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미칠 수 있습니까?
예복 같은 정장 차림의 남자와 녹색의 스팽글 미니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트라이엄프 본네빌에 타고 뉴욕 도심을 가릅니다. 짜릿함이 미처 가시기도 전에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모터사이클 미션이 주어집니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스릴러 영화, ‘너브’에는 모터사이클로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미친 짓 중 하나가 등장합니다. 주인공들은 왜 그런 상황에 놓인 걸까요? 영화는 넷플릭스, 네이버 시리즈온, 티빙, 왓챠, 웨이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안주하는 삶에서 도전으로


뉴욕에 사는 평범한 고교생 리브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느 고교생들과 마찬가지로 짝사랑하는 동급생도 있고 친구들과의 사소한 갈등도 경험하지만, 대체로는 괜찮은 삶입니다. 너무 조심스럽고 소심하단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요. 그러다가 어느 날, 또래들 사이에 엄청난 유행을 끌고 있는 플랫폼 ‘너브’에 가입하게 됩니다.
너브는 미션에 도전해 상금을 받을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입니다. 직접 미션에 도전하는 ‘플레이어’ 또는 구경하는 ‘왓쳐’로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시애틀에서는 너브 미션에 도전하다 사망한 사례가 있단 흉흉한 이야기도 들려오지만 일단 재미있고 자극적이니까 인기가 높습니다. 플레이어들은 개밥 먹기, 지하철 승강장에서 건너편 승강장으로 멀리뛰기 같은 미션을 수행해 성공을 거듭할수록 많은 왓쳐들을 모으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가장 많은 왓쳐를 거느린 플레이어 둘이 남아 결승전을 치르는 구조입니다.
리브는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소소한 미션에 도전하게 되고, 그렇게 남자 주인공인 이안을 만나게 됩니다. 이안은 첫 장면부터 라이딩 재킷을 입고 등장하는 라이더입니다. 그리고 그의 트라이엄프 본네빌은 뉴욕이란 대도시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조합입니다.
불가능한 미션에 도전하라

리브와 이안은 그렇게 트라이엄프를 타고 뉴욕을 누비면서 점점 도전의 수위를 높여갑니다.
물론 그에 따라 상금의 액수도 수백 달러, 수천 달러로 점점 늘어납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뉴욕 너브에서 왓쳐 수 상위 10위권까지 치고 올라갑니다. 학교에서도 잘 눈에 띄지 않는 소심한 모범생이었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뉴욕 거리에서 사람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핵인싸’가 되어버린 겁니다.
자극을 추구하는 플랫폼인 너브는 이제 리브와 이안에게 새로운 미션을 제시합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자세히 적을 수는 없지만 미치지 않고서야 상상할 수 없는 모터사이클 미션입니다. 바이크를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도 미쳤지만, 라이더라면 더욱 경악할 수밖에 없는 미션이고요. 몇 시간 전의 리브라면 당연히 단호하게 미션을 거부했겠지만 잘생기고 다정한 이안과의 모험을 통해 아드레날린에 중독된 탓일까요. 리브는 미션 수락을 클릭합니다. 그리고 불가능한 미션이 시작됩니다.
한편 리브에게는 토미라는 절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토미는 기꺼이 위험을 받아들이는 리브가 걱정된 나머지 인터넷을 뒤지다가 이안의 정체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이안의 리브에 대한 호감은 과연 순수한 것일까요? 리브를 일부러 위험에 몰아넣는 것은 아닐까요? 영화 도입부만 해도 너브는 십대 아이들이 멍청한 도전을 하게 만드는 이상한 플랫폼 정도로 보였는데, 이제는 슬슬 리브와 플레이어들의 목숨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풍경화

