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희의 바로 그 장면 ⑰_청설(2009년 作)

2023-04-28

사랑은 대만제 바이크를 타고

 

풋풋한 감성의 대만 청춘 로맨스를 좋아하시나요?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든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라든가 ‘남색대문’ 같은 영화가 유명하고 최근에는 ‘상견니’라는 드라마도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싱그러운 청춘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너무 다른 세상의 일 같아서요. 그렇지만 이 영화는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단순한 내용이긴 하지만 여러모로 매력적이거든요. 왓챠, 네이버 시리즈온, 티빙,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수어로 피어나는 로맨스


‘청설’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부모님의 식당에서 배달을 전담하는 톈커는 어느 날 수영장에서 마주친 양양에게 반합니다. 로맨스 영화답게 둘은 빠르게 친해집니다. 그런데 여느 로맨스 영화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둘이 수어로 소통한다는 점입니다. 수어로 대화하는 양양을 본 톈커도 수어로 말을 겁니다. 다행히 톈커는 어렸을 적 수화를 배웠기 때문에 농인인 양양과 무리 없이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양양은 역시 농인인 언니가 있습니다. 언니 샤오펑은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열심히 훈련 중인 수영선수입니다. 양양과 샤오펑은 무척이나 서로를 아끼는 사이이고, 양양은 특히 언니의 꿈을 자기 자신보다도 애지중지하며 전력으로 언니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냥 말로만 응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프리카로 선교 활동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생활비를 벌어가며 언니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톈커와 양양의 대화는 전부 수어로 이뤄집니다. 분명 많은 대화가 오가는데도 말소리가 없다 보니 아주 평온한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하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바이크 대국, 대만의 강자들


그리고 이 영화에는 당연히 바이크가 등장합니다. 대만은 인구가 2,500만 명에 못 미치지만 연간 바이크 판매량이 100만 대에 육박하는(2018년 기준 95만 대) 바이크 대국입니다.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데 바이크 판매량이 연 10만 대 수준인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덕분에 대만 바이크 제조사 킴코, SYM이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대만 바이크 회사들도 꽤 됩니다. 1964년 설립돼 이탈리아 피아지오와의 기술제휴(1972~1982년)를 통해 기술력을 쌓은 PGO 같은 오래된 회사가 있는가 하면, ‘스쿠터 계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전기스쿠터 기업 ‘고고로’도 있습니다. 고고로는 2011년 설립된 비교적 어린 기업이지만 세계 최초로 배터리 교체형 충전 시스템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으로 빠르게 뻗어나갔고 지난해에는 미국 나스닥에까지 상장됐습니다.


이런 바이크 선진국에서 태어난 양양과 톈커도 모두 라이더입니다. 아쉽게도 양양이 흰색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영화 스틸컷은 구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톈커의 하늘색 스쿠터는 SYM의 국내에도 수입됐었던 ‘아우라 100(대만 현지 모델명 WOWOW 100)’이고요.


뜨겁고도 청량한 여름의 공기


톈커와 양양이 스쿠터로 대만의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딱 한 번, 대만 여행을 갔을 때의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도로변에 마련된 이륜차 전용 주차구역을 보고 놀랐던 기억,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낯선 풍경이 그리워졌습니다.


사실 그때 대만에서 바이크를 타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양국 간에 국제면허와 관련된 협약이 맺어 있지 않은 상태라 타지 못했습니다. 다행히도 지난해 2월 협약이 체결돼 30일 이내 체류하면 별도 허가증 없이, 30일 이상 체류할 때 허가증을 발급받아 운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바이크 외에도 여러모로 볼만한 영화입니다. 대만의 뜨겁고도 청량한 여름 공기를 접할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잠시나마 대만의 그 유명한 야시장이 보일 때는 특히 설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아지 같은 눈망울의 주인공들이 압권입니다. 수어로 대화하는 장면을 영화에 담아내다 보니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들의 표정이 엄청나게 풍부합니다. 반짝이는 눈, 활짝 웃는 입매가 생동감 넘칩니다.


평범한 로맨스 영화인 것 같으면서도 농인들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 점에서 더 마음에 드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영화 뒷부분에 꽤 놀라운 반전도 담겨있습니다. 영화에서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영화 속 그 바이크

SYM, WOWOW 100

 

톈커가 배달할 때도, 양양을 만나러 갈 때도 타는 바이크는 SYM의 WOWOW 100입니다.


찾아보니 대만에서는 ‘국민 바이크’라고 불 릴 만큼 유명한 것 같습니다. 배기량은 101.4 cc, 최대출력은 6.8hp/8,500rpm, 최대토크는 0.69kgm /6,000rpm입니다. 한자 모델명은 ‘旺旺 100’인데, 旺旺은 ‘세차다’, ‘왕성하다’란 뜻도 있지만 강아지가 짖는 소리(멍멍)이기도 합니다. 슈퍼커브와 매우 닮은 야무진 디자인에 한자 모델명까지 더해보면 그저 너무나 귀여울 따름입니다.

 

글/유주희(서울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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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25호 / 2023.4.16~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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