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남의 더 스펙_견줄 수 없는 특별한 심장을 가진 바이크들

2022-09-26

6기통 엔진의 모터사이클

 

다기통 엔진의 강점은 고출력에 유리하다는 점 뿐만이 아니다. 실린더 간 연소 간격이 좁아지기에 아주 매끄럽고 고급스러운 엔진 필링을 제공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소수이기 때문에 생기는 특별함은 보너스와 같다.

 

6기통 엔진


단기통부터 2기통, 3기통, 4기통으로 이어진 이 시리즈는 5기통을 건너뛰고 6기통 모터사이클을 소개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이상의 다기통 엔진 모터사이클을 소개할 기회도 없을 것이다.


5기통 엔진의 모터사이클은 일반 양산 모델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레이스에서의 승리를 위한 일부 웍스 머신에서나 만날 수 있으며, 6기통을 넘어서는 엔진의 모터사이클들도 사실상 현실적인 선택지로는 찾기 어렵다.


다기통 엔진을 사용하고자 했을 때, 모터사이클은 그 크기와 무게에 따른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더 극단적인 다기통 모터사이클도 존재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와 닿지 않는다. 결국 6기통 엔진의 모터사이클은 현실적 범주에서 만날 수 있는 최다 기통수의 모터사이클과도 같다.


과거 모터사이클 역사 속에서 이름을 알린 모델들부터 2022년 현재에도 신형으로 구매할 수 있는 6기통 모터사이클들을 함께 들여다보자.


베넬리 세이


베넬리 세이 750


이탈리아 동부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 페사로(Pesaro)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베넬리(Benelli)는 일반 시판을 위한 양산형 6기통 모터사이클을 만든 첫 번째 브랜드로 손에 꼽힌다.


1972년 생산을 시작한 세이(Sei)는 이탈리아어로 숫자 6을 뜻하는 것으로 그야말로 6기통 모터사이클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베넬리 세이의 엔진은 혼다의 4기통 CB500 엔진을 기초로 엔진 좌우 양쪽에 기통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고 알려졌다. 공랭식 SOHC 직렬 6기통 배기량 747.77cc의 엔진은 2기통 당 하나의 카뷰레터를 사용했으며 최고 76마력을 내며, 최고 시속 200km를 가능하게 했다. 당시로써는 대량 생산 모델로 6기통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 때문에 세이의 개발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차체를 지탱할 수 있는 타이어와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스템 등이 실제로 이 모델 개발에는 이탈리아의 서스펜션 제조사인 마르조키, 피렐리 타이어, 브렘보 등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완성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굉장한 시도였는데 유일무이한 모델이었기 때문에 적지 않은 판매고를 달성했으며, 이에 힘을 입은 베넬리는 1979년 배기량을 906cc로 확대한 베넬리 세이 900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혼다 CBX1000


혼다 CBX (1981 HONDA AMERICA OFFICIAL)


베넬리의 세이가 혼다의 CB500 엔진을 기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공공연했다.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최초로 직렬 4기통 엔진을 양산해 적용했던 혼다는 어땠을까. 혼다의 대답은 CBX였다.


혼다를 대표하는 모델명 CB 시리즈에 최종형을 의미하는 X를 붙인 CBX라는 이름으로 직렬 6기통 모터사이클을 생산했다. 1978년부터 생산된 CBX는 배기량 1,047cc의 공랭식 DOHC 직렬 6기통 엔진을 얹고 최고 105마력을 발휘하며 최고 시속 225km를 달성했다. DOHC로 실린더 당 4개의 밸브를 사용했으니 밸브는 총 24개였다. 6기통이나 되니 엔진의 좌우 너비가 커질 수 밖에 없었지만, 실제로 당시 혼다의 CB750과 비교했을 때, 단 5cm 가량 더 넓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최초의 CBX는 일반적인 네이키드 장르로 분류될 수 있는 타입이었는데, 실제 당시로써는 슈퍼스포츠에 가까운 모델이었다. 혼다는 1981년 CBX에 페어링을 적용한 스포츠 투어링 장르의 모델로 변모시켜 그 영역을 더 확장했지만, 최종적으로 1982년까지 생산하고 생산이 종료됐다.


가와사키 Z1300


가와사키 Z1300


가와사키는 혼다의 CBX보다 1년 늦은 1979년부터 자사의 직렬 6기통 엔진 모델을 선보였다. 일본 브랜드로는 두 번째 직렬 6기통 엔진을 만든 것이지만, Z1300은 많은 면에서 혼다의 CBX와 달랐다.


