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남의 더 히스토리_대만을 넘어서 전 세계로 GO! ‘GOGORO’

2024-01-22

history of GOGORO


대만 전기이륜차 시장의 상징으로 불리는 고고로, 그리고 배터리 교환 시스템은 전 세계 전기이륜차 시장의 기준이자 본보기가 되었다.


고고로는 전기이륜차 시장에서 어떻게 성장했으며 무엇을 이뤄냈을까. 2011년 고고로의 창립 이후, 현재 진행형인 고고로의 현재까지의 역사를 들여다봤다.

 

불가능한 일이 가능하게 되었을 때


고고로(Gogoro)는 전기이륜차 업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아이콘적인 존재다.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는 고고로에 대해서 아는 바가 많지 않다. 이 기업이 대만에서 시작됐다는 것과 배터리 교환식 전기스쿠터를 상용화해 그것을 전기이륜차 업계 전체에서 가장 먼저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사례를 만들었다는 정도일 것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 이상의 정보가 필요하지 않은 것도 맞다. 고고로의 성공 사례는 그 자체로 엄청난 성과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의 모든 라이더에게, 또는 국내의 라이더들에게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사례는 거의 모든 전기이륜차 제조사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고스테이션과 전기이륜차


이들의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에 대한 아이디어와 실제 구축 사례는 전기이륜차 시장의 한계점을 돌파할 수 있는 사실상 거의 유일한 대안처럼 비쳤으며, 실제로 많은 전기이륜차 제조사들이 그들의 방법을 따르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의 성과는 단순히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것뿐 아니라, 그 새로운 대안을 실현하고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웠다.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왜, 그리고 무엇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을까.


2011년에 태동


창업주이자 CEO인 호레이스 루크(Horace Luke)


고고로가 처음 설립된 것은 2011년이다. 하지만 설립됨과 동시에 이들의 전기이륜차가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창업주이자 CEO인 호레이스 루크(Horace Luke)는 여러모로 이례적인 사람이다. 홍콩 태생의 대만 기업가로 알려진 그는 13세에 미국으로 넘어가 학창 시절을 보냈다. 처음에는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NIKE)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경력을 시작해, 1997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처음 생산한 가정용 게임 콘솔 XBOX의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세계적인 스마트폰 회사로 잘 알려진 대만의 HTC로 이직하여 회사의 CCO(Chief Creative Officer, 마케팅 및 브랜드 총괄 대표)를 역임 후, 사임해 지금의 고고로를 설립했다.


고스테이션


스포츠 의류와 게임, 스마트폰 등 굴지의 글로벌 브랜드를 경험한 이후 선택한 것이 전기이륜차라니. 그의 경력만 놓고 보더라도 흥미가 생길만 하다. 하지만 그가 정말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은 2015년이었다.


고고로는 전 세계의 주목도가 가장 높은 박람회라고 해도 무방할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 2015에서 자신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전기이륜차 솔루션을 선보였다. 사실 저마다의 전기이륜차 회사들은 각각의 솔루션들을 갖고 있고 그것이 가능할 것처럼 홍보한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고 소개하지만, ‘만약 어떤 것이 해결된다면’하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경우들을 말한다. 하지만 고고로는 좀 달랐다.


단, 1년 뒤


고고로는 2015년에 데뷔와 동시에 주목받기는 했지만, 솔직히 당시에는 그냥 무명에 가까웠다.


앞서서도 밝혔지만, 전기이륜차 시장은 저마다의 솔루션들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지 직접 증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획기적인 솔루션, 기술들은 실제로 양산되어 시장에서 스스로 증명하는 경우가 드물다. 왜 그런가. 그것을 직접 증명하려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고, 대부분 그것은 희박한 가능성으로 솔루션의 미래가치에 투자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고고로는 단지 1년 만에 그들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처음 CES에서 발표된 이후, 6개월 만에 대만에서 고고로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겨우 6개월 만에 5,000여 대의 고고로 전기이륜차를 판매해냈다.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이 핵심적인 솔루션이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다면 충전에 걸리는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지지만, 배터리를 충전하고 교환하는 스테이션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는 문제부터 그것을 설치할 공간과 전력 공급망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고로는 국민의 절대다수가 전통적인 내연기관 이륜차를 이용하고 있는 대만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그 문제 해결점의 실마리를 잡았다.


