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는 사랑을 싣고
화제의 드라마, ‘더 글로리’를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다소 정신적인 피로감이 들었습니다. 폭력과 분노가 난무하는 작품이니까요. 저는 이럴 때 일부러 따뜻한 영화를 골라 보곤 합니다. 그래서 고른 영화가 톰 행크스 감독·주연의 ‘로맨틱 크라운’입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며 스쿠터가 많이 등장한다는 정도의 정보만 알고 보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대만족.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볼 수 있습니다.
톰 행크스와 줄리아 로버츠의 만남

톰 행크스가 연기하는 래리 크라운은 고교 졸업 후 해병대 조리병으로 20년을 근무하다 이제 마트에서 관리직을 맡는 인물입니다.
래리는 안타깝게도 이혼을 한 후 혼자 살고 있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해고당합니다. 대학교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어이없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겁니다. 래리는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래리는 차라리 대학 졸업장을 따고 취직에 재도전하기로 결심합니다. 미국에는 ‘커뮤니티 컬리지’라는, 누구나 쉽게 공부해서 학위를 딸 수 있는 2년제 대학이 있거든요.

그리고 래리가 택한 수업의 담당 교수는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하는 테이노 교수입니다. 테이노 교수는 남편과 이혼 직전인 상황이고 수업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습니다. 학생들에 대해 애정 따위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물입니다. 둘은 어떻게든 서로에게 관심을 두게 됩니다.
한편 래리는 아무래도 돈에 쪼들리는 상황인데, 주유소에서 마주친 스쿠터의 저렴한 기름값에 반해 스쿠터를 한 대 마련합니다. 야마하 ‘리바(Riva)’라는 귀여운 녀석입니다.
따뜻한 세계의 라이더들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래리는 금세 학내 스쿠터 동호회원들의 눈에 띕니다. 동호회의 이름은 ‘스트리트 패트롤(도로 경비대)’로 아주 거창합니다. 거리의 정의를 지키는 수호대 같지만 실은 되는대로 거리를 주행하다가 때가 되면 맛집에 가고, 종종 구제 물품점처럼 재미난 곳을 찾아다니는 모임입니다. 야마하 리바를 비롯해 클래식 베스파, 이탈젯 벨로시페로 같은 고전적인 스쿠터가 잔뜩 등장합니다.
특히 미국 시카고에서 출발한 스쿠터 회사 ‘제뉴인(Genuine) 스쿠터즈’의 ‘스텔라’, ‘버디’ 등은 아주 탐이 나는 기종들입니다.
2002년 설립된 제뉴인 스쿠터는 현재 미국 전역에 240여 개의 딜러를 거느리고 있고 지난 2018년에는 자매 브랜드인 ‘제뉴인 모터사이클’을 설립해 400cc 바이크도 판매 중입니다. 생산은 미국 내에서가 아니라 인도, 대만 등지의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입학할 수 있는 커뮤니티 컬리지지만, 아무래도 동호회원들은 대부분 래리에 비하면 한참 어린 친구들입니다. 그렇지만 스스럼없이 래리를 끌어들이고, 심지어 머리 모양과 옷차림과 집의 인테리어까지 바꿔주는 고마운 친구들입니다. 덕분에 래리는 셔츠를 바지 속에 넣어 입는 아저씨에서 멋있는 가죽 재킷의 라이더로 변신합니다. 테이노 교수와도 점점 가까워지고요.
