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산의 EICMA 2024
올해 EICMA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역시 중국 브랜드의 성장세였다. 과거에는 일본 4대 브랜드와 유럽 브랜드를 중심으로 행사장을 꾸렸으나, 올해는 메이저 브랜드들 못지않은 규모로 여러 중국 브랜드들이 전시장을 차린 것을 볼 수 있었다. CF모토, 지리 산하의 QJ모터, 론신, 롱지아 등 많은 브랜드가 상당한 규모로 전시장을 꾸며 관람객을 맞이했다.
규모도 놀라운 수준이었지만, 못지않게 놀란 건 중국 브랜드에서 선보인 기술력 수준이었다. 과거 한국 브랜드들은 최대 700cc급 V트윈 엔진을 양산하는 정도에 그쳤으나, 이번 상당수의 중국 브랜드들은 직렬 4기통이나 V형 4기통 등 다양한 형태의 엔진을 탑재한 제품을 만들었으며, 배기량도 리터급은 물론이고 미들급, 쿼터급 등 다양했다. 여기에 이를 기반으로 슈퍼스포츠, 네이키드 등은 물론이고 벤다의 경우 직렬 4기통이나 V형 4기통 엔진을 탑재한 크루저를 선보이는 등 한국 브랜드들과는 기술면에서 크게 격차를 벌렸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심지어 코베(KOVE)라는 브랜드는 단기통 450cc급 엔진을 기반으로 한 랠리용 모터사이클을 생산해 다카르 랠리에 참가, 완주에 성공했고, 온로드에서도 스페인 슈퍼바이크 챔피언십 우승, 슈퍼바이크 월드 챔피언십(SBK) 슈퍼스포츠 300 클래스 2024년 시즌 라이더 순위 4위, 제조사 순위 3위를 기록하는 등 단순히 브랜드의 규모를 보여주기 위한 참가가 아닌, 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참가였음을 입증해냈다.
국내 브랜드들이 그동안 해외로 제품을 일부 수출하기는 했으나 우수한 성능을 제대로 입증해내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중국 브랜드의 성장세가 상상 이상임을 느낄 수 있었다.
몇몇 소규모 브랜드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졌다. 유명 유럽 브랜드 모터사이클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베낀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을 정도다. 다만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유럽에 디자인 거점을 두거나 아예 유럽의 디자인 전문 업체에 맡기는 곳들도 있어 십수 년 후에는 유럽 브랜드들과의 격차도 상당히 좁힐 것으로 예상된다.
전동화에 대해서는 아직 애매한 상황이다. 주요 브랜드들이 전기 모터사이클 제품이나 콘셉트 모델을 선보이긴 했으나 시장에서는 커뮤터 수준 정도에 그치고 있고, 그나마 1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한 제품이 일부 선보이긴 했으나 시장에서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여기에 할리데이비슨은 라이브와이어를 론칭했으나 주가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분사시킨 데 이어, 최근 에네르지카가 파산을 신청하는 등 아직 시장에서 전기 모터사이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새다. 그래도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은 변함없고, 이에 맞춰 브랜드들마다 전동화에 대한 준비를 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쇼에서 가장 놀라운 기술은 역시 혼다의 일렉트릭 슈퍼차저일 것이다. 슈퍼차저 모터사이클은 이미 예전부터 연구·개발되어 온 분야이고, 현재도 가와사키가 제트스키 등에 탑재되는 기술을 활용해 H2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엔진 동력을 활용한 슈퍼차저를 적용했는데, 이번에 혼다가 모터사이클 분야에서 처음으로 전기 모터를 사용한 슈퍼차저 엔진을 공개했다. 자동차에 비해 공간 활용 면에서 불리한 모터사이클에 이를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혼다의 이번 도전이 많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렉트릭 슈퍼차저 엔진의 공개는 MotoGP 규정의 변경이 주된 이유로 보이는데, 2027년부터 배기량을 1,000cc을 850cc로 낮추기 때문이다. 레이스용 모델이야 850cc로도 상당한 성능을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 갖춰져 있지만, 양산 모델은 내구성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하면 여기에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추가 요소가 필요하고, 혼다는 이를 일렉트릭 슈퍼차저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2027년부터 혼다의 슈퍼스포츠 라인업의 플래그십 모델은 일렉트릭 슈퍼차저 엔진이 탑재된 신제품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의 CBR1000RR-R 파이어블레이드가 유지될지, 단종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
송지산(cbebop08@gmail.com)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송지산 #EICMA #EICMA2024
한국이륜차신문 2024.12.16~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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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산의 EICMA 2024
올해 EICMA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역시 중국 브랜드의 성장세였다. 과거에는 일본 4대 브랜드와 유럽 브랜드를 중심으로 행사장을 꾸렸으나, 올해는 메이저 브랜드들 못지않은 규모로 여러 중국 브랜드들이 전시장을 차린 것을 볼 수 있었다. CF모토, 지리 산하의 QJ모터, 론신, 롱지아 등 많은 브랜드가 상당한 규모로 전시장을 꾸며 관람객을 맞이했다.
