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라이더(KTM 390 어드벤처·SYM 울프 125 오너)
새해를 맞이하고 얼마 지나이 않은 1월 6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근처의 한 카페에서 김유정 씨를 만났다. 찬 공기를 가득 머금은 채 실내로 들어온 그녀의 첫인상은 세상에 걱정이랄 게 없어 보일 정도로 순둥순둥한 모습이었다.
내가 바이크를 타게 될 줄이야

사실 김유정 씨는 ‘바이크는 위험한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바이크에 대해 특정한 인상은 없었지만,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어릴 적 할리데이비슨 바이크에 로망이 있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동생과 합심해 꿈도 꾸지 말라며 극구 만류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일이 있고 십여 년 후, 자신이 바이크를 타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재작년 봄쯤에 친구의 시골 별장에서 일주일 동안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산과 밭 같은 풍경을 좋아해서 국도 근처에 작은 산책길을 따라 아침저녁으로 걸으며 그 풍경들을 눈에 담았습니다. 그러던 중 그 길을 바이크로 유유히 지나가던 라이더들을 보게 됐습니다. 그 자유로움이 좋아 보여서 처음으로 바이크를 타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을 가지게 됐습니다.”

입문 바이크로 선택한 SYM 울프 125
이후 같은 공연 팀의 선배와 우연히 바이크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며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한 그녀는 SYM 울프 125를 구매하며 본격적인 바이크 라이프를 시작했다.
중고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운전이 미숙한 왕초보 시절이었기에 한 달간 연습하고 난 후에야 겨우 집으로 바이크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바이크에 눈이 가기 시작했고, 바이크 라이프의 시작을 도와준 선배에게 다시 한번 도움을 청했다.

KTM 라이더스 아카데미에서의 교육 모습
“당시 모토캠핑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캠핑하러 가고 싶다고 말했더니, 비슷한 배기량 대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바이크 중 최고봉이라며 390 어드벤처를 소개해주셨어요. 온로드뿐만 아니라 오프로드까지 겸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쯤 되니 아버지의 바이크 입문을 반대한 것 치고는 아주 열정적으로 바이크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에게 바이크 타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드렸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입문한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사실 그동안 몰래 타다가 얼마 전에 바이크 타는 모습을 그대로 들켰습니다. 아버지께서 본인이 타게 제 바이크를 내놓으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공부만 할 것 같았던 네가?

공연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유정 씨
김유정 씨는 서울대학교 신문방송학 석사 과정을 마쳤을 정도로 재주가 비상한 인물이다. 대학원생 시절에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의도치 않게 지도 교수에게 ‘공부시키기 좋은 학생’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서울대 대학원생이라고 하면 학구열 넘치는 이미지가 일반적인 것 같아요”라며 웃어 보이는 그녀. 그러나 지금은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연극이나 뮤지컬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공연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공연 연출과 관련된 학과로 진학하려고 했지만,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대학원에 가보니까 저보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꿈을 좇기 시작했습니다.”

파격적인 행보에 주위 사람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갑자기 공연 연출 일을 하는 것도 모자라서 바이크까지 탄다고 하니까 지도 교수님이 많이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주변 친구들도 다들 ‘네가?’라는 반응을 보였고요. 특히 390 어드벤처 구입 후 임도에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지금은 즐겨 타는 모습을 보며 응원해주는 편입니다.”
라이더에게도 배움을

바이크를 타면서 일상의 변화도 함께 찾아왔다.
생각 정리를 위해 집 근처 공원에 잠시 다녀오는 것이 전부였지만, 바이크를 타게 된 이후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어디든 원하는 시간에 떠날 수 있게 됐다.
특히 390 어드벤처를 타게 된 이후에는 범위가 더욱 확장됐다. 임도를 타고 산에 올라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머리를 비워내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함께 바이크를 즐기는 라이더들의 행동에서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일상의 동력으로 삼으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게 됐다.

산에 올라 즐기는 휴식을 꿀맛이다
“제가 보기에 충분히 잘 타는 분들도 더 안전하고 즐겁게 취미를 즐기기 위해서 항상 열심히 연습하시더라고요. 자신의 만족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을 즐기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어요.”
여주 이포보를 찾아 오프로드 기본기 연습에 집중하다 보면 이 세상에 라바콘과 자신만 남은 것 같은 기분이 들며, 평소에 가지고 있던 고민이나 걱정거리들이 사라진다는 그녀. 연습을 즐긴 후 넓은 흙길과 그 옆에 흐르는 강을 보면 답답했던 마음도 뻥 뚫리는 기분이라고 한다.
멀리 보고 감아!

