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남의 더 히스토리_‘호넷다움’이란, 병렬 2기통이지만 호넷의 이름을 계승한 ‘자신감’

2023-05-30

history of HORNET. 2부


혼다의 호넷 시리즈는 직렬 4기통 250cc로 시작해 현재는 병렬 2기통 755cc의 신형으로 이어진다. 그 사이를 관통하는 ‘호넷다움’은 무엇일까.

 

유럽에서 더 인기있던 호넷


2023년식 CB750 호넷


지난 회차에서 소개했던 호넷의 역사를 짧게 다시 한번 짚어보자.


호넷 시리즈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95년, 최초에는 250cc 직렬 4기통 엔진으로 시작했으며 이후에는 배기량을 높인 600cc, 900cc급 모델이 등장했다. 이들이 추구한 바는 클래스에 얽매이지 않는 디자인적 밸런스와 광폭 리어 타이어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토크 응답성 등이 주요 개발 목표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해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도 호넷은 그 인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세기말과 새로운 21세기를 맞이한 시점에서 호넷은 그리 새롭거나 자극적이지 못했다. 이 당시 유행은 일본의 4대 브랜드가 내놓는 직렬 4기통 슈퍼바이크들이 중심이었다.


이런 고성능 직렬 4기통 엔진은 각각의 시판용 슈퍼바이크에 적용되는 한편, 같은 엔진을 활용한 네이키드 모터사이클도 큰 인기를 누렸다. 스트리트 파이터 또는 당시에도 하이퍼 네이키드 등으로 불렸던 고성능 네이키드 모터사이클들의 전성기도 이때와 겹친다. 호넷 역시 이런 흐름 속에 있었다.


국내에서 외면당한 CB600F 호넷


국내에도 도입됐던 CB600F 호넷은 이탈리아에서 생산됐다


혼다의 호넷 시리즈는 사실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정식 수입 이전의 병행이나 개별 수입 단계에서도 일부 마니아층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절대다수는 호넷보다 CB 시리즈를 선택했다. 혼다코리아를 통해서 정식 수입이 이뤄지는 시기도 마찬가지다.


혼다코리아를 통해서 처음으로 호넷이 정식으로 수입됐던 것은 지난 2007년. 이미 일본 시장 내에서도 2003년 모델 변경된 이후로 호넷 600 시리즈는 판매되지 않았었고, 사실상 호넷은 유럽 시장 전용 모델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혼다는 아예 새로운 호넷 시리즈의 개발부터 생산까지 유럽 시장에 초점을 맞췄고, 실제로 국내에 도입된 2007년형 CB600F 호넷은 혼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다.


실제로 디자인적으로도 2007년형 호넷과 그 이전의 호넷 시리즈는 서로 완전히 다른 모델이라 보아도 될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기존의 호넷 시리즈들이 갖고 있던 특징들이 모두 새로운 호넷의 전용으로 변경됐다. 특히, 기존 시리즈들이 CBR600F 시리즈에서 엔진을 가져온 것과 달리 새로운 CB600F 호넷은 당시 최강의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로 등극한 CBR600 RR의 엔진을 활용했다.


당연한 것처럼 유럽 시장에서 차세대 모델로 등장한 CB600F 호넷은 호평 일색. 역대 600cc급 호넷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강력하지만 다루기 쉽게 다듬어진 엔진과 차대의 완성도는 당시 미들급 네이키드 시장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존재였지만, 너무 앞서간 디자인 덕분이었는지 당시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안착하지 못했다.


국내 수입사인 혼다코리아에서는 야심 차게 준비된 CB600F 호넷의 실패 이후, 국내에서 네이키드 장르의 모델들이 인기를 끌기 힘들다고 판단하게 되면서 네이키드 장르의 도입은 더 기피되곤 했다.


호넷이 아닌 이름으로


2014년식 CB650F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얻지 못한 차세대 CB600F 호넷의 운명은 딱 거기까지였다.


2011년경 후기형 모델로 다시 한번 페이스 리프트를 진행했지만 더 이상 국내에 도입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시기는 단지 모델에 대한 인기와 라이더들의 선호도를 넘어서는 문제가 있었다.


2008년과 2010년으로 이어진 세계적인 금융 위기 덕분에 시장과 소비 심리가 함께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가뜩이나 국내에서 인기 없는 네이키드 장르에 혼다코리아가 도전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현명한 판단이었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의 금융 위기를 보내면서 대부분의 일본 모터사이클 제조사들이 라인업을 재편하느라 바빴다. 직렬 4기통 위주의 엔진을 채용한 모터사이클은 제조 단가 및 유지 보수 비용 면에서도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이 클래스의 모델들은 빠르게 사라져갔다.


그런데도 혼다는 혼다만의 방식으로 이 위기를 버텨냈다. 글로벌 생산 기지를 제3국으로 활용하는 한편, 엔진과 차대를 공유하는 모델들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으로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했다. 그 결과로 2014년에 등장한 CBR650F와 CB650F가 혼다의 미들급 직렬 4기통 시리즈를 이어가게 됐다.


2017년식 CB650F


새로운 CB650F가 CB600F 호넷의 후계 기종으로 보이는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니다. 네이키드 장르의 후계 기종이기도 하며 형식적으로 달라진 엔진이지만 직렬 4기통이고, 이전 세대의 호넷이 갖고 있던 특유의 언더슬렁 배기 머플러 등도 유사성이 있었다.


이후 2017년형으로 변경된 CB650 F는 또다시 이탈리아 혼다에서 디자인을 맡으면서 그 이전보다도 훨씬 더 호넷다워졌지만, 공식적으로 호넷이란 이름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 그 계보는 어떻게 이어질까. 2019년을 기점으로 CB650F는 혼다가 새롭게 제시한 네오 스포츠 카페 시리즈인 CB650R로 통합됐다.


새로운 호넷은 부족함이 없다


2022년 독일 인터모트와 이탈리아 에이크마에서 주목받은 CB750 호넷


새로운 CB750 호넷이 등장하자마자, 직렬 4기통이 아니란 점이 지적됐다.


물론 그 지적이 전혀 타당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역대 호넷이 모두 직렬 4기통 엔진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기존 CB650F 혹은 현행 CB650R의 직렬 4기통 엔진을 유용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막상 CB650F의 엔진을 활용했다면, ‘사골엔진’을 운운하면서 진정한 호넷이 아니라고 지적되었을 것도 뻔하다.


혼다는 비용적 측면에서 같은 엔진을 유용하면 신모델 개발 비용도 훨씬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생산 비용 및 판매가격도 기존 모델들의 수준에서 가능했으리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혼다가 호넷으로 추구하는 ‘클래스에 얽매이지 않는 밸런스’와 ‘리어 타이어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토크’를 제공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등장했던 CB650F가 호넷에 가까웠음에도 호넷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을 보라.


혼다는 새로운 호넷이 과거의 엔진의 한계에 갇히길 원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현행 CB750 호넷의 엔진은 혼다가 만든 가장 최신의 엔진이며, 앞으로의 미래를 이끌 가장 중요한 엔진이다. 그만큼 공이 들어가 있다.


스스로 직렬 4기통 네이키드의 대표주자였던 호넷의 이름을 물려줄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이 있다.


실제 성능도 그러했고, 놀라운 수준으로 합리적인 가격표는 새로운 호넷의 가치를 더 높인다.


나경남(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HO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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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27호 / 2023.5.16~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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