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의 가능성, 직렬 4기통의 매력
가와사키의 스포츠 모터사이클 라인업을 대표하는 ZX 시리즈에서도 6R의 복귀는 특별하다. 경쟁 상대가 경쟁 상대라고 억지 부리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하다는 사실에 위축될 수밖에 없지만, Ninja ZX-6R 또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것은 틀림없다.
Ninja ZX-6R 닌자 40주년 기념 버전
가와사키의 돌아온 Ninja ZX-6R을 맞이하는 기분은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헤어진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결국 추억에 의한 보정 효과도 크다. 실제보다 더 좋게 느껴질 수 있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직렬 4기통 엔진의 고주파 배기음과 볼륨은 예전만큼 날카롭지 않고 출력 특성도 약간은 무뎌졌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과거의 사양과 거의 같으면서 훨씬 더 강화된 배기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켰다는 것은 단지 배기 머플러만으로 해결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가와사키는 리프트 양이 작고 짧은 밸브 구동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새로운 캠샤프트를 적용했고, 인젝터가 트윈에서 싱글로 변경된 효과로 고회전 영역으로 접어들었을 때의 후반부 토크와 뻗어나가는 힘이 다소 약해진 듯한 인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건 정말 말로 설명할 때 그렇다.
왜냐하면 실제로 출력 특성이 변했고 예전만큼 날카롭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예리하고 생생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충분했다고 말하긴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반도로와 서킷 주행 환경 양쪽에서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니 그 경험을 조금 더 자세히 풀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37cc의 여유
첫인상부터 일반도로를 위한 시판용 차량이지만 곧바로 서킷을 달려도 될 것 같은, 말하자면 딱 그것만을 위해 만들어진 듯한 모터사이클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일반도로 위에서 이 정도로 편안하고 포용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됐다.
시트에 올라가 앉으면 연료 탱크 위에 라이더의 턱과 헬멧이 들어갈 움푹 패인 공간이 정겨우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최근의 병렬 2기통 엔진 스포츠 모터사이클들의 감각과는 다른 두께감이 있지만 의외로 또 콤팩트하게 느껴지는 것도 흥미롭다. 아마도 이건 최근까지의 직렬 4기통 엔진은 대부분 1리터, 1,000cc급의 대형 모델들밖에 없었던 것이 이유가 될 것 같다.
가와사키는 Ninja ZX-6R을 2024년식으로 부활시키면서 완전히 새롭게 개발한 것이 아닌, 과거의 것을 답습하는 기본 설계로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 놀라운 수준의 경량화가 이뤄지거나 새로운 시스템은 없다. 차체 무게는 약 198kg 최신 리터급 슈퍼바이크의 무게와 사실은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저회전 영역부터 토크감이 전혀 나쁘지 않기 때문에 가뿐하게 움직이고, 기어비도 짧게 비교적 짧게 세팅된 듯하다. 특히 엔진의 저회전 영역에서의 토크는 가와사키가 동급 슈퍼스포츠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자신있어하는 부분 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비교 대상이 거의 남지 않았기에 특장점이 되긴 어렵다.
그래도 Ninja ZX-6R의 엔진은 다른 경쟁 모델이 모두 WSBK의 레이스 규정상 기준이 됐던 배기량 600cc 미만의 직렬 4기통 기준을 따르는 것과 달리 37cc의 여유를 더 제공했다. 이 37cc의 여유 배기량은 사실 치열하게 경쟁하던 슈퍼스포츠 모델의 전성기 시절에는 약간의 치트키와 같은 것이었다. 제한된 배기량 안에서 고회전부터 저회전 영역 사이를 아우를 수 있으면서도 최고 출력을 희생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부분을 가와사키는 조금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직접 레이스에 나서기 위해서, 다시 말해 ‘레이스 머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이런 규정은 사실 전혀 의미가 없다. 결국 가와사키는 세계적인 슈퍼스포츠 시장이 위축되고 그로 인해 경쟁 모델들 간의 경쟁보다 개별적 모델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그들의 생각이 어떤 것이었던 간에 2024년의 현시점에서 가와사키의 선택은 꽤 적절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만약 Ninja ZX-6R이 599cc 배기량의 한계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부활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배기량에서 약간의 여유를 둔 덕분에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면서도 희생되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 때문이다.
