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파이터’의 교과서, DUCATI ‘New Streetfighter V4 S’

2025-05-12

신형 스트리트파이터 V4는 파니갈레에 더 가까워지고, 더 강력해졌다. 하지만 다루기 더 쉬워졌다. 비결은 무엇일까?

유럽에서 유일하게 사막이 있는 곳. 뜨거운 태양이 아스팔트를 달구는 스페인 남부 알메리아에서 지난 3월 말 두카티 뉴 스트리트파이터 V4 S와 V2 S를 시승했다.


일정을 마친 뒤, 두카티가 두 모델의 시승회를 한 번에 진행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스트리트파이터’라는 이름이 지닌 진면목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스트리트파이터와 두카티


우선 ‘스트리트파이터’가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자. 스트리트파이터는 모터사이클 장르 중 하나다. 북미 지역에서 카울이 파손된 스포츠 바이크에 파이프 핸들 바를 달고 윌리, 잭나이프, 드리프트, 번 아웃 등 모타드나 쇼바이크처럼 가지고 노는 것이 그것이다.


프레임이 드러나고 헤드라이트가 없는 투박하면서도 강렬한 외형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라이더 뿐 아니라 브랜드들도 매력을 느끼기 충분했고, 90년대 중반 제조사에서 직접 만든 ‘팩토리 스트리트파이터’가 출시된다.


두카티 스트리트파이터의 첫 등장은 2009년이었다. 당시 두카티의 슈퍼바이크였던 1098의 엔진을 사용한 모델이었다. 2011년에는 미들급 스포츠 바이크 848의 엔진을 채택한 스트리트파이터 848을 선보였으며, 2015년을 끝으로 단종됐다. 두카티 스트리트파이터가 다시 등장한 것은 2019년 EICMA(에이크마) 현장이었다. 바로 스트리트파이터 V4가 공개된 것이다.


당시 가장 강력한 슈퍼바이크로 시장을 장악했던 파니갈레 V4를 기반으로 했다는 것과 조커에서 영감을 받은 날카로운 헤드라이트 디자인, 바이플레인 윙렛은 이목을 끌었다.


최고출력은 무려 208마력. 최근에는 200마력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는 네이키드 모델들이 있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네이키드가 200마력을 넘는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2024년 EICMA를 앞두고 신형 스트리트파이터 V4가 공개됐다. 앞서 공개된 신형 파니갈레 V4처럼 섀시를 변경했으며, 엔진 출력은 6마력 높아진 214마력을 자랑했다. 이는 1세대 파니갈레 V4의 최고출력과 동일하며, 최신 파니갈레 V4와는 단 2마력 차이다. 놀라운 출력이지만 이전 세대가 공개됐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성능이 올라간 만큼 일반 라이더와는 더 멀어진 듯한 인상을 줬고, 수많은 전자장비의 업데이트 내용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뉴 스트리트파이터 V4는 강력해짐과 동시에 라이더에게 더 친절해졌다는 것을 직접 타보며 느낄 수 있었다.


파니갈레에 더 가깝게


파니갈레와 스트리트파이터의 섀시 비교

두카티는 신형 스트리트파이터 V4를 파니갈레에 더 가깝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다시 말하면 ‘스트리트파이터’라는 장르의 본질에 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엔진 설정만 살펴봐도 그렇다. 최고마력이 2마력 차이가 나지만, 스트리트파이터 V4와 파니갈레 V4의 출력 설정이 동일하다. 차이는 공기 흡입 효율에서 발생한다. 파니갈레는 풀 페어링 구조로 태생적으로 공기 유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섀시 역시 파니갈레와 거의 완전히 동일하다. 스윙 암의 길이도 같다. 일반적으로 네이키드 바이크는 상체가 선 자세로 라이딩하게 돼 공기저항이 많고, 앞바퀴에 하중을 싣기 어려워 고속에서 직진 안정성이 떨어지기 쉽다. 그래서 스윙 암의 길이를 늘리거나 포크의 각도를 변경해 휠베이스를 늘려 직진 안정성을 확보한다. 하지만 휠베이스가 길어지면 코너링 민첩성이 떨어진다.


두카티는 같은 길이의 스윙 암을 채택하는 대신, 더 강력한 성능의 윙렛을 장착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신형 스트리트파이터 V4의 바이플레인 윙렛은 270km/h에서 최대 45kg의 다운포스를 만들어 낸다. 이전 세대보다 17kg 증가한 수치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 성능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윙렛은 고속이 아니더라도 앞바퀴를 노면에 눌러주는 데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스트리트파이터만큼 강력한 가속력을 가진 바이크라면, 우리가 체감하지 못할 뿐 그 존재는 필수적이다.


