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_빠르다! 미들급 레이서 레플리카의 본질에 회귀, 2022 YAMAHA YZF-R7

2022-04-05

형제 모델인 ‘MT-07’과 엔진 및 프레임 등 내부적인 핵심 기술을 공유… 일반 라이더 또한 어렵지 않게 탈 수 있게끔 섀시 세팅 전반이 부드러워… 입문에서 중급까지 실력을 키워나가기에 절대 부족하기 않을 만큼의 퍼포먼스를 확보, 도심과 근교의 와인딩에서 가장 훌륭하다

레이서 레플리카 카테고리의 ‘YZF-R7’


모터사이클은 자고로 빨라야 한다


자동차의 수많은 카테고리 중에 가장 본질에 가까운 것은 세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단 이외의 카테고리에 추가적인 수식어가 붙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레저용 자동차(RV), 스포츠 드라이빙용 자동차(SPORT CAR)와 같이, 자동차는 자동차인데 특별한 용도가 추가된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어떠한 설명도 필요치 않은 자동차 그 자체인 세단은 ‘신기술로 만들어진 멋지고 안락한 이동 수단’이라는 목적 하나에 충실하게 완성된다. 그 옛날 마차를 대체하며 등장하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유지되는 핵심 개념이며,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소양이다.자동차라는 것은 그렇다. 


그렇다면 모터사이클이 지니는 핵심 개념과 필수 요소는 어떤 것일까? 장르마다 매우 다양한 매력이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모터사이클은 빨라야 한다. 다른 이동 수단보다 빨라야 하고, 타 브랜드의 모터사이클보다 빨라야 하고, 기존에 있던 구형 모델보다 빨라야 한다. 


아메리칸 크루저, 어드벤처 투어러, 클래식 네이키드나 스쿠터 장르는 언뜻 보기에 속도와는 다른 핵심요소를 가진 듯하지만, 그렇다고 심약한 엔진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의 질서에서 벗어나 나의 의지대로 나아가며 자유를 느끼기 위해서는, 결국 관성을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동력원(엔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YZF-R6를 대체하는 뉴 미드레인지


본격적인 주행을 위한 핸들포지션


현행 모터사이클 분류 중에서 가장 빠른 것은 레이서 레플리카 카테고리이며 야마하에서 새로 출시한 ‘YZF-R7’은 바로 여기에 속한다.


시트고는 높고 핸들은 낮고 공기역학을 고려해 풀 페어링을 둘렀다. 형제 모델인 ‘MT-07’과 엔진 및 프레임 등 내부적인 핵심 기술을 공유하지만, 겉모습이나 외부의 설정을 살펴볼수록 완전히 다른 모델이다. 디자인 큐와 밸런스는 당연히 ‘YZF-R1’, ‘YZF-R6’와 닮아 있다. 


데이라이트와 헤드라이트 유닛만은 ‘MT-07’과 동질감을 지니면서도 전면 부의 윈드 스크린 하단을 밋밋한 듯 날카롭게 펼쳐둔 것과 탠덤시트 및 테일라이트 주위의 후면 부 역시 2015년형 ‘YZF-R1’에서 등장한 스타일로 아주 익숙하다. 브랜드 내 타 모델의 디자인을 대거 채용한 것은 새로운 느낌은 없지만, 이 장르의 특성상 충분히 적절하다고 본다. 기존 라인업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모델이 어디에 속하는지 소비자에게 분명하게 안내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섀시 구성


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맥락과 차량의 실제 캐릭터도 상당히 맞아 떨어진다.


본격적인 스포츠 라이딩을 충분히 받아줄 만큼 지오메트리 구성이 과감하고, 섀시 퍼포먼스 역시 뛰어나다. 과거 황금기의 미드레인지 슈퍼스포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이를테면 페어링만 그럴 듯한 ‘F차량’은 절대 아니라는 말이다.


시트 높이는 835mm로 훌쩍 높고, 핸들은 ‘MT-07’ 대비 174mm 낮아진 동시에 152mm 앞으로 뻗었다. 전방 주시를 제대로 하자면 뒷목과 등 윗부분이 뻐근하다. 게다가 풋페그 위치는 60mm 높아져서 주행할 때 다리를 잔뜩 웅크린 형태가 된다. 제원만 보자면 무게중심이 높아진 경향이 있으며, 포지션에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라면 핸들을 잡은 손에 체중을 지나치게 싣게 되어 거동이 불안해질 만도 하다.


그러나 중상급자가 복근과 척추 기립근, 대퇴부 근육을 충분히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홀딩할 경우, 라이더의 무게는 엔진 가까이로 매우 집약되면서 놀라운 전체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중심을 가진 차량들의 특성이다.