가와사키의 가장 매력적인 대안
혼다 CBR600RR을 제외한다면 시장에서 비교 경쟁 모델이 거의 없기에 Ninja ZX-6R의 비교군은 가와사키 내에서 더 먼저 이뤄진다.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미 꽤나 높은 판매고를 이뤄냈다고 하는 직렬 4기통 399cc의 Ninja ZX-4RR, 그리고 리터급 모델인 Ninja ZX-10R 사이에서 Ninja ZX-6R은 정말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
Ninja ZX-10R의 경우 최고 203마력에 3,091만 원의 가격표를 갖고 있고 Ninja ZX-4RR은 최고 77.5마력에 1,650만 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그 중간에 위치한 Ninja ZX-6R은 최고 124마력을 내면서 2,090(현재 1,980만 원으로 가격할인 프로모션 진행 중)만 원의 가격표를 갖는다. 이렇게 보면 가와사키의 슈퍼스포츠 라인업의 가운데서 균형을 잘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리터급 슈퍼바이크를 생각하고 있던 이들에게도 꽤 좋은 선택지를 제공한다.
물론 리터급 슈퍼바이크를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하는 라이더들도 있을 것이겠지만, 처음부터 리터급 슈퍼바이크를 선택했을 때 갖게 될 부담스러움을 덜어주는 역할도 Ninja ZX-6R이 해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더 가능하리라고 생각된 것은 일반도로에서의 주행성이 아주 좋다는 것이었다.
앞서 밝힌 것처럼 37cc의 여유를 갖고 있으니 저회전 영역에서 다루기 쉽고,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면서 다소 무뎌질 수밖에 없었던 회전 한계 부근의 감각을 채워주듯 중고속 영역이 강조됐으니 그렇다.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지는 시트고도 의외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였다. 키 173cm의 라이더가 앉았을 때, 양발이 완전히 바닥에 닿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높이고 싶은 설정이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라이딩과 스포츠 주행 및 투어링까지도 염두에 둔다면 낮은 문턱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도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특히 과거의 미들급 4기통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들은 그야말로 가장 예리한 칼처럼 여겨지면서 오히려 리터급보다 제대로 다루기가 쉽지 않다고 평가되기도 했던 것을 생각하면, 훨씬 성격이 부드러워졌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절대적인 무게 이상으로 부피감은 작기에 움직임은 경쾌하다. 특히 좌우로 크게 무게 중심을 넘겨 가며 달렸을 때의 감각이 아주 좋다.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또는 ‘가볍다’라고만 말할 수는 없지만, 좌우로 빠르고 크게 기울이는 과정 중에서의 그것을 수정하고 더 밀어붙이는 가능성이 좀 더 제공된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이를테면 코너의 진입 과정에서 약간 부족했다고 느껴지면 더 깊은 각도로 밀어붙이거나, 지나치게 과도했을 때 그것을 다시 수정해서 달리는 과정이 부담스럽지 않고 즐거웠다. 특히 이런 과정에 대한 심화 학습은 서킷에서 이뤄졌다. 물론 Ninja ZX-6R의 한계점을 탐구한다는 식의 과장된 말은 전혀 아니지만, 스스로가 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스포츠 주행을 계속해서 개선해나가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웠다.
라이더의 노력 여부에 따라서 더 나은, 그래서 더 빨라지는 것이 충분히 허용되고 그 가능성을 계속해서 열어주고 있기에 더 그렇다. 물론 Ninja ZX- 4RR도, Ninja ZX-10R로도 이것은 똑같이 가능할 것이지만 Ninja ZX-6R은 균형적인 측면에서 가장 완벽한 대안처럼 느껴졌다.
