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of HAYABUSA
이름 그 자체가 아이콘이 된 모터사이클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초고속이란 이름에 대치되는 모델은 단 하나다. 하야부사. 그 전설의 시작점과 의미에 대해서 알아봤다.
하야부사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하야부사 20주년 기념 모델과 초기 모델

하야부사는 우리말로 송골매를 뜻한다
시대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니, 좀 더 상황을 이해하려면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1970년대는 석유 파동의 시대였다. 1973년과 1976년에 두 번에 걸쳐 일어난 전 세계 석유 파동. 흔히 말하는, 오일 쇼크는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줬다. 석유 생산과 공급량이 급격하게 줄면서 석유 가격이 폭등했고 그 여파는 모든 국가, 모든 산업에 미쳤다.
하지만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세상은 안정을 찾고, 오히려 경기는 과잉에 가까울 정도로 호전됐다. 온갖 기묘한 모터사이클들이 쏟아지던 시기도 바로 이 이후다. 특히 199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모터사이클 세계에서 시속 300km 이상의 벽을 뚫고자 하는 노력이 이뤄졌다.
일반 시판용 모터사이클로 시속 300km를 돌파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과도 같았으며, 시속 300km에 도전한다는 것은 결국 세계에서 가장 빠른 모터사이클이란 타이틀에 도전하는 것과 같았다. 만약 이것을 달성하기만 한다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제조사의 기술적 명성을 드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여기에 가장 먼저 정면으로 도전했던 것은 1990년에 등장한 가와사키의 ZZR1100(ZX-11). 배기량 1,000cc를 넘기는 오버 리터급의 방향성을 결정했다고도 할 수 있는 ZZR1100은 그 당시 세계 최고의 동력 성능을 어필했다. 지금으로는 ZZR1100의 147마력이 별로 대단할 것이 없겠지만, 가와사키는 이 모델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로 알려진 페라리의 F40이 기록한 정지상태에서 1km에 도달하는 데 걸린 20초의 기록보다 앞서는 18.9초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고속도는 약 시속 281.6 km로 여전히 300km 벽 안쪽에 위치했다. 이에 맞서는 대항 모델로 등장한 혼다의 CBR1100XX 슈퍼블랙버드 또한 인상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당시 세계를 놀라게 했던 미국의 초음속 정찰기 SR71 블랙버드의 이름에서 모델명을 딴 것은 세계 최고속의 목표 때문이었다.
배기량 1,137cc의 직렬 4기통 엔진으로 최고 165마력을 달성했으니 ZZR1100의 마력은 훌쩍 뛰어넘었지만, 시속 300km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최고속은 시속 287.3km로 갱신했다. 이제 스즈키의 대답이 나올 때가 됐다.

스즈키는 이 당시 유랭 엔진의 전설로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GSX-R1100을 보유하고 있었다. 1986년 처음 등장한 유랭 1,052cc의 직렬 4기통 엔진으로 최고 130마력과 최고 시속 265km를 달성했다. 이후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마지막 유랭 엔진으로 꼽히는 1991, 1992년 엔진은 배기량을 1,127cc로 확대하면서 최고 145마력을 냈다.
이후, 1993년에는 유랭 방식을 포기하고 수랭화를 진행하면서 배기량을 약간 낮췄지만, 최대마력은 155마력을 달성하면서 스즈키의 실력을 확실히 각인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스즈키가 바란 것은 그냥 강력한 모델이 아니었기에 시속 300km란 한계를 뚫기 위해서 하야부사의 개발에 들어갔다.
세기말 종결자 하야부사

하야부사의 디자인을 완성한 스즈키의 코지 요시우라
드디어 1999년 하야부사가 등장한다. 하야부사는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유선형의 디자인으로 먼저 주목받았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그 다음이다.
스즈키는 새로운 하야부사로 대량 생산 모델로는 최초로 공식적으로 시속 300km를 돌파해냈다. 한계 지점처럼 여겨졌던 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하야부사는 배기량 1,298cc의 수랭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당대에는 누구나 깜짝 놀랄만한 최고 175마력을 달성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출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스즈키가 그동안 수랭이 아닌 유랭 엔진으로 얻은 냉각 효율에 대한 경험치가 큰 역할을 했다. 다른 브랜드들이 일찌감치 수랭화로 전환한 이후까지, 상대적으로 고출력을 내기가 어려운 유랭식 엔진으로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효율을 갖고 있었다.