다행인 점은 스킬이 무르익지 않은 일반 라이더 또한 어렵지 않게 탈 수 있게끔 섀시 세팅 전반이 부드럽다는 점이다. 기울기와 단차가 일정하지 않은 도심을 빠르게 달릴 때에도 앞, 뒤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충분하고 셋업의 성향이 부드러워 차체가 통통 튀는 동작 없이 안정적으로 노면을 홀딩한다.


도립식으로 바뀐 프런트 포크 수준이 부족하지 않고, 리어 쇽 업소버 역시 익숙하고 적당하다. 기울임 특성에 대해서는 차체가 직립한 상태의 정상 부근에서 미세한 불협화음이 있지만, 코너링 동작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확실한 입력을 통한 좌우의 거동은 전혀 이질감 없이 피드백이 완벽하다.


입문 - 중급자의 스포츠 라이딩에 최적


프레임은 비틀림 강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플라스틱 센터 커버를 알루미늄 재질로 변경했다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편이다.


강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돌려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부드러운 세팅이다. 최고 출력 73마력, 브리지스톤 S22 타이어, 공공도로 위주의 스포츠 라이딩, 주로 기대되는 속도 영역대 등을 볼 때에 꽤나 적절하다. 예를 들어 44번 국도를 동쪽 방향으로 타고 최고속도 근접한 채로 항속한다면 당연히 흔들림이 감지될 것이고, 주된 용도가 그쪽이라면 3기통 이상의 중량급 바이크를 찾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레이싱 트랙용으로 바이크를 셋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입문에서 중급까지 실력을 키워나가기에 절대 부족하기 않을 만큼의 퍼포먼스를 확보하고 있으며, 중저속 영역에서 민첩한 움직임을 보장해주는 반면, 상급자가 고속 위주로 설계된 트랙에서 고하중으로 세팅하고 타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YZF-R7’은 도심과 근교의 와인딩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말이다. 차량이 가볍고 펀치력이 좋아서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뀔 때마다 재빠르게 스타트하게 된다. 좌우 거동은 기민해진 반면, 전후 방향으로는 안정감이 몹시 높아진 덕분에 상대적으로 엔진의 출력이 만만하게 느껴진다.


‘MT-07’을 이런 속도로 몰았다면 불안한 차체 거동에서 기인하는 오버 토크의 스릴이 있었겠지만, ‘YZF-R7’에서는 어림도 없다. 물론 8,000 rpm 이하로 회전을 떨어뜨리지 않고 레브 리미트 근처에서 변속을 이어가면 상당히 빠르고 재미있기는 하지만, 역시나 고회전 영역에서의 출력 특성에 약간의 하이라이트를 설정했다면 더욱 즐거웠을 것 같다. 어시스트 & 슬리퍼 클러치를 채용하여 백토크가 감소했고, 클러치 조작감이 매우 가벼운 것도 장점이다.


본질과 순수성으로의 회귀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 영역과 스포츠 라이딩을 받아줄 만한 레이서 레플리카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 즐겁다.


과거의 레이서 레플리카는 다소 너무 진지한 느낌이었고, 다양성과 실용성이 강조되는 최근 한 동안은 장르 자체의 볼륨이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우리가 오랜만에 정통 헤비메탈을 들을 때에 잊고 있었던 짜릿함이 되살아오듯, 또한 트렌디하지는 않더라도 보컬 스킬의 레벨 자체가 매우 높은 가수의 노래를 들을 때에 간만에 속이 확 트이는 쾌감을 느끼듯, 레이서 레플리카라는 장르는 그 자체로 그러한 순수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장르의 매력을 비교적 손쉽게 어필할 수 있는 모델이기 때문에 ‘YZF-R7’의 흥행 가능성은 매우 높다. 단지 스타일과 가격표를 고려해서 도전하더라도 충분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고, 트랙데이를 통한 스포츠 라이딩에 입문하는 케이스라고 해도 마땅하다.


한 동안 들불처럼 번지던 쿼터급 시장의 파급력과 유행이 슬며시 한 단계 올라설 때도 됐다.

 

YAMAHA YZF-R7 주요제원

 

엔진형식 - 수랭식 4스트로크 2기통 DOHC 4밸브

보어×스트로크 - Ø80×68.6(mm)

배기량 - 689cc

압축비 - 11.5 : 1

최고출력 - 73.4PS/8,750rpm

최대토크 - 67Nm/6,500rpm

전장×전폭×전고 - 2,070×705×1,160(mm)

시트고 - 835mm

연료탱크 - 13ℓ

타이어 (F) 120/70 ZR17 M/C(58W), (R) 180/55 ZR 17M/C(73W)

브레이크 (F) Ø298mm 더블 디스크, (R) Ø245mm 싱글 디스크

웨트중량 - 188kg

판매가격 - 1,220만 원


차량협조/한국모터트레이딩

글/김솔(시승 전문 객원 기자) 사진/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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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00호 / 2022.4.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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