의외의 경쟁력과 시대의 흐름
ZX-6R KRT 라임 그린 버전
Ninja ZX-6R은 2024년식의 최신 모델로 소개되지만 기본 시스템은 과거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최신 모델에 적용되고 있는 적극적인 수준의 전자제어 시스템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풀 컬러 4.3인치 계기반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돼 여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되면서 마치 Ninja ZX-10R의 IMU 기반의 전자제어 시스템이 Ninja ZX-6R에도 제공되는 것이 아닐까 기대하게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진 않다.
가와사키는 여전히 물리적 와이어 스로틀을 사용하고, 3단계로 조정 가능한 가와사키 트랙션 컨트롤과 스포츠, 로드, 레인 등으로 나눠진 통합 라이딩 모드만이 제공된다. 사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더 적극적이고 고도화된 기술을 갖춘 전자제어 시스템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지만, 보다 생생하게 라이더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점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오히려 Ninja ZX-6R의 편을 들 수도 있으니 그렇다.
최근의 라이더들이 많이 찾는다는 퀵 시프터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약간 아쉽다. Ninja ZX-4RR의 경우엔 퀵 시프터가 업다운 양방향 모두를 지원하고 있지만, Ninja ZX-6R은 기어를 올릴 때만 퀵 시프터가 작동하는 타입이다.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들은 이 밖에도 계속 존재한다.
원래 이 클래스가 그랬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기본기가 좋고 라이더가 스스로의 주행에서 더 큰 만족을 찾기 시작하면 더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전후 서스펜션은 모두 쇼와의 것을 사용하는데 여기서도 조금 더 좋은 사양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들이 그렇다. 프런트 포크는 쇼와의 풀 어저스터블 타입 SFF-BP. 즉, 좌우 기능 분할형 빅 피스톤 포크를 사용한다.
최근 들어 서킷에서 스포츠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인구가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많이 늘어났고, 늘어나는 추세가 반대로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아니, 어쩌면 장기적으로는 일반도로에서의 스포츠 모터사이클 라이딩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 상대적으로 스포츠 라이딩을 즐기기 위해서 서킷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확대될 것이므로 그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판매했던 야마하의 YZF-R6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일이나, 단종 이후에 찾는 이들이 늘어났던 것이 예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유럽 시장 등에서도 슈퍼스포츠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는 해도, 스포츠 라이딩을 추구하는 라이더들의 기대와 환호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가와사키의 Ninja ZX-6R은 기대했던 것 이상의 가능성을 품고 있고 동시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 물론 Ninja ZX-6R과 같은 미들급 슈퍼스포츠의 시대가 얼마나 길게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현재의 모델이 갖는 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던 시간이 다시 지금 눈앞에 있다.
과거의 직렬 4기통 스포츠 모터사이클의 기억을 갖고 있던 이들이라면 이 말의 의미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Ninja ZX-6R의 닌자 40주년 기념 버전의 색상은 한정 수량이고 기본 색상보다 가격이 조금 더 높은 2,145만 원에 판매되고 일반 KRT 라임 그린과 블랙 버전은 1,980만 원에 판매된다.
KAWASAKI Ninja ZX-6R 주요 제원
엔진 형식 - 수랭 직렬 4기통
배기량 - 636cc
최고출력 - 124ps/13,000rpm,
램에어 작동시 - 129ps/13,000rpm
최대토크 - 69Nm/10,800rpm
시트고 - 830mm
연료탱크 - 17ℓ
타이어 - (F) 120/70ZR17M/C (58W) (R) 180/55ZR17M/C (73W)
브레이크 - (F) Ø310mm 듀얼 세미 플로팅 디스크/듀얼 레디알 마운트 모노블럭 (R) Ø220mm 싱글 디스크/싱글 피스톤
차량중량 - 198kg
판매가격 - 1,980만 원~2,145만 원
나경남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_Vehicle Photography 김성원
시승협조_대전기계공업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가와사키 #ZX-6R #KAWASAKI #나경남
한국이륜차신문 463호 / 2024.11.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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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의 가능성, 직렬 4기통의 매력
가와사키의 스포츠 모터사이클 라인업을 대표하는 ZX 시리즈에서도 6R의 복귀는 특별하다. 경쟁 상대가 경쟁 상대라고 억지 부리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하다는 사실에 위축될 수밖에 없지만, Ninja ZX-6R 또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것은 틀림없다.