비록 유랭 엔진을 포기하고 수랭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지만, 고회전 고출력 엔진을 달성하기 위한 냉각 효율의 경험치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수랭화된 엔진에서도 실력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코지 요시우라의 하야부사 디자인 스케치

풍동 터널에서 직접 테스트하여 디자인이 완성됐다
하지만 단지 최고 마력만으로는 시속 300km의 벽을 뚫을 수 없다는 것을 스즈키의 개발자들은 알고 있었다. 그 핵심은 공기역학. 그 때문에 하야부사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풍동 터널 테스트를 통해서 최종 클레이 모델을 완성했다. 실제로 초창기 디자인 자료를 살펴보면 1996년식 GSX-R750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여기서 공기역학적 특성을 달성하기 위해 전면 카울을 대형화하고, 흡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에어덕트를 키우는 것은 물론 가로 배치 듀얼 헤드라이트를 세로 배치로 변경한 끝에 우리가 알고 있는 하야부사의 원형이 완성됐다.
초기 하야부사의 경우엔 아날로그 속도계에 최고 340km/h까지 표기하면서, ‘오버 300km/h’가 가능한 모델이라는 점을 당당히 드러냈다. 세계 최강이란 타이틀을 차지했으니 그 인기는 당연히 대단했다. 미국은 물론 유럽 시장에서도 하야부사는 ‘오버 300km/h’란 주제를 종결한 종결자로 인정받았고 그만큼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당시의 라이더들이 시속 300km 이상을 직접 계기반에서 확인하려고 하는 다소 무모한 라이딩을 즐기는 라이더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안전을 위해서 300km/h 이상을 더 이상 표기하지 않도록 했다. 이 효과는 또 다른 의미로 더 이상 다른 도전자들이 ‘오버 300km/h’에 집착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이 구역의 왕이 누구인지는 이제 명백했고, 실제로 하야부사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끝이 났다.
2부에서 계속
나경남(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스즈키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나경남 #더히스토리 #스즈키 #하야부사 #SUZUKI #HAYABUSA
한국이륜차신문 446호 / 2024.3.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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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그 자체가 아이콘이 된 모터사이클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초고속이란 이름에 대치되는 모델은 단 하나다. 하야부사. 그 전설의 시작점과 의미에 대해서 알아봤다.
하야부사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하야부사 20주년 기념 모델과 초기 모델
하야부사는 우리말로 송골매를 뜻한다
시대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니, 좀 더 상황을 이해하려면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1970년대는 석유 파동의 시대였다. 1973년과 1976년에 두 번에 걸쳐 일어난 전 세계 석유 파동. 흔히 말하는, 오일 쇼크는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줬다. 석유 생산과 공급량이 급격하게 줄면서 석유 가격이 폭등했고 그 여파는 모든 국가, 모든 산업에 미쳤다.
하지만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세상은 안정을 찾고, 오히려 경기는 과잉에 가까울 정도로 호전됐다. 온갖 기묘한 모터사이클들이 쏟아지던 시기도 바로 이 이후다. 특히 199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모터사이클 세계에서 시속 300km 이상의 벽을 뚫고자 하는 노력이 이뤄졌다.
일반 시판용 모터사이클로 시속 300km를 돌파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과도 같았으며, 시속 300km에 도전한다는 것은 결국 세계에서 가장 빠른 모터사이클이란 타이틀에 도전하는 것과 같았다. 만약 이것을 달성하기만 한다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제조사의 기술적 명성을 드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여기에 가장 먼저 정면으로 도전했던 것은 1990년에 등장한 가와사키의 ZZR1100(ZX-11). 배기량 1,000cc를 넘기는 오버 리터급의 방향성을 결정했다고도 할 수 있는 ZZR1100은 그 당시 세계 최고의 동력 성능을 어필했다. 지금으로는 ZZR1100의 147마력이 별로 대단할 것이 없겠지만, 가와사키는 이 모델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로 알려진 페라리의 F40이 기록한 정지상태에서 1km에 도달하는 데 걸린 20초의 기록보다 앞서는 18.9초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고속도는 약 시속 281.6 km로 여전히 300km 벽 안쪽에 위치했다. 이에 맞서는 대항 모델로 등장한 혼다의 CBR1100XX 슈퍼블랙버드 또한 인상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당시 세계를 놀라게 했던 미국의 초음속 정찰기 SR71 블랙버드의 이름에서 모델명을 딴 것은 세계 최고속의 목표 때문이었다.
