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을 따른 형태, 형태에 따른 기능
EICMA 특별 전시회 'EICMA : 110년의 이륜차 디자인' 부스
올해로 110주년을 맞이한 세계적인 모터사이클 박람회인 EICMA는 그 존재 자체가 모터사이클 세계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역사와 권위는 단지 이들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역사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후대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ICMA의 조직위원회에서 마련한 특별 전시 ‘EICMA : 110년의 이륜차 디자인’은 그들의 존재 가치와 의미를 한눈에 보여주는 말 그대로의 ‘특별’한 전시였다.
이 전시는 실제로 1914년 제1회 EICMA가 열렸던 당시 처음으로 전시됐던 110년 전의 모델을 선보이면서 시작된다. 총 36대의 전시 모델들은 그야말로 모터사이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디자인적, 기술적 혁신을 이뤄낸 모델들로 구성됐고 이것을 실제로 한 자리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EICMA를 방문한 이들의 특혜라고 말할 수 있다.
EICMA의 조직위에서는 이번 전시를 세 가지 테마로 나눴고 각각의 테마는 형태(Forme), 비율(Proporzioni), 소재(Materiali)로 분류됐다.
이번 전시에 대해서 EICMA의 회장 피에트로 메다(Pietro Meda)는 “이 특별 전시는 EICMA와 이륜차 산업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역사와 이동성에 대한 이야기로 초대한다. 이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에 보내는 찬사로 기억되길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 전시된 36종의 모터사이클들은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것들이다. 어떤 모델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이미 자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할 것이며, 그동안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모터사이클 역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경이로운 모델들도 있다.
지면을 통해서 이런 특별한 모델들을 소개할 수 있는 것 또한 축복받은 일이 아닐까.
EICMA 110년의 역사를 장식한 모델들을 사진과 함께 살펴보자. 1편은 기능을 따른 형태, 형태에 따른 기능이다.
프레라, 2 1/4 Hp 루쏘(Frera, 2 ¼ Hp Lusso) - 1914년

전시관 입구의 중앙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 프레라의 2 ¼ HP 루쏘는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던 해이자 EICMA가 처음으로 열렸던 해에 생산되었던 모델이다.
싱글 실린더 엔진에 적힌 ‘MILANO’란 글자는 이 브랜드가 밀라노에서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해준다. EICMA와는 특히 인연이 깊은 모델로 제1회 EICMA의 홍보 광고에도 등장했던 모델이다.
2와1/4 HP는 2.25마력을 의미하며, 프레라의 다른 모델들에서도 마력을 모델명처럼 사용해왔다. 정식 명칭은 프레라 모토레제라 2 ¼ HP 루쏘이며, 모토레제라는 경량 모터사이클을 의미하고, 루쏘(Lusso)는 럭셔리를 의미하는 단어다. 말하자면 2.25마력의 고급 경량 모터사이클인 셈. 실제로 면면들을 살펴보더라도 1914년의 모델로써는 무척 화려하고 유려한 모습이 눈에 띈다.
프레라는 1903년에 자전거 제조사로 출발해 1905년에 모터사이클 제조사로 설립됐다. 이는 당시 이탈리아 최초의 모터사이클 제조사 중 하나였으며, 1914년에 시작된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이들은 당시 이탈리아 왕립군을 위한 모터사이클을 가장 많이 납품한 브랜드이기도 했다.
마르스, A20 1000(Mars, A20 1000) - 1920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설립된 브랜드인 마르스(Mars)의 대표 모델인 A20 1000은 바이스 마르스(Weiss Mars:하얀 마르스)란 시리즈로 널리 알려졌다. 자세히 살펴보면 엔진이 수평대향 박서 형태이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BMW 모토라드의 가로형 배치가 아니라 세로형 배치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모델은 엔지니어인 클라우스 프란젠부르크(Claus Franzenburg)가 설계했으며, 엔진의 생산은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럭셔리 자동차 메이커인 마이바흐(Maybach)에서 이뤄졌다. 발판 뒤쪽의 박스에 마이바흐의 로고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의 마이바흐는 비행선이나 비행기용 엔진을 만들었던 엔진 제작사였다.
