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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남의 EICMA 2022 스페셜 리포트 ②

2023-01-10

예고된 크루저 시장의 변화와 가성비의 스크램블러 등장

EICMA를 통한 전망, 2부_크루저와 스크램블러


EICMA 2022는 다가오는 2023년을 미리 내다볼 수 있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했다. 특히 당장 시장에 공급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의 발표가 그 핵심이다. 2부에서는 크루저와 스크램블러 범주에 대해 알아본다. 이 범주에서 로얄엔필드의 슈퍼 메테오 650과 혼다의 레블 1100T와 CL500이 주목받았다.

로얄엔필드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날로 커지고 있다


EICMA 2022에서 가장 먼저 프레스 콘퍼런스를 시작한 브랜드는 인도의 로얄엔필드였다.


전 세계의 전문 미디어들이 모인 자리에서 신모델을 공개하는 자리는 그에 걸맞게 잘 꾸며졌다. 부스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지만, 공개된 신모델에 대한 관심은 매우 컸다. 슈퍼 메테오 650의 등장이다.


로얄엔필드는 자사의 동영상 채널을 통해서 이 프레스 콘퍼런스를 생중계하기도 했다. 모터사이클 쇼 현장과 이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이들 모두를 만족시키며 관심도를 크게 높이는 효과도 가져왔다.


실제로 이들의 프레스 콘퍼런스 라이브 영상은 지난 한 달 정도의 기간에 총 52만 회 이상 시청됐다. 현장에서의 관심도 매우 높았다. 왜 그럴까. 우선 로얄엔필드가 유럽 시장을 비롯한 전 세계 모터사이클 시장에서의 주목도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을 빼놓을 순 없다. 하지만 새롭게 발표된 슈퍼 메테오 650이 크루저 장르의 모델이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로얄엔필드 슈퍼 메테오 650


간단하게 슈퍼 메테오 650에 대해서 살펴보자. 로얄엔필드는 자사의 배기량 648cc 공유랭 병렬 2기통 엔진을 적용하고 최고 47마력과 최대 토크 52.3Nm를 확보했다. 한눈에 보더라도 크루저 모터사이클에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당당한 풍채와 멋스러운 디자인을 아주 성공적으로 연출했다. 


로얄엔필드 슈퍼 메테오 650 그랜드 투어링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섀시는 다른 형제 모델들과의 차별화를 이뤄냈다. 이들은 또한 기본적인 구성의 모델과 다양한 액세서리를 장착한 그랜드 투어링 버전을 함께 제시한다. 각 시장에 따라 별도 모델로 구분되어 판매될 수 있는 그랜드 투어링 버전은 대형 윈드 실드와 하드타입 새들백 등을 장착해 투어링 편의까지 확보한다.


신모델 론칭과 함께 가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같은 엔진을 공유하는 형제 모델들의 가격을 고려하면 분명 합리적인 가격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의 지배적 브랜드가 놓치는 것들


유럽 시장 내에서 크루저 모터사이클의 입지는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시장의 절대적이고 지배적 입지를 가진 브랜드가 부진한 탓이 크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준비했던 대안 모델이 실패로 돌아가고 엔트리급 모델의 부재 때문이다. 덩달아 그들의 모델 교체 방식이 꾸준히 배기량을 확대하고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가격이 높아졌다.


젊은 소비층이 그 금액을 부담하기 어려워지면서 수요는 줄 수밖에 없고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장년층이 지배적 소비자로 자리를 잡으면서 크루저 장르의 라이더에 대한 이미지도 고착된다. 이는 또다시 젊은 소비층에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악순환의 반복. 당장 고가의 특별한 모델들이 좋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를 위해서는 새로운 라이더의 유입이 필수적이다. 그들이 새로운 세대의 라이더들을 유치하는 노력을 계속해왔던 것 또한 스스로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접근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나빠졌다. 새로운 세대를 유혹할 수 있는 매력과 가치를 만족시키는 합리적인 가격의 모델이 없다는 것은 크루저 모터사이클 세계로 진입하고자 하는 모든 라이더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혼다의 투어링 크루저 레블 1100T


혼다 레블 1100


재패니즈 크루저 모터사이클은 이 장르의 본고장인 북미 시장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연이은 환경규제 등에 따라 점차 그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그 와중에 혼다가 자사의 엔트리급 크루저 모터사이클에 붙었던 이름을 부활시킨 것이 ‘레블(Rebel)’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단기통 286cc의 레블 300, 병렬 2기통 471cc의 레블 500, 병렬 2기통 1,084cc의 레블 1100으로 확대됐다.


