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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남의 EICMA 2022 스페셜 리포트 ③

2023-01-23

중국, 유럽 브랜드와 협업으로 축적된 무서운 존재감


EICMA를 통한 전망, 3부_메이드 인 차이나


EICMA 2022는 2023년을 미리 내다볼 수 있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했다. 특히 당장 시장에 공급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의 발표가 그 핵심이다. 3부에서는 EICMA 2022에서 전시장의 규모나 전시 품목 등 이목을 집중시켰던 ‘메이드 인 차이나’ 바이크에 대해 살펴본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키웨이의 거대한 전시장 전경


중국의 모터사이클 브랜드들은 항상 놀라웠지만, 지난 EICMA 2022 현장에서 오랜만에 마주한 그들의 역량은 더욱더 놀라웠다.


오랜만인 이유는 다름 아닌 전 세계에 여파를 미친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이후, 2020년은 쇼가 취소됐고, 2021년에는 중국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참가하지 못했었다. 어쩌면 단지 그 2년이란 시간 때문에 그 충격이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브릭스톤 레이백 콘셉트 / 브릭스톤 크로스파이어 스토르 500 콘셉트


하지만 중국의 모터사이클 산업이 갖는 규모와 잠재력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익히 들어왔을 뿐 아니라, 우리 삶에도 실질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내 모터사이클 제조사라고 표기되고 있는 양대 브랜드가 사실상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에 수입 유통되는 중국산 모터사이클 브랜드와 그들의 모터사이클들도 전혀 적지 않으니 그렇다.


그럼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의 현주소는 어떨까. 가장 중요한 점은 더 이상 ‘중국산'이 저가, 저품질로 폄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그런 시각이 남아있고 일부는 사실이다. 하지만 저가, 저품질의 이미지는 합리적 가격의 나쁘지 않은 품질을 갖춘 매력적인 상품이란 이미지로 바뀌어 가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유럽 브랜드와 중국의 만남


베넬리의 전시장


지난 2022년의 이탈리아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터사이클은 베넬리(Benelli)의 TRK502/X였다. 지난 2021년과 2020년도 마찬가지.


베넬리는 112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하고 있지만, 지난 2005년 이후로 중국의 QJ 모터사이클로 인수되어 이탈리안 태생의 중국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의 성공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이들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베넬리 TRK 800


중국으로 인수된 이후, 베넬리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제대로 된 히트작이 없었고, 시장에서의 인식도 ‘중국산’이 갖는 이미지를 약 10년 이상이 넘는 시간 동안 극복하지 못했었다.


모토 모리니의 전시장 / 모토 모리니 컴피티션 사양으로 개조된 엑스케이프 ADV-R / SWM의 커스텀 V1200 스톰브레이커


이탈리안 브랜드로서 중국으로 인수된 브랜드는 베넬리뿐만 아니다. 모토 모리니(Moto Morini)와 SWM이 대표적이며, 이탈젯(Italjet), 말라구티(Malaguti) 등도 마찬가지이다.


제품 및 브랜드 기획력을 갖춘 유럽의 기업들이 중국의 기술과 생산 역량을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스트리아의 KSR 그룹, 이탈리아의 펠피(Pelpi) 인터내셔널 등이다. 특히 KSR 그룹은 브랜드 기획력이 뛰어나며, 주요 모델의 디자인은 같은 오스트리아의 키스카(KISKA) 디자인 등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람브레타의 전시장 / 람브레타 G350 스페셜 / 람브레타 G350 스페셜의 모노코크 스틸 바디 프레임


KSR 그룹이 주도해서 기획한 브랜드만도 상당하다. 베스파와 함께 이탈리아의 스쿠터 브랜드로 이름을 날렸던 람브레타(Lambretta)와 이탈젯과 말라구티 등을 비롯해 패션 브랜드의 이름과도 겹치는 브릭스톤(Brixton) 또한 이들의 결과물이다. 이탈리아의 펠피 인터내셔널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이름을 알렸던 F.B 몬디알(Mondial) 등을 기획해 성과를 냈다.


낯설지 않은 브랜드들


저마다의 사정과 세부 사항들이 차이가 있지만 중국의 자본과 기술 또는 생산 역량에 기대고 있다.


