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ding Impression_SUZUKI, GSX-S1000GX

2024-07-23

스즈키를 견인할 최종 진화형 크로스오버



스즈키의 최신작인 GSX-S1000GX는 GSX-S1000 시리즈의 또 다른 파생 모델로써 존재하지만, 실제 그 가치는 기존의 시리즈들을 모두 합친 수준이다. 


진화의 끝에 도달하다


GSX-S1000GX(이하 S1000GX)는 처음 인상부터 만만치 않다. 역대 GSX -S1000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물론이고 감히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아마도 ‘하야부사’ 정도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존재감이 상당한 것은 단지 기존에 없었던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전반적인 디자인 요소들은 새로운 시리즈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GSX-S1000 이후의 디자인 경향성을 따르고 있다. 이를테면 세로 방향 적층 구조인 LED 헤드라이트는 과거 시리즈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적절하게 배치된 데이타임 러닝 라이트 덕분에 GX의 전면부 디자인은 그야말로 ‘얼굴’로써 충분히 인상적이며 큰 이질감 없으면서도 무척 새롭게 받아들여진다. 특히 스즈키의 최신 디자인은 평가가 매우 높다. 멋스러우면서도 분명히 독특하고 자신만의 경향성을 갖추고 있고 미래적이면서도 균형이 잘 잡혔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디자인은 부수적인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S1000GX가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대 최고 수준의 전자제어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시리즈 전체와 스즈키 전체 라인업을 통틀어 최상위급 모델인 GSX-1300R 하야부사보다도 고급화된 시스템을 제공하기에 가장 특별한 모델이라고 할만하다. 


그럼 S1000GX는 어떤 장르의 모델일까.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스즈키의 가장 호평받은 엔진 중 하나인 심장을 갖고 있는 고속형 투어링 모델이라 볼 수 있다. 


단순히 고속주행형 투어링 모델은 이미 있다. 먼저 등장했던 GSX-S1000GT가 든든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드벤처 투어링 장르가 많은 소비자에게 어필했던 라이딩 포지션을 제공하면서 온로드 스포츠 라이딩에 집중하는 일종의 크로스 투어링 또는 크로스 러너 스타일을 표방한다. 


이 스타일의 라이딩 포지션은 전후 서스펜션 움직임 간격이 넓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차체의 높이가 커지고, 그만큼 라이더의 시트 포지션도 올라간다. 라이더의 상체는 앞으로 기울지 않고 곧게 서면서 시야가 그만큼 넓고 높아진다. 덕분에 장거리 투어링과 라이딩에서는 이점이 크다. 교통의 흐름을 더 수월하게 읽어낼 수 있으며 시야가 좁아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허리가 앞으로 숙는 라이딩 포지션이 집중력 있게 스포츠 라이딩을 즐기기에는 조금 더 유리할 수 있지만, 장시간의 라이딩이라면 피로가 더 쉽게 쌓일 수 있다. 그렇지만 허리를 숙이지 않고도 편안한 자세로 달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그만큼 더 멀리, 빠르면서도 여유 있게 달릴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같은 스타일, 같은 장르에 속할 수 있는 모델들은 이미 많은 라이더에게 낯설지 않은 것이 되었으며, 또한 인기를 끌었다. 


BMW 모토라드의 S 1000 XR, F 900 XR, 최근 야마하에서 심혈을 기울여 출시한 트레이서9 GT+도 여기에 속할 수 있다. 오히려 스즈키가 경쟁사의 대응 모델로써 S1000GX를 뒤늦게 출시한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다시 말하면 필연적인 등장이다. 


모든 것을 갖췄다


말 그대로다. S1000GX는 거의 모든 것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스즈키의 역량이 총동원된 모델이라 봐도 좋다.


최근 호평받고 있는 디자인적인 부분부터 온전히 믿을 수 있으면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엔진의 필링과 퍼포먼스, 세부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트랙션 컨트롤 및 라이딩 모드와 같은 전자제어 시스템, 여기에 스즈키에서 최초로 적용한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이 추가됐다. 


그중에서도 역시 최고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가장 중요한 엔진의 성능이다. 사실 엔진은 시리즈 전반에 걸쳐서, 그리고 이전부터도 사용됐던 엔진으로 신선한 맛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강력한 성능이 여전하고 또한 그것을 온전히 다룰 수 있기에 엔진을 구동시켜서 얻는 라이딩의 즐거움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물론 엔진의 출력에 있어서 이보다 강력한 성능을 내는 경쟁 모델들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강력할 뿐만아니라, 저회전 영역부터 고회전까지 특유의 회전 질감이 주는 ‘맛’은 그야말로 특별하다. 훌륭한 엔진이 기반이 되니 사실 다른 어떤 부분이 부족하더라도 감내할 준비가 됐지만, S1000GX는 스즈키에서는 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느낄 정도로 친절하게 다가온다. 


다시 말하면 S1000GX가 지금까지의 GSX-S1000 시리즈들 수준으로만 출시됐다고 하더라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옵션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S1000 특유의 직렬 4기통 엔진이 주는 매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우선 순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즈키는 이미 자신들의 매력을 알고 있는 이들 이외의 소비자층을 노리고 있거나, 특유의 합리적 가격에 한 차원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프리미엄을 제공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선으로 장르의 특성이 또 그렇다. 라이더의 상체가 서는 업라이트 포지션에서 나오는 당당한 라이딩 질감과 직렬 4기통 엔진의 회전 질감과 특유의 음색, 고속주행을 즐기면서도 편안하고, 또한 적극적인 스포츠 라이딩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이 장르의 특색이다. 


