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남의 더 스펙_혼다 자동 변속기, 혼다매틱에서 DCT, E-CLUTCH까지

2024-05-22

Automatics for all


모터사이클을 위한 오토매틱 트랜스미션. 즉 자동 변속기는 결국 시장과 수요자를 최대한으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자동 무단변속기를 단 스쿠터들과 클러치 레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원심 클러치 방식의 언더본 모터사이클들이 시장에 끼친 영향을 생각해보면 더 쉽게 이해가 간다. 하지만 모터사이클의 자동 변속기는 그 목적과 추구하는 방향성 등에서 스쿠터나 언더본 타입의 모터사이클들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모터사이클 전용 자동 변속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 온 혼다의 예를 들어 알아보자.

 

혼다매틱


혼다매틱이 적용된 CB750A EARA


혼다는 모터사이클용 자동 변속기에 대해서 그 어떤 브랜드들보다도 열심인 브랜드다.


언더본 타입의 모터사이클을 상징하며, 전 세계 누적 생산 및 판매 1억 대 이상인 ‘슈퍼 커브’의 제조사이기도 하다. 이 말은 곧 이들이 슈퍼 커브처럼 ‘타기 쉬운 모터사이클'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실제로 경험해봤다는 뜻이다.


물론 혼다의 슈퍼 커브가 채택하고 있는 원심 클러치 방식은 자동 변속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클러치 조작으로부터 해방하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큰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자동 변속기의 편리함을 누리고자 한다면 스쿠터를 선택하면 그만이다.


굳이 모터사이클에 자동 변속기가 필요한 것일까? 당연히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모터사이클이 자동 변속기를 사용하면 안 될 이유도 없다.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슈퍼카 브랜드들의 차량도 자동 변속기를 채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겠다.


다시 말하면 모터사이클에 자동 변속기가 필수적인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자동 변속기를 도입했을 때의 효과는 분명하다. 그럼 문제는 ‘이제 어떤 방식의 자동 변속기가 모터사이클에 어울릴 것인가’ 이다.


혼다는 자동차 또한 생산하는 제조사로써 사륜자동차를 위한 자동 변속기를 직접 개발한 바 있었고, 혼다매틱(Hondamatic)과 같은 토크 컨버터를 사용하는 방식의 자동 변속기를 자사의 모터사이클에도 적용한 바 있다.


혼다매틱을 처음으로 모터사이클에 적용했던 것은 지난 1976년으로 혼다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인 CB750에 적용한 ‘CB750A 혼다매틱’이 주인공이었다. 당시 5단 및 6단 기어를 사용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혼다매틱은 훨씬 더 단순한 1, 2단 구조였다. 저속과 고속으로 나눠지는 방식이며, 클러치 레버를 사용하지 않고 기어를 변속할 수 있었다.


비운의 HFT


비운의 변속기 HFT

HFT가 채용된 DN-01


혼다의 모터사이클용 자동 변속기의 역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지만, 그와 동시에 통렬한 실패를 맛보았던 변속기가 ‘HFT’였다.


HFT는 ‘휴먼 프렌들리 트랜스미션’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그 말뜻 그대로 사용자 친화적인 자동 변속기를 목표로 개발된 자동 변속기였다.


이 변속기의 특징은 모터사이클의 엔진 뒤쪽에 배치해 기존 변속기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도록 통합적인 구조로 만들어졌으며, 다른 모터사이클 브랜드들에서는 적용해 본 적 없는 혼다만의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형식적으로나 개념적으로는 유압 기계식 변속기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이 방식의 최대 장점은 사실상 변속에 대한 충격이 전혀 없다는 것과 ECU의 설정에 따라 간단하게 출력 특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 등이었다. 클러치 레버가 아예 없다는 것은 물론이지만 사전에 설정된 가상의 기어 단수를 라이더가 직접 조정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다.


하지만 단점은 그 외의 거의 모든 부분이 될 것이다. 우선 상대적으로 흔치 않은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대중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트랜스미션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낯선 시스템이었기에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또한 자동 변속기 안에서 수동 변속이 가능했지만, 그 감각이 매뉴얼 모터사이클의 명확한 기어 변속 감각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동 모드는 영 매력이 떨어졌다.


오토매틱인데 수동으로 기어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단수가 나눠지지 않고 변속을 입력하더라도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없었다. 애초에 DN-01이란 단일 모델에 탑재된 시스템이었고, 이 새로운 모델이 거의 흥행에 실패하면서 다른 모델로 이 시스템이 계승될 여지가 없었다.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


2세대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


현재까지도 전 세계 모터사이클 제조사 중에서 유일하게 모터사이클용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을 적용하고 있는 것은 혼다다.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은 흔히 상시 결합식 클러치 방식의 트랜스미션과 비교했을 때, 클러치 플레이트가 두 배로 들어간다. 일반 수동 변속기의 클러치는 하나의 클러치가 일을 하기에 기어를 변속할 때, 각 기어 단수에서 연결된 상태를 해제(클러치를 떼고)하고 다음 단계의 기어를 넣고 다시 클러치를 연결(클러치 미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은 두 개의 클러치가 각각 1, 3, 5단의 기어를 담당하고 2, 4, 6단으로 기어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일을 나누고 있기에, 기어를 변속할 때 별도의 클러치 조작이 없이도 가능해진다.