Ninja ZX-6R 닌자 40주년 기념 버전
가와사키의 돌아온 Ninja ZX-6R을 맞이하는 기분은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헤어진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결국 추억에 의한 보정 효과도 크다. 실제보다 더 좋게 느껴질 수 있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직렬 4기통 엔진의 고주파 배기음과 볼륨은 예전만큼 날카롭지 않고 출력 특성도 약간은 무뎌졌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과거의 사양과 거의 같으면서 훨씬 더 강화된 배기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켰다는 것은 단지 배기 머플러만으로 해결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가와사키는 리프트 양이 작고 짧은 밸브 구동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새로운 캠샤프트를 적용했고, 인젝터가 트윈에서 싱글로 변경된 효과로 고회전 영역으로 접어들었을 때의 후반부 토크와 뻗어나가는 힘이 다소 약해진 듯한 인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건 정말 말로 설명할 때 그렇다.
왜냐하면 실제로 출력 특성이 변했고 예전만큼 날카롭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예리하고 생생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충분했다고 말하긴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반도로와 서킷 주행 환경 양쪽에서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니 그 경험을 조금 더 자세히 풀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37cc의 여유
첫인상부터 일반도로를 위한 시판용 차량이지만 곧바로 서킷을 달려도 될 것 같은, 말하자면 딱 그것만을 위해 만들어진 듯한 모터사이클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일반도로 위에서 이 정도로 편안하고 포용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됐다.
시트에 올라가 앉으면 연료 탱크 위에 라이더의 턱과 헬멧이 들어갈 움푹 패인 공간이 정겨우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최근의 병렬 2기통 엔진 스포츠 모터사이클들의 감각과는 다른 두께감이 있지만 의외로 또 콤팩트하게 느껴지는 것도 흥미롭다. 아마도 이건 최근까지의 직렬 4기통 엔진은 대부분 1리터, 1,000cc급의 대형 모델들밖에 없었던 것이 이유가 될 것 같다.
가와사키는 Ninja ZX-6R을 2024년식으로 부활시키면서 완전히 새롭게 개발한 것이 아닌, 과거의 것을 답습하는 기본 설계로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 놀라운 수준의 경량화가 이뤄지거나 새로운 시스템은 없다. 차체 무게는 약 198kg 최신 리터급 슈퍼바이크의 무게와 사실은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저회전 영역부터 토크감이 전혀 나쁘지 않기 때문에 가뿐하게 움직이고, 기어비도 짧게 비교적 짧게 세팅된 듯하다. 특히 엔진의 저회전 영역에서의 토크는 가와사키가 동급 슈퍼스포츠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자신있어하는 부분 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비교 대상이 거의 남지 않았기에 특장점이 되긴 어렵다.
그래도 Ninja ZX-6R의 엔진은 다른 경쟁 모델이 모두 WSBK의 레이스 규정상 기준이 됐던 배기량 600cc 미만의 직렬 4기통 기준을 따르는 것과 달리 37cc의 여유를 더 제공했다. 이 37cc의 여유 배기량은 사실 치열하게 경쟁하던 슈퍼스포츠 모델의 전성기 시절에는 약간의 치트키와 같은 것이었다. 제한된 배기량 안에서 고회전부터 저회전 영역 사이를 아우를 수 있으면서도 최고 출력을 희생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부분을 가와사키는 조금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직접 레이스에 나서기 위해서, 다시 말해 ‘레이스 머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이런 규정은 사실 전혀 의미가 없다. 결국 가와사키는 세계적인 슈퍼스포츠 시장이 위축되고 그로 인해 경쟁 모델들 간의 경쟁보다 개별적 모델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그들의 생각이 어떤 것이었던 간에 2024년의 현시점에서 가와사키의 선택은 꽤 적절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만약 Ninja ZX-6R이 599cc 배기량의 한계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부활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배기량에서 약간의 여유를 둔 덕분에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면서도 희생되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 때문이다.
