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희의 ‘바로 그 장면’_매버릭스 (2022년 作)

2024-08-20

호주의 모토크로스 경기장으로 초대합니다


호주의 청소년 드라마인 ‘매버릭스(MaveriX)’는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이 띄워준 작품도, 라이더 지인이 추천해준 작품도 아닙니다. 오로지 바이크 함량이 높은 콘텐츠를 찾아 헤맨 끝에 발견한 드라마입니다.


청소년 드라마인 만큼 유치하지는 않을지, 성인 라이더들에게 추천할 만큼 본격적인 모터사이클 영화일지 걱정하며 1화를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호주는 모터크로스 선진국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배웠습니다.


오프로드 바이크에 별 관심이 없는데도 금세 빠져들었습니다. 심장 박동은 거세지는데, 묘하게도 마음의 안식이 함께 찾아오는 드라마입니다.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챔피언의 꿈을 꾸는 10대들


주인공은 호주의 모토크로스 주니어 선수인 스콧 그리핀입니다. 스콧은 과거 모토크로스 대회를 휩쓸었던 아버지처럼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매일같이 연습하고 경기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그리핀 부자는 더 큰 꿈이 있습니다. 모토크로스 꿈나무들을 위한 체계적인 엘리트 아카데미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주니어 선수들이 더 좋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궁극적으로 호주 모토크로스의 차원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이제 아카데미 1기생들을 모을 차례입니다. 동년배 남자아이들보다 어른스럽고 쿨한 제니, 모토크로스를 사랑하지만 학업 때문에 살짝 괴로운 리치, 성격 파탄의 기미가 보이는 케이든, 그리고 사고뭉치 유튜버인 베어가 차례대로 아카데미에 합류합니다. 그리고 부모 없이 성격 나쁜 오빠들 밑에서 고된 날들을 보내는, 하지만 선수만큼이나 뛰어난 바이크 실력을 자랑하는 앤지까지 합세합니다.


개성이 강한 아이들은 당연히 자꾸만 서로 부딪힙니다. 다른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이 본인의 기량만 챙기면 된다는 케이든, 훈련장의 규칙을 무시하는 베어, 가장 무난한 성격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얌전하지 않은 스콧까지. 그러나 청소년 드라마가 으레 그렇듯, 우리의 주인공들은 점차 팀워크의 중요성을 깨닫고 서로를 아끼게 됩니다.


모토크로스가 국민 스포츠


이 드라마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호주 모토크로스 씬의 풍성함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규모의 경기가 일상적으로 열리고, 당연히 전국적으로 지역별·연령대별 팀이 숱하게 꾸려져 있으며, 이러한 팀들을 후원하는 조력자들도 많다는 사실을 드라마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핀 아카데미의 훈련장만 해도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호주에 가본 적은 없지만, 옆 나라인 뉴질랜드 국적자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뉴질랜드도 호주도 어린이 축구클럽 만큼이나 ‘키즈 모토크로스’를 흔하게 마주칠 수 있다고 합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구경할 수 있을 만큼 일상과 가깝고, 진입 장벽도 낮다고 합니다. 모토크로스를 소재로 한 청소년용 드라마까지 제작될 만큼 기반이 탄탄한 셈입니다.


드라마의 공동 제작자인 아이작 엘리엇도 모토크로스 선수 출신입니다.


그는 지난 2007년 호주 핀케 사막에서의 경기 중 치명적인 사고로 바이크를 탈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꿈을 꺾을 수 없었던 그는 개조한 모터사이클로 핀케 레이스 완주에 재도전했고, 현재는 영화 제작자로서 꾸준히 경력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아이작 엘리엇이 매버릭스의 촬영지인 앨리스 스프링스 출신이라는 사실입니다. 덕분에 매버릭스는 호주 모토크로스의 성지인 앨리스 스프링스의 열기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의 비밀


주연 배우들이 직접 레이싱까지 연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최고의 호주 모토크로스 선수들이 대역으로 참가했습니다.


모토크로스 팬인 독자분들이라면 호주 내셔널 MX 챔피언십 3회 우승자인 딘 페리스와 남호주 U16 현역 챔피언인 에마 헤일록 등의 이름이 익숙할 수도 있겠습니다. 선수들 외에도 앨리스 스프링스의 라이더들이 대거 촬영에 참여했습니다. 매 회 비춰지는 경기 장면도 박진감 넘칠 수밖에 없습니다.


매버릭스는 힐링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모터사이클, 하면 거친 언사와 분쟁과 사고가 난무할 것 같지만 청소년 드라마다 보니 건전한 경쟁과 성장과 우정으로 가득합니다. 이기적인 마음으로 투덜대던 주인공들이 함께 시야를 넓히고 각자의 틀을 깨는 모습에서 미소가 지어집니다.


10대 특유의 불안함과 외로움을 서로 토닥여주는 모습에서 대리만족마저 느껴집니다.


화면에 담긴 호주의 광활한 자연도 마음을 가라앉혀줍니다. 광야에서 캠핑하고, 모닥불을 쬐며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평화가 느껴집니다. 어떤 스타일의 라이더라도 좋아할 만한 드라마로 강력히 추천해 봅니다.


영화 속 그 바이크

야마하 YZ125

 

오프로드 바이크 문외한으로서, 고마운 라이더 친구와 어느 스페인어 리뷰 기사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기종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YZ125는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중에서도 인기 기종이자 입문용으로도 사랑받는 모델입니다. 제원은 수랭식 2스트로크 125cc, 6단 트랜스미션, 공차중량 95kg, 최대 35마력과 25.5Nm의 최대토크를 발휘합니다.

 

유주희 (서울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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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57호 / 2024.8.16~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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