기어와 기어 사이에서 클러치가 붙고 떨어지는 과정이 없기에 기어 변속에서의 연결성도 무척 높지만, 상대적으로 매뉴얼 모터사이클의 특징적인 기어 체결 감각이나 특유의 동력 전달 특성 등에서 변화가 적다. 따라서 스포츠성을 강조하는 매뉴얼 모터사이클에 있어서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의 적용은 스포츠성과 클러치 조작에 대한 편의성을 양립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VFR1200F DCT

골드윙


혼다가 처음 DCT를 적용했던 것은 2010년 시장에 선보인 V형 4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당대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모두 쏟아부었다고 평가받았던 VFR1200F였다. 최초에 VFR1200F 이후 듀얼퍼퍼스 타입인 VFR1200X에 같은 기술이 적용되고 해당 모델들이 단종됐지만, DCT 기술은 살아남아 혼다의 최대 기함인 골드윙 시리즈와 합리적인 가격의 모터사이클로 제시된 NC700 시리즈로 이어졌고, 본격적인 수준의 어드벤처 투어링 모터사이클로 제시된 새로운 아프리카 트윈 시리즈에도 DCT가 이어질 수 있었다.


DCT의 경우는 앞서 알아봤던 HFT와 같은 방식과 달리 매뉴얼 모터사이클이면서 자동 변속기 화를 이뤄냈다고 볼 수 있다. 덕분에 수동 변속 모터사이클의 감각을 거의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대신 클러치를 두 배로 사용하고 있어 엔진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고, 엔진과 주변 요소들을 전용 설계하는 수밖에 없다.


이 점을 조금 생각해보면, 다른 제조사들이 이 방식을 채택하지 못하는 이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혼다 정도의 볼륨이 나오지 않는다면 모터사이클 전용의 DCT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모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혼다는 이전에 HFT로 그 한계와 위험을 직접 경험해보기도 했으니, DCT를 채택한 것일 수도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 그 결과를 혼다의 DCT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영역을 더 확장할 E-CLUTCH


2023년 EICMA에서 발표된 혼다 E-클러치

혼다 C-클러치 분해도


지난 2023년 혼다가 선공개했던 새로운 트랜스미션 방식인 E-클러치가 등장했을 때, 다시 한번 혼다의 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E-클러치는 그 이름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겠지만 전자식으로 제어되는 클러치를 의미한다. 결국에는 DCT나 HFT, 혹은 먼 조상님 수준인 혼다매틱처럼 클러치 조작에 대한 부담을 덜거나 그 자체의 번거로움을 해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E-클러치는 듀얼 클러치의 비용보다 저렴하고 더 많은 모델에 더 쉽게 적용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E-클러치가 탑재된 모델은 혼다의 650cc급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한 CB650R이나 CBR650R과 같은 모델이다.


하지만 엔진이 그만큼 오랫동안 사용됐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 그렇다고 전용 엔진을 개발해서 구형 모델을 대체하기란 비용 부담이 더 크다. 하지만 E-클러치의 도입으로 과거에 머물러있던 구형 모델들은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됐다. 기존 모델과 콘셉트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거의 그대로 이어지지만 이제 더 이상 클러치 조작에 대한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되게 된 셈이다.


혼다 E-클러치를 채용한 CBR650R


E-클러치가 획기적인 것은 단지 클러치 조작을 수동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한 편에서 바라보면 오히려 그 반대가 특징이다. 라이더가 직접 클러치 레버를 당겨서도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우선 E-클러치의 구조는 기존의 엔진에 클러치 케이블을 당기고 풀어줄 수 있는 서보 모터를 엔진 우측에 장착하는 아주 간단한 방식이다. 기존 엔진을 크게 수정할 필요도 없고, 실제로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기존의 CB650R과 CBR 650R 모델에 별도로 E-클러치를 장착해서 운행하는 것도 완전하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처럼 보인다.


작동 기술은 주행 환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ECU에 의해서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매우 간단한 구조를 갖추고 있고, 그러면서도 요구되는 편의성은 충분히 갖추고 있기에 앞으로가 더 많이 기대되는 시스템이다. 심지어 현재까지는 CBR650 R과 CB650R에만 적용하고 있지만, 이 시스템 자체는 혼다가 이미 운용하고 있는 거의 모든 엔진에 (자체적인 변속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모델들을 제외한) 적용이 가능할 듯 보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과 파괴력에 대해서 우리는 아직 그저 상상해 볼 수만 있을 뿐이다.


나경남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혼다 모터사이클 제공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나경남 #더스펙 #혼다 #E-클러치 #E-CLUTCH


한국이륜차신문 451호 / 2024.5.16~5.31


Copyright ⓒ 한국이륜차신문 www.kmnews.net 무단복제 및 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