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남의 더 히스토리_‘다목적’ 모터사이클로 두카티의 길을 확장하다

2023-12-21

history of MULTISTRADA


두카티에게 올해는 모든 길을 아우를 수 있는 모터사이클로 제시된 멀티스트라다가 시장에 선 보인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20년 동안 이어온 멀티스트라다의 여정을 살펴보자.

 

길을 확장하다


두카티는 어떤 브랜드인가. 모두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고 그들 스스로 자랑하고 있는 것은 순수한 모터사이클링에 대한 집착이다. 그 집착의 가장 큰 성과는 결국 레이스에서의 성적과 그것을 통한 두카티 브랜드에 대한 확고한 이미지일 것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브랜드가 살아남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그 이미지를 잘 살리면서도 일반 도로를 달리는 라이더들에게 어필할 모델이 필요했다. 이미 두카티는 슈퍼바이크의 심장과 섀시를 활용한 ‘몬스터’ 시리즈로 그 영역을 확대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치는 않았다.


장거리 투어링을 위한 부가 장비와 다양한 노면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다목적’의 모터사이클이 필요한 시점에 첫 멀티스트라다가 등장했다. 지난 2003년 첫 선을 보였던 멀티스트라다 1000 DS가 그 첫 페이지를 장식한다.


1세대 멀티스트라다 1000 DS (2003)


2003년식 멀티스트라다


두카티의 첫 멀티스트라다는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심지어 당시의 두카티가 자랑하는 슈퍼바이크 916이나, 몬스터와도 완전히 달랐다. 독특한 디자인에서도 가장 특이했던 점은 프런트 페어링에서 윈드스크린을 분할해, 핸들바의 움직임에 따라 돌아가도록 한 것이었다. 특이한 거의 별종으로 취급될 정도로 독특한 디자인이었지만, 두카티의 영혼만큼은 그대로였다.


어떤 점에서 그 영혼을 확인할 수 있을까. 우선 전통적인 트렐리스 구조의 메인 프레임이 그러했으며, 싱글 사이드 스윙암과 건식 클러치를 채택한 공랭 데스모두에 992cc 엔진 등은 역시 두카티다웠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V트윈 크로스오버 모터사이클인 스즈키의 DL1000 브이스트롬이 프런트에 19인치 휠을 장비했던 것과 비교해, 멀티스트라다는 17인치 프런트 휠(18인치 버전도 있었다)을 장비해 그 시대에 유행했던 슈퍼모타드 스타일의 라이딩 감각을 제공했다. 실제로 무게는 200kg을 넘기지 않는 195kg으로 당시 동급의 비슷한 모델들 중 가장 가벼운 모델로 꼽힌다.


1세대 멀티스트라다가 등장한 이후, 1년 뒤인 2004년의 인터모트 모터사이클 쇼에서 몬스터의 엔진을 활용한 멀티스트라다 620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2005년에 이르러서는 보다 고급화된 구성을 갖춘 S버전도 선보였지만, 1세대 멀티스트라다는 시장 전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한 채로 2008년까지 유지됐다.


2세대 멀티스트라다 1200 (2010)


2010년식 멀티스트라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본격적인 멀티스트라다의 시대는 2세대부터로 볼 수 있다.


우선 디자인적으로 2세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멀티스트라다 특유의 모습을 거의 완성했다. 좌우 분할식 헤드라이트와 새의 부리처럼 보이는 비크를 채택했던 것도 이때부터이다.


2009년 EICMA 모터사이클쇼에서 처음 선을 보인 2세대 모델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발전을 이뤄냈다. 당시의 프로젝트 코드명은 ‘카이엔(Cayenne)’. 포르쉐의 SUV로 등장해 브랜드에 엄청난 이득을 안겨줬던 이름을 사용한 것은 분명한 의도를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멀티스트라다 1200이 갖고 있던 목표지점도 그와 비슷했다.


시장의 지배적인 멀티퍼퍼즈 모터사이클인 BMW의 R 1200 GS와는 완전히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었다. 두카티의 지향점은 단순한 모터사이클의 SUV가 아니라, 스포츠 SUV에 가까웠다. 그만큼 온로드 주파성에 있어서 빼어난 모습을 보여줬으며, 실제로 당시 자사의 최상위급 슈퍼바이크인 1198에서 사용됐던 1,200cc급 테스타스트레타 에볼루지오네 11° 엔진을 탑재했다.


덕분에 멀티스트라다는 당시 모든 멀티퍼퍼즈 모터사이클 중 가장 강력한 최고 150마력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혁신적인 라이딩 모드를 제공함으로써 멀티퍼퍼즈 모터사이클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켰다.


