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ORCYCLE REVIEW


[뉴모델 시승] 스즈키가 제시하는 뉴 미드의 기준점, 8시리즈가 증명한 두 가지 해답

2026-06-25

GSX-8R & V-STROM 800DE SUZU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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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의 새로운 미들급 8시리즈는 경쟁사와 경쟁 모델들 사이에서 확고한 특징과 매력을 갖고 있다. 어떤 점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지 함께 알아보자.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의 심장

7bb3f329ce5f5.jpg현대의 미들급 모터사이클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꾸준하게 패러다임의 전환을 겪고 있다.

과거에는 슈퍼바이크 레이스 규정에 따라 4기통 600cc가 슈퍼스포츠 장르를 정의하며 미들급을 나누는 절대적인 기준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유로 5를 넘어 유로 5+로 향하는 전 세계적인 배기가스 및 소음 규제 강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그리고 다목적성을 원하는 라이더들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직렬 4기통 엔진은 점차 위축됐다. 


그 빈자리는 적당한 회전수에서 실용적인 출력을 무던하게 발휘하는 병렬 2기통 다목적 플랫폼 엔진들이 차지하며 바야흐로 2기통 엔진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스즈키는 경쟁사들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설계된 776cc 2기통 엔진 플랫폼이라는 가장 강력하고 진보한 대답을 내놓았다. 


본래 스즈키 미들급을 상징하던 645cc 90도 V트윈 엔진은 1차 진동이 완벽히 상쇄되고 차체를 경쾌하게 다룰 수 있다는 독보적인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부품 수가 많아 제조 원가가 높고, 엔진의 앞뒤 길이가 길어 섀시 설계의 자유도를 제한한다는 명확한 한계를 안고 있었다. 기존 엔진의 생산을 유지하는 것은 모를까, 차세대 엔진으로 적합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dc50dec5cd7b3.jpg이에 스즈키는 776cc 수랭식 4스트로크 DOHC 패러럴 트윈 엔진(보어 84.0mm, 스트로크 70.0mm, 압축비 12.8:1)을 새롭게 개발하며, 여기에 ‘270도 위상차 크랭크’와 양산형 모터사이클 최초의 ‘스즈키 크로스 밸런서’를 결합하는 기술적 혁신을 단행했다.

270도 크랭크는 부등간격 폭발을 통해 타이어가 노면을 다시 움켜쥘 수 있는 찰나의 시간을 벌어주어 압도적인 트랙션 성능을 제공하고, V-트윈 특유의 감성적인 박동감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여기에 크랭크샤프트를 중심으로 90도 각도로 두 개의 밸런서를 교차 배치한 크로스 밸런서 시스템은 270도 크랭크의 약점인 1차 커플링 진동을 원천적으로 삭제해 버렸다. 이 정교한 시스템 덕분에 엔진 전후 길이는 극적으로 짧아져 최적화된 차체 지오메트리 설계가 가능했으며, 라이더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4,000~8,000rpm 영역에서 강력하고 두툼한 토크를 쏟아내 즉각적이고 선형적인 가속의 쾌감을 선사한다.


영리한 만능 올라운더: GSX-8R 

14f40d1dfacd5.jpg이토록 콤팩트해진 혁신적인 심장을 품은 GSX-8R은 레이스 트랙을 호령하던 전설적인 GSX 시리즈의 피를 진하게 물려받은 풀 카울링 스포츠 바이크다.

현재 치열한 미들급 스포츠 시장에서 경쟁 모델들이 극단적인 스포츠성이나 새로운 전자식 기교를 내세울 때, GSX-8R이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어떤 환경에서도 빛을 발하는 압도적인 ‘다재다능함’이다.


aadc7cbe718e9.jpg과거의 고성능 레플리카들이 라이더에게 극단적으로 웅크린 자세와 체력 소모를 강요했던 반면, GSX-8R은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 810mm로 비교적 낮게 설정된 시트고는 정차 시 심리적 안정감을 극대화하며, 스티어링 스템 위쪽으로 자연스럽게 뻗어 나온 핸들 바 덕분에 상체를 과도하게 숙일 필요가 없다. 출퇴근 같은 일반적인 도심 속의 이동 수단으로 전혀 부담이 없으면서도, 경쾌한 발놀림을 바탕으로 장거리 투어링까지 거뜬히 소화해 낸다.


편안함에 타협해 퍼포먼스를 잃은 것은 결코 아니다. 풍동 실험을 거친 공기역학적 풀 카울링은 대형 투어러에 필적하는 뛰어난 방풍 성능을 자랑하며, 1,465mm의 휠베이스는 코너 진입 시의 기민함과 직진 안정성을 절묘하게 타협했다. 


c48a4c8a36245.jpg약 205kg의 차체 중량은 크로스 밸런서를 통한 질량 집중화 설계 덕분에 수치보다 훨씬 가볍고 경쾌하게 다뤄진다.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에서 억지로 무리하지 않아도 부드럽고 정확하게 라인을 그릴 수 있게 돕는, 그야말로 일상적 커뮤터와 가슴 뛰는 스포츠 바이크 사이에서 완벽한 밸런스를 찾은 진정한 ‘만능 올라운더’다.