넘어져도 다시 힘차게 일어선다
바이크를 탈 때 시선을 멀리 두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어느 한 곳이나 가까운 곳에 시선이 고정되면 비록 그것이 장애물일지라도 그곳을 향해가기 때문이다.
김유정 씨는 2023년이 ‘멀리 보고 감는’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프로드에서 험로를 주파하거나 산에 올라가야 할 때 당장 눈앞에 놓인 장애물에 시선을 두면 바이크가 장애물 쪽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럴 때는 목표 지점을 보고 스로틀을 감아야 가고 싶은 곳에 도달할 수 있어요. 늦게나마 꿈을 좇고 있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개인적으로 잡스러운 생각들이 유난히 많아졌습니다. 당장 눈앞에 놓인 크고 작은 고민거리에 사로잡히다 보니, 원래 가고자 했던 방향과 지향하는 것들은 자꾸 잊게 되더라고요. 올해는 목표 지점에 시선을 두고 좀 더 과감하게 부딪히고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이승원 기자
사진 제공/김유정 씨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모터사이클과사람들 #김유정
한국이륜차신문 419호 / 2023.1.16~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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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라이더(KTM 390 어드벤처·SYM 울프 125 오너)
새해를 맞이하고 얼마 지나이 않은 1월 6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근처의 한 카페에서 김유정 씨를 만났다. 찬 공기를 가득 머금은 채 실내로 들어온 그녀의 첫인상은 세상에 걱정이랄 게 없어 보일 정도로 순둥순둥한 모습이었다.
내가 바이크를 타게 될 줄이야
사실 김유정 씨는 ‘바이크는 위험한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바이크에 대해 특정한 인상은 없었지만,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어릴 적 할리데이비슨 바이크에 로망이 있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동생과 합심해 꿈도 꾸지 말라며 극구 만류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일이 있고 십여 년 후, 자신이 바이크를 타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재작년 봄쯤에 친구의 시골 별장에서 일주일 동안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산과 밭 같은 풍경을 좋아해서 국도 근처에 작은 산책길을 따라 아침저녁으로 걸으며 그 풍경들을 눈에 담았습니다. 그러던 중 그 길을 바이크로 유유히 지나가던 라이더들을 보게 됐습니다. 그 자유로움이 좋아 보여서 처음으로 바이크를 타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을 가지게 됐습니다.”
입문 바이크로 선택한 SYM 울프 125
이후 같은 공연 팀의 선배와 우연히 바이크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며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한 그녀는 SYM 울프 125를 구매하며 본격적인 바이크 라이프를 시작했다.
중고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운전이 미숙한 왕초보 시절이었기에 한 달간 연습하고 난 후에야 겨우 집으로 바이크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바이크에 눈이 가기 시작했고, 바이크 라이프의 시작을 도와준 선배에게 다시 한번 도움을 청했다.
KTM 라이더스 아카데미에서의 교육 모습
“당시 모토캠핑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캠핑하러 가고 싶다고 말했더니, 비슷한 배기량 대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바이크 중 최고봉이라며 390 어드벤처를 소개해주셨어요. 온로드뿐만 아니라 오프로드까지 겸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쯤 되니 아버지의 바이크 입문을 반대한 것 치고는 아주 열정적으로 바이크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에게 바이크 타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드렸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입문한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사실 그동안 몰래 타다가 얼마 전에 바이크 타는 모습을 그대로 들켰습니다. 아버지께서 본인이 타게 제 바이크를 내놓으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공부만 할 것 같았던 네가?
공연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유정 씨
김유정 씨는 서울대학교 신문방송학 석사 과정을 마쳤을 정도로 재주가 비상한 인물이다. 대학원생 시절에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의도치 않게 지도 교수에게 ‘공부시키기 좋은 학생’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서울대 대학원생이라고 하면 학구열 넘치는 이미지가 일반적인 것 같아요”라며 웃어 보이는 그녀. 그러나 지금은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연극이나 뮤지컬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공연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공연 연출과 관련된 학과로 진학하려고 했지만,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대학원에 가보니까 저보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꿈을 좇기 시작했습니다.”
파격적인 행보에 주위 사람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갑자기 공연 연출 일을 하는 것도 모자라서 바이크까지 탄다고 하니까 지도 교수님이 많이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주변 친구들도 다들 ‘네가?’라는 반응을 보였고요. 특히 390 어드벤처 구입 후 임도에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지금은 즐겨 타는 모습을 보며 응원해주는 편입니다.”
라이더에게도 배움을
바이크를 타면서 일상의 변화도 함께 찾아왔다.
생각 정리를 위해 집 근처 공원에 잠시 다녀오는 것이 전부였지만, 바이크를 타게 된 이후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어디든 원하는 시간에 떠날 수 있게 됐다.
특히 390 어드벤처를 타게 된 이후에는 범위가 더욱 확장됐다. 임도를 타고 산에 올라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머리를 비워내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함께 바이크를 즐기는 라이더들의 행동에서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일상의 동력으로 삼으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게 됐다.
산에 올라 즐기는 휴식을 꿀맛이다
“제가 보기에 충분히 잘 타는 분들도 더 안전하고 즐겁게 취미를 즐기기 위해서 항상 열심히 연습하시더라고요. 자신의 만족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을 즐기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어요.”
여주 이포보를 찾아 오프로드 기본기 연습에 집중하다 보면 이 세상에 라바콘과 자신만 남은 것 같은 기분이 들며, 평소에 가지고 있던 고민이나 걱정거리들이 사라진다는 그녀. 연습을 즐긴 후 넓은 흙길과 그 옆에 흐르는 강을 보면 답답했던 마음도 뻥 뚫리는 기분이라고 한다.
멀리 보고 감아!
넘어져도 다시 힘차게 일어선다
바이크를 탈 때 시선을 멀리 두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어느 한 곳이나 가까운 곳에 시선이 고정되면 비록 그것이 장애물일지라도 그곳을 향해가기 때문이다.
김유정 씨는 2023년이 ‘멀리 보고 감는’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프로드에서 험로를 주파하거나 산에 올라가야 할 때 당장 눈앞에 놓인 장애물에 시선을 두면 바이크가 장애물 쪽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럴 때는 목표 지점을 보고 스로틀을 감아야 가고 싶은 곳에 도달할 수 있어요. 늦게나마 꿈을 좇고 있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개인적으로 잡스러운 생각들이 유난히 많아졌습니다. 당장 눈앞에 놓인 크고 작은 고민거리에 사로잡히다 보니, 원래 가고자 했던 방향과 지향하는 것들은 자꾸 잊게 되더라고요. 올해는 목표 지점에 시선을 두고 좀 더 과감하게 부딪히고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이승원 기자
사진 제공/김유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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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19호 / 2023.1.16~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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