3세대 멀티스트라다 1200 (2015)


2015년식 멀티스트라다


5년 만에 풀 체인지가 이뤄진 멀티스트라다 1200은 이전 세대보다도 기술적으로나 디자인적으로 좀 더 완성형에 가까워졌다.


먼저 두카티의 독자적인 가변 밸브 타이밍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흡기와 배기 밸브 모두의 타이밍을 적절히 조정함으로써 어떤 엔진 회전수에서도 최적의 출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엔진 마력을 10마력 더 확보하면서 160마력을 달성한 점에서 커다란 차이를 느낄 수 있었지만, 이보다도 더 눈여겨볼 점은 이제는 최신 모터사이클의 기준점처럼 작용하고 있는 관성측정장치(IMU) 기반의 라이딩 모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전 세대에서도 다양한 라이딩 모드를 제공했던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6축 센서를 통해 통합 모니터링이 이뤄지면서 코너링 ABS나 트랙션 컨트롤 및 세미 액티브 서스펜션 등의 기능과 그 정밀도는 한참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 밖에도 3세대 안에서 또 한 번의 변화가 있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2017년에 발표된 새로운 멀티스트라다는 디아벨에서 사용됐던 배기량 1,262cc의 테스타스트레타 11° DVT 엔진으로 업데이트했다. 이는 배기 배출가스 규제로 인한 변화이기도 했기에 엔진의 최고출력이 약간 떨어지는 결과로 다가왔다.


또한 3세대는 멀티스트라다의 패밀리가 더 확장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오프로드 주파 성능을 더 강조한 멀티스트라다 엔듀로와 엔듀로 프로 버전 등이 등장하기도 했고, 멀티스트라다 950도 선보였다.


4세대 멀티스트라다 V4 (2020)


2020년식 멀티스트라다


두카티가 차세대 파워트레인으로 V형 4기통 엔진을 채택해 플래그십 슈퍼바이크인 파니갈레 V4가 등장한 이래로 멀티스트라다 V4의 등장이 예견됐다.


역대 최고 수준의 막강한 파워트레인이자, 두카티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심장’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2020년 발표된 4세대 멀티스트라다 V4는 슈퍼바이크의 심장인 데스모세디치 스트라달레에서 파생된, V4 그란투리스모 엔진을 채택했다.


이 엔진은 단순히 고성능을 달성한 것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동시에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넉넉한 유지관리 주기를 확보하기도 했다. 엔진부터 사실상의 모든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기존의 멀티스트라다 시리즈와 확연하게 차별화되지만, 시리즈 특유의 디자인 경향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리즈의 연계성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멀티스트라다 시리즈에 V4 엔진이 적용되면서 기존 시리즈의 정리도 필요했다. 두카티는 순차적으로 멀티스트라다 1260 시리즈를 축소하는 한편, 기존 멀티스트라다 950을 멀티스트라다 V2로 명명해 정리하면서 엔진 형식에 따라 멀티스트라다는 V4와 V2로 나눠지게 됐다.


또한, 2021년에는 멀티스트라다 시리즈의 10만 대 생산 돌파를 기념하면서 멀티스트라다는 명실상부한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링 모델로써 다시 한번 자리매김했다.


멀티스트라다의 미래


멀티스트라다 스케치

2023년식 멀티스트라다


두카티는 최근 온라인을 통해서 그 이전보다도 훨씬 강화된 배기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5+에 대응하는 모델로 멀티스트라다 V4 RS를 공개한 바 있다.


시리즈 중 유일하게 슈퍼바이크인 파니갈레 V4와 스트리트 파이터에 적용한 배기량 1,103cc의 데스모세디치 스트라달레 엔진을 얹은 모델로 최고 180마력을 넘기는 그야말로 괴물같은 모델을 탄생시켰다.


멀티스트라다 20주년 기념 모델


멀티스트라다 시리즈가 두카티 특유의 캐릭터를 잘 활용해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와 같은 선택은 필연적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배기량 1,000cc 이상의 맥시 엔듀로 또는 대형 멀티퍼퍼즈 모터사이클 장르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RS 버전은 두카티만이 해낼 수 있는 선택이기도 하다.


멀티스트라다 시리즈가 항상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차별화되는 확실한 매력을 갖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멀티스트라다 시리즈 역시 두카티다울 것이라는 점은 믿어 의심할 이유가 없다.


나경남(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두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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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41호 / 2023.12.16~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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