가와사키의 가장 매력적인 대안
혼다 CBR600RR을 제외한다면 시장에서 비교 경쟁 모델이 거의 없기에 Ninja ZX-6R의 비교군은 가와사키 내에서 더 먼저 이뤄진다.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미 꽤나 높은 판매고를 이뤄냈다고 하는 직렬 4기통 399cc의 Ninja ZX-4RR, 그리고 리터급 모델인 Ninja ZX-10R 사이에서 Ninja ZX-6R은 정말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
Ninja ZX-10R의 경우 최고 203마력에 3,091만 원의 가격표를 갖고 있고 Ninja ZX-4RR은 최고 77.5마력에 1,650만 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그 중간에 위치한 Ninja ZX-6R은 최고 124마력을 내면서 2,090(현재 1,980만 원으로 가격할인 프로모션 진행 중)만 원의 가격표를 갖는다. 이렇게 보면 가와사키의 슈퍼스포츠 라인업의 가운데서 균형을 잘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리터급 슈퍼바이크를 생각하고 있던 이들에게도 꽤 좋은 선택지를 제공한다.
물론 리터급 슈퍼바이크를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하는 라이더들도 있을 것이겠지만, 처음부터 리터급 슈퍼바이크를 선택했을 때 갖게 될 부담스러움을 덜어주는 역할도 Ninja ZX-6R이 해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더 가능하리라고 생각된 것은 일반도로에서의 주행성이 아주 좋다는 것이었다.
앞서 밝힌 것처럼 37cc의 여유를 갖고 있으니 저회전 영역에서 다루기 쉽고,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면서 다소 무뎌질 수밖에 없었던 회전 한계 부근의 감각을 채워주듯 중고속 영역이 강조됐으니 그렇다.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지는 시트고도 의외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였다. 키 173cm의 라이더가 앉았을 때, 양발이 완전히 바닥에 닿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높이고 싶은 설정이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라이딩과 스포츠 주행 및 투어링까지도 염두에 둔다면 낮은 문턱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도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특히 과거의 미들급 4기통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들은 그야말로 가장 예리한 칼처럼 여겨지면서 오히려 리터급보다 제대로 다루기가 쉽지 않다고 평가되기도 했던 것을 생각하면, 훨씬 성격이 부드러워졌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절대적인 무게 이상으로 부피감은 작기에 움직임은 경쾌하다. 특히 좌우로 크게 무게 중심을 넘겨 가며 달렸을 때의 감각이 아주 좋다.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또는 ‘가볍다’라고만 말할 수는 없지만, 좌우로 빠르고 크게 기울이는 과정 중에서의 그것을 수정하고 더 밀어붙이는 가능성이 좀 더 제공된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이를테면 코너의 진입 과정에서 약간 부족했다고 느껴지면 더 깊은 각도로 밀어붙이거나, 지나치게 과도했을 때 그것을 다시 수정해서 달리는 과정이 부담스럽지 않고 즐거웠다. 특히 이런 과정에 대한 심화 학습은 서킷에서 이뤄졌다. 물론 Ninja ZX-6R의 한계점을 탐구한다는 식의 과장된 말은 전혀 아니지만, 스스로가 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스포츠 주행을 계속해서 개선해나가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웠다.
라이더의 노력 여부에 따라서 더 나은, 그래서 더 빨라지는 것이 충분히 허용되고 그 가능성을 계속해서 열어주고 있기에 더 그렇다. 물론 Ninja ZX- 4RR도, Ninja ZX-10R로도 이것은 똑같이 가능할 것이지만 Ninja ZX-6R은 균형적인 측면에서 가장 완벽한 대안처럼 느껴졌다.
