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ORCYCLE REVIEW


[시승_혼다] 직렬 4기통 헤리티지의 현대적 완성 'CB1000F'

2026-08-24

혼다 CB1000F는 50년에 이르는 직렬 4기통 CB 브랜드의 역사와 유산을 집약한 레트로 스타일의 최종형 네이키드 모델이다. 

리터급 고성능 4기통 모델이 라이더의 일상인 도심 출퇴근과 투어링 환경에서 발휘하는 독보적인 편의성과 실용적 포용성을 알아봤다.


당당한 로드스터 포지션

6e9a5ea84c80f.jpg지난 EICMA에서 첫선을 보인 CB1000F는 혼다의 고성능 섀시 및 4기통 파워트레인 플랫폼을 공유하며 고성능 모델인 ‘CB1000 호넷 SP’를 기초로 개발됐다. 


단순한 복고풍 드레스업을 넘어 혼다다운 클래식 네이키드의 풍요로움을 재구성한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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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를 구성하는 주행 포지션과 성격은 호넷 SP와 명확히 구분된다. 

호넷 SP가 상체를 숙여 프런트 타이어에 적극적으로 하중을 거는 공격적인 스트리트 파이터 스타일이라면, CB1000F는 선이 굵고 웅장한 볼륨감과 균형 잡힌 여유로움을 제공한다.


당초 공식 론칭 일정 이후에 교외 지역에서의 시승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많은 비 예보로 인해서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당장 모든 이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모델을 그대로 두고 기다리고 싶지 않아서 비 예보에도 시승을 강행하기로 했다.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강하게 쏟아지고 그치기를 반복하는 기상 상황 때문에 멀리까지 자유롭게 달리지는 못하게 됐지만, 오히려 이 또한 기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리터급 네이키드 모터사이클로 시내 주행에서의 테스트를 중심으로, 실제 도시 생활자로서 어느 정도의 활용성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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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트에 올라 앉아보면 핸들바와 시트, 풋스텝의 위치가 편안하게 세워져 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이런 포지션은 장거리 투어링과 일상 주행 시 어깨와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준다. 

너무 공격적으로 숙어지지 않는 상체 각도 덕분에 복잡한 도심 교차로에서도 전방 교통 상황 시야 확보가 쉬운 것은 보너스랄까. 


약 16ℓ 용량의 연료 탱크는 든든한 밀착감을 제공함과 동시에 무릎이 닿는 측면 차체 폭이 슬림하게 다듬어져, 잦은 정차 시 다리가 자연스럽게 수직으로 내려오는 우수한 발 착지성을 나타낸다. 

우수한 발 착지성은 초심자부터 베테랑 라이더들까지도 모두가 반길만한 이야기다. 


왜냐하면 베테랑 라이더라고 하더라도 리터급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의 무게는 때때로 위협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앞서 밝힌 것처럼 좁게 설정된 측면 차체 폭 덕분에 다리 사이에서 CB1000F를 충분히 다룰 수 있으며, 저속 주행과 정지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는 도심 주행 상황에서의 편의성을 만족시킨다. 


안정적인 조종감

82545797116e7.jpg도심 주행에서의 편의점은 또 있다. 

충분히 당당한 자세를 연출하면서도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핸들바의 형상도 그렇지만 실제로 조향각을 유연하게 확보함으로 좁은 골목길이나 U턴 시 차체 중량 대비 가볍게 꺾어 들어갈 수 있다. 

선회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4기통 엔진의 묵직한 중량감은 저속 주행 시 차체를 바닥에 안정적으로 가라앉히며 안정감을 충분히 부여한다. 


프런트 서스펜션의 감쇠력 세팅 또한 풍부한 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 이런 안정감이 일조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서스펜션은 도심 속 포트홀이나 불균형한 노면 잔진동을 부드럽게 삼켜내며 원숙한 주행감을 완성한다. 

CB1000 호넷 SP의 서스펜션과 비교해서 생각하면, CB1000F 쪽이 훨씬 더 나긋나긋하게 느껴진다. 


3998a7be6a2e6.jpg물론, 라이더의 성향에 맞게 세팅을 충분히 바꿀 수 있겠지만 시내 주행을 중심으로 하거나 편안하고 안락한 주행성을 추구하는 라이더라면 이런 기본 세팅값이 퍽 마음에 들 것 같다. 

그렇다고 움직임이 크게 둔해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기본기가 충분하고 준비가 잘 된 운동선수가 경기에 나서기 전에 가볍게 몸을 풀더라도 그 움직임에 충분한 힘이 실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기에 코너링 거동 시에는 급격히 안쪽으로 쏠리지 않고 바닥을 지그시 누르며 큰 호를 그리도록 유도되는 느낌. 참 편안하면서도 멋스럽게 달려준다. 


힘을 빼고 여유를 불어넣은 심장

463a34067a3d1.jpgCB1000F의 심장은 슈퍼바이크 CBR1000RR에서 계승된 수랭식 직렬 4기통 1,000cc 엔진이다. 

최고 마력을 낮추는 대신 실용 회전 영역에서의 질감과 토크를 대폭 높였다. 


3d2020c3e2fdb.jpg시동 시 2,000rpm 부근에서 워밍업을 시작해 1,500rpm 이하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색과 진동은 기존 혼다 4기통 특유의 무미건조한 모터 같은 느낌과 차별화된다. 


정교한 4기통 회전 속에서 과거 카뷰레터 시대의 걸걸한 엔진 소리와 진동을 살려 감성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사실 혼다는 이런 일종의 ‘기믹’을 보여주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고 생각된다. 

