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희의 ‘바로 그 장면’_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 (2024년 作)

2024-06-20

분노로 가득한 도로의 끝, 퓨리오사가 택한 복수는


모터사이클 라이더라면 2024년 6월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를 절대 놓치지 마시라는 당부로 글을 시작해 봅니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이 최신작은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이야기(프리퀄)로, 퓨리오사의 어린 시절부터 다룹니다. 그리고 영화 내내 수많은 모터사이클이 등장합니다. 지금까지 본 그 어느 영화보다도 인상 깊은 강도로 말입니다.

 

디멘투스의 탐욕


모터사이클로 사막을 가르고 바위산을 오르는 비주얼은 전작에서도 익히 목격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에서는 그 스케일이 다릅니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중심에는 이 영화의 최대 빌런인 디멘투스가 있습니다. 첫 등장에서, 그는 JRL 사이클의 ‘럭키 7’을 이제 막 중고 매물로 소개받은 사람처럼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심지어 럭키 7의 실제 제원이 대사에도 언급됩니다.


럭키 7은 JRL 사이클이 2011년 2,800cc의 7기통 항공 엔진을 적용해 만든 수제 바이크로, 황제처럼 군림하는 디멘투스와 더없이 어울리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멘투스가 모는 삼두마차는 럭키 7과 두 대의 BMW R 18로 만들어졌습니다. 기가 막힌 상상력입니다.


디멘투스 역할을 맡은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는 ‘토르’의 이미지를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하게 벗어던집니다. 언뜻 보면 밑도 끝도 없는 악역으로 보이는 캐릭터입니다. 매드맥스 시리즈가 원래 그렇듯 영화는 그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지 밀러 감독은 영화 후반부, 잔혹한 살육의 현장에서 디멘투스가 중얼거리는 한 마디만으로 캐릭터의 입체감을 더하고 더 나아가 영화의 지향점을 보여줍니다.


덧붙이자면 디멘투스의 JRL 7은 영화 촬영이 끝난 후 크리스 헴스워스가 인수해 갔다고 합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도 손꼽히는 바이크 애호가입니다. 부친이 모터사이클 레이서인 영향도 있을 겁니다. 헴스워스의 부친 역시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에도 바이크 스턴트로 참여했습니다. 크리스 헴스워스의 배우자인 엘사 파타키도 이 영화에 출연해 심지어 1인 2역을 맡았습니다. 눈이 밝은 분들이라면 알아차리시겠지만, 저는 영화를 본 후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무수한 폭력을 지나치는 여정


그리고 드디어, 이 영화의 주인공인 퓨리오사. 그가 한쪽 팔만으로 오프로드 바이크를 몰면서 추격자들을 제치고 바위산을 내달리는 장면은 오프로드 라이더들의 심금을 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퓨리오사 역할을 맡은 애냐 테일러 조이는 아르헨티나에 살던 어린 시절 모터사이클을 탄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샤를리즈 테론을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에서도 기용하려고 끝까지 노력했던 조지 밀러 감독이 결국 포기하고 다른 배우를 고심하는 과정에서 애냐 테일러 조이를 택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전편의 맥스가 그랬듯, 퓨리오사는 대사도 감정 표현도 거의 없습니다. 거의 눈빛만으로 화면을 장악하는데 그래서 좋다고 느껴지는 점도 많습니다. 그를 둘러싼 잔혹함과 그로 인한 고통을 오히려 더 상상하고 몰입하게 됩니다.


복수를 향한 퓨리오사의 여정, 복수에 대한 디멘투스의 주제넘은 훈계, 퓨리오사가 실제로 행한 복수의 방식까지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좋습니다. 이 영화가 전작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처럼 강력한 시각적 쾌감을 주지 못한다고 여기는 관객도 꽤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퓨리오사의 마음 속에서 들끓는 것들에 비하면, V8 엔진도 머슬카도 심지어 지옥의 화염불마저도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모터사이클에 진심인 영화


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스태프들은 100여 대의 바이크를 커스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CG를 이용해서 수천 대의 바이크 행렬을 영화에 담았습니다. 카메라에 자주 비치는 1972년식 노튼 코만도 외에 R 18, 알나인티, R 1250 GS 등 BMW 모토라드 모델 다수가 눈에 띕니다. BMW 모토라드 호주에서 25대의 바이크를 협찬했다고 합니다.


할리데이비슨 모델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등장인물 둘의 이름이 ‘할리’와 ‘데이비슨’입니다. 또 크리스 헴스워스의 부친을 포함해 다수의 모터사이클 레이서, 모토크로스 선수들이 바이크 스턴트로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띄웁니다.


온갖 희한한 차량이 등장했던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대비 차종의 다양성이나 화려함이 조금 떨어져서 심심할 수도 있겠지만, 수천 대의 바이크가 몰려오는 장면에서 라이더로서 압도적인 감동을 물리치기 어렵습니다.


이 정도면 조지 밀러 감독은 모터사이클에 미친 사람이 아닐까 싶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밀러 감독은 의대를 졸업한 후 레지던트 시절 응급실에서 근무하면서 바이크를 접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따로 적을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감독은 앞으로 또 한 편의 매드맥스 시나리오를 써 둔 상태라고 합니다. 올해 79세인 그가 부디 오래 건강하길 바랄 따름입니다.

 

영화 속 그 바이크

JRL 사이클 ‘럭키 7’

 

1990년대 호주의 매튜 셔니키프, 폴 셔니키프 형제는 ‘로텍 R2800’이라는 이름의 2,800cc 항공 엔진을 제작했습니다.


모터사이클 휠 같은 방사형의, 그래서 모터사이클 엔진으로는 전혀 부적합할 것 같은 이 엔진을 가져다 쓴 모터사이클이 바로 럭키 7입니다.


JRL 사이클은 호주의 존 레비가 세운 회사로, 처음에는 방사형 엔진이 그저 ‘남들과 달라서’ 쓰기 시작했지만, 예상보다 주행감이 부드럽고 진동도 덜해 이거다, 싶었다고 합니다. 물론 항공 엔진인 만큼 힘은 엄청납니다. 110마력에 최대 토크는 217Nm입니다.


JRL 사이클은 원래 총 50여 대의 럭키 7을 제작할 계획이었지만 대당 10만 달러(약 1억 3,700만 원)에 달하는 비싼 제작비 때문에 6대 정도만 생산됐다고 합니다.

 

유주희(서울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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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53호 / 2024.6.16~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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