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_2021 MOTO GUZZI V7 SPECIAL

2021-10-01

아름답고 친절한 모토굿찌의 ‘클래식 스타터’

 

가로배치 V형 트윈, 혹은 크랭크 세로형 V형 트윈, 뭐라고 부르던 간에 아무튼 모토굿찌를 대표하는 이 엔진은 무려 1967년에 탄생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섀시의 분위기는 거나하게 기분을 내기 보다는 오히려 차분하고 부드러운 특성을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디자인은 V7 아이덴티티를 잘 계승했고 완성도 또한 높다. 주변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2021 V7 스페셜은 50년 역사의 훌륭한 엔진과 전통적인 V7 네이밍, 차량 전반의 완성도와 결과를 보아도 부자연스러움 없이 헤리티지를 이어가기에 충분하다.

국내 전통 벽화와 잘 어울리는 모토굿찌의 대표적인 클래식 모터사이클, V7 스페셜


클래식 & 레트로 스타일의 전성시대


트렌드가 돌아오기 전부터 이러한 취향을 가져왔던 이들에게는 모쪼록 반갑고 풍요롭고 수월한 세상인 것이다. 어지간한 브랜드마다 각자의 핵심 모델에 더욱 힘을 주어 내놓는가 하면, 한 동안 클래식 모델을 내놓지 않던 브랜드조차 역사 속의 기념비적인 모델과 그러한 아이덴티티를 꺼내어들어 뉴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덕분에 이전과는 달리 그다지 크게 고생하지 않고도 다양한 헤리티지 모터사이클을 만나볼 수 있고, 주변의 더 많은 사람들과 이런 취향을 공유할 수도 있게 됐다.


비용과 관리 측면에서도 매우 합리적이다. 15년 전 즈음에는 모터사이클 계에서 클래식 마니아들이 설 자리는 좁고도 험해 어지간히 강단이 센 사람이 아니고서는 자신의 취향을 실현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시장 규모가 작아 차량 시세는 높고, 부품은 구하기 어려웠으며, 오래된 바이크를 선뜻 손대겠다는 의지할 만한 정비업소 찾기는 더욱 힘들었다. 고집을 부려 애써 완성시킨 멋진 바이크마저 이쪽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 하는 대다수 타 장르 마니아들에게서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이제는 판도가 완전히 바뀌어 일단 고풍스러운 디자인을 입었다 하면 그것이 네오 레트로든, 조금 더 진득한 클래식에 가깝든 찬성표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 바이크를 타지 않는 보통 사람들마저 호감어린 눈빛을 보내는 일이 많고, 그들이 새롭게 입문하는 시장에서의 호감도는 더욱 도드라진다.


이렇게 클래식 장르에 호감을 가진 이들이 새롭게 바이크를 고를 때에 모토굿찌 V7 스페셜을 선택할 만한 이유는 꽤 존재한다. 브랜드 자체로서의 아이덴티티, 뛰어나고도 유명한 엔진, 아름다운 실루엣, 게다가 초심자에게 친절하게 다가서는 요소들 또한 있다.


50년 헤리티지의 훌륭한 엔진


먼저 엔진은 겉으로 한 눈에 보아도 존재감이 있다. 모터사이클 엔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눈길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실린더 기준으로 가로배치 V형 트윈, 혹은 크랭크 세로형 V형 트윈, 뭐라고 부르던 간에 아무튼 모토굿찌를 대표하는 이 엔진은 무려 1967년에 탄생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시동을 걸면 공회전 상태에서 맥동이 상당해 기대감을 갖게 한다. 묵직하게 둥둥거리는 고동에 맞춰 핸들과 거울이 좌우로 도리도리 흔들릴 정도다. 바로 전까지 느꼈던 어딘가 아담하고 예쁘장했던 첫 인상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달리는 쾌감을 선사하는 V7 스페셜


의외성에 착안해 중립 상태에서 스로틀을 감아 엔진 회전을 느껴보면 차체가 순간 오른쪽으로 쏠린다. 동작 자체는 독일 브랜드의 수평대향 엔진과 같은 크랭크 세로 방향 엔진 자체의 특성이다. 다만 쏠림의 양이 작지 않고 느껴지는 감각 또한 터프하다. 확실히 존재감이 있다.


클러치를 붙이며 출발하면 공회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1,500rpm 근처부터 곧바로 실용 영역에 돌입한다. 반 클러치나 출발에 서투른 사람이라도 손쉽게 다룰 수 있다. 4,000rpm 이하 영역까지는 맥동과 토크를 느끼며 진득하게 몰 때의 기분이 좋고, 반면 그 이상으로 회전을 올리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모던한 2기통 미들급 엔진처럼 진동이 줄어들고 동시에 토크풀한 모습보다는 출력적인 특성이 도드라지면서 작은 차체를 가볍게 밀어낸다.


이 정도 디자인을 품고 있는 클래식 바이크 중에서는 분명 쌩쌩 잘 달리는 편이며, 중속 이상의 속도에서도 주행 자체를 원활하게 지원한다. 구형에 비해서 무려 25%나 상승한 65hp의 최고 출력 덕분에 더 이상 답답한 달리기 실력을 ‘클래식 감성’이라며 핑계대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템포를 늦추고 저회전영역을 사용하며 토크풀한 모습으로 몰아보면, 역시 이 쪽의 맛이 훨씬 깊고 풍부하다.