영화는 한 시간 반 동안 질주하는 모터사이클만큼이나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밀어붙입니다.
순식간에 인터넷 스타가 된 리브, 그리고 번쩍이는 네온 조명을 단 이안의 트라이엄프 본네빌, 뉴욕의 밤거리와 이상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미션들까지 볼거리도 넘쳐납니다.
그 와중에 영화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우리에게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모니터 뒤에 숨어서, 익명성 뒤에 숨어서 타인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음침한 군중들이 생겨납니다. 누군가의 신상을 뒤지기도 하고, 조롱하는 댓글을 달기도 하고, 더 심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디지털 폭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위험한 미션에 도전하는 플레이어들을 말리거나 경찰을 부르기는커녕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들고 환호하는 영화 속 군중들처럼요.
영화니까 좀 더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에서의 폭력 때문에 실제로 사람이 죽기도 하는 세상이니까요.
영화 속의 갈등이 다소 맥없이 해소되는 감은 있지만 스릴 있으면서도 나름의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입니다. 리브가 과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이안은 어떤 비밀을 품고 있을지, 그리고 너브는 계속 사람들을 끌어모을지,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길 바랍니다.
영화 속 그 바이크
트라이엄프 본네빌
지금은 트라이엄프 본네빌이 T100 (900cc)과 T120(1,200cc)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너브’가 2016년 영화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영화에 등장하는 본네빌은 865cc 엔진이 장착된 모델일 것으로 보입니다.
헤드라이트의 메시 커버와 깍두기 타이어로 스크램블러 감성을 더하고 오일 탱크 아래 등에 파란 조명까지 장착해 마치 뉴욕의 클럽(가본 적은 없습니다만) 같은 화려한 인상을 줍니다.
유주희(서울경제신문 기자)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한국이륜차신문 431호 / 2023.7.16~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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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미칠 수 있습니까?
예복 같은 정장 차림의 남자와 녹색의 스팽글 미니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트라이엄프 본네빌에 타고 뉴욕 도심을 가릅니다. 짜릿함이 미처 가시기도 전에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모터사이클 미션이 주어집니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스릴러 영화, ‘너브’에는 모터사이클로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미친 짓 중 하나가 등장합니다. 주인공들은 왜 그런 상황에 놓인 걸까요? 영화는 넷플릭스, 네이버 시리즈온, 티빙, 왓챠, 웨이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안주하는 삶에서 도전으로
뉴욕에 사는 평범한 고교생 리브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느 고교생들과 마찬가지로 짝사랑하는 동급생도 있고 친구들과의 사소한 갈등도 경험하지만, 대체로는 괜찮은 삶입니다. 너무 조심스럽고 소심하단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요. 그러다가 어느 날, 또래들 사이에 엄청난 유행을 끌고 있는 플랫폼 ‘너브’에 가입하게 됩니다.
너브는 미션에 도전해 상금을 받을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입니다. 직접 미션에 도전하는 ‘플레이어’ 또는 구경하는 ‘왓쳐’로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시애틀에서는 너브 미션에 도전하다 사망한 사례가 있단 흉흉한 이야기도 들려오지만 일단 재미있고 자극적이니까 인기가 높습니다. 플레이어들은 개밥 먹기, 지하철 승강장에서 건너편 승강장으로 멀리뛰기 같은 미션을 수행해 성공을 거듭할수록 많은 왓쳐들을 모으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가장 많은 왓쳐를 거느린 플레이어 둘이 남아 결승전을 치르는 구조입니다.
리브는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소소한 미션에 도전하게 되고, 그렇게 남자 주인공인 이안을 만나게 됩니다. 이안은 첫 장면부터 라이딩 재킷을 입고 등장하는 라이더입니다. 그리고 그의 트라이엄프 본네빌은 뉴욕이란 대도시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조합입니다.
불가능한 미션에 도전하라
리브와 이안은 그렇게 트라이엄프를 타고 뉴욕을 누비면서 점점 도전의 수위를 높여갑니다.
물론 그에 따라 상금의 액수도 수백 달러, 수천 달러로 점점 늘어납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뉴욕 너브에서 왓쳐 수 상위 10위권까지 치고 올라갑니다. 학교에서도 잘 눈에 띄지 않는 소심한 모범생이었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뉴욕 거리에서 사람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핵인싸’가 되어버린 겁니다.
자극을 추구하는 플랫폼인 너브는 이제 리브와 이안에게 새로운 미션을 제시합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자세히 적을 수는 없지만 미치지 않고서야 상상할 수 없는 모터사이클 미션입니다. 바이크를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도 미쳤지만, 라이더라면 더욱 경악할 수밖에 없는 미션이고요. 몇 시간 전의 리브라면 당연히 단호하게 미션을 거부했겠지만 잘생기고 다정한 이안과의 모험을 통해 아드레날린에 중독된 탓일까요. 리브는 미션 수락을 클릭합니다. 그리고 불가능한 미션이 시작됩니다.
한편 리브에게는 토미라는 절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토미는 기꺼이 위험을 받아들이는 리브가 걱정된 나머지 인터넷을 뒤지다가 이안의 정체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이안의 리브에 대한 호감은 과연 순수한 것일까요? 리브를 일부러 위험에 몰아넣는 것은 아닐까요? 영화 도입부만 해도 너브는 십대 아이들이 멍청한 도전을 하게 만드는 이상한 플랫폼 정도로 보였는데, 이제는 슬슬 리브와 플레이어들의 목숨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풍경화
영화는 한 시간 반 동안 질주하는 모터사이클만큼이나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밀어붙입니다.
순식간에 인터넷 스타가 된 리브, 그리고 번쩍이는 네온 조명을 단 이안의 트라이엄프 본네빌, 뉴욕의 밤거리와 이상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미션들까지 볼거리도 넘쳐납니다.
그 와중에 영화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우리에게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모니터 뒤에 숨어서, 익명성 뒤에 숨어서 타인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음침한 군중들이 생겨납니다. 누군가의 신상을 뒤지기도 하고, 조롱하는 댓글을 달기도 하고, 더 심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디지털 폭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위험한 미션에 도전하는 플레이어들을 말리거나 경찰을 부르기는커녕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들고 환호하는 영화 속 군중들처럼요.
영화니까 좀 더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에서의 폭력 때문에 실제로 사람이 죽기도 하는 세상이니까요.
영화 속의 갈등이 다소 맥없이 해소되는 감은 있지만 스릴 있으면서도 나름의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입니다. 리브가 과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이안은 어떤 비밀을 품고 있을지, 그리고 너브는 계속 사람들을 끌어모을지,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길 바랍니다.
영화 속 그 바이크
트라이엄프 본네빌
헤드라이트의 메시 커버와 깍두기 타이어로 스크램블러 감성을 더하고 오일 탱크 아래 등에 파란 조명까지 장착해 마치 뉴욕의 클럽(가본 적은 없습니다만) 같은 화려한 인상을 줍니다.
유주희(서울경제신문 기자)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한국이륜차신문 431호 / 2023.7.16~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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