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을 잊지 않고 노력하는 자가 승리를 쟁취한다
2022 KRRC 개막전에 출전해 KP300과 KP400 클래스에서 1위를 차지한 김인혜 선수를 만났다. 강단 있는 목소리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그녀는 레이싱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멋진 레이서였다.
레이싱을 시작하기까지

어릴 적부터 운동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육상선수, 유도, 합기도 등 여러 운동들을 섭렵한 김인혜 선수는 흔히 어깨가 빠졌다고 표현되는 ‘습관성 어깨 탈구’가 시작되면서부터 그 꿈을 잠시 내려놓게 됐다.
삶의 방향을 잃은 그녀는 예전부터 좋아하던 바이크를 타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즐거움은 잠시였고, 남은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공허함뿐이었다.
“제가 이룰 수 있는 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그나마 바이크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던 어느 날 트랙데이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참가하게 됐는데 트랙을 달리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고, 이때부터 레이싱의 매력에 빠지게 됐어요.”

2022 KRRC 개막전 KP400 출발직전 모습. 우측이 스승인 김우정 씨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는 말처럼 반드시 탈출구는 존재했다. 게다가 김인혜 선수의 탈출구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녀가 즐겨 타던 바이크가 삶의 지향점이 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이후 꾸준히 레이싱에 도전하던 김인혜 선수는, 다수의 챔피언을 배출한 ‘에이펙스 라이딩스쿨’의 김우정 씨를 스승으로 만나며 본격적인 레이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레이서’로 인정받기 위해
브레이킹을 통해 바이크를 기울여가는 재미와 한계점을 넘나들며 아슬아슬하게 바이크를 제어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그녀이지만, 대회에서는 남성 레이서들과 경쟁해야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올해 참가하는 2022 KRRC에서는 KP300과 KP400 두 클래스의 경기에 참가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더욱 크다.
“체력과 근력, 지구력 등 남자 선수들보다 빨리 한계점에 도달하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에요. 바이크를 기울이면서 매달리고, 다시 자세를 바로잡았다가 또다시 매달리고, 보기에는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상상 이상의 체력이 소모돼요.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지만 신체적 차이에서 오는 한계는 극복하기 정말 어려워요. 하지만 피지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력을 키우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인혜 선수는 이전에도 몇 차례 인터뷰 요청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본인이 납득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타인의 인정을 받았을 때 비로소 자격이 생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챔피언이에요. 남자들도 해내기 어려운 게 챔피언이잖아요? 제가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인터뷰에 응해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계속 미뤄왔고요. 여자여서, 여자가 레이스를 해서, 라는 이유 때문에 인터뷰 요청을 받았던 적도 있는데, 레이스를 할 때는 남녀 구분 없이 다 같은 ‘레이서’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김인혜 선수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실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는 말을 반복했다.
KP300과 KP400 클래스에서 1위를 차지한 그녀가 이렇게까지 겸손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아직도 제 실력이 뛰어나서 1위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회 때 랩 타임이 저조해서 저는 물론이고 팀원들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어요. 정말 운이 좋게 우승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선수이지만 빠른 속도에서 오는 두려움은 항상 가지고 있어요.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정신력도 정말 중요해요.”
인터뷰에 함께 동석한 김우정 씨에게 김인혜 선수는 어떤 선수인지 물었다.
“이 친구는 재능이 없어요. 그리고 애초에 재능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내가 하려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무엇이든지 남들보다 열심히, 많이 하면 잘할 수 있어요”라며 ‘하고자 하는 의지’에 대해 강조했다.
팀 가와사키가 김인혜 선수를 서포트하게 된 이유 또한 혼자의 힘으로 노력하는 그녀의 간절함 때문이었다.
1등은 간절한 사람이 쟁취한다

