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DA CBR1000RR-R FIREBLADE SP

2021-05-28

트랙으로의 초대, ‘즐거움에 흠뻑 젖어서 달릴 수 있다’

 

조금은 서늘했던 2020년 늦가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슴으로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CBR1000RR-R FIREBLADE SP를 만났다. 혼다가 서킷을 타깃으로 만든 신형 슈퍼바이크는 과연 어떨 것인가!

한 달 전인 추석 즈음부터 국내 판매가 시작된 CBR1000RR-R FIRE BLADE(이하 ‘트리플 알’). 오랜 시간 슈퍼바이크 광팬이자 서킷 주행을 자주하는 나에게 트리플 알은 2020년 출시된 뉴모델 중 호기심 대상 1순위였다. 혼다가 마음잡고 트랙을 타깃으로 만든 슈퍼바이크라니, 궁금할 수밖에!

 

하지만 국내 공급된 물량이 원체 적어 일반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주행 후기는 더욱 접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찰나에 혼다코리아에서 이례적으로 ‘트리플 알’의 미디어 시승회를 국내 유일 그레이드 A등급 국제서킷인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이하 KIC)에서 진행했다. ‘트리플 알’과 서킷을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

 


트랙에 포커스를 맞춘 슈퍼바이크


1992년 CBR900RR부터 시작된 혼다 슈퍼바이크. 오랜 시간 동안 라이벌들은 출력이나 무게 같은 자극적인 단어로 도발했지만, 혼다는 변함없이 출퇴근이 편한 슈퍼바이크를 지켜왔다. 과장이 아니라 장담컨대 트랙데이, 출퇴근, 투어링, 와인딩 등 일반 라이더가 만나는 모든 환경에서 혼다 슈퍼바이크보다 종합 점수가 높은 슈퍼바이크는 없다.

 

모든 환경에서 모자람 없는 모범생 혼다 슈퍼바이크였지만 라이더들은 은근히 자극적인 매콤함을 바랐다. 그런 혼다가 발표한 CBR1000RR-R FIREBLADE.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모델명은 레이스를 의미하는 ‘R’이 하나 더 붙어 ‘트리플 알’이 됐고, 개발 테마는 ‘Total control for The track!!’ 아… 개발 테마도 멋있어서 감탄이 나오지만, 발표한 스펙에서 ‘드디어 칼 뽑았구나!’란 확신이 든다. 216마력!

 

그간의 혼다였다면 기대에 맞장구 쳐주는 정도로 200마력 살짝 넘겨 출시했을 텐데, 무려 216마력이다. 일제 슈퍼바이크중 가장 높다! ‘트리플 알’이 기대되는 건 단순히 마력 때문이 아니다. 


그간 보수적으로 절제시킨 출력을 고집하던 혼다가 라이벌을 압도하는 파워를 만들었다는 건, 파워뿐 아니라 섀시, 전자장비를 포함한 ‘트리플 알’의 전반에 엄청난 집념을 쏟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혼다가 라이벌 평정을 위해 만든 슈퍼바이크가 내게 어떻게 대화를 걸어올지 너무너무 기대된다!

 


완전히 새롭게, 그리고 최강을 목표로


기술적인 것을 간략하고 짚고 넘어가면, 새롭게 설계된 ‘트리플 알’의 엔진은 216마력을 뽑아내기 위해 MotoGP의 RC213V의 노하우를 투입시켰다. 보어와 스트로크는 RC213V와 동일하며, 알루미늄 단조 피스톤(개당 5% 경량화)과 티타늄 커넥팅 로드(20% 경량화)를 채용했다. 전모델 대비 1,500rpm 한계 회전수 상승을 위한 필수 선택이었을 테다. 새로 투입된 멀티 피스톤 제트와 빌트 인 보텀 바이패스는 고출력 엔진을 괴롭히는 열 상승을 억제 시켰다.

 

흡배기 효율 극대화를 위해 전면 중앙의 에어 덕트에는 터뷰레터를 설치하고, 스로틀 바디 확대(Ø48mm· Ø52mm), 더욱 협각을 이룬 흡배기 밸브/포트, 타원형 배기 파이프를 채택했다. 사일런서는 배기시스템 전문 제조사 아크라포빅과 협업한 ‘트리플 알’ 전용 제품이다.

