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희의 ‘바로 그 장면’⑤_바이크와의 추억여행, 영화 ‘진짜진짜 미안해·대야망’

2022-06-14

저는 60~80년대 한국영화를 종종 봅니다. 제가 잘 모르는 시대(80년 대 생이지만 너무 어려서 별 기억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거리 풍경이 어땠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당시 한국인들의 관심사와 문화와 소비 습관 따위를 알게 되는 재미도 큽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한국고전영화’ 채널에서 많은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고, 왓챠나 네이버 시리즈온에서도 유료로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바이크가 꽤 등장하는 두 편을 꼽아봤습니다.

 

진지한 청춘영화, ‘진짜진짜 미안해’


첫 번째 영화는 1976년작 ‘진짜진짜 미안해’입니다.


당시 ‘진짜진짜 좋아해’, ‘진짜진짜 잊지마’를 포함해 시리즈로 제작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저도 이 시리즈로 임예진 배우의 십대 시절을 접하곤 충격을 받았습니다. 청량한 봄바람과 흰색 꽃다발이 연상되는 얼굴과 선하고 야무진 눈동자. 진짜 미인은 이렇구나 싶었죠. 임예진 님은 주인공 ‘정아’ 역할입니다.


‘정아’는 어렸을 적 자신을 구해줬던 ‘태일’이에 대한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가 고교생이 되어 마주치게 됩니다. ‘태일’이 역할은 배우 이덕화 님이 맡았는데, 그는 ‘정아’를 구하다 이마에 큰 흉터가 남았고 한쪽 시력도 거의 잃은 상태로 불량 학생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줄곧 죄스런 마음을 품고 살아왔던 ‘정아’는 아버지를 설득해 ‘태일’이에게 월세와 학비를 대주게 합니다.


치기 어린 행동 같지만 ‘정아’는 진심입니다. ‘태일’을 쫓아다니며 싸움을 막고 공부를 돕습니다.


‘정아’의 독백을 소개해 봅니다. “인간의 인간을 향한 애정, 그 참다운 애정은 맹목적인 것이 아니라 신앙과 같이 엄숙한 것이라고 배웠다. 손에 피를 묻힐 각오가 돼 있지 않은 사람은 진실한 애정을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태일’이의 삶을 바꾸려는 진지한 마음이 전해지면서 ‘정아’네 재산을 뜯어보려던 ‘태일’도 점점 감화를 받게 됩니다. ‘정아’가 지켜봐주는 삶에 어느새 익숙해지더니 태어나 처음으로 ‘세상이 무섭다’는 느낌을 받게 돼죠. 잃고 싶지 않은 것이 마침내 생긴 겁니다.


“난 이미 늦었다”며 괜한 심통을 부려보기도 하지만 “아니야. 내일보다는 하루 이르니까”라고 격려하는 ‘정아’에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는 전·후반부에 수미상관처럼 바이크가 등장합니다.


야마하 YZ250


화질이 아무래도 떨어지는 데다 바이크를 샅샅이 훑어주지 않다 보니 확실치는 않지만, 전문가들의 검수에 따르면 야마하 ‘YZ250’, ‘DT250’ 정도로 보입니다. 전반부에선 두 바이크를 탄 불량배들이 ‘정아’ 일행을 괴롭히던 중 ‘태일’이 나타나 정아와 친구들을 구해주고, 후반부에선 ‘태일과 또 다른 친구가 본격적으로 레이싱을 합니다.


전반부에선 바이크가 산길, 강물을 가리지 않고 ‘정아’네를 쫓아다니며 괴롭힙니다. 오프로드 바이크는 이런 것도 할 수 있다고 과시하는 것처럼요. 때마침 나타난 ‘태일’은 불량배들을 제압하고는 이렇게 외칩니다.


“보아하니 돈깨나 있는 집 자식들 같은데 여긴 내 영토라고!” 당시 그런 바이크를 탈 수 있는 사람들은 최소한 중산층(당시만 해도 비중이 낮았던)이었단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불량배들은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빕니다. 이런 단순함이 고전 영화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쉽게 감동받고 주저 없이 잘못을 뉘우치거든요. 지금처럼 집요하게 증오하고 악한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후반부의 레이싱에선 둘이 똑같이 ‘YZ250’으로 우열을 겨루는데 레이싱 코스가 상당히 깁니다. 아마 당시의 관객에게는 스펙터클한 장면이었을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확인하시길 바라며, ‘진짜진짜 미안해’는 시리즈온, 티빙, 왓챠, 웨이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홍콩 배경의 트렌디한 액션물, 대야망


두 번째로 소개드릴 ‘전영록’ 주연의 1987년작 ‘대야망’에서도 스펙터클한 바이크 씬이 섭섭지 않게 등장합니다.


‘전영록’이 맡은 주인공 ‘민우’는 출장으로 홍콩에 오자마자 가방을 도둑맞고 친구의 시체를 보게 됩니다. ‘민우’는 출중한 무술을 발휘해 점차 사건의 진실에 다가갑니다. 본격 액션물인 만큼 바이크 추격전도 ‘진짜진짜 미안해’보다 훨씬 긴박하고 스케일이 큽니다.


대야망에 등장하는 MX125


등장하는 바이크는 효성의 ‘MX125’와 야마하의 ‘YZ125’. 특히 이소룡의 노란 트레이닝복을 그대로 따라 입은 ‘민우’가 ‘YZ125’를 타고 이런저런 바이크 액션을 선보입니다.


사실 영화 줄거리상 크게 개연성은 없지만 오늘날의 액션 영화들도 따지고 보면 비슷하므로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지난해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우주 장면이 괜히 기억나네요.


이리저리 추격을 따돌리던 ‘YZ125’는 결국 사륜차를 말 그대로 깔아뭉개는데 솔직히 통쾌합니다. 도로에서 이륜차는 사륜차 대비 약자인데, 영화 속에나마 그 구도가 잠시 뒤집어지니까요. 절대 따라하지 마시길 바라며, ‘대야망’은 저작권을 가진 제작사나 배급사 등이 아예 없어졌는지 현재 유튜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대야망의 한 장면


‘대야망’은 크게 재미나 깊이가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바이크 추격씬 외에 개인적으로는 엔딩 부분이 좋았습니다.


줄거리가 다 끝난 후 팬서비스처럼 주인공들의 후일담을 뜬금없이 비춰주거든요. 그리고 마지막 ‘끝’ 한 글자와 함께 얼른 극장에서 나가야 될 것 같은 음악을 틀어줍니다. 그 시절에 대한 강렬한 향수를 느끼게 되는 대목입니다.


그 시절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그땐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뭘 먹었을까요? 영화를 보고 나면 어디서 어떤 저녁을 먹었을까요. 독자님들도 옛날 영화와 함께 추억 여행을 해보길 권해봅니다.

 

영화 속 국산 바이크, 효성 MX125


‘대야망’에 등장하는 노란 오프로드 바이크, ‘MX125’는 효성(현 KR모터스)이 일본 스즈키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만든 바이크들 중 하나입니다. 18.5ps(9,000rpm)의 출력과 1.7kg·m(8,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단기통 오프로드 바이크죠. 스즈키 ‘허슬러’ 시리즈를 본 따서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허슬러란 이름이 그대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도로에 돌아다니는 상용 바이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이런 바이크가 당시에는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1998년에는 그 뒤를 잇는 ‘RX125’도 출시됐으니 ‘MX125’의 판매량도 적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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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04호 / 2022.6.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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