엔진은 박서인만큼 2기통이었고 배기량 956cc(전시 현장에는 477.2cc로 표기됐지만, 모델명에서 이미 1,000 cc급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모델이기에 오기로 판단했다)로 최고 14마력을 냈다. 사각형 강철 빔 프레임은 매우 견고했으며, 독보적일 정도로 개성이 넘치는 디자인을 자랑했다. 대신 무게는 약 186kg으로 무거운 편이었고, 2단 변속이 가능했다. 최고 속도는 약 시속 90km. 잘 복원된 마르스 A20 1000은 우리 돈으로 약 1억 4천만 원으로 평가된다.
아에르마키, 키메라 175(Aermacchi Chimera 175) - 1956년

제트기의 엔진부를 연상시키는 특별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키메라는 이탈리아의 제조사 아에르마키의 모델이다. 이 디자인은 역사상 최초의 프리랜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거론되는 마리오 레벨리 디 보몽(Mario Revelli di Beaumont)의 것이다.
마리오 레벨리 디 보몽은 토리노의 귀족 가문 출신이자 역사상 최초의 기관총(권총탄을 사용하는 자동화기)인 빌라르-페로사(Villar Perosa)를 만들어 낸 아비엘 베텔 레벨리 디 보몽(Abiel Bethel Revelli di Beau mont)의 아들이었다. 마리오 리벨리는 1920년대부터 모터사이클 프레임 설계에 나섰으며,형 지노 레벨리(Gino Revelli)와 함께 레이스 머신을 만들어 10대의 나이로 유럽 챔피언 타이틀까지 획득했던 레이서이기도 했다.
레이서로서의 생활을 끝낸 이후에는 피아트(Fiat), 피닌파리나(Pinin farina),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등과 함께 디자이너로 활약했다. 아에르마키의 키메라는 본디 항공기 제조사였던 것을 기억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제트기와 같은 형상으로 디자인됐고, 키메라란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환상’ 또는 ‘꿈’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 이름처럼 환상적인 디자인이었고, 배기량 172.4cc의 4스트로크 엔진은 거의 10마력에 가까운 9.38마력을 냈다.
인노첸티, 루이 50(Innocenti, Lui 50) - 1968년

베스파와 함께 스쿠터의 시대를 양분했던 브랜드 람브레타(Lambre tta)의 모회사인 인노첸티가 만들었던 루이 50은 대부분의 람브레타 스쿠터가 그랬던 것처럼 페어링으로 감싸지 않은 것이 큰 특징이었다. 사실 람브레타는 자사 최초의 스쿠터 라인업들을 관형 프레임으로 만들면서, 모노코크 프레임 구조를 가진 베스파와는 다른 방식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베스파의 인기를 따라잡기 위해 페어링을 갖추는 방향으로 디자인 방향성을 틀었고 그건 아주 성공적이었다.
이탈리아어로 ‘그(남자)’를 뜻하는 이름인 루이는 그런 경향성에서 벗어난 디자인이었고, 심지어 이 디자인은 무려 마르첼로 간디니(Marcello Gandini)의 작품이었다.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Lamborghini)의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우라(Miu ra)의 아버지인 간디니는 당시 베르토네(Bertone)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지금 보아도 간결하면서도 아주 세련된 디자인을 갖고 있지만 당시 생산 기술로는 생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을뿐더러, 기존 모델들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없었기에 판매는 부진했다. 49.8cc의 2스트로크 엔진을 사용해 1.5마력을 냈고, 무게는 68.5kg밖에 되지 않았다.
판틱 모터, 차퍼 125(Fantic Motor Chopper 125) - 1973년

이탈리아의 모터사이클 브랜드 판틱이 1973년 EICMA에서 선보인 차퍼 125는 그 이름처럼 아메리칸 크루저 모터사이클의 차퍼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구현해낸 것이 특징이다.