 

보쉬 IMU를 기반으로 작동되는 전자장비도 최신 사양이다. 혼다의 오랜 토크 컨트롤 시스템인 HSTC(Honda Selectable Torque Control)는 더욱 진화됐으며, 세 가지 라이딩 모드에서 엔진 파워, 셀렉터블 엔진브레이크, 윌리 컨트롤, 2세대 스마트 EC 올린즈 서스펜션(SP 전용), HSTC, 스포츠 모델 전용 ABS의 설정을 좌측 스위치 박스로 주행 중에도 쉽게 변경할 수 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모든 모드에서 변경된 세팅 값이 전원을 껐다 켜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 론치 컨트롤이라 불리는 스타트 제어 모드가 신설됐고, SP 사양에는 업/다운 퀵 시프트(3단계 감도 조절)가 탑재됐다. SP 모델에는 경량화와 내구성 높은 리튬이온 배터리 채용했다.

 

프레임과 시트 레일은 강성은 유지하면서 콤팩트&경량화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스윙암은 퍼포먼스 향상을 위해 전 모델대비 길이를 30.5mm 늘였지만 두께가 다른 18피스로 제작해 중량을 유지시켰다. 수평 강성 15% 향상. SP 사양은 프런트(STYLE MA) 및 리어에 브렘보 캘리퍼가 장착된다.(기본형은 프런트 닛신 캘리퍼)

 

프런트와 리어 페어링이 좁고 날카로워서 CBR600RR로 보일만큼 콤팩트하지만, 슈퍼바이크 다운 포스가 느껴진다. 연료 탱크 상부가 45mm 낮아진 영향으로 리어 둘레가 높게 느껴져서 더욱 공격적인 모습이며, 공기 역학적 설계를 통해 클래스 최소 공기 저항을 실현시켰다. 더 나아가 안티 윌리와 제동/코너링 안정감 향상을 위한 윙릿이 신설됐다.


계기반은 5인치로 커진 TFT 풀컬러이며, 좌측 하단에 전원 온/오프 스위치가 있다. 스마트키의 채용. 포지션에서도 ‘트리플 알’의 방향성 변화가 느껴진다. 핸들 각도가 이전 세대까지는 차체를 안고 타는 타입이었다면, ‘트리플 알’은 좀 더 밖으로 벌어져서 적극적으로 상체를 사용할 수 있는 포지션으로 변경됐다. 스텝도 적극적인 하중 이동을 위해 후상방으로 이동됐다. 즉, 이전 세대보다 더욱 공격적인 포지션이 됐다는 이야기다.


시트에 앉으면서 ‘트리플 알’에 대한 혼다의 정신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은 탑브릿지였다.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기교를 부렸던 탑브릿지가 아닌 심플하게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 혼다 레이싱 머신에 채용되는 탑브릿지와 동일한 콘셉트다.

 

진정한 모습은 10,000rpm부터


14,500rpm까지 회전시키며 고회전에서 최고 출력을 뽑아내는 엔진답게 아이들링 토크는 이전 세대보다 조금 약해졌지만, 첫출발부터 어색함 없는 스로틀 감각이나 클러치 미트 감각에서 ‘역시 혼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지금까지 경험을 비춰 봐도 모터사이클 전반의 움직임을 가장 자연스럽게 세팅하는 브랜드는 혼다였다. 언제 타더라도 자연스러운 모터사이클을 만드는 것, 쉬운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강력한 216마력이라서 출발 후 스로틀을 점진적으로 열어가면서 중속회전부터 대단한 뭔가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잔뜩 긴장한 내가 민망할 정도로 평범하게 가속한다. KIC 마지막 코너를 2단으로 돌아 메인스트리트에 들어서자마자 이번엔 스로틀을 끝까지 열었다.

