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과 자존감 모두 갖췄다
집안 환경 좋고 공부도 잘하지만, 특출나게 행동하지 않는 그냥 범생이처럼 ‘넌 그냥 잘해야 한다’라는 인식이 혼다를 바라보는 라이더들의 시각이다. 그런 이유로 혼다는 종종 무시당하곤 한다.
‘너무 무난하다’라든지 ‘눈에 띄게 특출 나지 않다’라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CBR500R도 그런 대접을 받았을 수 있다. 하지만 틀렸다. CBR500R은 그냥 무난한 모터사이클이 아니다.
CBR500R 가치
CBR500R은 혼다가 지난 2012년 뉴 펀더멘탈 콘셉트란 이름으로 선보인 시리즈의 한 갈래로 등장했다.
시리즈 모델인 CB500X, CB500F, CBR500R로 3개 모델이 하나의 플랫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경쟁 모델들을 압도하는 수준의 성능을 가진 모델로 보이지는 않았다.
깜짝 놀랄만한 출력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았고, 모델별 전용 설계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10년이 넘게 지난 현시점에서 새롭게 출시된 CBR500R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단순한 동력 성능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완성도와 신뢰성, 그리고 가격 측면의 부분까지 모든 가치를 종합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지만 CBR500R의 가치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완전히 객관적인 수치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모든 가치의 총합의 결과인 국내 출시 가격은 918만 원인데, 동급 경쟁 모델들을 모두 비교하더라도 압도적으로 경쟁력이 높다. 이미 배기량이 500cc급에 가까우니 쿼터급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유럽 기준으로 A2 라이선스로 탈 수 있는 모델(최고 출력 35kW 이하)들이 경쟁 모델에 포함하면, 일단 배기량이 가장 크다. CBR500R의 배기량은 471cc, 엔진은 병렬 2기통으로 최고 50마력을 넘긴다.
사실 유럽의 A2 라이선스 기준은 최고 마력이 약 47마력이기에 유럽 버전들은 출력을 기준에 맞게 낮춰놓았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온전히 최고 마력을 즐길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가장 비슷한 배기량과 출력을 가진 모델은 가와사키의 닌자 500이지만, 이쪽은 배기량이 451cc이고 최고출력은 45마력에 머문다. 심지어 최대토크도 CBR500R이 앞선다.
그것뿐일까, 다양한 구성 요소들을 하나하나 살펴봐도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차이는 벌어진다.
CBR500R의 프런트 포크는 쇼와의 지름 41mm 도립식 SFF-BP를 채택한다. SFF-BP(세퍼레이티드 프런트 포크-빅 피스톤)는 포크 내부의 실린더에 적용된 피스톤이 대형화된 된 것과 포크 좌·우측이 서로 기능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프런트 브레이크 디스크의 지름은 296mm로 보다 대형화된 디스크를 채용하고 있는 모델들보다는 작지만, CBR500R은 싱글이 아닌 더블 디스크다. 동급에서는 유일한 더블 디스크 브레이크이며, 브레이크 캘리퍼는 레디알 타입이다.
일상에서도 레이싱 스타일로
윙렛은 단지 디자인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이래로 CBR500R이 외형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던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수 차례의 변화 중에서도 이번 신형 모델의 전반적인 스타일링이 가장 마음에 든다.
혼다는 차체 디자인을 스타일리시하게 만드는 것뿐 아니라 실질적인 공기 역학적 구조를 적용해 디자인했다. 역대 CBR500R 중에서 가장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다.
역시 보기에 좋으니 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특히 과거의 CBR500R 시리즈가 헤드라이트와 프런트 카울이 미드 카울과 하나로 연결되어 앞부분에서 봤을 때, 마치 얼굴이 너무 큰 사람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었는데, 현재는 헤드라이트가 배치된 전면의 얼굴이 도드라지고 그 주변의 미드 카울이 마치 떡 벌어진 어깨처럼 보이게 된 점이 무척 만족스럽다. 말 그대로 더 잘생긴 느낌이다.