판틱이 시작됐던 1968년 이래로 이들은 경량 2스트로크 엔진을 사용하는 카발레로(Caballero)가 이탈리아의 젊은 층에서 어필하면서 성장했다. 그리고 1969년 발표된 할리우드 영화 ‘이지 라이더(Easy Rider)’는 전 세계의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에게 큰 영향을 줬고, 그 영향권에서 이탈리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젊은이들에게 할리데이비슨과 같은 거대한 모터사이클은 거리가 너무 먼 것이었고 그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모터사이클로 제시된 것이 바로 판틱의 차퍼 125라고 볼 수 있다.
거대한 리어 휠과 길고 높게 뻗어 올라간 핸들 바와 프런트 포크, 높게 솟은 동승자용 등받이인 시시바 등을 갖췄다. 엔진은 모토리 미나렐리(Motori Minarelli)의 123.5cc 2스트로크 엔진을 사용했고, 5단 트랜스미션과 최고 시속 104km, 약 15마력을 냈다. 이와 같은 차퍼 스타일의 소배기량 모델은 판틱 이전에도 밀라니(Milani)란 브랜드에서 먼저 선보이기도 했지만 큰 인기를 끌진 못했다. 공장에서 이미 완성된 차퍼로써 개성적인 그래픽과 스타일을 추구하는 대신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가와사키, GPZ900R(Kawasaki GPz900R) - 1984년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가와사키의 GPZ900R도 자리를 빛냈다. 그 유명한 영화 ‘탑건’에서의 등장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긴 하지만 실제로 GPZ900R은 탑건으로 유명해지지 않았더라도 결코 빠질 수 없는 아이콘적인 존재였다.
우선은 아주 공격적이면서도 독특한 페어링 디자인이 강렬한 인상을 줬고, 그보다 더 강력한 DOHC 직렬 4기통 908cc의 배기량으로 최고 115마력을 뿜어내는 엔진의 출력을 앞세워 당시 가장 빠른 모터사이클로 등극했었기 때문이다. 특히 GPZ900R이 주목 받았던 이유는 특유에 날카롭다 못해 뾰족하다고 말할 수 있는 디자인 포인트 부분들 덕분일 것이다. 이런 디자인적 부분은 실제로도 공기역학적인 기능을 더했다. 주행 성능과 최고 속도 등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듯한 모습이다.
(다음에 이어서)
나경남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_EICMA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나경남 #더히스토리 #EICMA #EICMA2024
한국이륜차신문 464호 / 2024.1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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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CMA 특별 전시회 'EICMA : 110년의 이륜차 디자인' 부스
올해로 110주년을 맞이한 세계적인 모터사이클 박람회인 EICMA는 그 존재 자체가 모터사이클 세계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역사와 권위는 단지 이들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역사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후대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ICMA의 조직위원회에서 마련한 특별 전시 ‘EICMA : 110년의 이륜차 디자인’은 그들의 존재 가치와 의미를 한눈에 보여주는 말 그대로의 ‘특별’한 전시였다.
이 전시는 실제로 1914년 제1회 EICMA가 열렸던 당시 처음으로 전시됐던 110년 전의 모델을 선보이면서 시작된다. 총 36대의 전시 모델들은 그야말로 모터사이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디자인적, 기술적 혁신을 이뤄낸 모델들로 구성됐고 이것을 실제로 한 자리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EICMA를 방문한 이들의 특혜라고 말할 수 있다.
EICMA의 조직위에서는 이번 전시를 세 가지 테마로 나눴고 각각의 테마는 형태(Forme), 비율(Proporzioni), 소재(Materiali)로 분류됐다.