배기량 1,137cc의 직렬 4기통 엔진으로 최고 165마력을 달성했으니 ZZR1100의 마력은 훌쩍 뛰어넘었지만, 시속 300km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최고속은 시속 287.3km로 갱신했다. 이제 스즈키의 대답이 나올 때가 됐다.
스즈키는 이 당시 유랭 엔진의 전설로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GSX-R1100을 보유하고 있었다. 1986년 처음 등장한 유랭 1,052cc의 직렬 4기통 엔진으로 최고 130마력과 최고 시속 265km를 달성했다. 이후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마지막 유랭 엔진으로 꼽히는 1991, 1992년 엔진은 배기량을 1,127cc로 확대하면서 최고 145마력을 냈다.
이후, 1993년에는 유랭 방식을 포기하고 수랭화를 진행하면서 배기량을 약간 낮췄지만, 최대마력은 155마력을 달성하면서 스즈키의 실력을 확실히 각인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스즈키가 바란 것은 그냥 강력한 모델이 아니었기에 시속 300km란 한계를 뚫기 위해서 하야부사의 개발에 들어갔다.
세기말 종결자 하야부사
하야부사의 디자인을 완성한 스즈키의 코지 요시우라
드디어 1999년 하야부사가 등장한다. 하야부사는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유선형의 디자인으로 먼저 주목받았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그 다음이다.
스즈키는 새로운 하야부사로 대량 생산 모델로는 최초로 공식적으로 시속 300km를 돌파해냈다. 한계 지점처럼 여겨졌던 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하야부사는 배기량 1,298cc의 수랭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당대에는 누구나 깜짝 놀랄만한 최고 175마력을 달성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출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스즈키가 그동안 수랭이 아닌 유랭 엔진으로 얻은 냉각 효율에 대한 경험치가 큰 역할을 했다. 다른 브랜드들이 일찌감치 수랭화로 전환한 이후까지, 상대적으로 고출력을 내기가 어려운 유랭식 엔진으로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효율을 갖고 있었다.
비록 유랭 엔진을 포기하고 수랭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지만, 고회전 고출력 엔진을 달성하기 위한 냉각 효율의 경험치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수랭화된 엔진에서도 실력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코지 요시우라의 하야부사 디자인 스케치
풍동 터널에서 직접 테스트하여 디자인이 완성됐다
하지만 단지 최고 마력만으로는 시속 300km의 벽을 뚫을 수 없다는 것을 스즈키의 개발자들은 알고 있었다. 그 핵심은 공기역학. 그 때문에 하야부사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풍동 터널 테스트를 통해서 최종 클레이 모델을 완성했다. 실제로 초창기 디자인 자료를 살펴보면 1996년식 GSX-R750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여기서 공기역학적 특성을 달성하기 위해 전면 카울을 대형화하고, 흡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에어덕트를 키우는 것은 물론 가로 배치 듀얼 헤드라이트를 세로 배치로 변경한 끝에 우리가 알고 있는 하야부사의 원형이 완성됐다.
초기 하야부사의 경우엔 아날로그 속도계에 최고 340km/h까지 표기하면서, ‘오버 300km/h’가 가능한 모델이라는 점을 당당히 드러냈다. 세계 최강이란 타이틀을 차지했으니 그 인기는 당연히 대단했다. 미국은 물론 유럽 시장에서도 하야부사는 ‘오버 300km/h’란 주제를 종결한 종결자로 인정받았고 그만큼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당시의 라이더들이 시속 300km 이상을 직접 계기반에서 확인하려고 하는 다소 무모한 라이딩을 즐기는 라이더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안전을 위해서 300km/h 이상을 더 이상 표기하지 않도록 했다. 이 효과는 또 다른 의미로 더 이상 다른 도전자들이 ‘오버 300km/h’에 집착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이 구역의 왕이 누구인지는 이제 명백했고, 실제로 하야부사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끝이 났다.
2부에서 계속
나경남(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스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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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46호 / 2024.3.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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