그러면서 다양한 장면에서 대응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을 찾는 이들은 이미 다양한 경험이 있거나 어느 한 장면에서도 뒤처지고 싶지 않은 욕심쟁이이자 욕심을 채워줄 수 있는 모델을 선택할 준비가 이미 되어 있는 이들일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프리미엄급 이상의 요소들을 갖출 필요가 있다. 스즈키가 S1000GX로 노리는 바가 바로 그 지점이다. 


이런 점에서 엔진과 기본 섀시를 제외한 부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도입이다. 이 서스펜션은 쇼와의 것을 적용한다. 프런트 포크는 SFF-CA(세퍼레이트 펑션 프론트 포크-카트리지). 즉, 카트리지 타입이면서 좌·우측의 서스펜션이 각각 기능을 달리하는 버전이 전자식으로 제공된다. 


리어에는 과거 GSX-R1000에 적용됐던 BFRC-LITE(밸런스 프리 리어 쿠션-라이트)가 탑재됐다. 정확하게 말하면 각각의 특성을 갖고 있는 쇼와의 전후 서스펜션이 스즈키의 통합적인 시스템인 SIRS(스즈키 인텔리전트 라이드 시스템)에서 전자식 서스펜션인 SAES(스즈키 어드벤스드 일렉트로닉 서스펜션)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것은 6축 IMU(관성측정장치) 기반으로 검출된 값을 바탕으로 서스펜션의 설정을 조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SFRC(스즈키 프로팅 라이드 콘트롤)와 차량의 전후 움직임에 대응하는 SDDC(스즈키 디셀러레이션 댐핑 콘트롤), SVDC(스즈키 벨로시티 디펜던트 콘트롤) 등의 기능이 통합적으로 제어되어 기능한다. 


사실 세세한 기능들의 명칭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전자식 서스펜션의 작동 방식은 주행 중의 가감속과 전후좌우 기울기에 따라 서스펜션의 세팅값이 변화한다고 보면 된다. 라이더의 성향에 따라 개별적인 설정을 바꿀 수도 있다. 초기 하중 조절과 서스펜션 세팅 값도 변경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스포츠 라이딩을 위해서 서스펜션을 꽤나 단단한 설정으로 바꿨을 때도 여전히 약간은 부드러운 성향의 움직임을 보여준다고 느껴졌다. 극단적으로 스포츠성을 높이는 세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느낌이랄까. 모드 변경에 따른 차이를 아주 명확하게 느끼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세세한 차이점보다 각각의 모드에서 동일하게 작지 않은 덩치의 S1000GX를 충분히 어색함 없이 다룰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보였다. 


경쟁 상대가 누구냐


앞서서도 밝혔지만, 스즈키의 GSX-S1000 시리즈들은 저마다의 모델들이 서로의 라이벌처럼 느껴진다. 이번 S1000GX는 먼저 등장해서 높은 인기를 누렸던 S1000GT의 뒤를 이어갈 모델이자, 스포츠 투어링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에 서로 경쟁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시리즈 전체에서 최고로 치는 모델은 네이키드 타입인 S1000을 꼽는다. 가장 가볍고 경쾌한 구성이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의 장비 때문에 라이딩을 즐기는데 약간은 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그 순수한 매력만큼은 최고라고 평가해왔다. 


그것과 비교했을 때, S1000GX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차체는 역대 S 1000 시리즈 중 키가 크고 전제적인 부피도 가장 큰 편이며, 무게도 무겁지만, 자유자재로 변경해 라이딩 환경을 맞춰 달릴 수 있고, 스포츠성을 즐기면서도 편안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특성이기도 하며 반대로는 극단적인 스포츠성을 내세우는 것도 아니다. 


기존 시리즈에서는 부족했던 프리미엄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S1000GX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S1000 시리즈들이 꾸준히 모델 간의 차별성을 조금씩 제시하면서 스즈키의 영역을 조금씩 넓히고 탄탄한 바닥을 다져놓았다면 이제 S1000GX는 거기에 더 풍부하고 종합적인 성능을 제공할 수 있는 모델로 존재한다. 


당연히 S1000GX는 시리즈 전체의 최종적인, 가장 완벽한 답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신 시리즈의 최상위급 모델로써 기준을 잡는 데는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거의 모든 것을 갖춘 S1000GX를 기준으로, 라이더 스스로 필요치 않은 것들을 덜어내다 보면 S1000 시리즈에서 원하는 모델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도 특유의 높은 스포츠성과 특유의 스타일, 최신 전자제어기술을 포기할 수 없다면 S1000GX가 당신이 찾는 정답일 것이다.


나경남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_김성원 Vehicle Photography 

협조_스즈키코리아


SUZUKI GSX-S1000GX 주요 제원

엔진 형식  - 수랭 DOHC 직렬 4기통

보어×스트로크 - Ø73.4×59.0(mm)

압축비 - 12.2:1

배기량 - 999cc

최고출력 - 152ps/11,000rpm

최대토크 - 10.8kgf.m/9,250rpm

전장×전폭×전고 - 2,150x925x1,350(mm)

축간거리 - 1,470mm

시트고 - 845mm(로우 시트 -15mm)

연료탱크 - 19ℓ

타이어 - (F) 1120/70-17 튜브리스 (R) 190/50-17 튜브리스

브레이크 - (F) 더블디스크 (R) 싱글디스크, 2채널 ABS

건조중량 - 235kg

판매가격 - 2,149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