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남의 더 히스토리_30년에 걸친 독보적 싸움꾼

2024-10-10

history of DUKE


KTM의 듀크 시리즈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정확히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자.


새로운 공작 가문의 탄생


한 자리에 모인 듀크 시리즈


KTM의 역사 전체를 되돌아볼 필요는 없겠지만 듀크 시리즈를 이해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브랜드의 역사는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애초에 KTM이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브랜드였다는 것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950년대부터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레이스에서 명성을 쌓았고 그 가치는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KTM을 오프로드 명가라고 부르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모터사이클 제조사의 입장에서 오프로드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는 만큼, 온로드 모터사이클 세계에서는 제대로 평가되기 어려웠다. 전체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온로드 모터사이클이 가진 절대적인 비중을 생각하면 KTM 역시 온로드로 진입할 필요가 분명했다. 그런데 이미 시장에는 온로드 모터사이클들이 즐비했기에 KTM은 자신들의 모터사이클이 기존의 것들과는 다른 것으로 어필하고 싶었다. 시선을 끌기 위해서도 그렇겠지만, 자신들의 개성을 살린 모델이 필요했다.


620 듀크(1994)


그렇게 1994년 처음으로 등장한 ‘듀크(DUKE)’는 좋든 싫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일단 적어도 기존의 장르적 구분을 따르지 않았고 디자인적으로도 지나치다고 말할 정도로 급진적이고 파격적이었다. 기괴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특히 609cc의 빅 싱글 엔진을 적용하고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을 온로드 스타일로 변형시킨 듯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당시의 ‘620 엔듀로’를 온로드 용으로 바꿔놓은 것 같다는 평가도 있었다. 따라서 620 듀크는 슈퍼모타드, 또는 슈퍼모토로 불리는 장르적 접근에서 탄생한 모델이다. 시장에서의 반응은 확실했다. 적어도 이렇게 독특한 개성을 가진 모델이 눈에 띄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었고, 출시 5년 만에 KTM은 후속 기종인 ‘듀크 II(640 DUKE)’를 선보였다. 엔진 배기량이 625cc로 높아졌고, 기존의 와이어 스포크 휠 대신에 알루미늄 캐스팅 휠을 적용하면서 더욱 온로드 모터사이클다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시리즈 최상위 모델, 슈퍼듀크의 등장


640 듀크(1999)

990 슈퍼 듀크(2005)


KTM의 듀크 시리즈는 이미 기존에 존재했던 차체와 엔진을 공유해 출발했다.


620, 640 때의 단기통 엔진은 LC4 엔진의 계보와 맥을 같이 하고, 2005년도에 처음 등장하는 ‘슈퍼 듀크(Super Duke)’는 당시 KTM의 가장 강력한 엔진인 협각 90도의 V형 2기통 999cc LC8 엔진을 탑재하고 최고 120마력을 넘겼다.


640 듀크에서 적용됐던 세로형으로 배치된 헤드라이트 배열을 990 슈퍼 듀크에서도 따랐지만, 양쪽의 성격은 서로 매우 달랐다. 특히 990 슈퍼 듀크는 놀라울 정도로 반응성이 좋았고,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등 구성 요소들에서도 여느 경쟁자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690 듀크(2008)
990 슈퍼 듀크(2008)


단기통 듀크 시리즈가 없었다면 990 슈퍼 듀크의 존재도 없었을 것이긴 하지만 온로드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KTM이 확실히 기세를 뻗어나가게 되는 것은 990 슈퍼 듀크의 등장 이후로 볼 수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미 높은 완성도를 평가받았음에도 3년 만인, 2008년에 고급화, 고성능화된 ‘990 슈퍼 듀크 R’이 다시 등장하면서 그 인기를 반영했다.


같은 2008년에 새로워진 ‘690 듀크’가 또한 합류하면서 690과 990 슈퍼 듀크가 함께 기존의 모터사이클 세계에서는 없었던 ‘듀크 시리즈’라는 새로운 장르를 스스로 정의하고 정착시키는 역할을 했다.


다시 말하자면 최초의 듀크(620 듀크)로 시작했던 실험적 도전이 990 슈퍼 듀크를 거치면서 빅싱글 엔진과 V형 2기통 엔진으로 듀크 시리즈가 나뉘는 일종의 체계를 굳히는 시기였다.


세계로 뻗어나아가는 엔트리 듀크


690 듀크 R(2010)
125 듀크(2011)


2008년도에 KTM이 새로운 슈퍼 듀크 R과 690 듀크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기적으로는 사실 좋지 못했다.


2008년과 2010년에 연속으로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모터사이클 시장은 급격하게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고, 상대적으로 유러피안 브랜드 중에서도 신흥 브랜드에 가까운 KTM의 입장은 딱히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KTM은 인도의 바자즈 오토(Bajaj Auto)와의 협력을 통해서 듀크의 세계관을 엔트리 클래스로 확장할 계획을 드러냈고, 2011년 125 듀크가 등장하면서 게임의 양상은 또다시 크게 달라졌다.