변한 것은 외양만이 아닙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배운 래리는 자신의 재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변화를 시도하고, 뿐만 아니라 친구의 새로운 가게에도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해병대 조리병으로 20년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딱 맞는 직장도 찾아냅니다.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영화

래리는 그렇게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됩니다. 라이더의 입장에서 보면 역시나 바이크에 입문한 덕분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그저 농담이 아닌 것이, 실제로 바이크의 영향은 참 큽니다. 특히 래리처럼 40~50대의 나이에 스쿠터에 입문하게 되면 그 실용성과 기동력 덕분에 인생이 꽤나 바뀌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생활반경이 넓어질 테고, 여러모로 편리할 테고, 무엇보다 새로운 바이크 동지들과 만나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인생이 변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열 대가 넘는 스쿠터들의 대열 주행을 간접 체험하는 즐거움은 덤입니다. 지극히 미국적인 간판을 단 도넛 가게, 팬케이크 가게가 스쳐 지나가고 길거리에 할리데이비슨을 세워둔 채 이야기를 나누던 라이더들이 손을 흔들어 주고 말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도 결말도 예상대로 흘러가지만 소소한 유머가 빛을 발합니다. 줄리아 로버츠의 미소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요. 래리의 역경이 영화에서 아주 심각하게 묘사되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극복하고 새 삶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괜히 용기도 솟아납니다.
톰 행크스가 감독까지 맡은 만큼 꽤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요즘에 작품 활동이 뜸한 줄리아 로버츠는 물론이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았던 라미 말렉의 무명 시절을 볼 수 있어 즐겁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구구 바사로, 윌머 발더라마의 얼굴도 알아보실 겁니다.
영화 끝의 서비스 장면까지(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 나옵니다) 반드시 보길 추천드립니다. 푸근하고도 신나는 여운을 보장하는 장면이니까요.
영화 속 그 바이크
야마하 리바

고전적인 실루엣이 딱 요즘 감수성 아닐까요. XC125라고도 불리는 야마하 리바는 1985년부터 생산돼 2006년 단종됐습니다. 최고출력은 11.4마력(8,000rpm), 최대토크는 7.97 ft/lbs(6,500rpm)입니다. 리바 180, 리바 200도 출시됐지만 빠르게 단종됐습니다. 시트 밑의 수납공간이 매우 작았던 것도 실패 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같은 디자인으로 재출시된다면 잘 팔리지 않을지 매우 궁금한 모델이기도 합니다.
유주희(서울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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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29호 / 2023.6.16~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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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는 사랑을 싣고
화제의 드라마, ‘더 글로리’를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다소 정신적인 피로감이 들었습니다. 폭력과 분노가 난무하는 작품이니까요. 저는 이럴 때 일부러 따뜻한 영화를 골라 보곤 합니다. 그래서 고른 영화가 톰 행크스 감독·주연의 ‘로맨틱 크라운’입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며 스쿠터가 많이 등장한다는 정도의 정보만 알고 보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대만족.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볼 수 있습니다.
톰 행크스와 줄리아 로버츠의 만남
톰 행크스가 연기하는 래리 크라운은 고교 졸업 후 해병대 조리병으로 20년을 근무하다 이제 마트에서 관리직을 맡는 인물입니다.
래리는 안타깝게도 이혼을 한 후 혼자 살고 있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해고당합니다. 대학교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어이없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겁니다. 래리는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래리는 차라리 대학 졸업장을 따고 취직에 재도전하기로 결심합니다. 미국에는 ‘커뮤니티 컬리지’라는, 누구나 쉽게 공부해서 학위를 딸 수 있는 2년제 대학이 있거든요.
그리고 래리가 택한 수업의 담당 교수는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하는 테이노 교수입니다. 테이노 교수는 남편과 이혼 직전인 상황이고 수업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습니다. 학생들에 대해 애정 따위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물입니다. 둘은 어떻게든 서로에게 관심을 두게 됩니다.
한편 래리는 아무래도 돈에 쪼들리는 상황인데, 주유소에서 마주친 스쿠터의 저렴한 기름값에 반해 스쿠터를 한 대 마련합니다. 야마하 ‘리바(Riva)’라는 귀여운 녀석입니다.