아스팔트 너머를 바라보는 어드벤처 투어러: V-STROM 800DE 

be5a25ac1d952.jpgGSX-8R이 아스팔트 위를 우아하게 미끄러지는 스포츠 세단이라면, 동일한 엔진과 메인 프레임을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 V-STROM 800DE는 세상의 모든 험로를 정복하기 위해 태어난 정통파 오프로더다.

온로드 중심의 장거리 투어링에 비중을 두었던 기존 브이스트롬 시리즈와 달리, 800DE는 ‘DE(Dual Explorer)’라는 이름에 걸맞게 본격적인 오프로드 지향성을 극대화했다.

이를 증명하듯 전륜에는 오프로드 주파력을 위한 21인치, 후륜에는 구동력 전달에 최적화된 17인치 와이어 스포크 휠(150/70R17 규격 타이어)을 과감히 채택했다. 


66d51df16d412.jpg프런트의 도립식 포크와 리어 쇼크 업소버는 모두 220mm의 거대한 댐핑 스트로크를 확보해, 고르지 못한 험로의 충격을 유연하게 흡수하고 차체 하부가 노면에 닿는 것을 방지한다. 시트고는 855mm로 훌쩍 높아지고 차체 무게 역시 230kg 정도로 묵직해졌지만, 그 대가로 고급스럽고 든든한 주행 질감을 획득했다.

20ℓ의 대용량 연료 탱크와 3단계 조절식 윈드스크린, 시야가 탁 트이는 곧게 선 라이딩 포지션은 어드벤처 장르 본연의 장거리 투어링 능력을 완벽하게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V-STROM 800DE의 진가는 극한의 오프로드 환경을 위해 세팅된 전자 장비에서 폭발한다. 

리어 휠의 ABS 개입을 완전히 해제(Rear ABS OFF)할 수 있는 오프로드 모드를 통해 라이더는 의도적으로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며 차체 방향을 트는 적극적인 스티어링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또한 800DE 고유의 그래블 모드(Gravel Mode)는 마찰력이 낮은 흙길이나 자갈길에서 치명적인 슬립을 방지하면서도 뒷바퀴가 일정 수준 헛도는 것을 너그럽게 허용해, 매우 부드럽고 끈적하게 출력을 제어하는 쾌감을 선사한다.


8시리즈 플랫폼의 핵심, 그리고?

ee5234e935536.jpg영리한 플랫폼 전략이 증명한 통합의 가치 스즈키의 8시리즈 전략은 단순한 라인업 확장을 위해 각 기종만의 독창적인 성격을 잃고 제품을 획일화시키는 치명적인 함정, 즉 과거의 안일한 플랫폼 공유 전략과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스즈키의 엔지니어들은 776cc 크로스 밸런서 엔진이라는 뼈대를 어떠한 장르에도 치우치지 않게 극도로 유연하고 평균적으로 세팅함으로써 무한한 확장성을 부여해 냈다. 스즈키는 이 엔진 플랫폼을 가지고 앞서 네이키드 타입인 GSX-8S, 풀 카울 타입인 GSX-8R, 어드벤처 투어링 모델인 V-STROM 800DE를 먼저 선보인 데 이어, 레트로 무드를 가미한 GSX-8T와 GSX-8TT도 모터사이클 쇼 등을 통해서 소개하면서 시리즈 라인업을 완성하고 있다. 충분한 확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라인업 구성이다. 


스즈키는 자사의 미래를 걸고 투자한 새로운 엔진과 섀시의 플랫폼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그것은 라이더들이 직접 체험해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동급 경쟁 모델 중에서 가장 다루기 쉬우면서 부드럽고 명쾌하며 경쾌하다. 시리즈 전체가 관통하고 있는 특장점이 확실히 어필될 수 있는 부분들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부분도 존재한다. 특히 가장 먼저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자동변속기 또는 클러치 조작에 대한 부담에 대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자동변속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나 클러치 레버를 없애는 것은 본질적 즐거움을 잘라내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을 필요로 하는 라이더의 입장에서는 스즈키의 8시리즈가 자동변속기를 갖추지 않은 것이 아쉬울 순 있겠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 같은 자동변속기의 편의성이나 극단적인 연비 효율에 집착하며 기계를 조작하는 질감을 덜어낼 때, 스즈키는 81.7마력이라는 넉넉한 출력과 찰진 변속감을 지닌 정교한 매뉴얼 미션을 뚝심 있게 고집하며 두 바퀴가 주는 역동적인 주행 질감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완전히 같은 파워트레인을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GSX-8R과 V-STROM 800DE는 판매 점유율을 갉아먹는 제살깎기 없이 각자의 무대에서 경쾌하고 진솔한 반응성을 보이며 양쪽 모두 완벽한 ‘정답’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성능과 밸런스, 감성적인 영역까지 빈틈없이 채워낸 스즈키의 이 영리한 양동 작전은 앞으로 글로벌 미들급 시장에서 스즈키만의 대체 불가능한 무기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다.  덧붙여, 일상적인 도로 환경에 적응성을 높인 일반 캐스팅 휠 사양의 모델이 함께 라인업을 채워준다면 이 시리즈의 경쟁력은 더욱 철옹성 같아질 것이다. 


글_나경남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_김성원 사진작가

시승협조_스즈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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