이번 전시에 대해서 EICMA의 회장 피에트로 메다(Pietro Meda)는 “이 특별 전시는 EICMA와 이륜차 산업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역사와 이동성에 대한 이야기로 초대한다. 이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에 보내는 찬사로 기억되길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 전시된 36종의 모터사이클들은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것들이다. 어떤 모델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이미 자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할 것이며, 그동안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모터사이클 역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경이로운 모델들도 있다.
지면을 통해서 이런 특별한 모델들을 소개할 수 있는 것 또한 축복받은 일이 아닐까.
EICMA 110년의 역사를 장식한 모델들을 사진과 함께 살펴보자. 1편은 기능을 따른 형태, 형태에 따른 기능이다.
프레라, 2 1/4 Hp 루쏘(Frera, 2 ¼ Hp Lusso) - 1914년
전시관 입구의 중앙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 프레라의 2 ¼ HP 루쏘는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던 해이자 EICMA가 처음으로 열렸던 해에 생산되었던 모델이다.
싱글 실린더 엔진에 적힌 ‘MILANO’란 글자는 이 브랜드가 밀라노에서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해준다. EICMA와는 특히 인연이 깊은 모델로 제1회 EICMA의 홍보 광고에도 등장했던 모델이다.
2와1/4 HP는 2.25마력을 의미하며, 프레라의 다른 모델들에서도 마력을 모델명처럼 사용해왔다. 정식 명칭은 프레라 모토레제라 2 ¼ HP 루쏘이며, 모토레제라는 경량 모터사이클을 의미하고, 루쏘(Lusso)는 럭셔리를 의미하는 단어다. 말하자면 2.25마력의 고급 경량 모터사이클인 셈. 실제로 면면들을 살펴보더라도 1914년의 모델로써는 무척 화려하고 유려한 모습이 눈에 띈다.
프레라는 1903년에 자전거 제조사로 출발해 1905년에 모터사이클 제조사로 설립됐다. 이는 당시 이탈리아 최초의 모터사이클 제조사 중 하나였으며, 1914년에 시작된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이들은 당시 이탈리아 왕립군을 위한 모터사이클을 가장 많이 납품한 브랜드이기도 했다.
마르스, A20 1000(Mars, A20 1000) - 1920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설립된 브랜드인 마르스(Mars)의 대표 모델인 A20 1000은 바이스 마르스(Weiss Mars:하얀 마르스)란 시리즈로 널리 알려졌다. 자세히 살펴보면 엔진이 수평대향 박서 형태이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BMW 모토라드의 가로형 배치가 아니라 세로형 배치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모델은 엔지니어인 클라우스 프란젠부르크(Claus Franzenburg)가 설계했으며, 엔진의 생산은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럭셔리 자동차 메이커인 마이바흐(Maybach)에서 이뤄졌다. 발판 뒤쪽의 박스에 마이바흐의 로고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의 마이바흐는 비행선이나 비행기용 엔진을 만들었던 엔진 제작사였다.
엔진은 박서인만큼 2기통이었고 배기량 956cc(전시 현장에는 477.2cc로 표기됐지만, 모델명에서 이미 1,000 cc급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모델이기에 오기로 판단했다)로 최고 14마력을 냈다. 사각형 강철 빔 프레임은 매우 견고했으며, 독보적일 정도로 개성이 넘치는 디자인을 자랑했다. 대신 무게는 약 186kg으로 무거운 편이었고, 2단 변속이 가능했다. 최고 속도는 약 시속 90km. 잘 복원된 마르스 A20 1000은 우리 돈으로 약 1억 4천만 원으로 평가된다.
아에르마키, 키메라 175(Aermacchi Chimera 175) - 1956년
마리오 레벨리 디 보몽은 토리노의 귀족 가문 출신이자 역사상 최초의 기관총(권총탄을 사용하는 자동화기)인 빌라르-페로사(Villar Perosa)를 만들어 낸 아비엘 베텔 레벨리 디 보몽(Abiel Bethel Revelli di Beau mont)의 아들이었다. 마리오 리벨리는 1920년대부터 모터사이클 프레임 설계에 나섰으며,형 지노 레벨리(Gino Revelli)와 함께 레이스 머신을 만들어 10대의 나이로 유럽 챔피언 타이틀까지 획득했던 레이서이기도 했다.
