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그리고 레트로 모터사이클
조심해야 할 말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생김새나 옷차림에 대한 말은 물론이고, 과거에는 칭찬이었던 ‘예쁘다’ 조차 이제는 무례한 외모 평가로 간주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물며 행동은 어떨까요. 귀엽다고 남의 아이를 쓰다듬는 행동, 심지어 남의 반려견을 쓰다듬는 것도 이제는 지양해야 합니다.
긍정적인 변화일 겁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사람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많은 현대인이 심각한 외로움에 시달리기도 하고요. 이 문제를 다룬 일본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를 소개합니다.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2024년에 당도한 쇼와 아저씨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는 1986년에서 출발합니다.
주인공인 오가와는 중학교 체육교사이자 그 시대에 딱 맞는 사람입니다. 무자비하게 학생들을 체벌하고, 여성들에게는 성희롱을 일삼으며, 어쨌든 부적절한 발언과 생각투성이입니다. 그는 부인과 사별하고 홀로 딸 준코를 키워왔는데, 준코는 한창 반항적인 나이인 데다 오가와와 사이도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80년대 ‘날라리’ 학생의 복장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역시 날라리인 뭇치 선배를 동경하며, 자주 아버지에게 험한 말을 내뱉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가와는 의도치 않게 미래로 가는 버스를 타게 됩니다.
2024년에 도착한 그는 귀에 콩나물(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사람들, 네모난 기기에 집착하는 사람들, 쇼와 시대(1926년~1989년)에는 없었던 도쿄 스카이 트리 같은 것들에 충격을 받습니다.
무엇보다도 버스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사실, 쇼와 시대에서처럼 함부로 말했다가는 큰일 난다는 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를 추구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게 됩니다.
레트로 모터사이클의 향수

에피소드가 늘어날수록 시간 여행의 실체가 밝혀집니다. 그리고 오가와는 양쪽 세계를 오가며 점차 적응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오가와가 쇼와 정신으로 2024년의 일본 사회와 충돌하는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집니다.
상당히 타율이 높은 유머가 계속되는 가운데, 천연덕스럽게 등장인물이 짧은 뮤지컬처럼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에피소드마다 등장합니다.
첫 뮤지컬 파트가 비치는 순간 제작진들이 보통이 아니다 싶은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알고 보니, 각본가부터가 일본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남다른 창의성을 훌륭한 캐릭터와 이야기로 빚어낸 좋은 사례입니다.

쇼와 시대인데 쇼와의 모터사이클이 빠질 수는 없겠죠. 준코가 사모하는 선배, 뭇치가 혼다 CBX400F 인테그라 오너입니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계기도 예고편에 CBX400F 인테그라가 등장해서입니다. 빨간색과 흰색이 섞인 반짝거리는 차체, 80년대 레트로의 정수 같은 디자인에 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레트로 모터사이클에 타고 1980년대의 단순했던 세계를 달리는 모습도 향수를 자아냅니다.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독자님들이라도, 1980년대에 대한 왠지 모를 그리움이 분명 있을 겁니다. 일본 드라마이긴 하지만 조금은 향수가 충족됩니다.
‘부적절한 것’과 ‘적절한 것’의 정의

클래식 바이크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매회 잠깐씩이나마 등장하는 CBX400F 인테그라에 눈이 즐거웠습니다. 사실 새로운 디자인의 신차보다는 과거 디자인을 그대로 되살려낸 모터사이클이 잔뜩 출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뭇치와 준코의 클래식 헬멧 역시 재출시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과거 모델을 그대로 출시할 수 없는 것처럼, 오가와도 언제까지나 시간대를 오갈 수는 없습니다. 미래를 알게 됨으로써 과거를 바꾸게 되고 이에 따라서 미래까지 변하는 타임 패러독스도 문제입니다.
오가와는 어느덧 2024년의 세계에 훌륭하게 적응하고 방송사의 상담사로 취직까지 하지만, 준코가 있는 과거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준코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를 알게 되어버렸다고 해도 말입니다.
오가와는 어떻게 2024년과 작별을 고하게 될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는 ‘부적절한 것의 정도’에 대해서 결론을 내려주는 걸까요?
꼭 모터사이클이 아니더라도 재미있는 드라마인 만큼, 직접 보고 각자의 결론을 내려보길 권합니다.
드라마 속 그 바이크
혼다 CBX400F 인테그라