자신감을 키워주는 완성도


시승을 진행한 안달루시아 서킷은 구릉 위에 지어졌다. 코너와 코너 사이마다 완만한 고저차가 있으며, 블라인드 구간도 있어서 서킷에 익숙하지 않으면 난도가 꽤 높다. 서킷 자체도 쉽지 않은데, 214마력의 바이크를 타려고 하니 2세션까지는 말 그대로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코스를 파악하고 3세션에 들어선 뒤 뉴 스트리트파이터 V4의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었다. ‘스트리트파이터 V4가 이렇게 쉽게 탈 수 있는 바이크였나?’싶었다.


세션을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생겼고 스로틀을 더 과감히 열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실수도 늘었지만, 그 실수를 바이크가 알아서 수습해줬다. 브레이킹이 늦어 선회를 늦게 시작했고, 당연히 라바콘으로 표시해둔 CP에 다다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새 바이크는 CP에 다다랐으며, 코너 탈출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다음 코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수하면 의기소침해지기 마련인데 도리어 안심이 됐다. ‘다음 실수도 받아줄 거야’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신뢰의 배경은 DVO(두카티 비히클 옵저버)와 새롭게 적용된 레이스 eCBS로 예상된다. DVO는 트랙션 컨트롤, 윌리 컨트롤, 코너링 ABS 같은 전자제어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며, 레이스 eCBS는 전자식 연동형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ABS 모듈을 조절해 앞뒤 브레이크를 전자적으로 연동한다.


서킷에서 웬만한 실력자가 아니면 리어 브레이크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레이스 eCBS는 그걸 알아서 해준다. 브레이킹 시 프런트에 너무 많은 하중이 가해지면 리어 브레이크를 슬쩍 잡아서 뒷바퀴가 뜨는 것을 막아준다.


그뿐만 아니라 라이딩 중 리어 브레이크 사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움직임이 있으면 알아서 리어 브레이크를 사용해 안정적인 트랙션을 확보해준다. 아마도 코너에 늦게 진입했어도 빠르게 선회해 코너를 탈출했던 상황이나 코너링 중간에 라인 수정이 원활하다고 느꼈던 움직임은 이 덕분이었을 것이다.


S 버전에는 올린즈의 전·후 풀 어저스터블 서스펜션과 전자제어 시스템인 스마트 EC 3.0이 탑재됐다. 새로운 서스펜션은 신형 스트리트파이터의 스포츠성을 더 강화하는 동시에 영역 범위를 넓혔다. 특히 스포츠 주행 중 댐핑 감각과 대응이 만족스러웠다.


안달루시아 서킷은 코너 사이마다 고저차도 있지만, 노면도 꽤 울퉁불퉁하다. 이런 환경에 맞게 대응하는 유연성을 갖추면서 스포츠 라이딩을 위한 탄탄함까지 확보하기 어렵다. 시승 중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주행하는 모습이 촬영된 영상을 보니 서스펜션이 그야말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라이딩 중에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영상을 보니 쉴새 없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중립 영역을 지키고 있었다.


이번에 테스트하지는 못했지만, 일상 주행(로드 모드)에서는 보다 부드러운 댐핑을 제공한다고 하니, 폭넓은 사용성도 기대해볼 수 있다.


즐길 수 있기에 더 의미있다


두카티 스트리트파이터 V4는 고성능 네이키드 바이크의 끝판왕이자 상징이다.


이번 신형 모델은 슈퍼바이크에 더 가까워졌고, 그만큼 스트리트파이터라는 장르의 본질에 더 충실해졌다. 높은 퍼포먼스와 복잡한 전자장비 때문에 ‘과연 누구나 탈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지만, 막상 타보면 그 우려는 사라진다.


더 어렵기보다는, 더 즐겁게 퍼포먼스를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바이크다. 그래서 신형 스트리트파이터 V4는 더욱 설득력 있고, 더욱 매력적이다.

 

두카티 스트리트파이터 V4 S 주요 제원

 

엔진 형식 - 수랭 데스모세디치 스트라달레 90도 V4

보어×스트로크 - Ø81ר53.5(mm)

배기량 - 1,103cc

최고출력 - 214ps/13,500rpm

최대토크 - 120Nm/11,200rpm

축간거리 - 1,496mm

시트고 - 845mm

연료탱크 - 16ℓ

타이어 - (F) 120/70-ZR17 (R) 200/60-ZR17

브레이크 - (F) Ø330mm 더블 디스크 (R) Ø245mm 싱글 디스크

차량중량 - 189kg

판매가격 - - 만 원

 

조건희(geonhee@motoissue.com)

시승 협조_두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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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74호 2025.5.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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