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4 날개를 단 디아벨, 최강의 심장으로 다시 태어나다
‘악마’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따온 ‘디아벨’은 강한 존재감을 자랑하지만, 새로운 디아벨 V4는 그 위상을 한 차원 이상 올려놓았다.
새롭게 등장한 디아벨 V4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모델이다.
슈퍼바이크 시장에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 파니갈레 V4의 등장 이후,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V형 4기통 엔진은 두카티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 엔진은 파니갈레에 이어 스트리트파이터, 멀티스트라다 등으로 이어졌고 그 마지막 수순으로 디아벨 V4가 등장했다.
강력한 엔진의 출력은 너무나 당연했고, 독특한 V4 그란투리스모 엔진의 회전 감각도 경쟁 상대가 없다. 시장 전체에서 존재감은 확실히 차지할만했다. 아니나 다를까, 디아벨 V4는 국내에서 출시하자마자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지난 EICMA 2022에서 처음 마주했던 순간의 인상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디자인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가진다는 점은 전혀 부정할 수 없었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마치 원색적인 매력을 뽐내던 머슬카가 세련된 스포츠 세단이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런 인상은 결국 실제로 모터사이클을 타기 이전의 이야기다. 실제로 타고 달려본 이후에 바라본 디아벨 V4는 모든 지점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자리에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이미 경험한 라이딩의 움직임이 차체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당신이 디아벨 V4의 외관 디자인에서 이미 매력을 느끼고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 강력한 퍼포먼스 크루저는 사실상 클래스에서 경쟁 상대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모델이다. 기술적 진보와 그것을 통해서 드러내는 역동성이 디아벨 시리즈라는 연속성 위에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로운 늑대
새로운 디아벨 V4는 멀티스트라다 V4에서 이어진 배기량 1,158cc의 그란투리스모 V4 엔진을 장비했다.
애초에 이 엔진의 출발점이 슈퍼바이크인 파니갈레 V4에서 이어진 것을 생각하면 그 강력함에 대해서 미리 긴장할 필요가 있다. 물론 200마력을 훌쩍 넘기는 최근의 리터급 엔진들을 생각하면 최고 168마력의 수치가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되지 않을 수 있지만, 장르적 특성을 생각해보면 차고 넘친다.
그럼 디아벨 V4는 어떤 장르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흔히 파워 크루저나 퍼포먼스 크루저 정도로 이런 스타일의 모터사이클을 분류하곤 하는데, 안타깝게도 최근의 시장에서는 비슷한 장르의 모터사이클들이 거의 없다. 조금 과거로 돌아가 보더라도 비슷한 계열로 꼽힐 수 있는 것은 야마하의 VMAX 정도나 할리데이비슨의 VRSCA V-ROD 정도일 것이다.
최신의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 S가 여기에 낄 수 있을까? 그건 절대로 불가능하다. 단지 엔진의 출력뿐 아니라, 크루저의 장르를 넘어서는 브레이크나 서스펜션 등의 종합적 퍼포먼스를 생각한다면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스포츠 치프 정도가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것을 돌려서 생각해보면 퍼포먼스 크루저는 완전한 틈새시장이다.
하지만 원래도 디아벨 시리즈는 이런 틈새시장에서 오히려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가며 영역을 넓혀왔다. 그리고 디아벨 V4는 그 확장 가능성의 정점에 올랐다. 왜냐하면 굳이 퍼포먼스 크루저로 분류하지 않고, 거대한 네이키드 모터사이클로 이해하더라도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아벨 V4에 올라앉으면 편안한 마음부터 든다. 이런 감각은 평범한 네이키드 장르 같다. 파니갈레 V4의 데스모세디치 스트라달레 V4에서 엔진을 계승해서 네이키드 스타일로 만들어 놓은 ‘스트리트파이터 V4’가 이미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사실 스트리트파이터 V4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녹록한 모터사이클은 아니다. 네이키드 장르의 모터사이클이지만, 그 이름부터 ‘스트리트파이터’이기 때문에 조금 편안해진 파니갈레 V4나 다름없을 정도로 타이트하다.
그에 비하면 디아벨 V4는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강력함을 만끽할 수 있다. 한편으로 멀티스트라다 V4와의 비교도 유의미할 수 있다. 멀티스트라다 V4는 아주 좋은 밸런스를 갖추고 있고 다양한 장거리 투어링 편의 장비들을 갖추고 있으며, 듀얼퍼퍼스 모터사이클로써 다양한 노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차체가 높다’라는 이유 하나가 꽤 높은 허들을 만든다. 세분된 라이딩 모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더구나 워낙 강력한 엔진을 갖고 있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정리하면 두카티가 새롭게 만들어 낸 V4 엔진을 적용한 모터사이클 라인업에서 디아벨 V4만큼 포용력이 높은 모델도 없다. 실제로 기분 좋게 차체를 움직이고 엔진의 출력을 마치 자유롭게 발휘하는 것은 사실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디아벨 V4는 상대적으로는 조금 더 무거운 무게와 거대한 리어 타이어 사이즈 등으로 약간의 패널티가 적용된 것과도 비슷하다. 스스로 힘을 억제하기 위해서 무거운 추를 달아놓는 느낌과 비슷하달까.