이전보다도 훨씬 본격적으로 보이는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는 라이딩 포지션이 제공된다. 시트고는 785mm로 키가 173cm인 라이더도 아주 안정적으로 양발이 노면에 잘 닿는다. 190kg의 차체 무게가 동급 대비 다소 무겁다고는 할 수 있지만 애초에 차체의 크기가 그다지 크지 않고 시트고도 부담이 없어서 차체를 움직이는데 부담이 되는 일은 없었다.
이만하면 도심 속에서도 얼마든지 편안하게 타고 다닐 수 있을 법하다. 전혀 부담스러움은 없다. 핸들 바는 세퍼레이티드 타입으로 약간 높이를 높여놓았다. 이 역시 시내 주행 등의 장면에서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런데도 레이시한 스타일을 완전히 구기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이 덕분에 완전히 상체를 숙여 슈퍼스포츠처럼 즐길 때도 어색함이 없으면서도 일상적인 출퇴근 및 가벼운 주행에서도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다.
경쟁이 두렵지 않은 차체
엔진의 출력은 확실히 여유가 있다고 느껴진다. 여유 있는 엔진의 출력은 단지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를 의미하는 것뿐 아니라, 만약 혼다가 조금 더 출력을 높이겠다고 마음을 먹었더라도 충분히 가능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CBR500R의 2기통 엔진은 DOHC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SOHC에 비해 고회전에서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한 엔진이지만 엔진의 회전 한계는 조금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제한된다. 50마력의 최고출력이 발휘되는 회전수가 8,500rpm인데 실제 회전 한계는 9,000rpm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배기량 399cc로 최고 46마력을 내는 일본 판매 버전인 CBR400R의 경우에 회전수 9,000rpm에서 최고마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을 보면, 혼다는 이 엔진을 조금 더 고회전으로 돌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연히 흡배기 등의 튜닝을 거친다면 최고 마력과 토크 또한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상대적으로 저회전 영역에서의 토크 감은 아주 파괴력이 있거나 라이더가 긴장하게 만드는 수준은 아니다. 여기서 상대적이란 말은 훨씬 배기량이 높은 호넷 수준의 것과 비교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툭툭 튀어 나갈 것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빠르고 잽싸게 가속하는 맛은 확실하다. 회전수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속하는 특성을 생각하면 역시 조금 더 회전수 한계치가 높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회전 한계에 도달하는 시간이 짧기에 기어 변경이 너무 빈번하고 바쁘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라이더가 모드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실제로 좀 더 여유 있는 회전수에서 기어를 일찍 올려 가면서 느긋하게 즐겨도 아무런 불만이 없다. 침착하면서도 여유 있게 라이딩을 즐기겠다고 한다면 라이더가 스스로 기어를 변경할 회전수를 조금 낮게 잡으면 그만이다.
시승 촬영을 위해서 같은 코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도 딱 그랬다. 같은 코너를 돌아나가면서 2단 기어를 넣고 들어가거나 3단 기어로 더 여유 있게 들어가거나 어느 쪽이든 다 좋다. 물론 아주 예리하고 날카로운 본격적인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의 느낌보다는 포용력이 있는 부드러운 움직임이다.
도립식 SFF-BP 포크에 레디알 마운트 캘리퍼 그리고 더블 디스크
다이아몬드 타입의 프레임 구조는 1세대 때부터 이어져 온 것인데, 가볍고 경쾌한 핸들링을 제공하면서도 그 움직임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뿐더러 그 변화가 급격하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들었다. 포용력이 있는 차체 덕분에 어지간히 급격한 가속과 감속,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고속 구간에서도 딱히 버겁거나 불안하지 않다. 자신감 있게 달릴 수 있다는 느낌. 이것은 아무래도 차체가 그것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가 차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새롭지 않은 것처럼, 레디알 마운트된 브레이크의 니신(Nissin) 레디알 브레이크 캘리퍼는 담담하게 그 역할을 해낸다. 꾸준하고 안정적이다. 아주 세밀한 조작을 시도해보지도 않았지만 기본 사양으로 적용된 것 치고는 브레이크 시스템 전반의 조작감이나 정밀함은 딱히 흠잡기 어렵다. 또한 브레이크 디스크가 더블로, 상대적으로 무겁다고 할 수 있는 무게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것 같다.