따뜻한 세계의 라이더들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래리는 금세 학내 스쿠터 동호회원들의 눈에 띕니다. 동호회의 이름은 ‘스트리트 패트롤(도로 경비대)’로 아주 거창합니다. 거리의 정의를 지키는 수호대 같지만 실은 되는대로 거리를 주행하다가 때가 되면 맛집에 가고, 종종 구제 물품점처럼 재미난 곳을 찾아다니는 모임입니다. 야마하 리바를 비롯해 클래식 베스파, 이탈젯 벨로시페로 같은 고전적인 스쿠터가 잔뜩 등장합니다.
특히 미국 시카고에서 출발한 스쿠터 회사 ‘제뉴인(Genuine) 스쿠터즈’의 ‘스텔라’, ‘버디’ 등은 아주 탐이 나는 기종들입니다.
2002년 설립된 제뉴인 스쿠터는 현재 미국 전역에 240여 개의 딜러를 거느리고 있고 지난 2018년에는 자매 브랜드인 ‘제뉴인 모터사이클’을 설립해 400cc 바이크도 판매 중입니다. 생산은 미국 내에서가 아니라 인도, 대만 등지의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입학할 수 있는 커뮤니티 컬리지지만, 아무래도 동호회원들은 대부분 래리에 비하면 한참 어린 친구들입니다. 그렇지만 스스럼없이 래리를 끌어들이고, 심지어 머리 모양과 옷차림과 집의 인테리어까지 바꿔주는 고마운 친구들입니다. 덕분에 래리는 셔츠를 바지 속에 넣어 입는 아저씨에서 멋있는 가죽 재킷의 라이더로 변신합니다. 테이노 교수와도 점점 가까워지고요.
변한 것은 외양만이 아닙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배운 래리는 자신의 재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변화를 시도하고, 뿐만 아니라 친구의 새로운 가게에도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해병대 조리병으로 20년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딱 맞는 직장도 찾아냅니다.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영화
래리는 그렇게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됩니다. 라이더의 입장에서 보면 역시나 바이크에 입문한 덕분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그저 농담이 아닌 것이, 실제로 바이크의 영향은 참 큽니다. 특히 래리처럼 40~50대의 나이에 스쿠터에 입문하게 되면 그 실용성과 기동력 덕분에 인생이 꽤나 바뀌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생활반경이 넓어질 테고, 여러모로 편리할 테고, 무엇보다 새로운 바이크 동지들과 만나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인생이 변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열 대가 넘는 스쿠터들의 대열 주행을 간접 체험하는 즐거움은 덤입니다. 지극히 미국적인 간판을 단 도넛 가게, 팬케이크 가게가 스쳐 지나가고 길거리에 할리데이비슨을 세워둔 채 이야기를 나누던 라이더들이 손을 흔들어 주고 말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도 결말도 예상대로 흘러가지만 소소한 유머가 빛을 발합니다. 줄리아 로버츠의 미소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요. 래리의 역경이 영화에서 아주 심각하게 묘사되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극복하고 새 삶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괜히 용기도 솟아납니다.
톰 행크스가 감독까지 맡은 만큼 꽤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요즘에 작품 활동이 뜸한 줄리아 로버츠는 물론이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았던 라미 말렉의 무명 시절을 볼 수 있어 즐겁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구구 바사로, 윌머 발더라마의 얼굴도 알아보실 겁니다.
영화 끝의 서비스 장면까지(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 나옵니다) 반드시 보길 추천드립니다. 푸근하고도 신나는 여운을 보장하는 장면이니까요.
영화 속 그 바이크
야마하 리바
고전적인 실루엣이 딱 요즘 감수성 아닐까요. XC125라고도 불리는 야마하 리바는 1985년부터 생산돼 2006년 단종됐습니다. 최고출력은 11.4마력(8,000rpm), 최대토크는 7.97 ft/lbs(6,500rpm)입니다. 리바 180, 리바 200도 출시됐지만 빠르게 단종됐습니다. 시트 밑의 수납공간이 매우 작았던 것도 실패 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같은 디자인으로 재출시된다면 잘 팔리지 않을지 매우 궁금한 모델이기도 합니다.
유주희(서울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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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29호 / 2023.6.16~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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