더 오래 달리고 싶다
상대적인 일뿐 디아벨 V4의 무게가 그렇게 무거운 것도 아니다. 전체 건조중량은 211kg으로 발표됐고, 연료까지 채워진 상태에서의 무게는 236kg 정도다. 하지만 무게중심이 상대적으로 낮고 차체 무게의 대부분이 또한 낮은 편이기 때문에 다루면서 그 무게감이 크게 느껴진 적은 별로 없었다. 240mm 폭의 리어 타이어 때문에라도 저속 상황이나 밀고 끄는 상황에서는 무게감을 실감하게 되지만, 막상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상황에서는 그 밸런스가 아주 좋았다.
파니갈레 V4 이후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카운터 로테이팅 크랭크 샤프트에 의해 리어 휠에서 작용하는 자이로 반응을 상쇄하는 것이 여전히 낯설긴 하지만 디아벨 V4는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스로틀을 유지하며 코너링을 돌아나간다면, 프런트 타이어가 점진적으로 코너링 안쪽으로 당겨지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안쪽으로 말려드는 듯한 감각이 과하면 그 움직임 때문에 라이더의 상체가 경직되고 모터사이클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방해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디아벨 V4는 타는 내내 상당히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큰 부담 없이 좀 더 적극적인 스포츠 라이딩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적극적으로 스포츠 라이딩을 하는 감각을 제공하고 그것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이 전혀 과도하지 않게 느껴진다는 점이 포인트다.
이런 핸들링 감각 덕분에 디아벨 V4는 사실 전혀 만만하지 않은 출력을 보이고 있음에도 좀 더 자주 타고 싶다거나 더 멀리, 더 오랫동안 타고 싶어지게 만든다.
새로 시작된, 오래 갈 가치
대도시 안에서 시내 주행이 영 재미없는 것은 어떤 모터사이클이나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여러 대의 그룹 주행 등으로 소음을 과도하게 유발한다거나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다시 말해 도심 속 주행은 방해받지 않는 즐거운 스포츠 라이딩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가고 서는 것이 반복되는 가운데 모터사이클의 존재감이 꽤나 빛난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즐길만한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단 시내 주행에서 엔진이 매우 뜨겁지 않았냐고 물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엔진 회전수가 낮을 때, 앞쪽 실린더 2개만 작동하도록 한다. 엔진 열기를 최대한 줄이는 효과는 물론 연비의 향상에도 도움이 될 법한 이 시스템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것은 오히려 엔진이 완벽히 가동할 때로 이어지는 느낌이 너무나 매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신호 대기가 끝나고 출발하는 순간, 엔진의 회전수를 끌어 올려 가속하면 어느 순간 V4 엔진이 황홀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득한 가속감을 선사할 때가 있다. 조금 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물론 이런 예민함은 모드 선택에서 조금 더 무디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속과 감속이 이어지는 과정이 정말 인상적이다.
특히 스틸레마 브레이크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두카티 전 라인업에서 가장 무거운 편에 속하는 디아벨 V4를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멈춰 세운다. 조작감도 매우 훌륭해 단순한 제동력뿐 아니라 서스펜션 조절 도구로의 가치도 높다.
디아벨 V4의 가치는 라이더가 일단 타고 싶게 생겼다는 것부터 시작된다. 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졌고, 그러기에 좀 더 접근하기 쉬운 설정이며, 실제로 타고 달린다면 가장 최신에 해당하는 두카티의 기술력을 좀 더 쉽게 적극적으로 즐겨볼 수도 있다.
디아벨 시리즈의 첫 시작 지점에서, 과연 두카티의 ‘파워크루저’가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면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오히려 이 파워크루저가 얼마나 그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지, 그렇게 되었을 때의 희생양이 되는 모델은 어떤 모델들이 될 것인지가 더 궁금하다. 어쩌면 판에 박혀 기술적, 성능적 진보가 이뤄지지 않는 레트로 스타일 모터사이클들이 그 희생양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그 양극단에서 애매한 위치를 가진 모델들은 디아벨 V4가 정말 껄끄러운 상대가 될 것이다.
