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_VESPA, GTS CLASSIC 300

2023-11-23

‘가치’를 깨닫는 순간 비로소 완성된다


이탈리아어로 ‘말벌’을 뜻하는 베스파는 1946년부터 이어온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이탈리아를, 클래식 스쿠터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앞서 125cc 모델인 GTS 슈퍼 스포츠를 시승한 이후, 이번엔 300cc 모델을 시승하게 됐다. 300cc 모델은 GTS 클래식과 고급 사양인 GTS 슈퍼 테크로 나뉘며, 이번 시승의 주인공은 GTS 클래식 300 그린 릴랙스 색상이다.

GTS 클래식 300 그린 릴랙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바이크가 출시되고 있다.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요즘 같은 불경기일수록 소비자로부터 선택받기란 더욱 어렵다.


베스파가 ‘예쁜 게 전부인 스쿠터’라고 불리던 수식어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어떠한 제품이 꾸준히 판매되는 이유로 높은 완성도가 한 몫 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제품을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그 제품이 상징하는 가치의 총합이라고 볼 수 있으며, 오늘날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자체를 구매한다.


익숙함 속의 변화


신형 GTS 클래식 300은 베스파가 추구하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세세한 부분에서 변경이 이루어졌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눈에 보이는 볼트들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다. 방향지시등은 안쪽에서 고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정비성은 조금 떨어질 수 있겠지만, 작은 변화로 베스파라는 브랜드에 걸맞은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테일램프 아래의 페어링을 고정하는 나사도 사라졌고, 테일램프의 모양도 변경이 이루어졌다.


헤드라이트와 방향지시등, 테일램프 등 등화류에는 모두 LED가 적용됐다.


원형이었던 사이드미러는 둥근 모양에서 스프린트에 사용되는 사이드미러의 형태로 변경됐다. 날렵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서였다면 성공적인 변화라고 생각된다. 감성마력이 더해져서인지 괜히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계기반은 아날로그와 LCD 화면이 결합한 형태다. 속도와 연료계, 엔진 온도계 등 기본적인 정보와 좌측 핸들 뭉치에 달린 조이스틱을 조작하면 전압, 순간연비, 평균연비 등이 표시된다.


대부분 스쿠터가 안전상의 이유로 사이드 스탠드가 세워진 상태에서는 시동이 걸리지 않게 설계되고 있는데 베스파 역시 마찬가지다. 사이드 스탠드를 세우면 LCD 화면에 사이드 스탠드 모양의 불빛이 점등된다.


정차 시 엔진 시동을 멈추는 ‘스톱 앤 고’ 기능은 적용되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바이크를 연결하는 멀티미디어 커넥티비티 시스템 미아(MIA) 또한 탑재되지 않았다.


이동 동선, 연비, 엔진 온도 등에 대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어, 유지관리에 꽤나 도움이 되는 기능인데 아쉬운 부분이다.


시트 밑 트렁크 공간은 간단한 짐을 넣기에 무난한 수준이다.


편안함 그리고 안전함


일상복과 잘 어울리는 GTS 클래식 300


신형 GTS 시리즈부터는 모든 모델에 스마트키가 적용된다.


열쇠를 꽂을 필요 없이 스마트키를 주머니에 넣고 있으면 되는 편리함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다면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이그니션 스위치를 돌려 키 온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잡고 시동 버튼을 누르자 엔진이 힘차게 돌아간다.


시트고는 790mm로 무난한 편이고, 허벅지가 닿는 시트 앞쪽의 형상을 뾰족하게 만들어 좀 더 안정적인 발착지성을 확보했다.


스로틀을 감으면 초반부터 rpm이 상승하고, 클러치는 rpm을 조금 더 상승시켜 줘야 붙게 된다. 생각보다 스로틀을 많이 감아줘야 바이크가 움직이기 때문에, 처음이라면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기존 2개였던 피벗 포인트가 5개로 늘어나며 개선이 이루어진 프런트 포크는 안정적인 구조를 갖게 됐다. 덕분에 충격 흡수 성능이 상승하면서 승차감도 개선됐다.


엔진의 변화는 없다. 이전에 사용되던 278cc HPE 엔진이 계속해서 자리하고 있다. 최고출력은 23.8hp로 동급 모델들과 비교하면 다소 낮은 수치지만 절대 굼뜨지 않다. 부지런히 스로틀을 당기면 대부분 다음 신호등까지 가장 먼저 도달한다.


공인연비는 실연비와 가까운 방식으로 측정하는 WMTC 모드를 기준으로 31.2km/ℓ이다. 한산한 외곽도로를 달리며 순간 연비를 확인해 봤을 때 70~80km/h의 속도로 정속주행 시에도 35km/ℓ 부근을 유지하는 연비를 보여줬다.


정지 상태에서 고속까지 시원하게 달려주는 덕분에 클래식 스쿠터임에도 달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빠른 속도에는 필수적으로 제동 성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브레이크 시스템도 함께 개선이 이뤄졌다. 특히 프런트 브레이크에 닛신 사의 캘리퍼를 채용해 이전보다 더 강력한 제동력을 확보했다. 또한 2채널 ABS와 TCS와 같은 미끄럼방지 시스템인 ASR를 적용해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보다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베스파의 ‘가치’


클래식 스쿠터의 대명사가 된 베스파는 현재까지 고유의 디자인을 유지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이어오고 있다. 차체가 프레임 역할을 하는 모노코크 방식을 고수하는 것 또한 여전하다.


GTS 클래식 300의 판매가격은 909만 원이다. 비슷한 동급의 스쿠터 가격을 생각해 본다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하지만 하나씩 따져본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모델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가격이 아닌 브랜드가 지닌 ‘가치’에 집중한다면 이만한 모델이 또 있을까?

 

VESPA GTS CLASSIC 300 주요 제원

 

엔진 형식 - 4행정 수랭 단기통

보어×스트로크 - Ø75.0×63.0(mm)

배기량 - 278cc

최고출력 - 23.8hp/8,250rpm

최대토크 - 26Nm/5,250rpm

전장×전폭×전고 - 1,950×755×-(mm)

축간거리 - 1,380mm

시트고 - 790mm

연료탱크 - 8.5ℓ

타이어 - (F) 120/70-12 (R) 130/70-12

브레이크 - (F) Ø220mm 싱글 디스크, (R) Ø220mm 싱글 디스크, 2채널 ABS, ASR

건조중량 - 160kg

판매가격 - 909만 원

 

이승원(monkey2@kmnews.net)

사진/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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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39호 / 2023.11.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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