베넬리의 성공을 만든 QJ 모터사이클은 키웨이(Keeway)를 비롯해 새롭게 론칭한 MBP(모토 볼로네제 파시오네), 벤다(Benda) 등을 EICMA 2022에서 선보였으며 별도로 QJ 모터의 부스도 차렸다. 사실상 한 회사에서 5개 브랜드 부스를 꾸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의 부스 규모는 EICMA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혼다와 피아지오 그룹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엔진 모터사이클뿐만 아니라 전기 모빌리티도 준비되어 있으며, 신규 개발된 엔진을 사용한 신모델들도 확실히 눈길을 끌었다. 개발하기 까다로운 V형 4기통 엔진이나, 이제는 주요 제조사들에서도 일부 기종을 제외하고 퇴출당하고 있는 직렬 4기통 엔진, 리터급의 V트윈 엔진 등을 개발해 제시한다.


이 중에서 키웨이는 이탈리안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125cc 미만 판매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는 한편, 전시 부스를 통해서는 이들의 역량이 얼마나 거대하고 광범위한지 증명해서 보여줬다.


여기에는 키웨이의 브랜드는 숨기고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모델들도 여럿 확인할 수 있다. 브랜드 라벨을 교체하는 방식을 말하는 라벨 엔지니어링을 통해서 독일 브랜드로 포장되고 있는 빅토리아 모토라드의 스쿠터가 대표적이며, 전기이륜차 브랜드로 소개되는 블루샤크 역시 키웨이의 상표다.


사실 상표는 아무래도 좋다. 이들의 MBP 역시도 QJ 산하의 자체적인 기술과 생산 역량 밖에서도 그 자원을 끌어온다. 중국 내의 다른 중소규모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개발하고 제작한 모터사이클을 자신들의 상표로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경험을 축적하면 무서운 존재로


CL 시리즈는 CF모토의 중추를 담당한다 / CF모토 700CLX 어드벤처 / 압도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 CF모토의 800NK 22


직접적인 회사의 소유 또는 지배적 경영권이 얽혀 있지 않더라도 가능하다. 이런 방식은 사실 우리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다. 전자 제품 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샤오미 생태계가 이것과 거의 흡사하다. 샤오미란 브랜드로 소개되고 있지만 각각의 제품이 서로 다른 회사에서 만들어지고 개별적 공급자들을 조합해 상품화하는 방식. 중국의 모터사이클 산업 역시 이것과 매우 다르지는 않다. 


그러므로 모패드 또는 개인 모빌리티로 불리는 전기 킥보드처럼 가장 기초적인 수준부터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고급화된 구성을 갖춘 대형 모터사이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거대한 규모를 갖출 수 있었다.


새롭게 공개된 몬드리안의 스파르탄 / 브릭스톤의 크롬웰 1200은 영국의 트라이엄프를 의식한 모델이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지만, 문제가 될 것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다. 대배기량 모델을 선보이면서 같은 엔진과 거의 비슷한 디자인을 가진 모델 라인업이 서로 지나치게 겹친다는 지적이 그렇다. 배기량별로 완전히 겹치는 모델들이 각각의 산하 브랜드마다 존재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상호 소모적인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규모의 경제다.


약 15마력의 최고 출력을 내는 보그의 전기 스쿠터 리얼 5T / 지호의 전기 콘셉트 모델


QJ를 비롯해, 종쉔, CF모토 등 중국의 거대 모터사이클 기업들은 이미 BMW 모토라드, KTM 등 유럽의 주요 모터사이클 브랜드들과 엔진 개발과 생산 등을 협력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에서 모터사이클을 개발해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KL모빌리티는 펠피 인터내셔널의 상표다


상대적으로 중국의 모터사이클 기업들은 유럽의 협력 기업에 생산 납품까지 맡고 있어 최대한의 생산량으로 대당 생산 비용을 낮추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부적으로 라인업이 겹치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또 다른 경험치를 쌓게 될 것이 분명하다. 브랜딩과 마케팅의 가치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그 노력의 성공과 실패에서 얻는 데이터가 훨씬 더 값진 것일 수 있다.

 

글/나경남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나경남·EICMA·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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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19호 / 2023.1.16~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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