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희의 ‘바로 그 장면’⑥_바이크로 배우는 인생, 웹툰 ‘새벽날개’와 ‘로딩’·‘100cc’

2022-07-12

바이크를 타고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보면 별별 생각이 듭니다. 어제 회사에서의 사건, 그저께 친구가 했던 말 등 비교적 최근의 일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11살 때 일기장에 끄적였던 결심위까지 떠오릅니다. 그렇게 점점 옛날 생각을 하다보면 좋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 하고 종국에는 삶을 고민하고 마는 것입니다. 오늘 소개할 웹툰 두 편도 바이크를 통해 인생을 되새겨보게 만드는 작품들입니다.

 

세상은 누구에게나 모호하잖아


박흥용 작가의 ‘새벽날개’에서 ‘죽은 듯이 살던’ 어린 구준풍은 시골 이장님의 바이크 뒷자리에 앉아 흑백의 세계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바이크의 해방감을 흑백·컬러의 대조로 표현한 대목이 참 와닿습니다.


성인이 된 구준풍은 바이크 배달 대행사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어떤 물건이든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가져다주는 배달 대행의 세계가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그러나 그 세계에 언제나 침입할 준비가 돼 있는 사고의 그림자. 라이더인 독자들은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준풍은 업계 선배인 ‘차희’를 만나게 됩니다. 차희는 배기량이 낮은 언더본으로도 구준풍의 미들급 바이크를 너끈하게 제치는 실력자로, 구준풍에게 시야 확보의 중요성과 라이딩 스킬을 가르쳐줄 뿐만 아니라 ‘꿈’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 줍니다.


하지만 꿈을 찾고 인생의 방향을 짚어내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여기서 제가 좋아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구준풍이 고물상 어르신들을 도와드린 후 뜬금없이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건가요”라고 묻는 장면입니다. 대단히 중요하고 애달픈 질문이지만, 듣고 있는 어르신 셋은 “어째?” “응?” “뭐래?”라면서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단 반응입니다.


혹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냐’는 반응처럼도 보입니다. 이 장면에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생을 알고 싶어 끙끙대는 구준풍과 인생을 시답잖게 여기는 듯한 어르신들의 상반된 모습. 애초에 인생을 잘 사는 방법 따위는 없다고 돌려 말하는 듯한 어르신들의 “응?” 까지도요.


구준풍은 이어 정체불명의 라이더 ‘제비’와 동행하며 배움을 구합니다. 라이딩 스킬과 인생의 스킬이 절묘하게 엮이는 대목에서는 마음 깊이 감탄하게 됩니다. 웹툰을 읽으면서 긴장된 어깨를 풀고 마음속의 고집을 내려놓으며 겸허해지는 경험은 흔치 않을 겁니다.


‘새벽날개’는 요란하기보단 심심하고, 시끌벅적하기보단 조용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가리키는 작가의 시선 덕분에 점점 집중하게 됩니다. 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방식이 아주 간결하면서도 진해서 자꾸 감동하게 되는 웹툰입니다. 대사의 무게감도 묵직하고요. 심지어 댓글들마저도 철학적입니다.


이 웹툰을 그린 박흥용 작가님은 1981년 데뷔해 ‘내 파란 세이버’,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같은 명작으로 잘 알려진 분입니다. 물론 라이더입니다.


구준풍은 과연 선명한 답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조용한 어느 날 한번쯤은 꼭 읽어보길, 그리고 1년이든 2년이든 시간이 더 지난 후에 또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해 봅니다. 분명 감흥이 다를 겁니다.


바이크 여행의 바로 그 느낌


이지우 작가의 ‘로딩’과 ‘100cc’는 라이더라면, 특히 모토캠핑과 바이크 여행을 사랑하는 라이더라면 반드시 최소 세번쯤 읽어봐야 마땅한 웹툰입니다.


‘로딩’은 스무 살의 바이크 여행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당시 제대로 여행을 마치지 못한 채 마음 붙일 곳 없이 살아오던 ‘성훈’은 우연히 9년 전 친구가 탔던 바이크, 1982년식 혼다 ‘CG125’를 되찾게 됩니다. 그리고 무작정 바이크 여행을 떠납니다.


부잣집 막내아들로 태어났지만 제대로 애정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그는 여행 중 많은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처음에는 낯선 이의 호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과거의 상처와 외로움도 그를 괴롭히고요. 하지만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한 마디에 힘을 얻기도 하고, 이전까지 몰랐던 사실을 깨닫기도 합니다. 덕분에 결국에는 23박 24일의 전국일주를 마치게 되죠. 나중에는 점점 마음을 열면서 다른 라이더와 동행하기까지 합니다.


이지우 작가의 또 다른 작품, ‘100 cc’에서는 작가님과 배우 김꽃비님의 16박 전국일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혼다 언더본 바이크인 ‘위즈100’, 대림 ‘시티백’이 동무가 되어줍니다. ‘로딩’은 다소 무거운 장면이 많았지만 ’100cc’는 경쾌합니다. 캠핑 요리라든가 각지의 맛집, 투어 중 빨래 같은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한가득인 데다 잔잔한 개그가 불시에 등장해서 상당히 재밌습니다.


달리는 동안 이어지는 둘의 대화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줍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각, 타인에 대한 존중, 낡은 것들에 대한 애정. ‘나’에게만 집중되지 않는 꽃비님의 넓은 시야가 부럽단 생각이 듭니다.


둘은 전국을 돌면서 역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데, 당시 그들과 직접 찍은 사진이 종종 등장해 독자들도 실제로 마주친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게다가 웹툰 끝에는 그 분들의 후일담까지 펼쳐지고요.


‘로딩’도 ‘100cc’도 생생하게 바이크 여행의 정수를 담았습니다. 바이크로 가르는 서늘한 공기, 어두운 지방 국도의 풍경, 코를 스치는 바다의 내음… 읽다 보면 만사를 제치고 바이크 여행 계획을 짜게 됩니다.


바이크에 대한 짙은 애정도 인상적입니다. “펑크 한 번 없이, 극심했던 장마철 빗길 슬립 한 번 없이 다시 집까지 잘 데려다준 녀석은 내게 더 이상 ‘탈 것’으로만 보이지 않았다”라는 대사에서 아끼는 마음이 묻어납니다.


라이더 작가님들의 눈을 통해 보는 세상, 참 배울 것이 많습니다. 그저 독자로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바라볼 뿐이지만 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눈 것처럼, 그들의 여행에 동행한 것처럼 와 닿기도 합니다. 꼭 시간 내서 일독하길 추천해 봅니다.

 

웹툰의 그 바이크, CG125


1976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출시돼 지금까지도 많은 라이더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기종입니다.


혼다가 오랫동안 다양한 기종에 사용한(소위 ‘사골 엔진’) 124cc 공랭식 엔진이 장착돼 10.1ps/8,000rpm의 최고출력과 1kg/m/6,000rpm의 최대토크를 냅니다. 현재는 혼다의 중국 내 합작사인 우양 혼다, 신대주 혼다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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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06호 / 2022.7.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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