처음 만들어 낸지 50년이 넘었지만 스스로 숙성을 거듭해 헤리티지가 된 이 엔진은 분명 독특한 특성을 지닌 웰메이드로서 V7을 선택할 만한 이유 중 하나다.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섀시 세팅


섀시의 분위기는 거나하게 기분을 내기 보다는 오히려 차분하고 부드러운 특성을 보여준다.


최초에 차량 전반의 디자인을 볼 때 느낄 수 있는 예쁘장한 감각에 어울린다. 시트부터 스텝까지의 거리, 또한 시트부터 핸들까지의 거리가 큼직하지 않아서 라이딩 포지션 자체에서 오는 개방감이랄까, 호쾌한 느낌은 없지만, 신장이 작은 사람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해 부담 없이 차체를 다룰 수 있고 피로도 또한 덜하다.


시트가 푹신하고 앞, 뒤 서스펜션 또한 부드럽고도 천천히 작동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안락한 세단을 모는 기분이다. 스포티하게 노면을 붙잡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떠가는 감각에 가까우면서도 결코 느리지는 않다. 기울임 동작과 코너링도 손쉽다. 좌우로 높이 뻗은 엔진 구조로 인한 것인지, 기울이기를 시작하면 한 번 더 안쪽을 향해 기울어지는 특성을 보인다.


18인치 프런트 휠을 사용하는 이쪽 장르의 다른 모델들보다 확실히 저항감이 적으며, 중량이 225kg인 점을 잊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브레이크 역시 사용하기가 쉽다.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과 2채널 ABS가 부족하지 않게 작동하고, 느릿한 캐릭터의 서스펜션이 꾸준하게 압축, 신장하며 급작스러운 전개를 만들지 않는다. 


TCS도 장비됐지만, 스포츠 바이크처럼 아스팔트에서 접지력 한계를 넘었을 때를 대비했다기보다는, 갓길의 모래나 비포장도로에서 스로틀 조작을 실수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 섀시 전반은 모던하게 움직일 수 있는 성능을 바탕으로 안락한 감각으로 조율되어 있어서 초심자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설정이다.


매력적인 디자인 밸런스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디자인은 V7 아이덴티티를 잘 계승했고 완성도 또한 높다. 주변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차체는 슬림하고 엔진은 볼륨감 있으면서도, 과장된 풍만함 보다는 날렵한 로드스터의 형상을 멋지게 재현했다.


심플한 계기반 주위


2021년형 스페셜 모델은 함께 출시된 스톤 모델과는 달리 더욱 고풍스러운 본래의 모습으로 마무리 됐다. 반짝반짝 빛나는 튜브 타입 와이어 스포크 휠, 고전적인 형태의 계기반 구성과 헤드라이트, 시트와 탱크의 컬러 또한 차분하고 깊이감이 있다. 비록 가까이서 하나하나 들여다볼 때의 몇 가지 부품 품질과 직접 주행할 때 눈에 들어오는 콕핏 뷰는 일부 아쉬운 감이 있지만, 몇 발자국 떨어져서 뒤돌아보면 밸런스와 실루엣은 최고다. 매력적이다.


모토굿찌는 유럽의 역사적인 브랜드 중에서도 오래된 편에 속한다. 다른 몇몇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모터사이클 제작에 뛰어들었던 것과 달리 이들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먼저 발을 내딛고 1950년대에 WGP와 맨섬 TT 등에서 활약했다. 1970년대 이후 당시 여느 유럽 브랜드처럼 몇 번인가 인수와 매각을 거쳤지만 심각하게 맥이 끊어진 적은 없다.


2021 V7 스페셜 또한 마찬가지다. 50년 역사의 훌륭한 엔진과 전통적인 V7 네이밍, 차량 전반의 완성도와 결과를 보아도 부자연스러움 없이 헤리티지를 이어가기에 충분하다. 클래식 바이크 숙련자라면 이미 각자의 취향과 노선이 확고하겠지만, 이쪽에 입문하는 라이더가 V7 스페셜을 선택한다면 대체로 수월하게 시작하며 다방면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2021 MOTO GUZZI V7 SPECIAL 주요제원

 

엔진 형식 - 공랭 4스트로크 V타입(90도) 2기통

배기량 - 853cc

최고출력 - 64.9ps/6,800rpm

최대토크 - 7.44kg·m/5,000rpm

전장×전폭×전고 - 2,180×825×1,105(mm)

시트고 - 795mm

연료탱크 - 21ℓ

타이어 크기 (F) 100/90 18 (R) 150/70 B 17

타이어 형식 - 튜브 타입

브레이크 - (F)유압식 Ø320mm 싱글 디스크 (R)Ø260mm 싱글 디스크

건조 중량 - 225kg

판매가격 - 1,650만 원(VAT 포함)

 

차량 협조/피아지오 코리아

글/김솔 시승 전문 객원기자 사진/편집부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모토굿찌 #모토구찌 #V7스페셜 #시승 #김솔


한국이륜차신문 388호 / 2021.10.1~10.15


Copyright ⓒ 한국이륜차신문 www.kmnews.net 무단복제 및 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