CBR500R보다 조금 더 가벼운 차체를 가진 동급 모델이 가진 액시얼 브레이크 캘리퍼와 싱글 디스크 조합과 상대적으로 더 무겁지만 레디알 브레이크 캘리퍼와 더블 디스크 조합의 CBR500R이 브레이크 성능 대결해 본다면 어떨까. 실제 제동에 걸리는 거리를 비교하는 것도 의미가 있긴 하겠지만, 그보다는 제동 시의 안정성과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도구로써의 조작감에서 어느 쪽이 더 여유가 있을지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엔진 배기량에 여유가 있는 쪽이 더 높은 출력을 내는데 유리한 당연한 이치처럼, 더블 디스크의 브레이크는 브레이크 디스크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분산할 수 있으니 장시간 또는 적극적인 스포츠 라이딩 장면에서도 분명한 차이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CBR500R을 타면 탈수록 실제 동급의 경쟁 모델과 1대1의 대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졌다. 어지간해서는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상상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만하다.
HONDA CBR500R 주요 제원
엔진 형식 - 수랭 DOHC직렬 2기통
배기량 - 471cc
최고출력 - 50ps/8,500rpm
최대토크 - 4.6kgf.m/6,500rpm
전장×전폭×전고 - 2,080mm x 730mm x 1,145mm
시트고 - 785mm
연료탱크 - 17.1ℓ
타이어 - (F) 120/70-17 (R) 160/60-17
브레이크 - (F) Ø296mm 더블 디스크 (R) Ø240mm싱글 디스크
건조중량 - 190kg
판매 가격 - 918만 원
나경남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김성원 Vehicle Photography, 조건희(모토이슈)
취재 협조/혼다코리아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혼다 #CBR500R
한국이륜차신문 459호 / 2024.9.16~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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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과 자존감 모두 갖췄다
집안 환경 좋고 공부도 잘하지만, 특출나게 행동하지 않는 그냥 범생이처럼 ‘넌 그냥 잘해야 한다’라는 인식이 혼다를 바라보는 라이더들의 시각이다. 그런 이유로 혼다는 종종 무시당하곤 한다.
‘너무 무난하다’라든지 ‘눈에 띄게 특출 나지 않다’라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CBR500R도 그런 대접을 받았을 수 있다. 하지만 틀렸다. CBR500R은 그냥 무난한 모터사이클이 아니다.
CBR500R 가치
CBR500R은 혼다가 지난 2012년 뉴 펀더멘탈 콘셉트란 이름으로 선보인 시리즈의 한 갈래로 등장했다.
시리즈 모델인 CB500X, CB500F, CBR500R로 3개 모델이 하나의 플랫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경쟁 모델들을 압도하는 수준의 성능을 가진 모델로 보이지는 않았다.
깜짝 놀랄만한 출력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았고, 모델별 전용 설계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10년이 넘게 지난 현시점에서 새롭게 출시된 CBR500R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단순한 동력 성능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완성도와 신뢰성, 그리고 가격 측면의 부분까지 모든 가치를 종합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지만 CBR500R의 가치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완전히 객관적인 수치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모든 가치의 총합의 결과인 국내 출시 가격은 918만 원인데, 동급 경쟁 모델들을 모두 비교하더라도 압도적으로 경쟁력이 높다. 이미 배기량이 500cc급에 가까우니 쿼터급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유럽 기준으로 A2 라이선스로 탈 수 있는 모델(최고 출력 35kW 이하)들이 경쟁 모델에 포함하면, 일단 배기량이 가장 크다. CBR500R의 배기량은 471cc, 엔진은 병렬 2기통으로 최고 50마력을 넘긴다.
