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남의 더 히스토리_ ‘말벌의 비상’ 그러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호넷의 역사

2023-04-24

history of HORNET. 1부


혼다의 신형 CB750 호넷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많은 이들이 오리지널 호넷에 대해서도 기억을 떠올리는 듯 하다.

그리고 그중에는 뭔가 잘못 알고 있는 이야기들도 많다. 호넷의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짚어보자.

 

왜 호넷인가?


올해 국내에 출시된 CB750 호넷


혼다의 말벌, 호넷(Hornet)이란 이름이 등장한 것은 지난 1995년의 도쿄 모터사이클 쇼에서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27년 전의 일이고, 머지않아 30주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역사적인 이름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모터사이클 역사에서도 큰 업적들을 이뤄낸 혼다의 역사 속에서 호넷이 그중에서도 아주 빛나는 업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하나의 이름으로 250cc에서부터 600cc, 900cc급으로 배기량이 확대되는 한편, 당시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의 전형성을 벗어난 접근 방법으로 유럽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이름을 남겼다.


호넷 250 (1996년)


바로 이런 호넷 시리즈의 첫 장을 장식하는 것은 호넷 250이다. 사실 이 당시에는 다른 배기량의 버전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칭 자체가 그냥 호넷이었다.


혼다가 새롭게 개발한 호넷은 이들의 대형 네이키드 제작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BIG 1’과도 연결된다. 이들의 개발 목표는 4가지 목표점을 갖고 있었다. 클래스에 얽매이지 않은 강렬한 인상을 갖춘 새로운 밸런스의 디자인, 대형 모터사이클에 준하는 안정감과 경쾌한 라이딩 감각, 광폭 타이어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높은 토크 응답성의 확보, 공회전 시에 느껴지는 저주파음과 고회전 영역에서의 매혹적인 직렬 4기통 사운드 등을 확보하는 것이 그 목표였다.


여기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사실 직렬 4기통 엔진이 아니라, 디자인과 밸런스였다. 클래스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은 상대적으로 작은 배기량인 250cc의 경량급 모델 임에도 대형 모델과 같은 분위기를 낸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 상징의 가장 중심은 180 사이즈의 광폭(당시에는 상당한 광폭이었다) 리어 타이어를 채용함으로써 확보한 대형 모델같은 실루엣과 다이아몬드 타입의 모노 백본 프레임을 사용함으로써 구현할 수 있었던 잘록한 허리 디자인 등이었다.


호넷 250 (1996년)


특히 개발 단계에서부터 이 외관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 기존의 모델들이 대부분 측면 디자인을 중심으로 디자인됐던 것을 벗어나 호넷은 새로운 밸런스의 디자인을 제시하기 위해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다운 뷰 시점에서의 스케치로부터 출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자인이 마치 머리, 가슴, 배로 나눠진 말벌의 모습처럼 보인다고 하여 그 이름이 ‘호넷’이 된 것이다.


직렬 4기통 엔진의 배기음이 말벌 소리를 연상시키기에 호넷이란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는 이야기나, 말벌 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 직렬 4기통 엔진을 사용해야 했다는 식의 해석은 사실무근이다.


그럼 이 엔진은 어디에서 왔을까. 초대 호넷의 엔진은 1986년부터 생산되어 무려 이 당시까지 약 9년 동안 총 11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CBR 250F에서 가져왔다. 다시 말하면 충분히 검증된 엔진이었다는 이야기다.


호넷은 출시 당시 연간 1만 대 수준의 판매고를 목표로 했으며, 일본 산업디자인 진흥회에서 주최하는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 그 해의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호넷은 이후 일본 내에서 2006년 연말까지 마지막 색상 변경 모델로 이어지며 10년이 넘게 장수했다.


같은 콘셉트의 1세대 형제 모델들


호넷600 (1998년)


호넷은 처음 개발 단계에서부터 클래스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했기 때문에 배기량이 확대된 형제 모델들의 등장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실제로 1996년 이후 2년 만인 1998년 호넷600이 시장에 등장하게 되고 또한 그로부터 3년 뒤인 2001년에는 CB900 호넷이 등장하게 된다. 명칭을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초대 모델로 등장한 직렬 4기통 250cc 모델은 ‘호넷’, 1998년에 등장한 직렬 4기통 600cc급 엔진을 사용한 모델은 ‘호넷600’, 그리고 2001년에 등장한 모델은 ‘CB900 호넷’이다.


모노 백본 메인 프레임


모두 동일한 콘셉트로 같은 디자인 요소들을 적용했는데, 결국 그 핵심 요소는 모노 백본 메인 프레임의 적용을 통한 잘록한 허리와 그와 대비되는 볼륨감이었다. 물론 특징적인 센터업 스타일의 배기 머플러도 빼놓을 수 없었다.


1998년에 등장한 호넷600은 당대 혼다의 CBR600F에 탑재됐던 엔진을 보다 다루기 쉽게 세팅하여 적용했다. 이 때 엔진은 회전수 11,500rpm에서 최고 69마력(일본 내수 기준/ 수출형은 최고 98마력)을 내는 수준이었다.


호넷 S(2000년)

CBR600F(1997년)


그리고 호넷600의 등장 이후, 약 2년 만인 2000년에는 당대에 유행했던 하이퍼 네이키드 스타일의 영향으로 하프 스포츠 카울을 적용시킨 ‘호넷 S’도 연간 약 500대 수준의 판매 목표를 갖고 생산됐다. 이 때 사용된 호넷600의 엔진은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출시되어 이미 이 시점에 누적 판매 20만 대 이상을 달성했던 신뢰성 높은 CBR650F의 엔진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1세대 호넷의 최종 보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장수말벌에 해당될 법한 CB900 호넷은 좀 이야기가 달랐다. 이 모델에는 현대적 슈퍼바이크 세계의 기준을 새롭게 만들어 낸 모터사이클인 파이어 블레이드, CBR 900RR의 엔진이 얹어졌다.


CB900 호넷(2001년)


그런데 시기적으로 따져보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다. CB900 호넷의 등장이 2001년인데, 파이어 블레이드는 이미 1992년에 등장했으니 그렇다. 2001년이라면 파이어 블레이드가 이미 5세대 CBR929RR로 접어든 시기였다.


CB900 호넷에 적용된 엔진은 배기량 918cc로 4세대 파이어 블레이드인 1998년형 CBR900RR의 것이었다. 혼다는 이 엔진을 바탕으로 호넷의 개발 콘셉트에 맞는 중저속 영역의 토크와 스로틀 응답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튜닝을 거쳤다.


혼다는 호넷 시리즈가 경쾌하고 부담없이 다룰 수 있으면서도 배기량에 따른 클래스 구분으로 지나치게 가볍게 평가되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 클래스에 얽매이지 않고 스포티하면서 개성적으로 모터사이클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호넷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사실 혼다가 호넷까지 내세워야 할 이유는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혼다의 정통파 네이키드 모터사이클 CB 시리즈가 든든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다음 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나경남(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HO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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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25호 / 2023.4.16~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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