V형 2기통 엔진이 크루저 모터사이클의 필수 요건처럼 받아들여진 적도 있었지만, 현재는 그보다 합리적인 가격이 더 중요해졌다. 굳이 혼다가 접근성 높은 자사의 크루저 라인업에서 이름을 가져온 이유도 그래서이지 않을까. 레블 시리즈는 유럽 시장에서 엔트리급 크루저를 찾는 수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레블 1100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와 충분한 성능, 그리고 누구나 다루기 쉬운 특성과 접근성 높은 가격 등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 모델을 그냥 두고만 볼 혼다가 아니다. 혼다는 이번 EICMA 2022를 통해서 레블 1100에 투어링 패키지를 더한 레블 1100T를 선보였다. 전반적인 구성은 기존 레블 1100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전면 페어링과 하드 타입의 리어 새들백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투어링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혼다 레블 1100T


실제로 이런 레블 1100T의 외형적 특징은 할리데이비슨이 유럽 시장을 겨냥해 개발했던 스포트 글라이드(Sport Glide)와 거의 흡사하다. 하지만 유럽 내 판매 가격 기준으로 스포트 글라이드와 레블 1100T의 판매 가격의 차액은 1,160만 원 이상이며, 스포트 글라이드의 국내 판매 가격과의 차액은 유럽 내 레블 1100T의 판매가인 1,600만 원을 넘는다.


간단히 말하면 스포트 글라이드 한 대를 구매하는 비용으로 레블 1100T 두 대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레블 1100T는 절반의 가격으로 비슷한 분위기와 여유있는 크루징을 제공하는 모델인 셈이다. 경쟁력이 없을 수가 없다.


레블 1100T 대비 스탠더드 버전인 레블 1100의 가격은 조금 더 낮다. 또한 기어 변속에 대한 부담이 아예 없다시피 한 듀얼 클러치 버전과 수동 변속기 버전의 차등적 가격까지 고려하면, 레블 1100이 크루저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차지할 수 있는 파이는 상대적으로 지배적 브랜드의 위치를 위협할 정도로 커질 수 있다. 거짓말 같은가.


스크램블러로 제안되는 CL500의 의미


혼다 CL500


EICMA 2022를 통해서 혼다가 공개한 CL500은 앞서 언급했던 레블 500을 기초로 개발된 스크램블러 스타일의 모델이다. 개인적으로는 혼다의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처음 공개된 CL500을 바라보면서 혼다가 얼마나 무서운 브랜드인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왜 그럴까.


우선 CL500은 가벼운 오프로드 정도는 소화할 수 있는 장르적 특성은 물론이고 클래식한 분위기로 레트로 스타일까지도 만족시킨다. 그런데 이런 시도는 사실 전혀 낯설지 않다. 크루저 모터사이클을 기초로 플랫 트랙을 달리는 레이서 스타일을 적용하는 방식이나, 스크램블러의 분위기를 가져오는 등의 시도는 그 이전에도 있었다.


가깝게는 실제로 플랫 트랙 또는 흙길을 달리기에 전혀 적합하지 않지만, 그 스타일을 적용한 할리데이비슨의 스포스터 S같은 모델이 예가 될 수 있으며, 야마하가 제시했던 볼트 같은 모델이 그랬다. 이런 방식은 지나치게 고정된 이미지를 가진 크루저 스타일의 변주로 새로운 소비층에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지겨워질 정도로 시장에 흔해진 전형적인 듀얼 퍼퍼스 스타일을 벗어나면서도 흙길을 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평범한 크루저로 즐길 수 있는 투어링은 포장도로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지만, 크루저 기반의 스크램블러는 가벼운 비포장도로를 포함한, 가벼운 어드벤처도 실현할 수 있다.


혼다 CL300


더 중요한 부분은 이런 CL의 콘셉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혼다의 CL500은 가장 먼저 언급했던 것처럼 레블 500을 기초로 개발됐다. 이 말은 곧 300, 500, 1100으로 이어지는 레블 시리즈가 모두 CL 버전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혼다는 CL300에 대한 상표권을 이미 등록했으며, 불과 며칠 사이에 CL300 스크램블러가 실제로 공개됐다. 이 역시도 레블 300을 기초로 개발된 모델이기 때문에 아주 경량급이거나 듀얼 퍼퍼스 타입 또는 오프로드 스타일을 추구하는 CRF300L을 따르진 않지만, 가볍게 흙길을 달리는 수준에서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 점은 CL500도 마찬가지. 


매번 모델의 콘셉트에 대해서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시리즈화된 모델 라인업과 플랫폼을 통한 신뢰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혼다다운 방식이다.


혼다의 날갯짓이 시장 전체에 미칠 영향을 절대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크루저 시장의 지배적 위치를 위협할 수 있다는 말이 그냥 허풍이 아니다.


글/나경남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나경남·EICMA·각 브랜드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한국이륜차신문 418호 / 2023.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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