CBX400F는 1981년 11월 혼다가 첫 출시한 4기통 399cc의 바이크입니다. CBX400F는 세계 최초의 인보드 벤틸레이티드 디스크·브레이크 시스템 등 다양한 신기술을 채용한 야심작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가와사키 Z400FX, 야마하 XJ 400, 스즈키 GSX400F등 쟁쟁한 400 cc 모델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있던 혼다는 CBX400F로 열세를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CBX400F의 인기는 이후 CBX400F 인테그라 출시로 이어졌습니다.
유주희 (서울경제신문 기자)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유주희 #바로그장면 #부적절한것도정도가있어 #혼다 #CBX400F
한국이륜차신문 461호 / 2024.1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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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 그리고 레트로 모터사이클
조심해야 할 말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생김새나 옷차림에 대한 말은 물론이고, 과거에는 칭찬이었던 ‘예쁘다’ 조차 이제는 무례한 외모 평가로 간주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물며 행동은 어떨까요. 귀엽다고 남의 아이를 쓰다듬는 행동, 심지어 남의 반려견을 쓰다듬는 것도 이제는 지양해야 합니다.
긍정적인 변화일 겁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사람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많은 현대인이 심각한 외로움에 시달리기도 하고요. 이 문제를 다룬 일본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를 소개합니다.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2024년에 당도한 쇼와 아저씨
주인공인 오가와는 중학교 체육교사이자 그 시대에 딱 맞는 사람입니다. 무자비하게 학생들을 체벌하고, 여성들에게는 성희롱을 일삼으며, 어쨌든 부적절한 발언과 생각투성이입니다. 그는 부인과 사별하고 홀로 딸 준코를 키워왔는데, 준코는 한창 반항적인 나이인 데다 오가와와 사이도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80년대 ‘날라리’ 학생의 복장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역시 날라리인 뭇치 선배를 동경하며, 자주 아버지에게 험한 말을 내뱉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가와는 의도치 않게 미래로 가는 버스를 타게 됩니다.
2024년에 도착한 그는 귀에 콩나물(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사람들, 네모난 기기에 집착하는 사람들, 쇼와 시대(1926년~1989년)에는 없었던 도쿄 스카이 트리 같은 것들에 충격을 받습니다.
무엇보다도 버스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사실, 쇼와 시대에서처럼 함부로 말했다가는 큰일 난다는 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를 추구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게 됩니다.
레트로 모터사이클의 향수
에피소드가 늘어날수록 시간 여행의 실체가 밝혀집니다. 그리고 오가와는 양쪽 세계를 오가며 점차 적응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오가와가 쇼와 정신으로 2024년의 일본 사회와 충돌하는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집니다.
상당히 타율이 높은 유머가 계속되는 가운데, 천연덕스럽게 등장인물이 짧은 뮤지컬처럼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에피소드마다 등장합니다.
첫 뮤지컬 파트가 비치는 순간 제작진들이 보통이 아니다 싶은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알고 보니, 각본가부터가 일본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남다른 창의성을 훌륭한 캐릭터와 이야기로 빚어낸 좋은 사례입니다.
쇼와 시대인데 쇼와의 모터사이클이 빠질 수는 없겠죠. 준코가 사모하는 선배, 뭇치가 혼다 CBX400F 인테그라 오너입니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계기도 예고편에 CBX400F 인테그라가 등장해서입니다. 빨간색과 흰색이 섞인 반짝거리는 차체, 80년대 레트로의 정수 같은 디자인에 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레트로 모터사이클에 타고 1980년대의 단순했던 세계를 달리는 모습도 향수를 자아냅니다.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독자님들이라도, 1980년대에 대한 왠지 모를 그리움이 분명 있을 겁니다. 일본 드라마이긴 하지만 조금은 향수가 충족됩니다.
‘부적절한 것’과 ‘적절한 것’의 정의
클래식 바이크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매회 잠깐씩이나마 등장하는 CBX400F 인테그라에 눈이 즐거웠습니다. 사실 새로운 디자인의 신차보다는 과거 디자인을 그대로 되살려낸 모터사이클이 잔뜩 출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뭇치와 준코의 클래식 헬멧 역시 재출시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과거 모델을 그대로 출시할 수 없는 것처럼, 오가와도 언제까지나 시간대를 오갈 수는 없습니다. 미래를 알게 됨으로써 과거를 바꾸게 되고 이에 따라서 미래까지 변하는 타임 패러독스도 문제입니다.
오가와는 어느덧 2024년의 세계에 훌륭하게 적응하고 방송사의 상담사로 취직까지 하지만, 준코가 있는 과거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준코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를 알게 되어버렸다고 해도 말입니다.
오가와는 어떻게 2024년과 작별을 고하게 될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는 ‘부적절한 것의 정도’에 대해서 결론을 내려주는 걸까요?
꼭 모터사이클이 아니더라도 재미있는 드라마인 만큼, 직접 보고 각자의 결론을 내려보길 권합니다.
드라마 속 그 바이크
혼다 CBX400F 인테그라
CBX400F는 1981년 11월 혼다가 첫 출시한 4기통 399cc의 바이크입니다. CBX400F는 세계 최초의 인보드 벤틸레이티드 디스크·브레이크 시스템 등 다양한 신기술을 채용한 야심작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가와사키 Z400FX, 야마하 XJ 400, 스즈키 GSX400F등 쟁쟁한 400 cc 모델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있던 혼다는 CBX400F로 열세를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CBX400F의 인기는 이후 CBX400F 인테그라 출시로 이어졌습니다.
유주희 (서울경제신문 기자)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유주희 #바로그장면 #부적절한것도정도가있어 #혼다 #CBX400F
한국이륜차신문 461호 / 2024.1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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