사실 유럽의 A2 라이선스 기준은 최고 마력이 약 47마력이기에 유럽 버전들은 출력을 기준에 맞게 낮춰놓았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온전히 최고 마력을 즐길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가장 비슷한 배기량과 출력을 가진 모델은 가와사키의 닌자 500이지만, 이쪽은 배기량이 451cc이고 최고출력은 45마력에 머문다. 심지어 최대토크도 CBR500R이 앞선다.
그것뿐일까, 다양한 구성 요소들을 하나하나 살펴봐도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차이는 벌어진다.
CBR500R의 프런트 포크는 쇼와의 지름 41mm 도립식 SFF-BP를 채택한다. SFF-BP(세퍼레이티드 프런트 포크-빅 피스톤)는 포크 내부의 실린더에 적용된 피스톤이 대형화된 된 것과 포크 좌·우측이 서로 기능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프런트 브레이크 디스크의 지름은 296mm로 보다 대형화된 디스크를 채용하고 있는 모델들보다는 작지만, CBR500R은 싱글이 아닌 더블 디스크다. 동급에서는 유일한 더블 디스크 브레이크이며, 브레이크 캘리퍼는 레디알 타입이다.
일상에서도 레이싱 스타일로
윙렛은 단지 디자인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이래로 CBR500R이 외형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던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수 차례의 변화 중에서도 이번 신형 모델의 전반적인 스타일링이 가장 마음에 든다.혼다는 차체 디자인을 스타일리시하게 만드는 것뿐 아니라 실질적인 공기 역학적 구조를 적용해 디자인했다. 역대 CBR500R 중에서 가장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다.
역시 보기에 좋으니 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특히 과거의 CBR500R 시리즈가 헤드라이트와 프런트 카울이 미드 카울과 하나로 연결되어 앞부분에서 봤을 때, 마치 얼굴이 너무 큰 사람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었는데, 현재는 헤드라이트가 배치된 전면의 얼굴이 도드라지고 그 주변의 미드 카울이 마치 떡 벌어진 어깨처럼 보이게 된 점이 무척 만족스럽다. 말 그대로 더 잘생긴 느낌이다.
이전보다도 훨씬 본격적으로 보이는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는 라이딩 포지션이 제공된다. 시트고는 785mm로 키가 173cm인 라이더도 아주 안정적으로 양발이 노면에 잘 닿는다. 190kg의 차체 무게가 동급 대비 다소 무겁다고는 할 수 있지만 애초에 차체의 크기가 그다지 크지 않고 시트고도 부담이 없어서 차체를 움직이는데 부담이 되는 일은 없었다.
이만하면 도심 속에서도 얼마든지 편안하게 타고 다닐 수 있을 법하다. 전혀 부담스러움은 없다. 핸들 바는 세퍼레이티드 타입으로 약간 높이를 높여놓았다. 이 역시 시내 주행 등의 장면에서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런데도 레이시한 스타일을 완전히 구기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이 덕분에 완전히 상체를 숙여 슈퍼스포츠처럼 즐길 때도 어색함이 없으면서도 일상적인 출퇴근 및 가벼운 주행에서도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다.
경쟁이 두렵지 않은 차체
엔진의 출력은 확실히 여유가 있다고 느껴진다. 여유 있는 엔진의 출력은 단지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를 의미하는 것뿐 아니라, 만약 혼다가 조금 더 출력을 높이겠다고 마음을 먹었더라도 충분히 가능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CBR500R의 2기통 엔진은 DOHC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SOHC에 비해 고회전에서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한 엔진이지만 엔진의 회전 한계는 조금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제한된다. 50마력의 최고출력이 발휘되는 회전수가 8,500rpm인데 실제 회전 한계는 9,000rpm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배기량 399cc로 최고 46마력을 내는 일본 판매 버전인 CBR400R의 경우에 회전수 9,000rpm에서 최고마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을 보면, 혼다는 이 엔진을 조금 더 고회전으로 돌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연히 흡배기 등의 튜닝을 거친다면 최고 마력과 토크 또한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상대적으로 저회전 영역에서의 토크 감은 아주 파괴력이 있거나 라이더가 긴장하게 만드는 수준은 아니다. 여기서 상대적이란 말은 훨씬 배기량이 높은 호넷 수준의 것과 비교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툭툭 튀어 나갈 것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빠르고 잽싸게 가속하는 맛은 확실하다. 회전수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속하는 특성을 생각하면 역시 조금 더 회전수 한계치가 높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회전 한계에 도달하는 시간이 짧기에 기어 변경이 너무 빈번하고 바쁘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라이더가 모드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실제로 좀 더 여유 있는 회전수에서 기어를 일찍 올려 가면서 느긋하게 즐겨도 아무런 불만이 없다. 침착하면서도 여유 있게 라이딩을 즐기겠다고 한다면 라이더가 스스로 기어를 변경할 회전수를 조금 낮게 잡으면 그만이다.
