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희의 ‘바로 그 장면’①, 바이크로 날아오르는 미래 전사 ‘양자경’

2021-12-17

영화 ‘실버호크’와 ‘BMW F 650 CS’

 

아키라, 천장지구, 상남2인조, 미션임파서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존윅, 킬빌… 라이더라면 가슴을 치며 봤을 법한 작품들입니다. 멋진 바이크와 라이더가 등장하는 명작을 더 보고 싶으시다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모터사이클과 함께 하는 <바로 그 장면>! 누구나 봤을 법한 작품보단 숨겨진 진주 같은 작품 위주로 소개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바이크 명작이 등장하길 바라며! 이번 호는 2004년에 개봉됐으며 BMW F 650 CS 가 등장하는 영화 ‘실버호크’입니다.

양자경이 바이크로 만리장성을 뛰어넘는 바로 그 장면


‘실버호크’(2004년, 국내 미개봉)는 양자경과 모터사이클을 위한 영화입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양자경이 BMW F 650 CS로 만리장성을 뛰어넘습니다.


솔직히 정말 뜬금 없는 오프닝 씬입니다. 하지만 바이크를 탄 양자경이 그냥 언덕도 아닌, 만리장성을 뛰어넘는데 압도당하지 않을 라이더가 몇이나 있겠습니까. 세상에서 제일 호쾌한 오프닝 씬으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B급 히어로물이지만 멋진 이유


실버호크 포스터


양자경은 가까운 미래의 가상 도시에서 활약하는 가면 히어로, 실버호크 역을 맡았습니다.


오늘도 실버호크는 히어로 복장을 입고 모터사이클로 악당들을 추격합니다. 악당들을 제압한 실버호크가 구한 건 귀여운 판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다소 ‘병맛’의 느낌을 얹은 B급 히어로물입니다. 심지어 판다가 실버호크에게 애교떠는 장면이 지나치게 길게 이어집니다.


B급 영화답게 줄거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양자경과 바이크의 멋짐을 감상하면 됩니다.


바이크로 눈을 옮겨 볼까요. 실버호크의 은색 바이크는 무려 자율주행 기능을 갖췄습니다. 혼자 움직이고, 실버호크의 스마트워치로 명령하면 주인을 찾아옵니다. 실버호크는 이 은색 바이크를 타고 인류를 통제하려는 악당을 쳐부숩니다. 모터사이클 추격전이 적잖이 등장해서 눈이 즐겁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버호크는 어렸을 때 고아인 자신을 잘 챙겨줬던 친구, ‘리치맨’을 만나게 됩니다. 알고 보니 리치맨은 실버호크가 도시의 무법자라며 체포하는 경찰 고위직. 둘의 아슬아슬한 관계도 이 영화를 떠받치는 한 축입니다.


장난스럽기만 한 리치맨이 실버호크에게 애틋한 마음을 내비치는 장면은 1980년대 홍콩 영화와 1990년대 한국 드라마를 섞은 듯한 분위기가 납니다. 근엄하고 진지한 실버호크와 방정맞은 리치맨의 케미스트리가 의외로 훌륭합니다.


다카르랠리에도 참가했던 조연 배우


그리고 라이더라면 주목할 만한 깨알정보. 리치맨 역할을 맡은 대만 출신의 배우 ‘임현제’는 실제로 라이더입니다. 지난 2017년 다카르랠리에 중국 종쉔 바이크로 참가하기까지 했으니까요. 아쉽게도 가벼운 사고로 완주는 못했다고 합니다. 영화에는 임현제가 바이크를 타는 장면이 딱 한번 나옵니다.


영화가 만들어진 2004년 당시, 상상한 ‘미래의 모습’도 상당히 재밌습니다. 자율주행 모터사이클,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는 기술, 홀로그램 게임이 난무하는 영화인데 정작 등장인물들은 노키아의 폴더폰을 쓰고 있습니다. 카메라에 비춰지는 사륜차도 모두 구형(물론 당시엔 최신형). 노트북, 데스크탑 PC들도 지금 보기엔 매우 후졌지만 당시엔 최신 제품들이었겠죠. 2021년에 2004년의 상상력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가면 히어로물입니다. 가면을 쓴 히어로의 정체에서 유발되는 긴장, 히어로의 고뇌, 경찰과의 갈등 같은 익숙한 전개가 이어집니다. 여기에 중화권 액션영화답게 백인 악당과 쿵푸의 대결도 등장합니다.


이걸 2004년에 봤다면 너무 진부하고 유치해서 못 봤을 텐데 오히려 지금 와서는 귀엽고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거듭 강조하지만 양자경의 카리스마와 바이크가 있으니까요.


양자경의 바이크 스턴트, 진실은


이제 다시 오프닝 씬으로 돌아가 봅니다. 나중에 만리장성 바이크 점프 장면에 대해 찾아보니 ‘양자경이 스턴트배우 없이 이 장면을 직접 찍었다’는 이야기가 눈에 뜨입니다. 그래서 중국어 전공을 살려 중국 포털 사이트까지 뒤져봤습니다. 중국 매체에도 똑같은 이야기가 있더군요. 양자경은 훌륭한 배우긴 하지만 모터사이클 선수도, 스턴트 배우도 아닌데 이런 장면을 직접 찍을 수 있는 걸까요?


의문에 가득 차서 이번엔 양자경의 과거 인터뷰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망한 영화인 실버호크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서구권에서도 상당한 성공을 거뒀던 ‘폴리스 스토리 3’의 모터사이클 스턴트를 설명하는 인터뷰가 있더군요. 해당 장면에는 양자경이 오프로드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기차의 지붕에 착지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양자경은 “원래 영화 찍을 때 말고는 바이크를 타본 적이 없다. 바이크를 타고, 가속하고, 점프할 줄만 알지 멈추지는 못한다”고 설명하는데요. 라이더도 아닌 사람이 이런 스턴트를 할 수는 있는 건지, 혹시나 영화 촬영 현장에서 착취당한 건 아닌지 궁금해졌지만 본인이 그렇게 밝혔으니 그런가보다 하기로 했습니다. 혹시 더 정확한 정보를 아신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다음번에는 실제로 라이더이기도 한 미국 배우, 라이언 고슬링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출연작 두 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실버호크에 등장하는 ‘F 650 CS’는?


BMW가 2001~2005년 도심형 네이키드 모델로 생산했던 기종. 배기량652cc의 수랭식 4스트로크 단기통 DOHC 엔진이 적용됐고, BMW가 애용하던 체인이 아닌 벨트 방식의 드라이브로 부드러운 주행감을 자랑했다. 50PS/6,800rpm의 최대 마력과 62 Nm/5,500rp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앞뒤 모두 싱글 디스크 브레이크, 공차중량은 189kg, 시트고는 780mm.


F 650 CS는 디자인이 특히 인상적이다. 당시열풍이었던 애플의 아이맥에서 영감을 얻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연료탱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수납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연료탱크는 시트 뒷부분의 아랫쪽에 있어서, 연료캡 역시 바이크 뒷부분의 오른쪽 측면에서 달렸다.


글/유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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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391호 / 2021.11.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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