나경남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 모토이슈 이민우·두카티
시승 협조/두카티 코리아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두카티 #DUCATI #디아벨V4 #DIAVELV4
한국이륜차신문 438호 / 2023.11.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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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4 날개를 단 디아벨, 최강의 심장으로 다시 태어나다
‘악마’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따온 ‘디아벨’은 강한 존재감을 자랑하지만, 새로운 디아벨 V4는 그 위상을 한 차원 이상 올려놓았다.
새롭게 등장한 디아벨 V4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모델이다.
슈퍼바이크 시장에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 파니갈레 V4의 등장 이후,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V형 4기통 엔진은 두카티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 엔진은 파니갈레에 이어 스트리트파이터, 멀티스트라다 등으로 이어졌고 그 마지막 수순으로 디아벨 V4가 등장했다.
강력한 엔진의 출력은 너무나 당연했고, 독특한 V4 그란투리스모 엔진의 회전 감각도 경쟁 상대가 없다. 시장 전체에서 존재감은 확실히 차지할만했다. 아니나 다를까, 디아벨 V4는 국내에서 출시하자마자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지난 EICMA 2022에서 처음 마주했던 순간의 인상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디자인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가진다는 점은 전혀 부정할 수 없었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마치 원색적인 매력을 뽐내던 머슬카가 세련된 스포츠 세단이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런 인상은 결국 실제로 모터사이클을 타기 이전의 이야기다. 실제로 타고 달려본 이후에 바라본 디아벨 V4는 모든 지점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자리에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이미 경험한 라이딩의 움직임이 차체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당신이 디아벨 V4의 외관 디자인에서 이미 매력을 느끼고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 강력한 퍼포먼스 크루저는 사실상 클래스에서 경쟁 상대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모델이다. 기술적 진보와 그것을 통해서 드러내는 역동성이 디아벨 시리즈라는 연속성 위에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로운 늑대
새로운 디아벨 V4는 멀티스트라다 V4에서 이어진 배기량 1,158cc의 그란투리스모 V4 엔진을 장비했다.
애초에 이 엔진의 출발점이 슈퍼바이크인 파니갈레 V4에서 이어진 것을 생각하면 그 강력함에 대해서 미리 긴장할 필요가 있다. 물론 200마력을 훌쩍 넘기는 최근의 리터급 엔진들을 생각하면 최고 168마력의 수치가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되지 않을 수 있지만, 장르적 특성을 생각해보면 차고 넘친다.
그럼 디아벨 V4는 어떤 장르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흔히 파워 크루저나 퍼포먼스 크루저 정도로 이런 스타일의 모터사이클을 분류하곤 하는데, 안타깝게도 최근의 시장에서는 비슷한 장르의 모터사이클들이 거의 없다. 조금 과거로 돌아가 보더라도 비슷한 계열로 꼽힐 수 있는 것은 야마하의 VMAX 정도나 할리데이비슨의 VRSCA V-ROD 정도일 것이다.
최신의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 S가 여기에 낄 수 있을까? 그건 절대로 불가능하다. 단지 엔진의 출력뿐 아니라, 크루저의 장르를 넘어서는 브레이크나 서스펜션 등의 종합적 퍼포먼스를 생각한다면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스포츠 치프 정도가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것을 돌려서 생각해보면 퍼포먼스 크루저는 완전한 틈새시장이다.
하지만 원래도 디아벨 시리즈는 이런 틈새시장에서 오히려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가며 영역을 넓혀왔다. 그리고 디아벨 V4는 그 확장 가능성의 정점에 올랐다. 왜냐하면 굳이 퍼포먼스 크루저로 분류하지 않고, 거대한 네이키드 모터사이클로 이해하더라도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아벨 V4에 올라앉으면 편안한 마음부터 든다. 이런 감각은 평범한 네이키드 장르 같다. 파니갈레 V4의 데스모세디치 스트라달레 V4에서 엔진을 계승해서 네이키드 스타일로 만들어 놓은 ‘스트리트파이터 V4’가 이미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사실 스트리트파이터 V4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녹록한 모터사이클은 아니다. 네이키드 장르의 모터사이클이지만, 그 이름부터 ‘스트리트파이터’이기 때문에 조금 편안해진 파니갈레 V4나 다름없을 정도로 타이트하다.
그에 비하면 디아벨 V4는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강력함을 만끽할 수 있다. 한편으로 멀티스트라다 V4와의 비교도 유의미할 수 있다. 멀티스트라다 V4는 아주 좋은 밸런스를 갖추고 있고 다양한 장거리 투어링 편의 장비들을 갖추고 있으며, 듀얼퍼퍼스 모터사이클로써 다양한 노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차체가 높다’라는 이유 하나가 꽤 높은 허들을 만든다. 세분된 라이딩 모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더구나 워낙 강력한 엔진을 갖고 있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정리하면 두카티가 새롭게 만들어 낸 V4 엔진을 적용한 모터사이클 라인업에서 디아벨 V4만큼 포용력이 높은 모델도 없다. 실제로 기분 좋게 차체를 움직이고 엔진의 출력을 마치 자유롭게 발휘하는 것은 사실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디아벨 V4는 상대적으로는 조금 더 무거운 무게와 거대한 리어 타이어 사이즈 등으로 약간의 패널티가 적용된 것과도 비슷하다. 스스로 힘을 억제하기 위해서 무거운 추를 달아놓는 느낌과 비슷하달까.