김인혜 선수의 최종 목표는 ARRC (아시아로드레이싱챔피언십)에 진출하는 것이다. 뛰어난 레이서들이 모인 자리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해 계속해서 실력을 키우고 있다.
“ARRC에는 엄청난 선수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예선에서 탈락할 수도 있고, 본선에 올라간다고 해도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는 곳이에요. 제 실력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에요.”
경주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경주에서 계속 이긴다는 것은 많은 준비가 된 사람 중 간절한 자만이 쟁취할 수 있는 보상이라 생각한다는 김인혜. 간절함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김인혜 선수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 진출하는 그날까지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글/이승원 기자 사진/김성원 사진작가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김인혜 #엘리 #RiderEllie #가와사키 #에이펙스 #라이딩스쿨
한국이륜차신문 403호 / 2022.5.16~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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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을 잊지 않고 노력하는 자가 승리를 쟁취한다
2022 KRRC 개막전에 출전해 KP300과 KP400 클래스에서 1위를 차지한 김인혜 선수를 만났다. 강단 있는 목소리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그녀는 레이싱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멋진 레이서였다.
레이싱을 시작하기까지
어릴 적부터 운동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육상선수, 유도, 합기도 등 여러 운동들을 섭렵한 김인혜 선수는 흔히 어깨가 빠졌다고 표현되는 ‘습관성 어깨 탈구’가 시작되면서부터 그 꿈을 잠시 내려놓게 됐다.
삶의 방향을 잃은 그녀는 예전부터 좋아하던 바이크를 타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즐거움은 잠시였고, 남은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공허함뿐이었다.
“제가 이룰 수 있는 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그나마 바이크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던 어느 날 트랙데이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참가하게 됐는데 트랙을 달리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고, 이때부터 레이싱의 매력에 빠지게 됐어요.”
2022 KRRC 개막전 KP400 출발직전 모습. 우측이 스승인 김우정 씨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는 말처럼 반드시 탈출구는 존재했다. 게다가 김인혜 선수의 탈출구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녀가 즐겨 타던 바이크가 삶의 지향점이 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이후 꾸준히 레이싱에 도전하던 김인혜 선수는, 다수의 챔피언을 배출한 ‘에이펙스 라이딩스쿨’의 김우정 씨를 스승으로 만나며 본격적인 레이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레이서’로 인정받기 위해
“체력과 근력, 지구력 등 남자 선수들보다 빨리 한계점에 도달하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에요. 바이크를 기울이면서 매달리고, 다시 자세를 바로잡았다가 또다시 매달리고, 보기에는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상상 이상의 체력이 소모돼요.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지만 신체적 차이에서 오는 한계는 극복하기 정말 어려워요. 하지만 피지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력을 키우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인혜 선수는 이전에도 몇 차례 인터뷰 요청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본인이 납득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타인의 인정을 받았을 때 비로소 자격이 생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챔피언이에요. 남자들도 해내기 어려운 게 챔피언이잖아요? 제가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인터뷰에 응해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계속 미뤄왔고요. 여자여서, 여자가 레이스를 해서, 라는 이유 때문에 인터뷰 요청을 받았던 적도 있는데, 레이스를 할 때는 남녀 구분 없이 다 같은 ‘레이서’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김인혜 선수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실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는 말을 반복했다.
KP300과 KP400 클래스에서 1위를 차지한 그녀가 이렇게까지 겸손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아직도 제 실력이 뛰어나서 1위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회 때 랩 타임이 저조해서 저는 물론이고 팀원들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어요. 정말 운이 좋게 우승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선수이지만 빠른 속도에서 오는 두려움은 항상 가지고 있어요.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정신력도 정말 중요해요.”
인터뷰에 함께 동석한 김우정 씨에게 김인혜 선수는 어떤 선수인지 물었다.
“이 친구는 재능이 없어요. 그리고 애초에 재능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내가 하려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무엇이든지 남들보다 열심히, 많이 하면 잘할 수 있어요”라며 ‘하고자 하는 의지’에 대해 강조했다.
팀 가와사키가 김인혜 선수를 서포트하게 된 이유 또한 혼자의 힘으로 노력하는 그녀의 간절함 때문이었다.
1등은 간절한 사람이 쟁취한다
김인혜 선수의 최종 목표는 ARRC (아시아로드레이싱챔피언십)에 진출하는 것이다. 뛰어난 레이서들이 모인 자리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해 계속해서 실력을 키우고 있다.
“ARRC에는 엄청난 선수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예선에서 탈락할 수도 있고, 본선에 올라간다고 해도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는 곳이에요. 제 실력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에요.”
경주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경주에서 계속 이긴다는 것은 많은 준비가 된 사람 중 간절한 자만이 쟁취할 수 있는 보상이라 생각한다는 김인혜. 간절함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김인혜 선수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 진출하는 그날까지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글/이승원 기자 사진/김성원 사진작가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김인혜 #엘리 #RiderEllie #가와사키 #에이펙스 #라이딩스쿨
한국이륜차신문 403호 / 2022.5.16~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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