출력이나 엔지니어링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라이더의 감성을 만족시키려고 일부러 이런 연출을 가미했다는 점이 그 자체로 놀라운 것이다.


90563c3e2061f.jpg엔진 회전수 3,000~5,000rpm 저회전 구간에서는 스로틀 조작에 따라 두터운 토크를 제공해 시속 30~50 km/h의 저속 정체 구간에서도 손목과 다리의 피로를 현저히 줄여준다. 

7,000rpm을 돌파하는 고회전 영역에서는 회전 한계까지 4기통 특유의 시원시원한 가속감을 발휘하며 스포츠 바이크 본연의 야성을 일깨운다. 


애초에 CBR1000RR의 심장이었고, 베이스 모델이 된 CB1000 호넷 SP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가. 전자제어 스로틀(RBW), 혼다 셀렉터블 토크 컨트롤(HSTC), 라이딩 모드(레인/스포츠), 업/다운 퀵시프터는 빗길 노면에서도 리어 타이어 슬립을 정밀하게 억제하고 깔끔하며 절도 있는 변속을 지원한다. 

특히 레인 모드에서는 스로틀 반응이 부드럽게 제어되어 도심 신호 대기 후 신속하고 여유로운 탈출을 돕는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진짜 CB

c68c2feae8e18.jpg외관은 단단한 사각형 형태의 연료 탱크부터 후면 테일 카울까지 유선형으로 매끄럽게 연결되는 일체형 수평 파츠 라인을 갖춰 1980년대 AMA를 휩쓸었던 전설적인 명차 CB750F/CB900F의 감성을 소환했다.


특히 국내에 소개되는 두 가지 색상의 모델은 모두 그야말로 헤리티지가 충만하다. 


이번 시승 차량이 아닌 블랙 색상의 경우에는 1979년도에 CB750F가 처음 발매되는 시점에 적용됐던 그래픽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며, 실버 색상은 혼다의 레이스 영웅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그 유명한 ‘프레디 스펜서’의 그래픽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4a7fc274a4541.jpg실제로 혼다에서 프레디 스펜서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이들은 프레디 스펜서가 가져왔던 영광의 시대를 기억하면서 CB400SF나 마지막 공랭식 750cc 버전이었던 CB750(RC42) 등의 모델에서도 재현한 바 있을뿐더러, 스몰 펀 모터사이클인 몽키 같은 모델에도 특별한 기념 색상으로써 프레디 스펜서의 그래픽을 적용했던 바 있다. 


22fdfccbdc2de.jpg최신 모델인 CB1000F 역시 이런 가치와 존경의 의미를 쉽게 생각하진 않은 듯하다. 

CB1000F의 차체 도장면은 입자감까지도 잘 살렸으며 이 밖에도 금속 파츠들의 마감 품질, LED 헤드라이트 링 튜닝이 뛰어난 조형미와 완성도를 보여준다.


b2578f2a27743.jpg계기반은 과거 네이키드의 포탄형 2연장 아날로그 형태를 현대적 디스플레이 화면 내 고시인성 인터페이스로 구현했다. 

전통적인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의 절대적 문법처럼 여겨졌던 포탄형 계기반의 물리적 부재는 아쉬울 수 있으나 최신 전자장비와 기능들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풀컬러 TFT 계기반의 가치는 사실 매우 합리적인 설정이다. 


f36e43d4cd69c.jpg편의사양으로 적용된 스마트키 시스템은 그 자체로 무척 편리하다. 

키를 주머니에 둔 채 시동 및 전원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연료 탱크 개폐 시에는 스마트키 뭉치에 내장된 물리적 키를 꺼내어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아무래도 아쉽게 느껴진다. 


궁극의 직렬 4기통 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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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CB1000F는 레트로라는 트렌디한 옷을 입었지만, 그 속에는 50년 넘게 축적된 혼다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의 노하우와 철학이 조밀하게 들어차 있다. 


화려한 스펙 경쟁에 몰두하기보다 라이더가 바이크와 마주했을 때 느끼는 직관적인 신뢰와 정서적 충만함을 최우선으로 구현했다. 

세계 최초 양산형 4기통 모터사이클이었던 CB750 FOUR와 1980년대에 일본 모터사이클 브랜드들이 세계를 완벽히 정복하다시피 했던 것을 증명하는 트로피와도 같았던 CB750F/CB900F. 


또한 이런 영광의 시대를 기억하는 관점에서 개발되어 일본 시장 전체에서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의 붐을 이뤄냈던 1990년대를 지나, 2026년에 그 모든 헤리티지를 집결한 모습으로 완성된 것이 바로 CB1000F다. 


물론 CB1000F의 등장은 심화하는 환경 기준 등을 충족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혼다는 자신들의 정통 4기통 엔진의 영광이 과거에 멈추지 않고 진화한 끝에 도달한 궁극의 직렬 4기통 CB를 만들어 냈다고도 볼 수 있다. 


영광의 시대를 기억하는 베테랑 라이더들은 물론이며 이 과거를 전혀 모르고 있는 젊은 라이더들도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할 법한 완성도와 특유의 멋스러운 디자인까지 갖췄다. 


여기에 리터급 네이키드 모터사이클로서는 매우 접근성이 좋은 가격과 다양한 커스텀 파츠들까지 갖춘 CB1000F는 현시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헤리티지 모터사이클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경남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_조건희, 혼다

취재 협조_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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