레이서로서의 생활을 끝낸 이후에는 피아트(Fiat), 피닌파리나(Pinin farina),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등과 함께 디자이너로 활약했다. 아에르마키의 키메라는 본디 항공기 제조사였던 것을 기억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제트기와 같은 형상으로 디자인됐고, 키메라란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환상’ 또는 ‘꿈’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 이름처럼 환상적인 디자인이었고, 배기량 172.4cc의 4스트로크 엔진은 거의 10마력에 가까운 9.38마력을 냈다.
인노첸티, 루이 50(Innocenti, Lui 50) - 1968년
이탈리아어로 ‘그(남자)’를 뜻하는 이름인 루이는 그런 경향성에서 벗어난 디자인이었고, 심지어 이 디자인은 무려 마르첼로 간디니(Marcello Gandini)의 작품이었다.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Lamborghini)의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우라(Miu ra)의 아버지인 간디니는 당시 베르토네(Bertone)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지금 보아도 간결하면서도 아주 세련된 디자인을 갖고 있지만 당시 생산 기술로는 생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을뿐더러, 기존 모델들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없었기에 판매는 부진했다. 49.8cc의 2스트로크 엔진을 사용해 1.5마력을 냈고, 무게는 68.5kg밖에 되지 않았다.
판틱 모터, 차퍼 125(Fantic Motor Chopper 125) - 1973년
이탈리아의 모터사이클 브랜드 판틱이 1973년 EICMA에서 선보인 차퍼 125는 그 이름처럼 아메리칸 크루저 모터사이클의 차퍼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구현해낸 것이 특징이다.
판틱이 시작됐던 1968년 이래로 이들은 경량 2스트로크 엔진을 사용하는 카발레로(Caballero)가 이탈리아의 젊은 층에서 어필하면서 성장했다. 그리고 1969년 발표된 할리우드 영화 ‘이지 라이더(Easy Rider)’는 전 세계의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에게 큰 영향을 줬고, 그 영향권에서 이탈리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젊은이들에게 할리데이비슨과 같은 거대한 모터사이클은 거리가 너무 먼 것이었고 그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모터사이클로 제시된 것이 바로 판틱의 차퍼 125라고 볼 수 있다.
거대한 리어 휠과 길고 높게 뻗어 올라간 핸들 바와 프런트 포크, 높게 솟은 동승자용 등받이인 시시바 등을 갖췄다. 엔진은 모토리 미나렐리(Motori Minarelli)의 123.5cc 2스트로크 엔진을 사용했고, 5단 트랜스미션과 최고 시속 104km, 약 15마력을 냈다. 이와 같은 차퍼 스타일의 소배기량 모델은 판틱 이전에도 밀라니(Milani)란 브랜드에서 먼저 선보이기도 했지만 큰 인기를 끌진 못했다. 공장에서 이미 완성된 차퍼로써 개성적인 그래픽과 스타일을 추구하는 대신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가와사키, GPZ900R(Kawasaki GPz900R) - 1984년
우선은 아주 공격적이면서도 독특한 페어링 디자인이 강렬한 인상을 줬고, 그보다 더 강력한 DOHC 직렬 4기통 908cc의 배기량으로 최고 115마력을 뿜어내는 엔진의 출력을 앞세워 당시 가장 빠른 모터사이클로 등극했었기 때문이다. 특히 GPZ900R이 주목 받았던 이유는 특유에 날카롭다 못해 뾰족하다고 말할 수 있는 디자인 포인트 부분들 덕분일 것이다. 이런 디자인적 부분은 실제로도 공기역학적인 기능을 더했다. 주행 성능과 최고 속도 등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듯한 모습이다.
(다음에 이어서)
나경남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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