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급 슈퍼스포츠 클래스의 완벽한 부활

2023-02-22

가와사키, ZX-4R 시리즈


ZXR400 단종 이후 22년 만에 부활한 배기량 400cc 4기통의 진정한 슈퍼스포츠… 올해 3분기 유로5 인증 진행

모두가 ‘No’라고 말할 때, 혼자서 당당히 손들고 ‘Yes’를 외친 건 역시나 가와사키였다. 내연기관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지고, 전기로의 대체가 모빌리티 시장의 큰 흐름인 지금, 시대를 역행한 배기량 400cc의 4기통 엔진을 장착한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 ‘ZX-4R’의 등장은 당연히 큰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배기량 400cc, 4기통의 의미


‘거품경제’ 붕괴 직전, 경제의 호황기였던 1980~1990년대에 일본 대표 4사 브랜드에서 앞다투어 쏟아내며 흔하디 흔한 클래스였던 배기량 400 cc의 4기통 슈퍼스포츠 모델들이 현재, 엄격해진 배출가스와 소음규제 속에서 살아가는 2023년의 라이더들에게 이렇게나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그 당시에는 예상이나 했을까?


물론 배기량 400cc 스포츠 클래스는 아직도 존재한다. 2종 소형의 시작인 250cc와 미들급인 600cc 사이에서 초보 라이더는 물론 베테랑까지 수용하며 언제부턴가 편의성을 높이고자 포지션을 편안하게 하고, 단기통이나 병렬 2기통 엔진을 장착해 비교적 낮은 소비자가격으로 접근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다르지만 말이다.


그렇다. 근래 출시하는 쿼터급 스포츠 모델은 결코 슈퍼스포츠가 아니다. 예전의 유산들처럼 오로지 높은 성능과 짜릿한 스릴만을 추구하지 않으며, 달리 말하면 제조사에서 이 어정쩡한 클래스에 많은 연구비용과 높은 스펙을 투자하지 않는 것이 이제는 당연하게 됐다.


‘유로 인증’이라는 배출가스 규제가 시작되면서 3~4년 단위로 더욱 엄격해지는 각 스테이션에 대응하고도 기존의 출력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제조사가 택한 방법은 기존 엔진의 보어 업이다. 제조사가 클래스별로 오랫동안 쌓아온 엔진구조의 비결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생산단가를 유지할 수 있는 이 방법은 가장 안전하고도 손쉬운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배기량 300cc나 500cc, 900cc의 모델들이 현재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배기량이 늘어난다는 건 당연하게 물리적으로도 부피가 커지는 것을 수반한다. 물론 현대의 기술력으로 충분히 실린더와 실린더 사이를 좁게 하거나, 채워지는 오일과 냉각수량을 줄여 엔진의 부피를 줄이는 것이 어렵지 않았겠으나 이는 높은 생산단가와 엔진의 낮은 내구성이라는 단점을 모두 떠안는 선택지이기에 세계적 경제불황인 이 시대에 온갖 용도를 소화해야 할 쿼터급 스포츠 모델을 수많은 경쟁자가 즐비한 시장에 적정선의 가격으로 내놓지 못한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제조사에서 무조건 피하고 싶은 ‘고위험’이다.


이런 상황에 배기량 400cc 인라인 4기통에 최고출력을 80마력 가까이 발휘하는 엔진을 장착한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이 등장한 건 정말 큰 의미가 있다. 예전 ‘영광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오마주이자 그때 그 시절 낭만을 되새기게끔 하는 탈것. 그리고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내연기관의 마지막을 불태우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질 정도다.


진짜 쿼터급 ‘레플리카’


2020년에 가와사키는 완전히 신 설계된 배기량 250cc의 인라인 4기통 엔진을 장착한 ZX-25R를 출시했다. 15,500rpm에서 최고출력 51마력(인도네시아 사양 기준)을 발휘하며 당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이 모델은 아쉽게도 국내에서 시행 중인 환경기준 유로5를 충족하지 못하며 그림의 떡이 되었다. 유로4 모델로 판매할 수 있는 나라가 한정적이고, 높은 소비자가격이 책정된 ZX-25R이었지만, 일본 내 동일 클래스 판매량 순위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했다.


2023년, ZX-25R의 성공으로 소비자의 새로운 요구를 확인한 가와사키는 드디어 모두가 염원하고 있던 ZX-4R을 공개했다. 14,500rpm에서 최고출력 77마력(인도네시아 사양 기준)을 발휘하고, 최신예 바이크인 만큼 각종 전자장치로 무장했으며, ZX-25R과 비교해 배기량은 2배이지만 부피는 동일한 새로운 엔진을 장착해 차량 중량을 188kg로 억제했다.


가볍고 컴팩트한 차대와 특유의 고회전 엔진, 그리고 귓가를 울리는 4기통의 짜릿한 배기음까지. 다시는 등장하지 않을 것 같았던 진짜 쿼터급 ‘레플리카’가 돌아왔다.


ZX 패밀리 룩 & 최신예 전자장비


외관 디자인은 이미 알고 있는 NIN JA400이나 NINJA650, ZX-6R과 그 궤를 같이하는 패밀리 룩이다. 특히 ZX-25R과 비교하면 프레임이나 엔진 형상을 공유하기에 머플러와 사이드 페어링에 적혀있는 숫자를 상세히 확인하지 않는다면 구분이 어렵게 느껴질 정도다.


블루투스로 스마트기기와 연결을 할 수 있는 4.3인치 풀 컬러 디지털 계기반과 도난 방지를 위한 이모빌라이저, 3단계로 설정이 가능한 트랙션 컨트롤(KTRC), 그리고 통합 라이딩 모드(Sport, Road, Rain, Rider)등 상급 모델에 투입되는 전자장비 대부분을 적용했다. 


특히 노멀모델(ZX -4R)을 제외한 ZX-4R SE와 ZX- 4RR에는 업·다운이 모두 지원되는 퀵 시프터를 기본 적용했으며, 가장 상위모델 ZX-4RR에는 대표 모델인 ZX-10R에 장착되는 수평 백링크 리어 쇽 업소버(BFRC)를 장착해 더욱 향상된 승차감과 스로틀 조작에 따른 일관된 트랙션을 확보했다.


가와사키 본사에서 계획한 대로 올해 상반기에 유로 인증이 진행될 경우, 국내에는 이르면 가장 상위모델인 ZX -4RR이 내년 상반기에 출시 예정이다. 소비자가격은 미정이다.


자료제공/대전기계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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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21호 / 2023.2.16~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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