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남의 더 히스토리_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MT’의 시대를 열다

2024-08-13

history of MT-09 (1편)


MT-09는 야마하에 있어서 2010년대 이후 가장 중요한 모델 중 하나다. 아니, 사실은 2010년대 이후의 모터사이클 세계 전체에서도 손에 꼽을 중요 모델이다. 왜 그럴까. 총 2편으로 나누어 MT-09와 파생 모델을 통해 그 이유를 살펴본다.

2024년식 MT-09 시리즈


야마하는 2012년 새로운 3기통 엔진의 콘셉트를 당시 인터모트(독일 모터사이클 전시회)를 통해서 공개했다.


실제 양산 모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발된 모터사이클의 콘셉트가 아니라 엔진과 휠, 서스펜션과 핸들 바 정도만 공개됐다.


2008년과 2010년에 이은 전 세계의 경기 침체로 인한 경제 위기는 레저 스포츠 산업에 해당하는 모터사이클 산업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대형 모터사이클의 타격이 가장 심각했고 새로운 대안이 꼭 필요했다. 이 시점에서 혼다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 빠르게 움직였고 가장 먼저 이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야마하는 그 움직임이 더뎠다. 급조된 듯 느껴졌던 극복 방안 중 하나였던 FZ-08과 같은 네이키드 모터사이클로는 역부족이었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꼭 필요했다. 이전까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직렬 4기통 엔진을 고집해서는 어려웠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MT-09다. 2012년에 공개한 직렬 3기통 엔진을 이용했다. 여러 가지 특징이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 현재 상황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우선해서 소비자의 가격 접근폭을 낮추는 것이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제조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설계가 필요했고 그것은 단지 한 개의 모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파생 모델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의 성격을 갖춰야만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면서도 야마하다운 매력을 잃어서는 안 되는, 결코 사실 쉽지 않은 조건들을 갖고 있었다.


MT-01 CONCEPT(1999)

Concept CP3 엔진


야마하는 정립된 지 얼마 안 되는 자사의 ‘MT’ 콘셉트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 MT 시리즈의 시작점은 1999년, 세기말에 등장한 MT-01 콘셉트였다. 실제 양산 모델의 등장은 2005년이었으니까, MT-09의 등장 시점에서 그리 먼 것도 아니다.


물론 이 모델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성과가 없던 것은 아니다. 그것이 ‘MT’라는 이름을 미리 알린 것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그것에 투입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는 있었다. MT-09의 시작점이다.


1세대 MT-09 (2014)


MT-09 Street Rally(2014)


현시대의 MT 시리즈는 ‘마스터 오브 토크’의 약자로 알려졌지만, 초대 MT-01에서는 ‘메가 토크’라는 식으로 설명됐다.


토크 중심의 스포츠 라이딩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접근했고, 이 경향은 2006년 XT660R의 엔진을 차용한 수랭 SOHC 단기통 660cc급 엔진을 탑재했던 오리지널 MT-03에서도 이어졌다.


MT-09 역시 이런 경향성을 중심으로 한 것은 틀림없다. 고회전, 고출력의 최대치를 포기하는 대신, 일상적인 영역에서 강력한 토크를 자유롭게 즐기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외형적으로는 일반적인 네이키드 타입처럼 보이지만 앞서 밝힌 토크 중심으로 일상에서 더 자유롭고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을 목표로 한 덕분에 약간은 ‘슈퍼모타드’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실제로 당시의 분위기가 그랬다. 장르 간의 특성을 혼합하는 크로스오버적인 성격을 어필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배기량 846cc의 직렬 3기통 엔진은 약 60kg 정도로 가볍게 만들어졌고, 실제로 차체의 무게도 가벼운 편이다. MT-09 등장 이전까지 고전하면서 야마하를 지켰던 FZ-8과 같은 모델을 비교해보면 이 새로운 시도가 얼마나 효율적인 선택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전통적인 직렬 4기통 엔진을 사용했던 FZ-8은 배기량은 779cc로 MT-09보다 배기량이 작고 출력도 최고 106마력 수준으로 115마력을 냈던 MT-09에 뒤졌다. 여기서 핵심은 결국 무게다. FZ-8의 무게가 약 212kg 이상일 때, MT-09는 188kg으로 24kg 이상 더 가벼웠다.


엔진 기통이 하나 줄었지만, 배기량이 더 크고, 출력도 높은데, 무게도 가벼우니 더 다루기 쉽고 편안한데, 심지어 가격도 더 합리적으로 제시됐다. 단지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3기통 엔진이 친숙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였을 뿐이었다.


잠재력이 폭발한 MT-09 트레이서 (2015)


MT-09 TRACER(2015)


야마하는 MT-09의 등장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파생 모델을 내놓기 시작한다.


EICMA 2013에서는 외관에 부착물을 더한 MT-09 스트리트 랠리를 선보이기도 했고, 추후 레트로 스타일의 파생 모델로 등장하게 되는 XSR 900의 시초가 될 뻔했던 MT-09 스포츠 트래커 등의 버전들을 내놓으면서 실험을 계속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MT 시리즈 전체에서도 가장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MT-09 트레이서의 등장은 결정적이었다.


MT-09 Sport Tracker(2016)


MT-09 트레이서는 당시 계속해서 인기를 끌고 있던 크로스오버 스타일에서 출발했다. 어떤 의미로는 듀얼 퍼퍼스 또는 멀티 퍼퍼스 장르의 인기를 의식했다고도 볼 수 있다.


애초에 MT-09가 일반적인 네이키드에 가까우면서도 약간은 슈퍼모타드 스타일을 가미한 것이었으니, 그런 MT-09를 기반으로 투어링 모터사이클을 기획한다면 투어링 스타일의 슈퍼모타드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다.


물론 실제로는 MT-09의 투어링 버전, 또는 풀 옵션 형태로 완성형으로 받아들여진 것도 있었다. 아무래도 방풍성을 고려한 페어링 등을 갖추고 있고 차체의 덩치도 더 커지면서 연료 탱크의 용량도 4리터 이상 늘었다. 덕분에 무게가 더 늘긴 했지만 그것이 인기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었다.


네오 레트로, XSR900 (2016)


XSR900(2016)


야마하가 원했거나 그렇지 않았거나, 레트로 스타일의 인기가 확장되면서 과거의 향수를 갖고 있는 모델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야마하의 입장에서는 레트로 스타일을 구현할 모델이 많지 않았다. 이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레트로, 아니 클래식 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는 SR이 살아있던 시기였으니 정통파 레트로 스타일을 구현할 이유도 없었기도 했다.


앞서 살펴봤던 1세대 MT-09에서 레트로 스타일의 넘버 플레이트를 전면과 리어 카울 쪽에 부착한 MT-09 스포츠 트래커를 내놓은 바 있었지만, 그 또한 당시의 라이더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그렇게 등장했던 야마하의 네오 레트로 스타일 모터사이클이 바로 XSR900이다.


레트로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것은 일종의 커스텀 베이스 모델을 내놓는 것을 의미했지만 사실상 MT-09 베이스는 커스텀 가능성이 그리 넓지 않았다. 왜냐하면 차체를 지탱하는 프레임이 일단 개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대신 야마하는 완성형을 만들고자 했다. 원형 헤드라이트만으로도 레트로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지만 헤어라인으로 표면을 가공한 알루미늄 파츠를 더해 레트로 분위기를 더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대대적인 성공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겠지만 그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


History of MT-09는 다음 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나경남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사진_YAM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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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56호 / 2024.8.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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