의외의 경쟁력과 시대의 흐름
ZX-6R KRT 라임 그린 버전
Ninja ZX-6R은 2024년식의 최신 모델로 소개되지만 기본 시스템은 과거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최신 모델에 적용되고 있는 적극적인 수준의 전자제어 시스템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풀 컬러 4.3인치 계기반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돼 여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되면서 마치 Ninja ZX-10R의 IMU 기반의 전자제어 시스템이 Ninja ZX-6R에도 제공되는 것이 아닐까 기대하게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진 않다.
가와사키는 여전히 물리적 와이어 스로틀을 사용하고, 3단계로 조정 가능한 가와사키 트랙션 컨트롤과 스포츠, 로드, 레인 등으로 나눠진 통합 라이딩 모드만이 제공된다. 사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더 적극적이고 고도화된 기술을 갖춘 전자제어 시스템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지만, 보다 생생하게 라이더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점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오히려 Ninja ZX-6R의 편을 들 수도 있으니 그렇다.
최근의 라이더들이 많이 찾는다는 퀵 시프터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약간 아쉽다. Ninja ZX-4RR의 경우엔 퀵 시프터가 업다운 양방향 모두를 지원하고 있지만, Ninja ZX-6R은 기어를 올릴 때만 퀵 시프터가 작동하는 타입이다.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들은 이 밖에도 계속 존재한다.
원래 이 클래스가 그랬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기본기가 좋고 라이더가 스스로의 주행에서 더 큰 만족을 찾기 시작하면 더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전후 서스펜션은 모두 쇼와의 것을 사용하는데 여기서도 조금 더 좋은 사양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들이 그렇다. 프런트 포크는 쇼와의 풀 어저스터블 타입 SFF-BP. 즉, 좌우 기능 분할형 빅 피스톤 포크를 사용한다.
최근 들어 서킷에서 스포츠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인구가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많이 늘어났고, 늘어나는 추세가 반대로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아니, 어쩌면 장기적으로는 일반도로에서의 스포츠 모터사이클 라이딩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 상대적으로 스포츠 라이딩을 즐기기 위해서 서킷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확대될 것이므로 그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판매했던 야마하의 YZF-R6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일이나, 단종 이후에 찾는 이들이 늘어났던 것이 예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유럽 시장 등에서도 슈퍼스포츠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는 해도, 스포츠 라이딩을 추구하는 라이더들의 기대와 환호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가와사키의 Ninja ZX-6R은 기대했던 것 이상의 가능성을 품고 있고 동시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 물론 Ninja ZX-6R과 같은 미들급 슈퍼스포츠의 시대가 얼마나 길게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현재의 모델이 갖는 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던 시간이 다시 지금 눈앞에 있다.
과거의 직렬 4기통 스포츠 모터사이클의 기억을 갖고 있던 이들이라면 이 말의 의미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Ninja ZX-6R의 닌자 40주년 기념 버전의 색상은 한정 수량이고 기본 색상보다 가격이 조금 더 높은 2,145만 원에 판매되고 일반 KRT 라임 그린과 블랙 버전은 1,980만 원에 판매된다.
KAWASAKI Ninja ZX-6R 주요 제원
엔진 형식 - 수랭 직렬 4기통
배기량 - 636cc
최고출력 - 124ps/13,000rpm,
램에어 작동시 - 129ps/13,000rpm
최대토크 - 69Nm/10,800rpm
시트고 - 830mm
연료탱크 - 17ℓ
타이어 - (F) 120/70ZR17M/C (58W) (R) 180/55ZR17M/C (73W)
브레이크 - (F) Ø310mm 듀얼 세미 플로팅 디스크/듀얼 레디알 마운트 모노블럭 (R) Ø220mm 싱글 디스크/싱글 피스톤
차량중량 - 198kg
판매가격 - 1,980만 원~2,145만 원
나경남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_Vehicle Photography 김성원
시승협조_대전기계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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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63호 / 2024.11.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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