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_KAWASAKI Z900RS SE

2022-07-28

정통 네이키드 스타일과 현대적 터치

 

Z900RS SE는 레트로한 스타일로 스포츠를 즐기기에 충분한 강점이 있어… 배기량 948cc의 직렬 4기통 엔진은 저회전 영역부터 토크가 점진적으로 발휘… 유려한 곡선으로 만들어 낸 리어 디자인은 스쳐 지나간 Z900RS SE의 멋을 은은하게 남겨

가와사키 Z900RS는 가와사키를 대표하는 이름이자 본격적인 일본 브랜드의 대배기량 모터사이클 시대를 연 네이키드 모터사이클 Z1의 계보를 잇는다.


새롭게 출시된 Z900RS SE는 기존 Z900 시리즈를 계승 발전시키면서 보다 레트로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또 하나의 별도 차종으로 만들어낸 Z900RS로부터 출발한다.


그 중에서도 이번 2022년식에 등장한 Z900RS SE는 좀 더 특별하다.


1972년에 출시된 초대 Z1의 옐로 볼 컬러를 계승한 컬러 조합과 올린즈 리어 쇽 업소버, 브렘보의 브레이크 캘리퍼 등을 갖춰 스페셜 에디션의 이름이 아깝지 않은 구성을 갖게 됐다.


Z900RS SE 이외에도 가와사키는 Z시리즈의 50주년을 기념하는 버전을 만들어냈지만, 그 중에서도 SE는 가장 특별한 모델로 꼽힌다. 일단 컬러 뿐 아니라 세부 섀시의 사양부터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그 덕분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Z900RS 시리즈 중 가장 높은 가격표를 달고 있다. 만듦새도 꽤나 훌륭한 편. 마감도 좋고 구성도 자사의 명문 시리즈를 대표한다는 의미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유려한 곡선으로 만들어 낸 리어 디자인 / 고전적인 스타일의 계기반 구성


가와사키의 Z1으로부터 계승된 디자인적 가치는 당대의 표준형을 만든 것과도 다름없었다. 물론 직렬 4기통 엔진을 사용한 경우가 특히 그렇지만 말이다. 네 개의 실린더와 각 실린더에서 출발해 차체 하부를 감싸듯 휘감는 배기 매니폴더도 여전히 그대로다. 2개의 연속된 포탄형 계기반 또한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요소다.


하지만 전통적인 네이키드 스타일을 계승하고 있음에도 현대적인 디자인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 또한 매력적이다. 와이어 스포크 분위기를 내는 옐로 컬러의 휠이나, 전자제어 시스템 등도 그렇다. 무엇보다도 타기 쉽고 편안하면서 멋스럽다는 점이 어필할 것으로 보였다.


스포츠 성능? 그건 결국 차체의 세팅에서 나오는 법이다. Z900RS SE는 레트로한 스타일로 스포츠를 즐기기에 충분한 강점을 갖고 있다.


부드럽고 유연하다


Z900RS SE는 기본적으로 수랭식 직렬 4기통 엔진을 사용한 Z900을 토대로 개발됐지만 단순히 형제 모델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일반 Z900은 현대의 가와사키가 유지해 온 특유의 디자인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Z900RS SE는 단순히 Z의 명성에 기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심하게 과거의 향수를 되살리는 한편, 현대적인 모터사이클의 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공랭식 엔진이 아닌 수랭식 엔진이지만 외형적으로도 공랭식 직렬 4기통 엔진의 멋을 드러낸다. 초대 Z 시리즈부터 최근까지의 Z900RS에서도 이어져 온 풍만하게 부푼 연료 탱크도 Z900RS SE의 특징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라이딩 포지션을 취했을 때 가장 먼저 느꼈던 특징 또한 이 연료 탱크 때문이다. 얼핏 지나치게 부풀어진 것처럼 보였던 연료 탱크는 의외로 실제 라이딩 포지션에서 아주 편안했다. 니그립과 홀딩이 무척 자연스럽다. 레트로 스타일을 따르고 그 전통과 문법을 따르지만 과거의 모터사이클의 복각판이 아니라 현대적 모델이라는 점이 실감났다.


엔진 성능 자체는 사실 딱히 큰 장점으로 내세우긴 어렵다. 어디까지나 단순한 수치 그 자체로써 말하는 것이지만, 최고 111마력은 현대적인 리터급 4기통 모델에게 기대하는 수준으로는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래서 아쉬웠는가하면 전혀 그렇진 않다. 