기본적으로 회사 설립 초기부터 상당한 비용의 투자를 유치해낸 것은 물론이었고, 대만의 미래 산업으로써 성장 가치가 크다는 것도 적절히 어필했다. 그 무엇보다도 앞서 언급한 해결해야 할 문제를 1년 만에 해결해내자, 고고로는 많은 매연을 내뿜는 저가의 내연기관 스쿠터를 대체할 미래의 희망으로 비쳤다. 그 덕분에 투자금은 그 이전보다도 훨씬 더 큰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고고로 전기이륜차 분해도


고고로의 첫 스마트스쿠터는 우선 언론과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았다.


그들의 솔루션 그 자체가 얼마나 완성도 있고 가치가 높은지도 중요한 문제이겠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문제 역시 매우 중요했다.


고고로의 첫 등장 이후, 모터사이클 글로벌 마켓에서 이들을 주목하게 된 것은 2015년 11월의 EICMA였다.


귀엽고 앙증맞은 크기의 전기이륜차는 그 이전에도 있었고 여전히 존재하지만, 고고로의 완성도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전기이륜차는 안 그래도 저렴한 내연기관 이륜차를 대체해야 하는 대체재로써 접근해왔기에 저가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들은 차체가 곧 프레임인 모노코크 구조의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구성했다. 강성과 차체 안정성이 높았을뿐더러, 그 자체의 디자인적 완성도도 매우 높았다.


당연히 가격은 일반적인 내연기관 스쿠터보다도 높았다. 단순히 보조금이 더해지는 것으로 내연기관 스쿠터보다 저렴했기 때문에 판매된 것이 아니란 뜻이다. 심지어 출시 당시에는 전기이륜차의 수요가 대만 전체의 1.6%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난 2023년 한 해에만 고고로는 대만 전체 이륜차 시장 내에서 5만 6,693대를 판매하면서 점유율 6.5%를 달성했다.


고고로의 혁신은 진행 중


인도의 고고로 시스템 현황

인도의 고고로 이용 모습


고고로가 대만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 규모에서도 주도적인 시스템을 벗어난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여전히 대만의 모터사이클 산업은 건재하고 고고로는 그들과 함께 협력하면서 여전히 혁신을 계속하는 중이다.


고고로와 같은 전기이륜차 세상이 된다면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이 한정적일 것이라는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들은 주요 대만 제조사들과 협력해 고고로의 생태계 안에 이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다양성을 놓치지 않도록 했다.


자체적으로도 모델들을 세분화하고, 뉴 모델을 출시하는 한편 소비자의 요구에 충족할 수 있는 방식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 그 결과라고 말하기엔 이들의 혁신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최근까지의 성과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상당하다.


고고로 최초의 2륜 SUV 출시

고고로 시스템 사용 모델 현황


2022년까지 대만에서는 7년 연속 전기이륜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대만 내의 2,504개 이상의 장소에서 12,200개의 GoStation(배터리 교환 네트워크)을 통해 110만 개 이상의 스마트 배터리가 유통되고 있다. 대만 시장에서 90% 이상 전기이륜차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고로와 고스테이션을 함께 활용하는 고고로 생태계 내의 사용자 수는 280만 명을 돌파했으며, 이 안에는 총 55개의 모델이 포함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인도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성과는 그 규모 면에서 가장 큰 성장 폭을 기대하게 만드는 한편, 애플의 디지털 키를 지원하는 최초의 이륜차로 소개되는 등 최신 트렌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미 고고로가 세상에 나온 지 10년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고고로가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일 것이다.


나경남(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고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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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43호 / 2024.1.16~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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