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드의 박진감, 영화로 만나다
‘바이크 솔저’라니, 바이크가 주인공 역할이란 점은 확실해 보이지만 상당히 B급스러운 제목입니다. 영화 포스터도 ‘폭망’의 기운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래서 정말 최저 수준의 기대감을 안고 틀었는데 의외로 볼거리가 많아서 당당히 추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즌, 넷플릭스, 티빙, 네이버 시리즈온, 웨이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바이크숍을 구경하는 재미
주인공인 마셜 베넷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 바이크 부대의 일원입니다.
아예 라이더 군인들로만 이뤄진 부대가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이 아니더라도 영화니까 이해해 줍시다. 그리고 한국어 제목과는 달리 마셜의 군인 생활은 금방 끝납니다. 마셜이 다쳐서 제대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무대도 미국 본토로 이동합니다. 더 이상 바이크를 타기 어려워진 마셜은 바이크샵에서 정비사로 일하며 아내인 소피와의 일상을 이어갑니다. 소박한 바이크숍이지만 라이더의 눈에는 구석구석 흥미롭습니다. 바이크, 부품, 의류 등 구색을 갖춘 미국의 바이크샵이니까요.
그러던 중 마셜은 돈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 놓이고, 오프로드 레이스에 참여하기로 합니다. 소규모 경기를 상상했는데 역시 미국은 스케일이 다르더군요. 상당한 규모의 오프로드 경기장에서 흙바람을 날리며 언덕을 올라 무시무시하게 점프하는 순간부터 라이더의 가슴이 세차게 뜁니다. 오프로드 경주의 박력을 담아낸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승리를 갈구하는 라이더
라이더로서뿐만 아니라 시청자로서 더욱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요인도 있습니다.
발목을 무리해서 쓰면 아예 휠체어를 타게 될 수도 있는 마셜의 핸디캡입니다. 그런데도 마셜은 오프로드 레이싱에 본격적으로 복귀하기로 합니다. 돈 때문이기도, ‘패배자로 살기 싫다’라는 마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마셜이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갈 때도 말리지 않았던 소피는 무슨 죄일까요.
그러나 소피는 아주 단단한 사람입니다. 도저히 마셜을 말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아예 마셜의 매니저 역할을 도맡기로 합니다. 심지어 마셜을 재정적으로 후원할 스폰서까지 끌어오는 유능함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마셜의 아버지는 정신적인 지지를 보태줍니다.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마셜의 어머니는 군 헬기 조종사였는데 파병 중 추락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마셜이 잘못될까 봐 너무나 두려운 소피는 시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고, 시아버지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괴로워하지 말라”며 “군 헬기 조종사인 사람과의 결혼이 두려웠지만 매일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조언합니다. 사실 저도 개인적으로 바이크를 타면서 불쑥 두려운 마음이 들곤 하는데 이 대목에서 조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실제 오프로드 선수들과 촬영
가족 문제는 해결됐고, 이제 관건은 마셜이 어디까지 가느냐입니다. 얄미운 경쟁 선수들을 제칠 치밀한 추월 작전이 거듭 성공했는데, 프로 입문이라는 목표까지 달성할 수 있을까요?
영화에서는 ‘루카스 오일 프로 모터스 대회’가 거듭 언급되는데 실존하는 대회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도 윤활유로 익숙한 루카스 오일이 후원하는 다양한 모터스포츠 경기 중 하나입니다.
영화 속 경기 장면에서 바이크를 타는 건 실제 현역 오프로드 선수들이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 테네시 등지의 실제 오프로드 경기장에서 실제 선수들이 타는 모습이니까 박진감이 흘러넘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오프로드 경기를 영화로 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너무나도 소중하고 감사할 정도입니다.
마셜은 캘리포니아, 테네시 등지에서 잇따라 승리를 거두며 승승장구하는 듯 보입니다. 우여곡절이 끝에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결말이 궁금하지 않더라도 라이더라면 한 번쯤은 볼만한 영화입니다.
참고로 저는 실망할 만반의 준비하고 영화를 틀었다가 상당히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엔딩크레딧을 맞이했습니다. 사실 단순한 이야기지만 라이더로서 좋아할 만한 장점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다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들이 등장해서 정이 가고, 감동 포인트도 여럿입니다. 독자님들의 즐거운 관람을 기원합니다.
영화 속 그 바이크, 제로 FX
영화 초반, 베넷의 군 생활 장면에서 잠시 등장하는 제로 모터사이클의 ‛제로 FX’는 줄거리와 큰 상관은 없습니다. 그러나 군용으 로도 사용되는 전기이륜차라는 점에서 관심을 끕니다. 제로 모터사이클은 나사 엔지니어 출신인 닐 사이키가 2006년 창업했고 제로 S, SR, FXS, DS, DSR, FX 등의 다양한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이 중 FX는 오프로드 용으로, 제로의 다른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자체 개발한 파워트레인이 적용됐으며 배터리 용량은 7.2kWh, 도심 기준 주행거리는 146km (고속 도로에서 시속 113km 정도로 주행할 때 주행 거리가 63km로 급감), 최고 속도는 시속 137km, 최대 출력과 최대 토크는 각각 34kW@ 4,300rpm, 78ft-lb(106 Nm)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질 않았으니 주행감은 알길이 없지만 이런 전기이륜차가 점점 시장 점유율을 높이다 보면 언젠가는 탈 날이 오겠죠?
