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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 SR400으로 유라시아를 횡단한 사나이, 김종훈 라이더

2021-05-21

야마하 SR400을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한 김종훈 씨는 모터사이클과 자동차에 관한 글을 자유롭게 쓰고 있다. 모터사이클 브랜드의 행사장에서 빈번하게 마주하던 그에게 지난 몇 년간 모터사이클과 함께 했던 이야기를 듣고자,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김종훈 씨는 현재 모터사이클과 자동차에 관한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 10여 년간의 잡지사 근무 중, 남성지에서 자동차에 대한 코너를 담당하게 됐다. 생업으로 촉발된 관심이었지만, 아무래도 오랜 시간 자동차에 관심을 두고 살다보니 애정도 싹텄다.

 

한편, 모터사이클에 대한 관심은 미디어의 영향이 컸다. 영화 잡지사에서 근무한 경험 때문에 영상 속에 등장했던 모터사이클의 모습이 뇌리에 깊게 남은 것이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 등장했던 모터사이클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 등장했던 노턴500처럼 클래식 모터사이클이 더욱 그의 감성을 자극했다.

 

“‘클래식한 모터사이클을 타고 어딘가로 떠나는 여정’을 담아낸 ‘영상의 감성’에 매료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는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하고 구입한 혼다 FTR223로 퇴근 후 일부러 먼 거리를 돌고 돌아 귀가하곤 했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모터사이클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2종 소형 면허취득 전에 소형 스쿠터로 출퇴근 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즐거움이 있었다.

 

김종훈 씨는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왜 이제야 알게 됐을까?’란 생각을 할 정도였습니다”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유라시아 횡단의 이유는 -‘더 오래 모터사이클을 타기위해’


그는 2017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30대가 저물어갔고, 삶을 돌아보고, 변화를 시도할 시기가 됐다. 한편 그 당시 뜨겁게 불타올랐던 모터사이클에 대한 애정도 ‘유라시아 횡단’을 시도하게 된 이유가 됐다. 그가 퇴근 후나 휴일에 즐기는 모터사이클 주행을 좀 더 멀리, 더 오래 동안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 바로 유라시아 횡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먼저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 횡단을 다녀온 라이더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전체적인 여정의 밑그림을 그렸다. 긴 시간 동안 함께할 모터사이클을 고를 때는 개인적인 취향을 살려 ‘클래식한 디자인, 먼 거리를 달릴 수 있지만 가볍고 정비가 용이한 모터사이클’을 알아봤다. 장고 끝에 기변한 것이 야마하 SR400이었다.


2017년 여름에 동해항에서 배로 출발한 김종훈 씨와 SR400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미항(美港), 블라디보스토크를 향해 출발하게 된다.

 

4개월하고 1주일, 유라시아 횡단까지 걸린 시간


              블라디보스토크 GS 클럽과 함께(가장 왼쪽이 김종훈 씨)                                        몽골의 평원에서 촬영한 야마하 SR400


기대와 설렘, 두려움이 뒤섞였던 마음을 품고 러시아에 도착한 그와 배에서 만난 몇 명의 한국인 라이더들은 ‘유라시아 횡단’이란 같은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선적했던 모터사이클을 찾으러 가던 길에서 만난 일련의 러시아 라이더들은 김종훈 씨에게 ‘어디서 왔나? 어디로 가는가?’란 질문을 했다. 


                         러시아에서는 진흙탕과 폭우에 시달렸다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루슬란


‘유라시아 횡단’이란 대답을 들은 러시아의 라이더들은 ‘모터사이클을 타는 모든 사람은 형제다’란 말을 하며, 김종훈 씨를 돕기 시작했다. 표정이 차갑고, 신장이 컸던 러시아 사람들에 대해 갖고 있던 두려움이 깨진 순간이었다. 그들은 함께하던 다른 한국인 라이더들을 포함해 그들의 여정이 잘 진행되도록 자신들이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제공했다.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의 바이크클럽 와일드리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만난 다니엘과 친구들


러시아는 각 지역마다 ‘바이크 클럽’들이 도처에 널려있는데, 러시아 라이더들은 김종훈 씨가 이동할 다음 지역의 바이크 클럽에 연락해, 그곳에서 그의 여정을 도와줄 수 있도록 조치해줬고, 바이크 클럽이 위치한 지역의 끝자락까지 김종훈 씨와 함께 달려주었다. 낯선 곳에서 모터사이클을 탄다는 이유만으로 받는 환대는 국내의 이륜차 문화와는 많이 달라서 고된 여정을 잊게 해준 큰 힘이 되었다.

 

                              오스트리아의 호흐알펜스트라세                                                                             스페인을 지나며


물론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 몽골, 다시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 모스크바, 발트 3국, 폴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포르투갈의 호카곶(Cabo da Roca, 서유럽의 가장 끝 서단)에서 막을 내린 4개월하고도 1주일이 걸린 대모험 기간 동안 모든 지역에서 이와 같은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홀로 먼 길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뒤에서 나타나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던 각국의 라이더들의 선의는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


유라시아 횡단의 끝 서유럽 포루투갈의 호카곶


러시아의 비포장도로에서 맞닥뜨린 들개의 추격을 피해 주행 하던 중 넘어져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순간, 여행을 시작하고 몇 일만에 ‘불규칙적으로 시동이 꺼지는 문제’가 발생한 모터사이클, 해외에서 모터사이클의 정비 숍을 찾아 헤맸던 시간들, 끝도 없이 쏟아지던 비를 맞으며 달려야 했던 비포장 도로 등 여정을 포기할 생각을 갖게 만들었던 수많은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고 결국 마지막 목표인 호카곶에 도착했을 때 SR400의 윈드 스크린에는 긴 여정동안 그에게 선의를 베풀어 준 유럽의 다양한 바이크 클럽들의 스티커가 가득 붙어있었다. 그리고 그 때 김종훈 씨가 느꼈던 벅찬 감정들, ‘결국 내가 해냈다’는 뜨거운 감정이 남았다.

 

유라시아 횡단이 남긴 것


김종훈 씨는 귀국한 후 한 달간 유라시아 횡단을 복기하며 글을 썼다. 횡단 도중 촬영했던 사진들과 글을 정리해 한권의 책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유라시아 횡단의 책을 만드는 도중 예상 못한 일이 발생해 2017년에 출간할 예정이었던 글은 아직 그의 곁에 잠들어 있다. 2020년 현재 SR400은 처분했고, 전리품과 같은 윈드스크린은 남겼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빠르면 올해 안에는 책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고 말한다. 유라시아 횡단을 통해 그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은, 지역마다 위치한 바이크 클럽이었다. 라이더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고, 우정을 쌓을 수 있는 공간. 그런 곳을 한국에 만드는 것이 김종훈 씨가 꾸는 꿈이다.

 

글·사진/박순모 기자 사진제공/김종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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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353호 / 2020.4.16~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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