규모도 놀라운 수준이었지만, 못지않게 놀란 건 중국 브랜드에서 선보인 기술력 수준이었다. 과거 한국 브랜드들은 최대 700cc급 V트윈 엔진을 양산하는 정도에 그쳤으나, 이번 상당수의 중국 브랜드들은 직렬 4기통이나 V형 4기통 등 다양한 형태의 엔진을 탑재한 제품을 만들었으며, 배기량도 리터급은 물론이고 미들급, 쿼터급 등 다양했다. 여기에 이를 기반으로 슈퍼스포츠, 네이키드 등은 물론이고 벤다의 경우 직렬 4기통이나 V형 4기통 엔진을 탑재한 크루저를 선보이는 등 한국 브랜드들과는 기술면에서 크게 격차를 벌렸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심지어 코베(KOVE)라는 브랜드는 단기통 450cc급 엔진을 기반으로 한 랠리용 모터사이클을 생산해 다카르 랠리에 참가, 완주에 성공했고, 온로드에서도 스페인 슈퍼바이크 챔피언십 우승, 슈퍼바이크 월드 챔피언십(SBK) 슈퍼스포츠 300 클래스 2024년 시즌 라이더 순위 4위, 제조사 순위 3위를 기록하는 등 단순히 브랜드의 규모를 보여주기 위한 참가가 아닌, 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참가였음을 입증해냈다.
국내 브랜드들이 그동안 해외로 제품을 일부 수출하기는 했으나 우수한 성능을 제대로 입증해내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중국 브랜드의 성장세가 상상 이상임을 느낄 수 있었다.
몇몇 소규모 브랜드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졌다. 유명 유럽 브랜드 모터사이클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베낀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을 정도다. 다만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유럽에 디자인 거점을 두거나 아예 유럽의 디자인 전문 업체에 맡기는 곳들도 있어 십수 년 후에는 유럽 브랜드들과의 격차도 상당히 좁힐 것으로 예상된다.
전동화에 대해서는 아직 애매한 상황이다. 주요 브랜드들이 전기 모터사이클 제품이나 콘셉트 모델을 선보이긴 했으나 시장에서는 커뮤터 수준 정도에 그치고 있고, 그나마 1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한 제품이 일부 선보이긴 했으나 시장에서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여기에 할리데이비슨은 라이브와이어를 론칭했으나 주가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분사시킨 데 이어, 최근 에네르지카가 파산을 신청하는 등 아직 시장에서 전기 모터사이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새다. 그래도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은 변함없고, 이에 맞춰 브랜드들마다 전동화에 대한 준비를 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쇼에서 가장 놀라운 기술은 역시 혼다의 일렉트릭 슈퍼차저일 것이다. 슈퍼차저 모터사이클은 이미 예전부터 연구·개발되어 온 분야이고, 현재도 가와사키가 제트스키 등에 탑재되는 기술을 활용해 H2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엔진 동력을 활용한 슈퍼차저를 적용했는데, 이번에 혼다가 모터사이클 분야에서 처음으로 전기 모터를 사용한 슈퍼차저 엔진을 공개했다. 자동차에 비해 공간 활용 면에서 불리한 모터사이클에 이를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혼다의 이번 도전이 많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렉트릭 슈퍼차저 엔진의 공개는 MotoGP 규정의 변경이 주된 이유로 보이는데, 2027년부터 배기량을 1,000cc을 850cc로 낮추기 때문이다. 레이스용 모델이야 850cc로도 상당한 성능을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 갖춰져 있지만, 양산 모델은 내구성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하면 여기에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추가 요소가 필요하고, 혼다는 이를 일렉트릭 슈퍼차저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2027년부터 혼다의 슈퍼스포츠 라인업의 플래그십 모델은 일렉트릭 슈퍼차저 엔진이 탑재된 신제품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의 CBR1000RR-R 파이어블레이드가 유지될지, 단종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
송지산(cbebop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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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2024.12.16~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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