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희의 바로 그 장면 ⑱_풀스피드(2017년 作)

2023-05-11

엉망진창 가족의 본의 아닌 질주


 모터사이클이든 사륜차든 운전하다 상상해보곤 합니다. ‘고장 나면 어쩌지?’ 하고요. 유튜브에서 본 급발진 사고라든가, 아직 살 계획도 없는 자율주행차량의 전자장비 오류를 떠올려보기도 합니다.


한 30년 후쯤 할머니가 되어서 편안하게 자율주행차량을 타고 가는데 갑자기 불길한 경고음이 켜지면서 제멋대로 가속한다는 상당히 구체적인 상황까지요. 비슷한 상상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프랑스의 ‘풀 스피드’입니다. 네이버 시리즈온과 웨이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악몽이 되어버린 휴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아이언맨)와 매우 닮은 주인공 톰은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날 참입니다.


멋진 휴가 직전 빨간 새 차도 샀습니다. 영화에선 가상의 자동차 회사 로고를 달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벤츠 V클래스 미니밴입니다. 벤츠가 이 영화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유럽인들답게 쿨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임신한 아내 줄리아, 나이만 먹었지 철딱서니라고는 없어 보이는 할아버지 벤, 그리고 자녀들까지 함께 하는 여행입니다. 번쩍번쩍한 신차의 최첨단 기능에 신난 톰. 탁 트인 도로를 지나면서 크루즈 기능을 시험해보기로 합니다.


그러나 시속 130km의 크루징 중 브레이크가 듣지를 않습니다. 톰은 자동차 딜러에 전화를 걸어보고 온갖 버튼을 눌러보지만 속도는 줄어들 기미가 없습니다. 할아버지 벤은 혹시 모르니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보라고 권합니다. 지금까지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마지막 희망을 품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는데… 하필 액셀러레이터만 멀쩡한 것인지 속도가 160km/h로 오른 채 자율주행은 계속됩니다. 이쯤이면 자율주행이 아니라 자율 질주일까요?

 

프랑스 경찰 바이크의 위엄


여기까지 읽으신 다음 영화가 스릴러 영화인지 범죄물인지 헷갈리시겠지만, 이 영화는 코미디물입니다. 질주하는 차 안에서, 그리고 차 밖에서 온갖 일들이 벌어집니다.


톰의 새 차는 무한 질주하다가 노란색 구형 BMW 5시리즈의 운전석 문짝을 날려버리고, 분노에 찬 BMW 차주는 톰의 차를 무섭게 뒤쫓기 시작합니다. 이 차주와 톰의 추격전에서 생기는 자잘한 사건 사고가 영화의 백미입니다. 영화를 감상하고픈 분들을 위해 자세히 밝히지는 않겠지만 저는 꽤 많이 웃었습니다.


이 정도로 도로를 헤집고 다니는 차량이 있다면 이제 경찰이 등장해야겠죠. 파란색의 멋진 프랑스 경찰 모터사이클 두 대가 톰을 뒤쫓습니다. 아주 예쁜 파란색의 야마하 TDM 900 모델입니다. 심지어 경찰 제복도 너무 멋있습니다. 찾아보니 실제로도 그 색깔, 그 디자인입니다. 요즘에 프랑스 경찰들이 타는 기종은 야마하 FJR 1300A인 것 같지만요. 두 명의 경찰도 정상적이지 않은 인물들이긴 하지만 바이크와 제복의 멋진 조합에 계속 감탄하게 됩니다.

 

빼놓으면 아쉬운 우리의 ‘교순대’


내친김에 다른 나라의 경찰 모터사이클도 찾아봤습니다.


일본은 너무 공무원스러운 경향이 있고 미국은 너무 할리데이비슨스러운 느낌(미국에서도 BMW 바이크를 많이 쓰긴 합니다만)이라 제 눈에는 역시 프랑스가 제일 멋지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야마하 FJR1300A, 두카티 멀티스트라다, MV아구스타 등 좀 더 다양한 기종을 도입해온 듯한데 상큼한 하늘색이 예쁘긴 하지만 다소 위엄이 떨어지는 감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교통순찰대(교순대)’도 대원님들도 지나가실 때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소위 ‘싸이카’라고도 많이 부르는데, 싸이카는 교순대 사이드카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지금은 교순대가 사이드카를 모는 경우가 없지만 교순대 창설 초기엔 의전행사에 종종 쓰였다고 합니다.


싸이카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드디어 경찰도 톰 가족의 상황을 파악하게 되고 이제 도로 통제에 나섭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질주는 끝나고 모든 사태가 종료돼야 하겠지만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끝까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톰 가족의 질주는 과연 어떻게 끝날까요? 팝콘이라도 준비하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겠습니다.

 

영화 속 그 바이크

야마하 TDM 900


TDM 900은 2002년부터 생산된 스포츠 투어러로 84.8마력(7,500rpm)의 최고 출력과 88.79Nm(7,500rpm)의 최대 토크를 냅니다.


TDM 시리즈는 온로드와 오프로드의 중간쯤에 있는 스포티하면서도 편안한 바이크라는 콘셉트로 1992년 첫 출시됐는데 유럽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TDM 시리즈는 2011년 단종됐지만, 지금의 트레이서9에서 상당 부분 계승되고 있습니다.


유주희(서울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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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26호 / 2023.5.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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