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희의 바로 그 장면

B급 감성의 파도에 몸을 맡기다 '거대한 불개미의 습격' (2017년 作)

 66a24c26d147f.jpg누가 봐도 B급인 영화, ‘거대한 불거미의 습격’은 사실 모터사이클 영화이기도 합니다.

모터사이클로 시작해 모터사이클로 끝나는 영화이기 때문에, 제목에서 비롯된 진입장벽만 살짝 넘으면 상당히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원래 B급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요. 왓챠, 웨이브, U+ 모바일tv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긴박감 제로의 도입부

da8a74890b1bf.jpg영화는 시작부터 기대감을 한없이 낮춰줍니다. 구리다고 하면 슬프겠지만 솔직히 도입부에서 아무런 긴박감도 들지 않습니다.

이어 주인공 브라이언이 등장하는데, 이때 브라이언이 영화 속에서 또 다른 B급 영화를 보는 액자식 구성에서 감독의 의도가 드러납니다. 영화 속 영화의 주인공 ‘섬멸자’는 두카티 X디아벨S를 타고 적들을 물리치는 영웅이죠. 


265816d880e59.jpg어쨌든 브라이언도 모터사이클에 푹 빠진 라이더이긴 한데, 문제는 섬멸자만큼 주인공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20d84a52dd6b1.jpg절친이자 우수한 모토크로스 선수인 루카스 곁에서 그는 유능한 미케닉 역할에 그칩니다. 물론 유능한 미케닉도 대단하지만 잘생긴 만큼이나 자신감이 넘치는 루카스처럼 조명을 받진 못하니까요.

이러한 캐릭터 설정마저 진부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막의 모토크로스 대회

2bc7fc97c98e6.jpg브라이언과 루카스는 모토크로스 대회로 추정되는 행사 겸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사막으로 갑니다.

이 영화의 원제가 ‘사막에서 온 것들(It Came from the Desert)’임을 감안하면 말리고픈 선택입니다만 어쩔 수 없겠죠. 

호러 영화 주인공들이란, 하고 혀를 차던 중에 눈이 번쩍 뜨이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픽업트럭을 운전하던 루카스가 후방에 나타난 모터사이클들을 보곤 질 수 없다며 운전 중에 브라이언에게 운전대를 넘깁니다. 그리고는 짐칸의 모터사이클에 올라타 곧바로 뛰어내리더니 선수로서의 기량을 뽐냅니다. 


a234235cd4d9c.jpg그렇게 혼다 CR450F, 가와사키 KX450F, KTM 450 SX 등이 한동안 광활한 사막을 누빕니다.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뻔합니다. 미국 최대 방산기업의 버려진 연구소에서 거대 불개미들과 조우하고, 어떻게든 맞서 싸웁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호러 영화에서 살해당하는 여자들’ 같은 장르적 클리셰를 비틀어보려는 시도가 종종 등장합니다. 비록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이 정도면 노력한 괴작

6612ac18cb0ee.jpg그럭저럭 영화는 점점 본격적인 B급 호러 영화의 궤도에 오릅니다.

어렸을 때 해본 도스 게임을 연상케 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싶었는데, 실제로 이 영화의 원작이 1989년에 출시된 동명의 게임이라고 합니다. 

f5f4f1be9a4fa.jpg엔딩 크레딧이 전부 올라간 후에도 한참 동안 게임 화면이 비춰지는데, 원작 게임을 즐겼던 세대라면 살짝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합니다. 덕분에 이쯤 되면 ‘노력한 괴작’이라는 긍정적인 기분이 됩니다.

영화의 개연성도 개미들의 비주얼도 아쉽기 짝이 없지만, 모터사이클 액션만은 꽤 충실합니다. 개미보다 모터사이클을 위해 이 영화를 기획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모터사이클의 활약이 빛납니다. 어린 시절 봤던 영화나 게임이 그리울 때, 한 번쯤 거대 불개미를 떠올려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속 그 바이크 '가와사키 KX450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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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cc 수랭식 단기통 엔진을 단 KX 450F는 가와사키에서 2005년 처음 출시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나온 KX250F의 경우 스즈키와 공동 개발한 결과물이지만, KX 450F는 가와사키 단독 개발 모델입니다. 

출시 첫해 일본 모토크로스 대회에서 심각한 프레임 결함이 발견되면서 가와사키의 이미지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혔습니다. 

문제점을 보완한 후 곧바로 2006년 AMA 월드 슈퍼크로스 GP를 포함한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며 깨끗이 굴욕을 만회했습니다. 


유주희(서울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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