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_TRIUMPH, BONNEVILLE T120 BLACK

2021-08-18

‘평범’해서 ‘특별’한 브리티시 모터사이클

 

오묘한 색감의 원색 색상이 품질 높은 부품들과 아우러져 만들어내는 어른스러움이 매력적인 본네빌 시리즈, 오늘 시승한 모델은 이런 본네빌 시리즈 중, 또 다른 어른스러움을 추구하는 블랙 시리즈다. 식상하기 쉬운 블랙 색상을 트라이엄프는 또 다시 오묘한 질감 차이로 마법을 부렸다.

모터사이클에 관심 있는 사람은 한번쯤 들어봤거나 어디선가 실물을 봤을 ‘본네빌’ 이라는 모터사이클은, 둥근 헤드라이트와 계기반, 조약돌 같은 연료탱크, 단차 없는 시트, 손 뻗으면 닿는 적당한 높이의 핸들 등 오래전 모터사이클을 떠올리면 그려지는 익숙한 디자인이다. 그래서 특별함 없어 보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라이더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그 비결은 멈춰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네빌은 1959년 데뷔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을 포함해 엔진까지도 수차례 변경됐다. 여러 차례 진행된 대대적인 변경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변치 않았던 것은 본네빌 시리즈의 아이덴티티였다. 브리티시 클래식으로 구분되는 해당 장르의 오리지널인 본네빌의 정통성과 상징적인 디자인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많은 라이더들에게 오리지널로 인정받고, 또 워너비일 수 있었다.


오랜 기간 지켜온 오리지널리티


강화되는 환경규제로 인해 관련 부품수가 점점 더 추가되기 때문에, 멋들어진 공랭 냉각핀과 심플한 엔진 둘레가 매력인 클래식 계열의 오리지널 디자인 유지는 더욱 어렵다. 환경 규제에는 대응하면서 성능은 향상시키고 디자인은 환경규제가 거의 없던 시절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트라이엄프는 매 시기마다 이 어려운 과제를 해내고 있다.


본네빌 T120 블랙은 본네빌 블랙 시리즈의 T120 버전이다. 원색 컬러 기반의 ‘예쁨’을 강조했던 스탠더드 본네빌과 달리, 차체 부품 대부분을 블랙 색상으로 변경해 ‘시크함’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리어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디스크, 레버류 등 일부 부품을 제외하곤 모두 블랙!!


시승차로 제공된 본네빌 T120 블랙 시리즈의 제트 블랙 컬러는 연료탱크, 헤드라이트 링, 스포크 휠, 턴 시그널 커버, 엔진 케이스, 연료 탱크, 탠덤 그립, 배기 매니폴더와 사이렌서 등의 부품이 블랙 색상이다. 단조로움으로 인해 자칫 촌스럽기 쉬운 블랙이지만, 센스쟁이 트라이엄프는 유광/무광/반무광 블랙을 적재적소에 적용시켜 블랙만이 가지는 시크함을 제대로 살렸다. 그리고 순정 브라운 색상의 시트가 은근 매력 포인트다.


현재의 수랭 본네빌 T120은 2017년부터다. 본네빌 시리즈가 공랭에서 수랭으로 바뀌던 당시, 정통성을 잃었다며 라이더들의 혹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수랭 엔진의 라디에이터와 냉각수 호스는 찾을 수 없게 숨기고, 공랭 엔진 디자인을 유지시킨 신형 본네빌이 출시되자 라이더들의 혹평은 호평으로 바뀌었다.


그 후 더욱 강화된 환경 규제로 인해 경쟁사들은 배기 시스템의 커다란 촉매가 골칫덩이인데 반해, 본네빌 T120은 유로5를 통과한 현재의 모델에서도 예전 그대로의 트윈 피슈터 사이렌서만 눈에 띌 뿐이다. 궁금해서 촉매 위치를 찾아야 될 정도.


일상에서 빛나는 평범함


200kg 초반의 건조중량은 시트 높이(790mm)와 무게중심이 낮기 때문에 주행 중에는 실제 무게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진다.


최근 대다수 네이키드의 와이드 핸들바에 익숙한 탓인지 본네빌 핸들바가 좁게 느껴지지만, 편안한 라이딩이 대다수인 이쪽 장르의 표준 넓이다.


1,200cc 엔진은 1,500rpm부터 두툼한 토크가 있으며, 270도 위상차 크랭크 엔진 특유의 고동감이 있다. 일부러 고단 기어를 사용해 고동감을 증폭시켜도 재미있다.


2,000rpm부터 6,000rpm까지 고른 토크가 유지되며, 4,000rpm부터 최고 rpm까지는 여유롭던 엔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깔끔하게 회전한다. 저속에서는 본네빌 트윈 특유의 ‘바바방~!’ 거리는 부드러운 배기음이, 고회전에서는 잘게 부서지는 배기음이 귓가를 즐겁게 한다.


서스펜션도 ‘천천히 달리는 모터사이클’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놀랄 정도로 움직임이 좋다. 평소에는 마냥 부드러운 서스펜션인가 싶었지만, 큰 요철에서도 자세를 흩트리는 일 없이 작동감이 좋아 라이딩 중에 안심감이 무척 높다. 또 코너에서도 의외로 듬직하다.


애초에 과격한 라이딩을 추구하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섀시의 전반적인 한계는 낮지만, 일상 영역에선 주행할수록 빛난다.


시승 초기에는 ‘너무 평범한 거 아닌가?’ 싶었지만, 라이딩 시간이 길어질수록 ‘평범’이라는 특별함을 깨닫게 됐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평범해서 특별한 본네빌 T120 블랙이다!

 

TRIUMPH BONNEVILLE T120 BLACK 주요제원

 

엔진 형식 - 수랭 4스트로크 SOHC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 Ø97.6×80.0(mm)

배기량 - 1,200cc

압축비 - 10.0 : 1

최고출력 - 80PS/6,550rpm

최대토크 - 105Nm/3,500rpm

전장×전폭×전고 - -×780×1,100(mm)

축간거리 - 1,450mm

시트고 - 790mm

연료탱크 - 14.5ℓ

타이어 - (F) 100/90 18 (R) 150/70 R 17

브레이크 - (F)Ø310mm 더블 디스크, 2피스톤 핀슬라이드 캘리퍼

                (R)Ø255mm 싱글 디스크, 2피스톤 핀슬라이드 캘리퍼

웨트 중량 - 236kg

판매가격 - 1,940만 원


차량협조/트라이엄프코리아

글/황성필 시승전문 객원 기자

사진/트라이엄프코리아·모토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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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385호 / 2021.8.16~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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