글/유주희(서울경제신문 기자)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유주희 #바이크솔저 #제로FX
한국이륜차신문 419호 / 2023.1.16~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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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의 박진감, 영화로 만나다
‘바이크 솔저’라니, 바이크가 주인공 역할이란 점은 확실해 보이지만 상당히 B급스러운 제목입니다. 영화 포스터도 ‘폭망’의 기운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래서 정말 최저 수준의 기대감을 안고 틀었는데 의외로 볼거리가 많아서 당당히 추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즌, 넷플릭스, 티빙, 네이버 시리즈온, 웨이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바이크숍을 구경하는 재미
주인공인 마셜 베넷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 바이크 부대의 일원입니다.
아예 라이더 군인들로만 이뤄진 부대가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이 아니더라도 영화니까 이해해 줍시다. 그리고 한국어 제목과는 달리 마셜의 군인 생활은 금방 끝납니다. 마셜이 다쳐서 제대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무대도 미국 본토로 이동합니다. 더 이상 바이크를 타기 어려워진 마셜은 바이크샵에서 정비사로 일하며 아내인 소피와의 일상을 이어갑니다. 소박한 바이크숍이지만 라이더의 눈에는 구석구석 흥미롭습니다. 바이크, 부품, 의류 등 구색을 갖춘 미국의 바이크샵이니까요.
그러던 중 마셜은 돈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 놓이고, 오프로드 레이스에 참여하기로 합니다. 소규모 경기를 상상했는데 역시 미국은 스케일이 다르더군요. 상당한 규모의 오프로드 경기장에서 흙바람을 날리며 언덕을 올라 무시무시하게 점프하는 순간부터 라이더의 가슴이 세차게 뜁니다. 오프로드 경주의 박력을 담아낸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승리를 갈구하는 라이더
라이더로서뿐만 아니라 시청자로서 더욱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요인도 있습니다.
발목을 무리해서 쓰면 아예 휠체어를 타게 될 수도 있는 마셜의 핸디캡입니다. 그런데도 마셜은 오프로드 레이싱에 본격적으로 복귀하기로 합니다. 돈 때문이기도, ‘패배자로 살기 싫다’라는 마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마셜이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갈 때도 말리지 않았던 소피는 무슨 죄일까요.
그러나 소피는 아주 단단한 사람입니다. 도저히 마셜을 말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아예 마셜의 매니저 역할을 도맡기로 합니다. 심지어 마셜을 재정적으로 후원할 스폰서까지 끌어오는 유능함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마셜의 아버지는 정신적인 지지를 보태줍니다.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마셜의 어머니는 군 헬기 조종사였는데 파병 중 추락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마셜이 잘못될까 봐 너무나 두려운 소피는 시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고, 시아버지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괴로워하지 말라”며 “군 헬기 조종사인 사람과의 결혼이 두려웠지만 매일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조언합니다. 사실 저도 개인적으로 바이크를 타면서 불쑥 두려운 마음이 들곤 하는데 이 대목에서 조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실제 오프로드 선수들과 촬영
가족 문제는 해결됐고, 이제 관건은 마셜이 어디까지 가느냐입니다. 얄미운 경쟁 선수들을 제칠 치밀한 추월 작전이 거듭 성공했는데, 프로 입문이라는 목표까지 달성할 수 있을까요?
영화에서는 ‘루카스 오일 프로 모터스 대회’가 거듭 언급되는데 실존하는 대회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도 윤활유로 익숙한 루카스 오일이 후원하는 다양한 모터스포츠 경기 중 하나입니다.
영화 속 경기 장면에서 바이크를 타는 건 실제 현역 오프로드 선수들이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 테네시 등지의 실제 오프로드 경기장에서 실제 선수들이 타는 모습이니까 박진감이 흘러넘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오프로드 경기를 영화로 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너무나도 소중하고 감사할 정도입니다.
마셜은 캘리포니아, 테네시 등지에서 잇따라 승리를 거두며 승승장구하는 듯 보입니다. 우여곡절이 끝에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결말이 궁금하지 않더라도 라이더라면 한 번쯤은 볼만한 영화입니다.
참고로 저는 실망할 만반의 준비하고 영화를 틀었다가 상당히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엔딩크레딧을 맞이했습니다. 사실 단순한 이야기지만 라이더로서 좋아할 만한 장점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다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들이 등장해서 정이 가고, 감동 포인트도 여럿입니다. 독자님들의 즐거운 관람을 기원합니다.
영화 속 그 바이크, 제로 FX
영화 초반, 베넷의 군 생활 장면에서 잠시 등장하는 제로 모터사이클의 ‛제로 FX’는 줄거리와 큰 상관은 없습니다. 그러나 군용으 로도 사용되는 전기이륜차라는 점에서 관심을 끕니다. 제로 모터사이클은 나사 엔지니어 출신인 닐 사이키가 2006년 창업했고 제로 S, SR, FXS, DS, DSR, FX 등의 다양한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이 중 FX는 오프로드 용으로, 제로의 다른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자체 개발한 파워트레인이 적용됐으며 배터리 용량은 7.2kWh, 도심 기준 주행거리는 146km (고속 도로에서 시속 113km 정도로 주행할 때 주행 거리가 63km로 급감), 최고 속도는 시속 137km, 최대 출력과 최대 토크는 각각 34kW@ 4,300rpm, 78ft-lb(106 Nm)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질 않았으니 주행감은 알길이 없지만 이런 전기이륜차가 점점 시장 점유율을 높이다 보면 언젠가는 탈 날이 오겠죠?
글/유주희(서울경제신문 기자)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유주희 #바이크솔저 #제로FX
한국이륜차신문 419호 / 2023.1.16~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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