당시 경제 위기와 함께 엔트리 시장은 이렇다 할 인기 모델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일부에서는 경제 위기 때문에 새로운 모터사이클을 구매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고, KTM은 엔트리급을 원하는 젊은 라이더들이 매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모델이 없기 때문이라고 봤다. 실제로 KTM의 125 듀크는 출시와 동시에 유럽 전역에서 최고의 인기 모델로 떠올랐다. 엔진 배기량은 작지만 듀크 시리즈다운 설정과 디자인을 갖췄으며, 그 당시의 어떤 모델들보다도 가장 현대적인 감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 듀크(2012)
390 듀크(2013)


125 듀크의 성공은 단지 그 자체의 성공 이상의 것이었다. 애초에 인도의 바자즈와 협력하며 개발한 엔트리 듀크 시리즈는 2012년에 200 듀크, 2013년에 390 듀크로 이어지면서 엔트리 시리즈의 영향력을 극대화했다. 차체와 엔진은 사실상 하나로 구성됐지만, 엔진의 배기량만 달리한 것과 다름없었기에 패키지의 완성도도 높았다. 그러면서도 인도의 파트너를 통해 생산하면서 생산 비용을 줄인 덕분에 경쟁력 있는 가격도 제시할 수 있었다.


괴물의 등장


990 슈퍼 듀크 R(2012)
1290 슈퍼 듀크(2014)


기함급이라 할 수 있는 990 슈퍼 듀크는 2012년에 마지막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엔진 출력을 120마력에서 125마력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앞서 밝힌 것처럼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기함급 모델의 판매는 사실 쉽지 않았다. 엔트리 듀크 시리즈가 역할을 잘해준 덕분에 또 다른 후속 기종을 준비할 여력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그 결과,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에 배기량을 끝까지 끌어올린. 그래서 역대 LC8 엔진 중 가장 강력하다는 1,301cc의 V형 2기통 엔진을 얹고 1290 슈퍼 듀크가 등장한다.


BEAST. 즉, 야수라는 별명을 스스로 부여한 1290 슈퍼 듀크는 네이키드 모터사이클 시장 전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그야말로 슈퍼 네이키드 모터사이클로 그 이전보다도 훨씬 더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이 모델은 이후, 2016년에 GT 버전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기도 했지만, 그 효과는 사실 미미했다. 오히려 슈퍼 듀크는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어떤 모델보다도 레이스 트랙에서 달리는데 적합한 모델처럼 인식됐다. 트랙 전용 머신에 가까운 괴물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으니, 일반 도로에서 달릴 때 역시 그 주목도가 상당했다.


1290 슈퍼 듀크 R(2017)


특히 2017년에 첫 번째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출력은 물론, 서스펜션과 외형적 스타일링까지도 모두 새로워졌다. 사실 이보다 저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전자제어 시스템이 더 적극적으로 지원되며, 트랙 전용 모드까지 갖추게 됐다. 사실, 초기 1290 슈퍼 듀크 R보다 강력한 느낌이었지만, 세심한 라이더 보조 전자제어 시스템 덕분에 누구라도 편하게 다룰 수 있었다. 엄청나게 날카로운 이빨과 강인한 턱을 갖고 있지만 주인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거나 성질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아주 길이 잘 든 괴물이었다.


미래를 위한 듀크 시리즈


790 듀크(2018)
1290 슈퍼 듀크 R(2019)
890 듀크 R(2020)


2018년에 처음으로 등장한 ‘790 듀크’ 또한 매우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 날로 강화되는 배기 배출가스 및 소음 규제 등으로 인해 모든 제조사가 신모델 개발에서 인증 기준을 맞추는데 비용이 크게 더 들었다. 이렇게 되면 모터사이클의 가격 경쟁력을 갖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진다. 특히, 대량 생산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판매고를 갖고 있지 않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하지만 KTM은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해외 파트너사와 함께 공동으로 생산 및 개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개발된 새로운 엔진은 LC8c이다. 콤팩트한 크기의 새로운 엔진을 통해서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부족하지 않은 출력을 냈고, 특유의 섀시 완성도를 통해 790 듀크는 꽤나 호평받았다. 또한 그 호평에 힘입어 이후에는 ‘890 듀크 R’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병렬 2기통 듀크 시리즈는 2024년식에 와서 990 듀크로 최종 단계 진화를 거치면서 현재에 이른다.


990 듀크(2024)
1390 슈퍼 듀크 R(2024)


마침 듀크 시리즈가 30주년을 맞는 2024년이기에 듀크 시리즈 전체는 새롭게 재편됐고, 최근 국내에서도 그 출시를 알렸다.


엔트리 듀크 시리즈를 대표하는 390 듀크, 미들급에서 새 판을 짜는 990 듀크, 그리고 최종 보스인 1390 슈퍼 듀크 R EVO가 한꺼번에 등장한 것이다. 30년의 역사를 다시 되돌아보더라도 듀크는 언제나 다른 어떤 경쟁자보다도 스스로 정의와 스타일을 확립해 왔다. 여전히 그 명성이 계속되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경남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_K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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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60호 / 2024.10.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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