우선 당시에는 압도적인 1,286cc 배기량을 제시했으며, 직렬 6기통 모터사이클로는 최초의 수랭식 엔진이었으며, 샤프트 드라이브를 채용한 점 등이 그랬다. 혼다의 CB750 FOUR에게 양산 모터사이클 최초의 직렬 4기통 타이틀을 내주고 등장했던 가와사키의 Z1처럼, Z1300은 1년 앞서 등장한 CBX와 차별화하면서 직렬 6기통 모터사이클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모델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300kg이 넘는 과도한 무게와 덩치는 당대의 슈퍼바이크들로 손꼽히는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너무 크고 무거운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다루기 쉽지 않아 큰 인기를 누리진 못했다. 그래도 가와사키는 Z1300의 출시 이후 약 10년 간 판매를 지속했으며, 거대한 전편 페어링과 안락한 탠덤 시트 및 수납공간을 추가한 대형 투어링 모터사이클로 변모시킨 보이저(Voyager) 버전을 출시하기도 했다.


혼다 골드윙


혼다 골드윙


오랜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골드윙은 사실 처음부터 6기통 엔진을 사용하진 않았다. 1974년 등장했던 최초의 골드윙은 배기량 1,000cc의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을 사용했고, 배기량이 1,520cc로 확대된 1987년형 골드윙부터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현행 골드윙 시리즈는 이 시기로부터 두 차례 세대 변경이 된 모델. 이제는 배기량 1,833cc의 수평대향 6기통 엔진으로 골드윙의 명성을 잇고 있다.


수평대향의 6기통 엔진은 BMW모토라드의 박서 트윈엔진 세 개를 연달아 붙인 것처럼 생각하면 된다. 물론 혼다는 이 거대한 배기량의 엔진을 최소화하여 설계했고, 그 결과 적지 않은 무게에도 불구하고 아주 다루기 쉽고 편안한 투어링 모터사이클로 탄생시켰다. 특히 골드윙은 모터사이클 세계에서 유일하게 혼다만 사용하고 있는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을 적용하면서 기어 변속에 대한 부담까지 완전히 벗어버렸으며, 양산형 모터사이클로는 유일무이한 7단 변속기를 적용한다.


BMW모토라드 K 1600 시리즈


스타일 업그레이드 버전인 옵션 719를 포함한 BMW의 K 1600 시리즈


BMW모토라드의 K 시리즈는 본래 직렬 4기통 엔진 모델들을 의미했다. 마지막으로 생산된 K 1300 시리즈가 대표적. 지난 2011년 K 1600 GT와 GTL이 등장하면서 직렬 6기통 시대가 시작된 셈이다.


엔진 배기량은 1,649cc. 직렬 6기통 배치이기 때문에 좌우 폭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은 숙명과도 같지만, BMW는 탁월한 엔지니어링 실력으로 실린더와 실린더 사이의 외벽 두께는 약 5mm로 최소화했고 그 결과 전체 엔진의 너비는 555mm 밖에 되질 않았다. 또한 엔진의 전체 무게도 102.6 kg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체 무게는 300kg이 훌쩍 넘어가지만, 엔진을 저중심으로 배치하고 섀시 설계에서도 라이더가 충분히 쉽게 다룰 수 있도록 했다.


처음 K 1600 시리즈가 등장했을 때는 장거리 투어링을 뜻하는 GT와 그보다 고급스러운 구성으로 제시된 GTL로 두 모델뿐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투어링 모터사이클의 영향으로 개발된 배거 스타일의 K 1600 B. 그리고 K 1600 B의 스타일에서 좀 더 투어링 편의성을 높인 K 1600 그랜드 아메리카 등으로 시리즈가 확대됐다.

 

소개 모델 주요 제원


세이 750CBX1000Z1300골드윙 투어 DCTK 1600 GTL
엔진 배기량(cc)
748
1,047
1,286
1,833
1,649
압축비
9.8:1
9.3:1
9.9:1
10.5:1
12.2:1
최고 출력 (ps/rpm)
76/9,000
105/9,000
120/8,000
126/5,500
160/6,750
최대 토크 (kgf-m/rpm)
-
7.32/6,500
11.8/6,500
17.3/4,500
18.4/5,250
휠베이스(mm)
1397
1,495
1,580
1,694
1,618
연료 탱크 용량(L)
23
20272126.5
차량 중량(kg)
220(건조)
247(건조)
297(건조)
385
358
판매 가격(만 원)
-
-
-
4,125
4,180


글/나경남(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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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11호 / 2022.9.16~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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