특히나 남성적 이미지가 강한 가와사키의 브랜드 이미지와는 달리 엔진은 나긋나긋하다고 생각될만큼 부드럽게 회전하면서 넉넉하게 토크를 쏟아냈다. 배기량 948cc의 직렬 4기통 엔진은 저회전 영역부터 토크가 점진적으로 발휘되며, 최고 출력을 발휘하는 지점도 상대적으로는 저회전 영역이라 할 수 있는 8,500rpm 정도였다. 매끈하고 유연한 엔진의 특성 덕분에 실제로 스포츠 라이딩을 목적으로 탈 때에도 부담 없고 즐거울 수 있었다.


스포츠 라이딩의 측면에서 좀 더 강력한 출력이 필요할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기록 단축과 경쟁의 의미가 아니라 라이더가 쉽고 부담 없이 차체를 다루면서 즐기는 측면에서라면 이미 충분하기 때문. 오히려 엔진의 출력에 집착한다면 상당히 우수한 차체 전반의 밸런스와 섀시 특성을 즐기기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가와사키는 이번 Z900RS SE에 있어서 올린즈의 쇽 업소버를 적용한 것 뿐 아니라, 프런트 포크의 경우도 애초에 세팅값을 달리 설정했다고 밝혔다. 운행 가능한 상태에서의 215kg이란 무게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순 없겠지만, 탄탄하지만 유연하게 받아낼 수 있는 서스펜션의 존재는 Z 900RS SE의 가장 주요한 강점이다. 아마도 단지 리어에 적용된 올린즈 쇽 업소버만으로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차체 전반의 세팅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었다.


가와사키만의 매력


가와사키는 소란스럽지 않다. Z900 RS SE 역시 마찬가지. 슈퍼바이크의 심장이나 섀시를 가져왔다거나 퍼포먼스를 강조하지도 않는다. 그들이, 그리고 가와사키의 팬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나이는 묵묵히 Z를 탄다’라는 표현이 아주 적절하게 어울린다.


정통성에서 Z900RS SE는 이제는 단종된 혼다의 공랭 CB1100 EX 또는 RS와 비교할 수 없다. Z900 시리즈의 수랭식 직렬 4기통 엔진의 기본기는 충분하다지만, 수랭식 엔진으로 더 높은 성능을 내는 다른 경쟁 모델들과 비교하면 뒤쳐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랭식이 아니면서도 공랭식 엔진의 멋과 맛을 갖추고 있으며 의외로 편안하게 그러면서도 또한 정통파다운 진솔하고 솔직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전자제어나 라이더 보조 시스템도 딱히 이렇다 할 정도로 내세울 부분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퀵시프터 정도는 추가해주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말이다. 트렐리스 구조의 파이프로 구성된 Z900RS의 프레임은 유연하고 가벼운 핸들링을 제공한다. 적극적인 스포츠 라이딩에 최적화된 것은 아니지만 뒤를 받쳐주는 올린즈의 리어 쿠션이 한 몫을 거든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서스펜션의 질감 또한 강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최고의 강점은 가와사키의 매력 포인트 그 자체다.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와 Z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다는 상징성, 그리고 누구나 다룰 수 있는 편안함과 그 와중에서도 놓치지 않는 스포츠성 등이다.


물론 디자인적 요소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특히 리어 디자인은 중요하다. 전체적인 인상이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유려한 곡선으로 만들어 낸 리어 디자인은 스쳐 지나간 Z900RS SE의 멋을 은은하게 남기고 간다.


역사와 정통성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것을 유별나거나 소란스럽게 떠벌리지 않으며 자신의 길을 가는 베테랑 라이더에게 Z900RS SE만한 파트너도 없지 않을 것이다.



가와사키 Z900RS SE 주요제원

 

엔진 형식 - 수랭 4 사이클 DOHC 직렬 4기통

배기량 - 948cc

최고출력 - 111ps/8,500rpm

최대토크 - 10.0kgf.m/6,500rpm

전장×전폭×전고 - 2,100×865×1,150(mm)

시트고 - 845mm

연료탱크 - 17ℓ

타이어 - (F) 120/70ZR17M/C (58W) (R) 180/55ZR17M/C (73W)

브레이크 - (F) 유압식 듀얼 디스크 (R) 유압식 싱글 디스크

차량중량 - 215kg

판매가격 - 2,145만 원(개별소비세 인하)


글/나경남(모터사이클 칼럼리스트)

사진/방기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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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07호 / 2022.7.16~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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