www.koreacircuit.kr:442/web

인제 스피디움 : 1644-3366

https://www.speedium.co.kr


글/김솔(SOL42 레이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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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381호 / 2021.6.16~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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