더 오래 달리고 싶다
상대적인 일뿐 디아벨 V4의 무게가 그렇게 무거운 것도 아니다. 전체 건조중량은 211kg으로 발표됐고, 연료까지 채워진 상태에서의 무게는 236kg 정도다. 하지만 무게중심이 상대적으로 낮고 차체 무게의 대부분이 또한 낮은 편이기 때문에 다루면서 그 무게감이 크게 느껴진 적은 별로 없었다. 240mm 폭의 리어 타이어 때문에라도 저속 상황이나 밀고 끄는 상황에서는 무게감을 실감하게 되지만, 막상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상황에서는 그 밸런스가 아주 좋았다.
파니갈레 V4 이후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카운터 로테이팅 크랭크 샤프트에 의해 리어 휠에서 작용하는 자이로 반응을 상쇄하는 것이 여전히 낯설긴 하지만 디아벨 V4는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스로틀을 유지하며 코너링을 돌아나간다면, 프런트 타이어가 점진적으로 코너링 안쪽으로 당겨지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안쪽으로 말려드는 듯한 감각이 과하면 그 움직임 때문에 라이더의 상체가 경직되고 모터사이클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방해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디아벨 V4는 타는 내내 상당히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큰 부담 없이 좀 더 적극적인 스포츠 라이딩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적극적으로 스포츠 라이딩을 하는 감각을 제공하고 그것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이 전혀 과도하지 않게 느껴진다는 점이 포인트다.
이런 핸들링 감각 덕분에 디아벨 V4는 사실 전혀 만만하지 않은 출력을 보이고 있음에도 좀 더 자주 타고 싶다거나 더 멀리, 더 오랫동안 타고 싶어지게 만든다.
새로 시작된, 오래 갈 가치
대도시 안에서 시내 주행이 영 재미없는 것은 어떤 모터사이클이나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여러 대의 그룹 주행 등으로 소음을 과도하게 유발한다거나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다시 말해 도심 속 주행은 방해받지 않는 즐거운 스포츠 라이딩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가고 서는 것이 반복되는 가운데 모터사이클의 존재감이 꽤나 빛난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즐길만한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단 시내 주행에서 엔진이 매우 뜨겁지 않았냐고 물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엔진 회전수가 낮을 때, 앞쪽 실린더 2개만 작동하도록 한다. 엔진 열기를 최대한 줄이는 효과는 물론 연비의 향상에도 도움이 될 법한 이 시스템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것은 오히려 엔진이 완벽히 가동할 때로 이어지는 느낌이 너무나 매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신호 대기가 끝나고 출발하는 순간, 엔진의 회전수를 끌어 올려 가속하면 어느 순간 V4 엔진이 황홀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득한 가속감을 선사할 때가 있다. 조금 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물론 이런 예민함은 모드 선택에서 조금 더 무디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속과 감속이 이어지는 과정이 정말 인상적이다.
특히 스틸레마 브레이크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두카티 전 라인업에서 가장 무거운 편에 속하는 디아벨 V4를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멈춰 세운다. 조작감도 매우 훌륭해 단순한 제동력뿐 아니라 서스펜션 조절 도구로의 가치도 높다.
디아벨 V4의 가치는 라이더가 일단 타고 싶게 생겼다는 것부터 시작된다. 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졌고, 그러기에 좀 더 접근하기 쉬운 설정이며, 실제로 타고 달린다면 가장 최신에 해당하는 두카티의 기술력을 좀 더 쉽게 적극적으로 즐겨볼 수도 있다.
디아벨 시리즈의 첫 시작 지점에서, 과연 두카티의 ‘파워크루저’가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면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오히려 이 파워크루저가 얼마나 그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지, 그렇게 되었을 때의 희생양이 되는 모델은 어떤 모델들이 될 것인지가 더 궁금하다. 어쩌면 판에 박혀 기술적, 성능적 진보가 이뤄지지 않는 레트로 스타일 모터사이클들이 그 희생양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그 양극단에서 애매한 위치를 가진 모델들은 디아벨 V4가 정말 껄끄러운 상대가 될 것이다.
나경남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 모토이슈 이민우·두카티
시승 협조/두카티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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