 

중속 rpm을 부드럽게 지나온 엔진은 10,000rpm을 지나면서 출력이 ‘주~우욱~!’ 솟아오르고, 12,000rpm에서 다시 한 번 출력이 ‘펑~!’ 터져 나온다. 10,000rpm부터 이미 프런트 타이어는 노면에서 떠 있지만, 계속 스로틀을 끝까지 열고 있어도 ‘트리플 알’의 전자장비가 일정 각도 이상 떠오르지 않게 유지하면서 최고 가속력을 만들어낸다. 이 엔진의 본 모습은 10,000 rpm부터! 지금까지 혼다와 달리 엄청 고회전에서 출력이 나오는 엔진이다.

 

시승 후에 소감을 전하는 본지 황성필 객원기자


혼다가 제시하는 새로운 ‘토털 컨트롤’


250km/h로 메인 스트리트를 달려와 1번 코너 제동구간 깊숙이 들어가서 일부러 늦게 제동을 하며 브레이크를 괴롭혀도, 스포츠 모델 전용 ABS는 초기에만 작동이 조금 느껴질 뿐 ABS가 개입중인 걸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속도를 뚝뚝 떨어트린다. HSTC는 또 어떻고.

 

1번과 9번 코너를 진입하면서 차체를 기울인 채로 아무런 예비 동작 없이 시프트다운을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또 CP를 지나며 스로틀을 ‘주우욱~!’ 크게 열어 탈출하면 어느 순간 ‘어? 왜 가속이…?’ 라고 느끼는 순간 계기반을 보면 어김없이 램프가 점멸되고 있다. HSTC가 리어 타이어 슬립율을 조절하고 있는 거다. HSTC가 주행 전반에 개입하며 위험한 순간을 미연에 방지한다.

 

KIC를 달리며 감탄한 것은 ‘트리플 알’의 움직임이다. 빠른 방향 전환이 필요한 포인트에서는 600cc 슈퍼스포츠보다 더 민첩하면서도, 트랙션이 걸리는 가감속 구간에선 나도 모르는 사이 ‘트리플 알’을 신뢰하고 있을 정도로 안정감이 높다. 마치 마법처럼 듬직하면서도 날카롭다. ‘트리플 알’과 하루 종일 KIC를 달리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트리플 알’은 어지간해선 넘어지는 일 없겠다.”

 

시승 초기에는 그런 의문이 들었다. “왜 이렇게 고회전에 출력을 몰아 놨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혼다라면 216마력을 만들기 위해 중속을 희생시켰을 리 없다. CBR1000RR-R FIREBLADE SP 미디어 시승회가 끝날 때쯤 출력, 전자장비, 섀시 밸런스 등을 모두 경험하고 나서야 그 이유가 어렴풋이 보였다.

 

‘Total control for The track’의 타깃이 프로 레이서가 아니라 일반 라이더인 것이다. 일반 라이더가 트랙을 주행할 때 ‘즐거움’에 흠뻑 젖어서 달릴 수 있도록, ‘트리플 알’이 적극적으로 보조하기 위한 세팅이다. ‘트리플 알’과 함께라면 일반 라이더도 216마력이라는 높은 파워를 즐겁게 컨트롤할 수 있다.

 

HONDA CBR1000RR-R FIREBLADE 주요 제원


엔진형식 - 수랭 4스트로크 DOHC 직렬 4기통


보어X스트로크 - ø81.0X48.5(mm)


배기량 - 1,000cc


압축비 - 13.0:1


최고출력 - 216ps/14,500rpm


최대토크 - 11.5kgm/12,500rpm


전장X전폭X전고 - 2,100X745X1,140(mm)


축간거리 - 1,455mm


시트고 - 830mm


연료탱크 - 16.1L


타이어 - (F)120/70 ZR 17 (R)200/55 ZR 17


브레이크 - (F)ø330mm 더블 디스크, 4피스톤 레이디얼 캘리퍼 (R)ø220mm 싱글 디스크, 2피스톤 캘리퍼


차량중량 - 200kg


판매가격 - 3,540만 원(스탠더드 3,147만 원)


시승협조/혼다코리아

글/황성필 객원기자·사진/김성원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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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367호 / 2020.11.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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