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희의 ‘바로 그 장면’_여도둑들(2023년 作)

2024-01-09

총격, 격투, 모터사이클 질주, 그리고 자유


프랑스 배우 멜라니 로랑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2009년 작 ‘바스터즈:거친 녀석들’로 처음 알게 된 배우입니다. 희미한 듯하면서도 강한 존재감을 내뿜는 배우라고 생각했죠. 2013년 영화 ‘나우 유 씨 미’로 기억하게 된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리고 멜라니 로랑은 올해 인상적인 모터사이클 폭주 씬을 담은 영화 ‘여도둑들’의 감독이자 주연 배우로 한국 관객들과 만났습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손을 씻으려는 도둑과 족쇄


영화는 폴라리스의 ATV와 함께 시작합니다. 방금 무언가를 훔친 도둑 카롤, 그리고 카롤과 도주하기 위해 기다리는 중인 알렉스의 대화로부터 이들이 레즈비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둘은 ATV를 타고 드론의 총격을 피해 스위스의 오프로드를 달립니다.


호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연출에 초반부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집니다. 알렉스는 말도 많고 불평도 많지만 뛰어난 사격수로, 그가 드론을 쏘아 떨어뜨릴 때마다 짜릿하기 짝이 없습니다.


함께 ‘작업’을 하는 이들은 아주 전문적인 도둑입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고 손발이 척척 맞는 듀오인데다 인간적으로도 매우 가깝습니다. 정말 좋은 친구 사이입니다.


그러나 카롤은 도둑의 나날들이 이제 지겹습니다. 손을 씻고 싶지만, 그를 발굴해 전문가로 키워준 ‘대모’는 만만치 않은 인물입니다. 혹시나 카롤이 은퇴라도 한다면 정말로 죽일 기세입니다. 여기서 대모 역할을 맡은 배우는 프랑스의 국민배우 이자벨 아자니, 카리스마가 넘칩니다. 카롤은 대모에게 ‘마지막 작업’을 지시받게 됩니다.


해방감을 안겨주는 도심 폭주


새로운 작업을 위해서는 운전수 한 명이 필요합니다. 카롤과 알렉스는 정비사이자 프로 선수를 뛰어넘는 운전 실력을 갖춘 ‘삼’을 설득합니다. 삼은 뛰어난 운전 실력으로 레이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레이싱팀에서 막 해고된 참이라,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팀에 합류합니다.


삼이 처음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 역시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모터사이클 라이더지만 배기음이 가득한 레이싱 서킷, 화려한 코너링, 화면 너머로 느껴지는 엔진의 열기에는 정신을 빼앗길 수밖에 없습니다.


카롤과 알렉스는 도둑 업계에서는 신참인 삼에게 기초부터 가르칩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세 여자는 훈련 기간을 거치면서 어느새 점점 가까워집니다. 특히 알렉스와 삼은 서로 질세라 강한 개성을 뽐내는 사람들이지만 꽤나 ‘케미’가 잘 맞습니다.


삼은 야마하 MT-10을 타고 첫 임무에 뛰어듭니다. 운전에는 최고지만 ‘작업’은 처음인 삼의 긴장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곧 삼이 뒷자리에 알렉스를 태우고 MT-10으로 도심을 질주하는 장면이 이어지는데, 라이더들이 감히 도전해볼 수 없는 그런 폭발적인 주행입니다.


앞바퀴를 치켜들고 차도와 인도를 넘나들고, 행인들을 놀라게 하며 속도를 높여갑니다. 물론 현실에서 저런 주행은 엄격히 단속해야겠지만, 영화를 보는 라이더 입장에서는 시원한 해방감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게 됩니다.


이런 격투는 처음이야


그리고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인상적인 씬이 있습니다. 알렉스와 어느 암살자의 격투입니다.


아주 희한하게 시작되는데, 물러서지 않는 둘의 야만적인 공격과 가능한 온갖 도구를 이용하는 알렉스의 잔머리와 그런데도 한없이 승리에 집중하는 이들의 태도가 희열을 자아냅니다.


여기까지가 정말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정작 대미를 장식해야 할 ‘마지막 작업’은 조금 김빠지는 감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는 카롤과 알렉스의 진심이, 자유를 향한 카롤의 열망이 영화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줍니다. 워낙 훌륭한 배우들이라 가능한 일일 겁니다.


‘여도둑들’이라는 제목과 다소 빤한 줄거리가 흠이긴 하지만, 걱정한 것처럼 대충 배우들의 매력을 팔아먹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정말 매력적인 배우들이긴 하지만 그보다도 영화의 미덕은 시원한 격투와 총격전, 그리고 강력한 모터사이클 폭주 장면입니다.


부록으로 클래식한 빨강색 벤츠 컨버터블과 초소형 르노처럼 멋진 차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은 날의 영화로 강력히 추천해 봅니다.

 

영화 속 그 바이크

야마하 MT-10

 

998cc의 리터급 모델로 최대 출력은 165.9ps/11,500rpm, 최대 토크는 11.4 kg·m/9,000rpm입니다.


MT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인 만큼 브레이크는 좌우 모두 4피스톤 레디얼 캘리퍼, 서스펜션은 올린즈 반자동 서스펜션 등 고성능으로 무장했습니다.


전자식 스로틀 장치인 라이드 바이 와이어 스로틀, 린 센시티브 트랙션 컨트롤, 크루즈 컨트롤 등의 첨단 기능들도 인상적입니다.

 

유주희(서울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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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42호 / 2024.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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