시승 촬영을 위해서 같은 코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도 딱 그랬다. 같은 코너를 돌아나가면서 2단 기어를 넣고 들어가거나 3단 기어로 더 여유 있게 들어가거나 어느 쪽이든 다 좋다. 물론 아주 예리하고 날카로운 본격적인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의 느낌보다는 포용력이 있는 부드러운 움직임이다.
도립식 SFF-BP 포크에 레디알 마운트 캘리퍼 그리고 더블 디스크
다이아몬드 타입의 프레임 구조는 1세대 때부터 이어져 온 것인데, 가볍고 경쾌한 핸들링을 제공하면서도 그 움직임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뿐더러 그 변화가 급격하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들었다. 포용력이 있는 차체 덕분에 어지간히 급격한 가속과 감속,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고속 구간에서도 딱히 버겁거나 불안하지 않다. 자신감 있게 달릴 수 있다는 느낌. 이것은 아무래도 차체가 그것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가 차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새롭지 않은 것처럼, 레디알 마운트된 브레이크의 니신(Nissin) 레디알 브레이크 캘리퍼는 담담하게 그 역할을 해낸다. 꾸준하고 안정적이다. 아주 세밀한 조작을 시도해보지도 않았지만 기본 사양으로 적용된 것 치고는 브레이크 시스템 전반의 조작감이나 정밀함은 딱히 흠잡기 어렵다. 또한 브레이크 디스크가 더블로, 상대적으로 무겁다고 할 수 있는 무게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것 같다.
CBR500R보다 조금 더 가벼운 차체를 가진 동급 모델이 가진 액시얼 브레이크 캘리퍼와 싱글 디스크 조합과 상대적으로 더 무겁지만 레디알 브레이크 캘리퍼와 더블 디스크 조합의 CBR500R이 브레이크 성능 대결해 본다면 어떨까. 실제 제동에 걸리는 거리를 비교하는 것도 의미가 있긴 하겠지만, 그보다는 제동 시의 안정성과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도구로써의 조작감에서 어느 쪽이 더 여유가 있을지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엔진 배기량에 여유가 있는 쪽이 더 높은 출력을 내는데 유리한 당연한 이치처럼, 더블 디스크의 브레이크는 브레이크 디스크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분산할 수 있으니 장시간 또는 적극적인 스포츠 라이딩 장면에서도 분명한 차이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CBR500R을 타면 탈수록 실제 동급의 경쟁 모델과 1대1의 대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졌다. 어지간해서는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상상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만하다.
HONDA CBR500R 주요 제원
엔진 형식 - 수랭 DOHC직렬 2기통
배기량 - 471cc
최고출력 - 50ps/8,500rpm
최대토크 - 4.6kgf.m/6,500rpm
전장×전폭×전고 - 2,080mm x 730mm x 1,145mm
시트고 - 785mm
연료탱크 - 17.1ℓ
타이어 - (F) 120/70-17 (R) 160/60-17
브레이크 - (F) Ø296mm 더블 디스크 (R) Ø240mm싱글 디스크
건조중량 - 190kg
판매 가격 - 918만 원
나경남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김성원 Vehicle Photography, 조건희(모토이슈)
취재 협조/혼다코리아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혼다 #CBR500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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